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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ll조회 1018l

[미리듣기] Lana Del Rey(라나 델 레이) - Ultraviolence [Deluxe Edition] | 인스티즈

라나 델 레이(Lana Del Rey)의 메이저 데뷔 앨범 [Born To Die]는 2년여의 기간을 거치면서 완전한 괴물로 자리 잡았다. 7백만 장의 판매고와 10억 뷰 이상의 유튜브 영상 조회 수를 비롯한 각종 차트와 어워드 기록이라는 객관적인 숫자들이 결과적으로 그녀를 메인스트림에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그 어떤 반론조차 무마한 대중의 강력한 지지는 인상적인 수준이어서, 그들은 오로지 노래에만 집중했고, 그렇게 ‘Video Games’와 ‘Born To Die’와 ‘Summertime Sadness’와 ‘Dark Paradise’ 등을 쉬지 않고 히트 싱글로 만들어주었다. 

그녀의 본명은 엘리자베스 울리지 그랜트(Elizabeth Woolridge Grant)로, 우리가 알고 있는 ‘라나 델 레이’는 그녀가 무명시절부터 신중한 과정을 거쳐 고른 최종적인 자신의 새 이름이었다. 이는 아마 보위(David Bowie)가 ‘지기 스타더스트’라는 페르소나를 만들어야 했던 이유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의문도 가능하다. 라나 델 레이가 현실이 아니라고? 저렇게 아름답고도 슬픈 목소리로 탄식하고 유혹하는 노래가, 그 노래가 보여주는 세상이, 실은 가공이라고? 그 대답은 하나의 반전이다. 페르소나가 결국은 그녀 자신이 된 것이다. 보위에게 지기 스타더스트가 주도면밀한 전략이었다면, 엘리자베스 그랜트에게 라나 델 레이는 그녀가 평소 되고 싶었던 이상형의 집적체였고, 그녀는 주저 없이 그 이상형이 되기로 했다. 그녀가 정말로 연기를 했다면 그 대상은 언제나 자신이었다. 

그렇게 그녀는 [Born To Die]에서 라나 델 레이이자 ‘롤리타’였고 ‘카르멘’이었다. 그리고 또한 치명적인 팜므 파탈(femme fatale)인 동시에 곤경에 빠진 아름다운 여인(damsel in distress)이었다. 그녀의 유혹적인 노래들에서 동시에 한숨 섞인 탄식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이 두 가지 상반된 입장이 혼재되어 있어서다. 상반된 두 가지를 한데 놓는 건 이것만이 아니었다. [Born To Die]의 가능할 것 같지 않았던 성공 요인 중 하나가 트렌드와는 동떨어진 복고적인 정서를 대폭 수용한 것이었고, 이는 90퍼센트 이상 그녀의 과거지향적인 취향이 발휘된 덕분이다 ? 1950~60년대의 미국 문화에 깊이 경도된 라나 델 레이는 그 시대의 토치 송(torch song) 발라드들을 자신의 아름다운 목소리와 독특한 힙합 필에 실었다. 과거와 현재의 기묘한 이 결합은 솜씨 좋은 조력자들을 거치면서 어설픈 실험에 머물지 않고 여성 싱어송라이터 팝계에 우연찮게도 새로운 스탠더드를 설정하기에 이른다.

여기까지가 [Born To Die]의 스토리였다면, 그 다음은 이 [Ultraviolence]다. 라나 델 레이는 전작의 모든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 에필로그로 굳이 영화 를 제작하고 나서야 [Ultraviolence]를 발표했다. (물론 그 전에 영화 <위대한 개츠비> 에 삽입된 곡 ‘Young And Beautiful’과 최근 ‘말레피센트’에서의 ‘Once Upon A Dream’ 공개가 있었지만 예외로 두자.) 그만큼 그녀로서는 자신 포함 사람들로 하여금 이번 새 앨범을 전작과는 다른 지점에 둬야만 했다. 재킷 타이틀의 글자 폰트는 그대로지만 화면은 컬러에서 흑백으로 바뀌었고, 덩달아 소리도 그렇게 바뀐 것처럼 들린다 ? 여전히 저음으로 혹은 팔세토로 울리는 아름다운 콘트랄토 음색인데 노래는 더 절박하고 더 아찔한 휘발성을 띤다. 

부분적으로 이는 프로듀스를 맡은 블랙 키스(The Black Keys)의 멤버 댄 아우어바크(Dan Auerbach)의 영향인지도 모른다. 원래는 전작 때와 같은 구성원들과 일하려고 했지만, 우연히 그녀의 데모를 듣고 접촉하게 된 아우어바크와 가볍게 3일 정도의 일정으로 시작했던 콜라보레이션이 결국은 2주로 길어졌다고 한다. 그렇게 내쉬빌 스튜디오에서 라이브 녹음 위주로 진행된 작업이 [Ultraviolence]의 토대가 되었다. 맨 처음 공개된 싱글 ‘West Coast’도 비록 애절한 코러스가 중화시켜주긴 하지만 어둡고 불길한 도입부는 확실히 변화를 느끼게 하는 지점이다. 뒤에 공개된 ‘Shades Of Cool’과 ‘Brooklyn Baby’에서도 록적인 편곡이 뚜렷하다. 무엇보다도, 전작에서의 힙합 리듬은 거의 사라졌다고 봐야 할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Ultraviolence]를 대놓고 로큰롤 레코드라고 부를 순 없다(만약 그런다 해도 오로지 상대적인 의미로서만 그럴 것이다). 오히려 이 앨범에서야말로 라나 델 레이에 대해 늘 언급되던 ‘시네마틱’ 사운드를 제대로 짚어볼 수 있을 것이다. ‘Shades Of Cool’이나 타이틀곡 ‘Ultraviolence’, 그 외 수록곡 거의 전부에서 록의 옷을 희한하게 껴입은 60년대 필 스펙터(Phil Spector)의 ‘Wall Of Sound’ 향취를 느낄 수 있고, 이는 전성기 데이빗 린치(David Lynch) 감독 영화의 사운드트랙만큼이나 위험하고 퇴폐적이며 초현실적인 감각을 새삼스레 일깨운다. (델 레이는 63년 곡 ‘Blue Velvet’을 리메이크한 적이 있는데 이 곡은 린치 감독의 동명 영화의 테마로도 쓰였고, 실제 그녀 자신도 린치 감독의 팬이라고 한다.)

전작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처연한 사운드들이지만,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 라나 델 레이는 언제나 자신이 신봉하는 것들을 노래 속에 거침없이 들여오는 가수였고, 새 앨범 타이틀을 앤서니 버지스의 소설과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시계 태엽 오렌지(A Clockwork Orange)>에서 가져온 ‘Ultraviolence’로 명명하는 것으로 그 전통을 이어간다. 전작의 ‘Off To The Races’에서 소설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를, ‘Body Electric’에서 시인 월트 휘트먼의 팬임을 고백했던 그녀이므로(실제 그녀는 ‘나보코프 휘트먼’이란 문신도 새기고 있다), 이 단어를 타이틀로 쓴 것 역시 영화 ‘Tropico’에서 소싯적 경도됐던 알렌 긴스버그의 시 <울부짖음(Howl)>을 인용한 것만큼이나 별 이슈가 안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동명의 타이틀곡에서 1962년 걸 그룹 크리스털스(Crystals)의 ‘He Hit Me (It Felt Like A Kiss)’의 가사를 그대로 차용한 것은, 오리지널 버전의 필 스펙터 손길을 연상시키는 사운드 및 초강력 폭력을 뜻하는 제목과 어우러지며 묘한 연쇄반응을 일으킨다. 그녀로선 어디까지나 주인공 커플의 뒤틀린 애정 관계를 표현할 시적인 장치로 쓴 것이겠지만 일부 페미니스트들에게는 분명 불편함을 주는 선정적인 명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마저도 라나 델 레이는 가볍게 일축한다. 가장 최근에 가진 Fader와의 인터뷰에서처럼 페미니즘에 의도적인 거리를 두는 그녀 자신의 언급을 굳이 예로 들지 않더라도, 그녀는 언제나 슬픈 사랑, 뒤틀린 관계에 (다소 피학적으로) 매혹되어 왔다. ‘Ultraviolence’의 폭력적이지만 헤어질 수 없는 관계에서부터 비극적인 짝사랑을 그만둘 수 없는 ‘Shades Of Cool’까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지만 도중에 길을 잃고 만 연인들 ‘West Coast’부터 불륜의 진정한 피해자가 누구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The Other Woman’(앨범의 유일한 커버곡)까지, 그녀의 노래들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늘 멜로드라마와 비극 사이 어디쯤에 있다. (물론 ‘Brooklyn Baby’나 ‘Money Power Glory’, ‘F**ked My Way Up To The Top’처럼 다소 상반되는 곡들도 있기는 하지만.) 

이 모든 곡들의 동인이 1960년대 이전의 미국 문화와 문학과 팝 아이콘들에 대한 맹목적인 애정이라 하더라도, 자칫 외통이 될 수도 있는 그 재료들로 이렇게 우아하고 파괴적인 팝송들을 변함없이 생산할 수 있다는 데에 싱어 송라이터로서의 라나 델 레이의 진정한 저력이 있다. 그녀의 보컬은 훌륭하지만, 그 목소리만이 아니라 그것이 포함된 전체 세계까지 함께 우리에게 설득할/팔 수 있다는 점이 더욱 훌륭한 것이다. 이것으로 그녀에게 더 이상의 자기 증명은 필요 없을 것 같다. [Born To Die]에서 이미 확립된 그녀의 시그니처 사운드를, [Ultraviolence]는 다만 더욱 확장하고 있을 따름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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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가람  SG Wannabe
헐 라나델레이...
9년 전
라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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