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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잣말에 대한 제목 검색 결과
뭐야 너ll조회 1880l
이 글은 1년 전 (2022/11/15) 게시물이에요


울산지방법원 2019. 12. 4. 선고 2019고합241 판결 [자살방조미수] 사건 관련 발췌기록 중
https://casenote.kr/%EC%9A%B8%EC%82%B0%EC%A7%80%EB%B0%A9%EB%B2%95%EC%9B%90/2019%EA%B3%A0%ED%95%A9241
(시간이 되면 전문을 읽어보기를 추천)




제프 딕슨은 일찍이 ‘우리 시대의 역설’이라는 시(일부 발췌)에서 “소비는 많아졌지만 더 가난해지고 / 더 많은 물건을 사지만 기쁨은 줄어들었다 / 전문가들은 늘어났지만 문제는 더 많아졌고 / 약은 많아졌지만 건강은 더 나빠졌다 / 너무 분별없이 소비하고 / 너무 적게 웃고 / 너무 빨리 운전하고 / 너무 성급히 화를 낸다 / 가진 것은 몇 배가 되었지만 가치는 더 줄어들었다 / 생활비 버는 법은 배웠지만 / 어떻게 가치 있게 살 것인가는 잊어버렸고 / 인생을 사는 시간은 늘어났지만 / 시간 속에 삶의 의미를 찾는 법은 상실했다 / 달에 갔다 왔지만 / 길을 건너가 이웃을 만나기는 더 힘들어 졌다 / 원자는 쪼갤 수 있지만 편견을 부수지는 못 한다 / 키는 커졌지만 인품은 왜소해지고 / 이익은 더 많이 추구하지만 / 사람과의 관계는 더 나빠졌다”고, 통렬히 지적한 바 있다.


제프 딕슨의 시에 빗대 말하자면, 우리는 어떤 시대보다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지만, 너무 많이 연결되어 있어 너무 많은 단절의 두려움을 느끼고, 세상과의 접촉은 쉬워졌지만, 그로 인해 너무 많은 질병에 전염되고 너무 큰 상처의 위험에 직면해 있다. 어느 시대보다 많은 정보로 넘쳐 나지만, 너무 많은 정보는 타인의 행복을 너무 많이 보게 하고 우리를 타인과 너무 쉽게 비교하게 만든다. 결국 우리는 너무 많이 절망에 빠지고, 너무 많은 소외를 겪는다. 댓글과 좋아요, 구독자 숫자는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타인의 고통에 진지하게 귀 기울이는 단 한명의 진지한 청자(聽者)는 찾아보기 어렵다.


피고인 A는 수사기관과 판결전 조사에서 왜 적극적으로 사회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생명의 전화 같은 곳에 도움을 요청해 봤자 ‘힘내라’는 뻔한 충고가 전부일 것이라 생각되었다”고 진술한 바 있다. 누구도, 심지어 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기관조차, 생의 기로에 선 개인의 불행과 고립감에 진지하고 실효성 있는 관심과 대책을 고민해 주지 않을 것이라는 피고인의 이 인식, 이 사회적 신뢰의 붕괴라는 이 지점이 다른 무엇보다 뼈아프다. A 피고인의 믿음에 따르면, 우리 사회는 철저히 타자의 불행을 개인의 문제로만 국한하고 축소시킨 다음, 외부로 드러나지 않게 밀봉해 온 사회다. 설령 한 개인이 열등하고 못나서 그와 같은 처지에 빠진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를 잘라내고 도태시켜서는 안 된다. 개인의 능력 때문이든, 환경 탓이 든, 그 어떤 이유에서든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빠져 허우적대는 사람을 못 본 척 할 순 없다.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이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생존방식은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몇몇 사람을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우리 주위에 존재한다면, 우리 모두가 그곳으로 빨려 들지 않으리라는 장담 역시 할 수 없다.


공과금 몇 만원이 없어 단전된 싸늘한 월세 방에서, 몇 달치 치 월세가 밀려서, 누군가에게 배신당해서, 사랑하는 이가 죽어서, 억울한 일을 당해서, 아무도 곁에 없어서… 누군가 생을 끝내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 수많은 이가 무수한 이유로 스스로 목 숨을 끊고 있는 이 순간에도, 우리는 그저 관성적으로 하루를 살고 또 하루를 죽는다. 살인과 강간이 끊이지 않고, 매일 서너 명이 직장에서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익명이라는 베일 뒤에 숨어 저주를 퍼붓고, 서로 무시하고, 외면하고, 홀대하고, 핍박하고, 착취하는 이 세상을 두고 차마 아름답고 살만한 곳이라고 말할 자신은 없다. 그럼에도 우리가 이 모진 삶을 계속 이어나가는 이유는 세상이 아름다워서가 아니다. 세상이 부조리하고 엉망진창임에도 우리가 미련스럽게 살아가는 이유는, 그것이 무릇 모든 숨탄 것들의 거부할 수 없는 본능이기 때문이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살고 싶다. 그 절대적이고 원초적인 욕망을 넘어설 수 있는 고통이, 이처럼 자주, 이처럼 도처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서글프다. 생활고로, 우울증으로 세상에서 고립된 채 쓸쓸히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이 도처에 있는 한 우리는 결코 잘 살고 있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현대인에게 있어 자살은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문제이고,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대단히 중대한 사회 문제다. 그 사회경제적 손실을 떠나 우리 주변의 다정한 누군가가 갑작스럽게 증발함으로써 그의 부재 뒤에 남겨진 사람들의 충격과 슬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스스로 생을 마감한 누군가의 가족과 이웃이자 같은 시민으로서 우리의 책임과 역할이 무엇인지 자문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자살을 막으려는 수많은 대책과 구호가 난무한다. 그러나 생을 포기하려 한 이의 깊은 고통을 우리는 제대로 공감조차 하기 어렵다. 이해하기 힘들지만, 밖에서 보기에 별 것 없어 보이는 사소한 이유들이 삶을 포기하게 만들듯, 보잘 것 없는 작은 것들이 또 누군가를 살아있게 만든다. 삶과 죽음은 불가해한 것이다. 어스름한 미명과 노을이 아름다워서, 누군가 내민 손이 고마워서, 모두가 떠나도 끝까지 곁을 지켜준 사람에게 미안해서, 이 험한 세상에서 지금껏 버텨온 자신이 불쌍하고 대견해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는지 모른다. 비록 하찮아 보일지라도 생의 기로에 선 누군가를 살릴 수 있는 최소한의 대책은, 그저 그에게 눈길을 주고 귀 기울여 그의 얘기를 들어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상에 단 한 사람이라도, 자신의 얘기를 들어줄 사람이 있다면, 그러한 믿음을 그에게 심어 줄 수만 있다면, 그는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의 삶 역시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한 개의 이야기인 이상, 진지하게 들어주는 사람이 존재하는 한, 그 이야기는 멈출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이 사람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잔인한 일은, 혼잣말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다.




최근 읽은 글 중 가장 와닿았던 글이라 여시들하고 공유하고 싶어 가져왔어
여시들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지켜낼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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