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 변호인 "조사 전이라 내용 몰라"
버닝썬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빅뱅 승리(29ㆍ본명 이승현)의 추가 횡령 혐의를 포착했다. 특히 경찰은 서울 청담동 클럽 버닝썬에서 나간 자금 중 일부가 대포통장으로 입금된 뒤 승리 측으로 흘러간 정황을 발견했다.
경찰은 버닝썬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던 중 대포통장으로 의심되는 계좌를 발견하고 추가 수사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5명의 대포통장 명의자를 참고인으로 소환했고 “승리 측과 관련이 있는 계좌로 쓰였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2일 수사 당국에 따르면 버닝썬 수사본부는 승리 등 버닝썬 운영진이 탈세보다는 개인적으로 버닝썬 자금을 사용하기 위해 대포통장을 동원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경찰이 잠정 파악한 횡령 금액은 수천만원이다.
승리는 이미 자신이 공동 운영했던 술집 ‘몽키뮤지엄’ 수익금의 일부를 개인적으로 사용한 혐의(업무상 횡령)로 입건된 상태다. 경찰은 몽키뮤지엄 운영사인 유리홀딩스의 현금이 승리 측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보고 있다. 승리는 유인석 전 대표와 함께 유리홀딩스를 창업했다.
경찰은 이 돈의 사용처를 추가로 확인한 뒤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경찰은 이 돈이 2017년 필리핀 팔라완 섬에서 열린 것으로 알려진 승리의 VIP 초청 생일파티에 쓰인 게 아닌지도 의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구체적 사안은 확인해 줄 수 없지만 횡령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판례 검토도 마쳤다”고 밝혔다. 경찰은 현금으로 인출된 유리홀딩스 자금을 추적하던 중 “승리와 유 전 대표 개인 용도로 사용됐다”는 취지의 참고인 진술도 확보한 상태다.
승리는 횡령 혐의에 대해서 수사를 받고 있는지 몰랐다는 입장이다. 승리 측 변호인은 “해당 혐의에 대한 조사를 받아봐야 그 내용을 알고 입장을 밝힐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승리는 성매매 알선, 불법 영상물 촬영 및 유포(성폭력), 횡령 등 3가지 혐의를 받게 됐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경찰ㆍ클럽 간 유착 관계 규명이 지지부진하다는 비판 여론을 전환하기 위해, 경찰이 승리 구속을 목표로 정하고 수사하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이에 대해 수사를 맡고 있는 서울청 광역수사대 관계자는 “수사 중 발견된 의혹을 확인하다가 추가 혐의가 발견된 것일 뿐, 특정인을 표적으로 삼은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이날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버닝썬 사건이 거론됐다. 회의에 출석한 민갑룡 경찰청장은 “현직 경찰관 중에서 수사 대상자가 6명”이라며 “미성년자 출입사건 처리 과정에서 직무유기 혐의로 1명, 경찰청장 비호 의혹 관련 직권남용과 공무상 기밀 누설 등의 혐의로 3명, 성동경찰서 부실수사 관련 직무유기 혐의로 1명, 피의사실 공표 등의 혐의로 1명이 입건됐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클럽과의 유착 의혹으로 입건된 경찰관은 5명이다.
‘경찰총장’으로 불리며 승리 측과 유착 의혹을 받고 있는 윤모(49) 총경에 대한 수사 문제도 거론됐다.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은 경찰이 윤 총경의 업무ㆍ개인용 휴대전화를 각각 하나씩 제출 받은 데 대해 “차명폰을 사용했을 가능성도 있는데 적절한 압수수색 없이 임의제출로만 휴대전화를 받아 관련 증거를 찾아내려 시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선욱ㆍ정진호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