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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6일 밤에 집에서 고시원으로 짐을 모두 옮기니 2월 7일이 돼었다. 사실 2월 7일은 우리 고등학교의 졸업식 날이다.

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교실이 아닌 강당 앞에서 이루어진다는 공지를 받았다. 학교에 가서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졸업장을 받았다.

담임 선생님보다 더 담임 선생님 같은 옆 반 선생님께 커피와 편지를 드렸다. 내가 좋아하는 과목인 '수학'선생님이시다. 

편지를 읽어보시고는 고맙다고 수능 한 번 더 다시 도전하는 거냐며 응원하겠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수학 선생님뿐만이 아니였다.

좋아하고 많이 따르던 국어 선생님께도 편지와 커피를 전달해드리곤 했다. 국어를 어려워했어도 국어 선생님만큼은 많이 좋아했기 때문이다.

두 선생님께 연락처를 받았고 열심히 해보겠다고 말씀드리고 인사하고 고시원으로 돌아왔다.


고시원 방구조 자체는 마음에 들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환경이 꽤 괜찮게 갖추어져있다. 

일종의 작은 원룸과도 같기 때문이다. 방마다 와이파이 화장실 냉장고가 준비되어 있기 때문에 환경이 열악하지는 않다.


공부에 집중하기 위해서 고기집이나 택배는 그만두었다. 돈을 많이 주는 건 사실이지만, 공부와 병행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하에 내린 결정이다.

하지만, 일을 전부 그만두면 수입이 없어 생계유지에 지장이 생기니 편의점 일만을 남겨두기로 했다. 금요일 토요일 야간근무였다. 

야간을 선택한 이유는 공부와 병행하기 위함이다. 새벽녘 시간이 되면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지니 자연스레 찾아오는 손님도 많이 없다.

그 시간을 학습하는데 활용하고 싶었다. 그렇게 주말에는 편의점을 봐주면서 일을 하고 평일은 모두 수능공부에 매진하기로 결심했다.


고시원 생활을 한지 하루 이틀이 지나고 생활이 익숙해져 갈 무렵 어머니로부터 문자 메시지가 왔다. 내일이면 누나 생일 날이니 집으로 돌아와서 저녁이라도 먹으라고

말이다. 응답하지 않았다. 나쁜 마음은 없었다. 그냥 재수를 반대하면서 나에게 했던 말들은 내 가슴에 깊은 상처로 새기게 되었고 원망스러운 마음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버렸다. 대답없는 대답의 의미는 거절이라고 믿는 나였기에 침묵으로 일관하는 묵인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거절의 의사로 받아들여질거라

생각하면서 그냥 못 본 체했다. 이제와서 돌이켜보면 많이 후회가 된다. 만약 그 때 알겠다고 답하고 집을 찾아갔다면 그렇게 하지 않음으로 인해서 

내가 겪어야만 했던 어려움과 불행중의 일부를 덜어낼 수 있었을텐데 하고 말이다. 


고시원에서 공부를 하면서 지내는 도중에 부모님으로부터 부재중전화가 왔음을 확인했고 문자도 받았다. 부모님과 평생 인연을 끊고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면

언젠가 연락을 해야 할텐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내게 많은 시간과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나의 분노가 사그라들고 화가 누그러지고 내 마음이 여유가 생긴다면 그때는 꼭 연락을 드리겠다고 다짐했다. 그 때까지 내가 해야 할 일은 정해져있다.

평일에 수능 공부에 매진하면서 주말 밤이 되면 편의점에 가서 야간 업무를 봐주는 것. 그게 나의 전부이다. 

국어 공부를 하면서 문학작품을 접하게 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현대소설이나 고전소설 그 중에서도 애정소설이나 가정소설 따위의 작품을 접하고 글을

읽어가다보면 가슴 한 켠이 뭉클해지기도 하고 울컥하기도 했다. 나에게 주어진 상황과 현실에서는 그럴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일들을 몇 번 경험하다보니 부모님께 연락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찍 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를 낳아주시고 세상을 경험할 수 있게 해주고 몇 년 동안이나 대가 없는 희생을 치러오신 고마운 존재는 부모님 뿐이다. 다른 누구도 해줄 수 없는 역할을

두 분께서 해주신거다. 하지만, 나와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내게 상처가 되는 말들을 아무렇지 않게 서스럼없이 내 뱉은 사람들도 부모님이시다.

이 생각을 할 때면 꼭 내 마음이 씁쓸하다. 나는 부모님을보부터 '양가감정'을 느끼고 있는 거다. 


나는 내가 집을 나와 고시원에서 생활하는 걸 부모님이 먼저 내 손 놓아버린 거라고 치부했다. 쫓아내야된다는 아버지의 말이 화근이였으니 말이다.

부모님이 먼저 내 손 놓아버린 거라고 손 놓더라도 언제까지고 제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경제적으로 무능력한 어린 아이, 학생일때 이야기고

성인이 된 지금의 나는 아니라고, 이런 결정을 고심끝에 내리게 된 건 부모님의 책임이 크다고 여겼다.


고시원에서의 생활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일을 하면서 공부를 한다는 거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였다. 밤을 새는 날이 정해져있으니 바이오 리듬을 망가뜨리는 거다.

돈을 아껴보겠다고 편의점에서 폐기로 나온 햄버거나 샌드위치, 삼각김밥 따위의 것들을 고시원 냉장고에 넣어놓고 공부하다가 피곤하면 꺼내 먹었다.

그 과정에서 배탈이 나기도 했고 공부 조금 하다가 화장실가면 몇 십분씩 변기에 앉아있어야 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내가 원하는 건 이런 게 아니었지만 원하는 목표를 위해서 겪어야 하는 과정이고 내가 선택한 고시원에서의 생활이니 만큼 내 몫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서 2월이 끝나고 3월이 되었고, 하루 이틀 지나더니 금세 3월의 중순까지 되었다.

유난히도 공부에 집중하기 어렵고 최대한 정신차리고 공부에 다시 임해보려고 해도 끝까지 집중이 안되는 날이였다. 그 날따라 어머니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고

그리움이 사무쳤다. 국어 공부를 하면서 '결과적 운'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지금의 내 생활이 그런 도덕적 평가를 받기 쉽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연락도 단절한 상태로 수험생활 끝에 만족할만한 결과를 만들어 낸다면 모를까 그렇지 못하면 나는 불효자식밖에 안되는 건 아닐까 걱정도 많이 했다.

괜히 집중도 안되니 고시원 침대에서 등을 기댄체 콜라를 마시면서 명상을 했다. 어릴 적부터 콜라를 좋아했고 많이 마시지 마라고 어머니께 혼났던 날들도 생각이 나서

괜히 피식 웃음이 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정말 '엄마'라는 사람의 존재가 크게 느껴졌다.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하지만 집어 들었을 뿐이지 전원을 키지도 어떤 어플을 실행시키지도 않고

그저 괜히 만지작 거리기만 했다. 그렇게 몇 분의 시간이 흘렀을까 나는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핸드폰의 전원을 켰다.

연락처 목록에서만 지웠을 뿐이지 머릿속으로는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는 핸드폰 번호를 전화 다이얼 키패드에 입력했고  '발신'버튼을 눌렀다.

몇번의 전화 연결음이 이어지다가 전화가 연결 되었다. 


처음에는 목이메여 부를 수가 없어 손에 쥐고 있던 콜라켄의 나머지 전부를 모두 들이켜 마시고 나서야 말 문을 땔 수 있었다.

그리고 핸드폰을 오른쪽 뺨에 가져다 대고 말했다.

"저에요 엄마."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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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인1
다음편
1년 전
글쓴이
조금 있다가 업로드 할게요 ㅋㅋ
1년 전
익인1
현기증날것같음
1년 전
글쓴이
방금 올렸네요
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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