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빈의정석』
[Team B. 헝거게임]
+ 늦은만큼 포인트는 5P...!
+ 그리고 헝거게임의 본격적 게임은 9~10장부터 시작될 듯합니다.
+ 암호닉 관련되서 말씀드리는데요.
이제부터 매번 댓글 다시는 암호닉만 확인할께요.
즉, 댓글에 암호닉 누구다 라고 하시면(혹은 신청) 다음편에 올려드리고요
다음편에 댓글을 달지않으셨을 경우 빼는 쪽으로 결정했습니다.
작가이고, 워낙 댓글에 힐링을 받는 편이다 보니 댓글이 점점 줄어드는 걸 느꼈고 암호닉도 나타나지않아서
글 쓸 의욕이 점점 줄어드는 건 사실입니다. 분량도 초반에 비해 엄청나게 늘렸고요.
콩듀
뿌요
우현동자
뜟
갓빈워더
지나니?
매력넘치는
맘비니
김밥천국
찌푸
기맘빈과김밥
탸당
밤비
bobb_y
분홍양말
뚜비두밥 오뚜기밥
쿠쿠
보리차
손가락 근육
꽁냥꽁냥
또루루
오리
지원아
밍코
반찬
주네야
밥이마시쪙
밷배치
뿌리부터햫기가동동나네
소심이
딸기
나란녀자
내꺼인듯내꺼아닌내꺼같은한빈
* 김진환 김지원 김한빈 구준회 송윤형 김동혁 정찬우, IKON! 데뷔 대박!
참 그리고 이제 Team B가 아닌 IKON인데... 그것때문에 투표좀 할께요.
찬우가 들어온 만큼 찬우도 넣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인데요!
독자님들이 결정해주세요.
"어, 음... 안녕."
" 있잖아, 나 김한빈인데. "
" 너 몰랐지. "
" 멍청아, 이제 좀 알겠냐. "
" 그때 챙겨준 약이 그냥 약이 아니란 것도. "
" ...그니까, 말야. "
" 내가 하고싶은 말은, 어. "
" ... 좋아해. "
" 어느 순간부터, 너한테. "
김한빈의 폭풍과 같은 고백에 나는 벌떡 일어나서 12구역 대기실을 박차고 나갔다.
쾅 하고 열리는 문 뒤로, 나를 부르는 김지원과 김진환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귀담아 듣지않고 오직 생방송 중인 무대로 향하는 입구로 달려갔다.
주변의 관계자들이 뒤늦게 알아채고 나를 저지하며 조금만 참으라고 말로 살살 달랬지만 이미 나는 이성을 잃어버렸다.
화가 났다. 그리고.
피드백 따위 쳐주고 싶지않았다.
무슨 꿍꿍이가 있는거야? 가 아닌, 왜 그런 말을 했는지에 대해서 나는 전혀 그의 사고방식을 이해하지 못했다.
날 챙겨주고 나와 함께 트레이닝을 한 김 한빈. 하지만 왜인지 저런 말을 했을지 동조해주고 싶지않았다.
부들부들 떠는 주먹쥔 손이 아무것도 아닌 것같아 입술을 꽉 깨물고 그들의 토크가 끝날때까지 노려보고 있었다.
좋아한다는 감정을 쉽사리 뱉을 성격이 아닌 것같다. 내가 일주일 동안 생각해보고 탐색해본 김 한빈은 그런 애가 아니다.
아니면 내 앞에서 거짓으로 잔뜩 무장하고 나와 떠든거였나.
강승윤과 수호의 깔깔 넘치는 토크가 끝나고, 관계자들의 안내를 받으며 내려오는 김 한빈을 보자마자 다들 밀치고 그의 앞에 다가섰다.
"개 자식!"
김 한빈의 멱살을 잡고 씩씩대며 그의 얼굴 앞에 내 얼굴을 갖다댔다.
"보자보자 하니까 이게 내가 만만하냐?"
"..."
"지금 나랑 장난쳐? 씨발, 헝거게임이 장난이야? 어?"
"..."
"사랑 놀음하라고 여기 보냈냐고 씨발아!"
관계자들은 벙 찐채로 쳐다보고 있다가, 뒤늦게 정 수정의 차례가 되어 정 수정이 나가자 본격적으로 나와 김한빈을 붙잡았다.
그만하라며 말리는 그들을 보니 더 화가 났다. 구설수에 오르는 것은 가장 내가 싫어하는 것이다.
이거 놓으라고 화를 내며 발버둥쳐도 꽉 붙잡는 관계자들의 힘 때문에 더 악착같이 반항했다.
김 한빈은 뻔뻔하게도 내게 잡혔던 셔츠 깃을 탁탁 털며 그런 나를 아무런 감정없이 쳐다보고있었다.
"... 니가 생각하는 꿍꿍이 없어."
김한빈은 내게 저런 말을 하며 짜증을 돋궜다. 그의 말에 안심이 되긴 커녕, 당장이라도 내일 죽게 생겼는데 저딴 말이 나오나 싶었다.
지금와서 동정표라도 얻을려고? 내가 12구역에 있어봐서 아는데, 동정이 제일 무서운거야. 알아?
너가 생각하는 만큼 캐피톨 새끼들이 움직여줄거같아?
내 목소리가 높게 치닫자 김한빈의 표정은 점점 딱딱해져갔다.
"너 지금 그냥 홧김에 뱉은말이지."
"..."
"그렇다고 해. 빨리."
"..."
"...너."
"뭐만 하면 의심받으니, 원."
김 한빈은 짧막하게 대꾸하며 관계자들로 부터 떨어졌다.
나 또한 반항을 멈추고 본격적으로 그를 노려보았는데, 오히려 김 한빈은 더 짜증을 내며 머리를 털어냈다.
거짓말이라고 단정지을 만큼 내 마음이 쉬워보이냐?
힘을 일부러 내는 듯한 목소리에 흠칫 하고 김 한빈을 노려보던 눈에 힘을 풀었다.
"다 대본있어서 그런거 아냐."
"...야, 너."
"누군 리얼하게 이렇게 말하는데, 그 상대방이 이런 반응이라니."
"..."
"존나 좆같다, 씨발."
김한빈은 아무런 감정없이 중얼거리며 살짝 웃은 채 내 앞을 스쳐지나갔다.
"...야! 김 한빈!"
점점 멀어지는 그와 나의 거리에 멍 하니 그의 뒷모습만 쳐다보고있었다.
순간 아차 싶어서 내가 그를 있는힘껏 부르자, 무심한 눈빛으로 뒤를 돌아본다.
김 한빈의 색다른 표정에 순간 가슴이 덜컥 떨어지는 기분이였지만, 나 자신을 토닥이며 그에게 다가갔다.
가까워질수록 김한빈의 표정이 더 뚜렷해져서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이게 어쩌면 아까 남아있던 감정일 수도 있었다.
"여기서 말해."
"뭘."
"너, 방송에서 말한 게 사실이야...?"
"..."
김한빈은 잠시 아무말이 없었다.
나를 내려다 보는 그의 시선이 어쩐지 따갑게만 느껴져서 눈살을 찌푸리고 다른 곳을 쳐다봤다.
그러자 그는 한숨을 내쉬더니, 관계자들이 우리에게 향하는 시선이 어지간히 짜증난 얼굴로 날 툭툭쳤다.
물론 나도 달가운 시선은 아니였기에 바로 반응했지만.
여기서 무슨 소문이 나면 나와 김 한빈이 어떤 루머로 파묻혀 죽을지 내는 소문이 다르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김진환의 말이 떠올랐다.
매번 김진환이 주는 충고가 뒤늦게 생각나서 문제다.
"... 넌 그게 구라라고 생각해?"
"뭐?"
"...굳이 방송에서 티내고 싶은 내 감정 너라도 이해해라. 워낙 독단적이여서 존나 미안."
김한빈은 잔뜩 꼬인 말투로 말하며 다시 내게 멀어졌다.
정말 얼이 나간 느낌이였다. 뒤통수 치고나서 기절한 느낌, 아무튼 정말 정신적으로 뭔가 얻어맞은기분이였다.
11구역 대기실로 들어가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뒤에 내 어깨를 잡는 누군가가 있었다.
여기서 뭐해.
"우리 차례야, 나가자."
김지원은 내 어깨를 잡고 뒤에서 아무것도 모른 채 해맑게 웃고있었다.
나가야 한다는 그의 말에 얼버무리며 대답했고, 이윽고 보이는 김진환의 모습에 나도모르게 안도를 표현했다.
김진환은 마음에 안든다는 얼굴로 날 보고있었는데, 정말로 띠꺼워서 같이 걸어가면서 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
왜 그렇게 쳐다보냐고. 그러자 김진환은 삐딱한 어투로 대꾸했다.
내가 내 눈깔로 보겠다는데, 뭐.
"참 잘- 하는 짓이다."
"뭘요?"
"그렇게 박차고 나가서 김 한빈 멱살 잡고 짤짤거리면 참 좋아죽겠네, 어?"
"무슨 소리예요, 대체."
"멍청아. 생각 좀 해라. 여긴 보는 눈이 많아. 그렇게 멱살을 잡고싶으면 방송끝나고 따로 만나든가 해."
"..."
"내가 만나게 해줄테니까, 알겠어?"
김진환의 말에 나는 수그러 들었고 곧바로 대답했다.
알겠다고. 그러자 김진환은 눈썹을 잠시 꿈틀거리며 날 끝까지 쳐다보다가 팔짱을 단단히 꼈다.
너는 그 성격이 문제야. 옛이나, 지금이나.
알 수 없는 말들을 중얼거리며 무대로 올려보내는 내내 이상한 말들을 흘려대는 김진환이 거슬렸다.
저기요, 이제 저희 가야되니까 좀 가세요.
그러자 그는 허, 하고 허탈하게 웃으며 더 이상 따라오지 않았다.
무대 위에서 내게 향한 질문들은 온통 '김 한빈' 이였다.
수호와 강승윤의 질문들에 곤란해 하던 통에 김지원이 먼저 선수를 쳤고, 나는 말할 타이밍을 놓쳤고.
온갖 똑같이 이상한 말만 하더니 결국 사고를 쳐버린 김지원 때문에 나는 열받아 그 감정을 무대 위에서 숨겨야했다.
두 손을 꽉 부여잡고 억지로 웃어보이며 빨리 방송이 끝나길 빌었다. 김 한빈에 이어 김 지원이라니, 이 상황이 개같아서.
쌍으로 엿 주기로 약속했나보다. 이제 내려가라는 두 사람의 말에 허겁지겁 무대 밑으로 내려왔다.
김진환 얼굴을 볼 틈도없이 빠르게 12구역 대기실로 독단적이게 걸어갔다. 아무도 신경쓰지않고 혼자서말이다.
"김지원, 너...!"
문을 쾅 닫고 들어오자, 뒤이어 들어오는 김지원의 모습에 그 쪽으로 몸을 완전히틀었다.
이젠 어이가 없어서 말도 안나왔다.
김 한빈이 이어서 믿었던 너가 이런 사고를 쳐? 넌 더군다나 나랑 같은 구역이야, 같은구역!
너 몰라? 나 윤형이랑 사귀잖아. 윤형이랑 나랑 몇 년째 관계 이어져 오는 거 뻔히 알면서 그래?
이렇게까지 상처를 줘야겠어? 너 정말...!
김지원의 얼굴에다 대고 빡빡 뭐라고 우겨대고 소리를 높혀 화를 내니, 오히려 김 지원은 유한 반응을 보였다.
"알아."
"니가 뭘 알아!"
주먹질을 해대자, 어이없게도 김지원은 손쉽게 내 손을 잡았다.
이거 놔, 이거 놓으라고!
그러자 김 지원은 이거 놓으면 때릴거 뻔히 알면서 내가 멍청히 널 놔줘야 겠냐며 속삭였다.
부드럽게 감쌌는데도 옴싹달싹 못하게 만든 내 손이 부끄러워져서 놓으라고 있는힘껏 떨어뜨렸다.
김지원, 너 진짜 최악이다. 어쩌면 그래, 나한테.
목소리까지 떨려왔다. 분명 내 눈빛은 아무말 안해도 복잡하고 상처받았겠지.
그런데 왜 너가 더 상처받은 얼굴이야, 왜?
"..."
"왜 너도 김한빈도 날 못잡아먹어서 안달이야? 진짜 짜증난다고!"
"..."
"김 한빈은 좀있다 만날꺼니까 그때가서 결판낼꺼야. 근데 너는... 너는!"
원망스러웠다.
그래서 예쁘게 틀어올린 머리를 싸매고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헝크러지고 구겨지는 드레스도,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을 신경쓰지않고 꽈악 붙잡은채 몸을 웅크렸다.
윤형아, 윤형아...
눈을 감은채 오로지 떠오르는 형상은 윤형이 밖에 없었다.
볼이 터지도록 웃어주던 너 얼굴이랑, 날 이해한다는 그 유일한 얼굴이랑, 힘든일 있을때마다 귀신같이 알아채고 토닥여준 너가.
송윤형이 너무나... 아니, 윤형이에게 너무 미안하고 아픔만 주는 것 같아서 내 자신이 지독하게 싫었다.
진절머리나게.
"왜 너랑 김한빈은 방송에서 꼭 그런 얘기를 했어야했어?"
"..."
"왜 내 입장은 다 무시해...? 왜?"
"...야."
"진짜 존나 개같다고!!!! 씨발, 진짜... 내가 종대만 아니였어도 내가 왜 여기 있겠어...!"
"...미안하다."
"..."
"내가, 다 미안해."
"..."
"...아무말도 없이... 그렇게 말하고 나와서 미안해."
"..."
"그니까,"
"..."
"울지마, 제발."
김지원을 보는데, 눈 앞이 다 뿌옇게 보였다.
민망하게도 흘러나오는 눈물이 너무 따갑고 뜨거워서 손으로 마구 문질렀다.
김지원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울지말라고 하다가 점점 표정을 굳혔다.
눈물이 쉼없이 흘러나왔다. 아무리 닦아내도 자꾸만 터져나와서 고개를 숙이고 목소리의 떨림을 표해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정말 김지원과 김진환이 보는 앞에서 추하게 울었다.
풀 메이크업을 했음에도 나는 아랑곳하지않고 윤형이와 종대가 생각나서 꺽꺽대며 울었다.
강해보여도 마음이 여린 윤형이가 이걸 보고 뭐라고생각했을까.
이 순간만큼은 김지원이고 김진환이고, 김한빈이고 뭐고 다 꺼져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윤형이가 괜찮다고 다 괜찮아질거라고 안아주던 그 시간이 그리워져서 엉엉 울었다.
내 의견은 다 묵살되고 뭐든 흥미있는것만 찾아내는 방송국이나, 그걸 떠벌리는 김지원이나 김한빈이나.
모두 미웠고 다 사라졌으면 좋겠다.
그게 사실이 아니라, 저는 이미 남자친구가있는 몸이라고. 그 한마디 내뱉고싶은데 막는 김지원이 더 미웠다.
가슴이 쓰라리고 너무 아파와서 결국 컥, 컥 대며 기침을 토하니 김진환과 김지원이 급히 달려왔다.
입가를 틀어막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자 김진환이 욕을 무섭게 찌르며 윽박질렀다.
"야, 야!!"
"괜찮아? 왜 기침하고그래!"
"김 지원, 넌 가만히 있어. 원인제공자는 좀 닥쳐."
그리고 벙 쪄있는 김지원을 뒤로한채 김진환이 내 어깨를 감싸고 내 얼굴을 마주했다.
"괜찮아?"
"컥, 컥, 흐, 흑, 쿨럭,"
"씨발, 진짜 가지가지하네. 존나 아오, 아오!!!!"
김진환은 자신의 머리를 헝크러뜨리며 입가를 막고있던 내 손을 빠르게 떨쳐냈다.
아가야, 내 눈 보자. 아가야, 너 지금 제정신이 아니지.
너 이상태로 가다가는 윤형이고 뭐고 못본단다. 아가야, 그러니까 제발.
"...제발, 눈 좀 맞추자, 하."
눈을 떠보니 배정받았던 방이였다.
내 방. 북쪽으로 향해있는 추운 방.
벌떡 일어나서 방을 나가니, 거실에 앉아있는 김 지원과 김 진환, 그리고 앨리스 리와 김 동혁이 보였다.
김 동혁의 표정이 무섭게도 화가 나있었고 앨리스 리는 안절부절 못하며 김 지원과 김 동혁 사이를 막고있었다.
김 진환은 담배를 물고 앳된 외모와 다르게 기술적인 면모를 선보이며 피워댄 채 구경하고있었다.
"김 지원, 너가 이렇게 생각없이 행동할 줄은 몰랐다."
김동혁이 세게 말을 치고나가며 김 지원을 향해 윽박질렀다.
"최소한 걔 생각을 해야지, 너 사정만 있는게 아냐."
"..."
"걔도 나름 고충이있다고 했잖아. 몇번을 말해야 알아처들어?"
"..."
"김 한빈에 이어서 걔도 지금 멘탈 박살났을거야. 그 와중에 너는 니 마음 중요하다고 입을 싸질렀으니."
김 동혁은 돌직구를 내려꽂았다.
김 진환은 다리를 단단히 꼰채 김지원을 노려보고있었다.
너 마음 이해못하는 거 아냐, 아가야. 김 진환은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입을 엶과 동시에 뿌연 연기가 같이 흘러나왔고, 김 진환의 목소리도 동시에 탁해졌다.
"몇 년동안 지켜본 순정남, 그래. 그건 인정할께."
"..."
"근데 지금뭐하자는거지? 그 아이가 나온 이유는 너와 함께 죽기위해서 나온게 아니야."
"알아요."
"안다는 새끼가 그래? 너가 아직 덜 쳐맞은 거 같은데 말야."
앨리스 리와 눈을 마주쳤다.
앨리스 리는 호들갑을 떨며 일어났냐고 내게 다가왔고, 나는 은근슬쩍 눈을 피하며 대충 얼버무렸다.
동시에 돌아가는 세 남자의 눈동자에 김지원을 먼저 쳐다봤다.
"...일어났네."
희미한웃음을 지으며 말을 건네는 김 지원의 모습에 나는 대꾸하지 않고 바로 김진환을 쳐다봤다.
"일어났냐."
"네."
"몸은 좀 어때, 너 아까 기절했어."
바로바로 들어오는 그의 질문에 대답을 하며 마지막 말에는 고개만 끄덕였다.
김 동혁은 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김 지원은 날 쳐다보다가 고개를 떨구는 것이 보였다.
너도 욕을 먹을만큼 먹어겠거니 싶었지만 아직까지 너무나 배신감이 느껴져서 굳이 쳐다볼 필요를 느끼지못했다.
시계를 보니 9시. 7시에 생방 시작이라고 했으니 1시간가량은 토크에만 임했었고, 여기에 온 것은 대략 8시 30분 이후일 듯했다.
한참동안 시계만 쳐다보며 눈동자를 굴리고 있었다.
김 진환은 담배꽁초를 툭툭 털고 지져끄더니 내게 다시 물어왔다.
"아가야."
"네."
"시계에 뭐 발라놨냐, 왜이렇게 쳐다봐."
"아... 그냥."
"김한빈, 만날래?"
돌직구로, 아니 핵직구로 물어본 그의 질문에 조금 더듬거리기는 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만나야했고, 방송에서 말한 의도를 듣고싶었다.
김진환의 주도에 한 쪽 구석진 테라스로 이끌려왔다.
만나겠다고 했지만 뒤늦게 밀려오는 씁쓸함과 분노가 뒤섞여서 지금 아무것도 생각하기가 싫었다.
김 한빈이 나타나면 뭘 말해야할까.
김지원 처럼 화를 내야할까, 때려야할까.
김 한빈을 데리고 오겠다며 사라진 김진환의 뒷모습이 보이지않은지 약 5분.
서성거리다가 캐피톨의 마지막 밤을 감상하며 비교적 낮은 턱에 엉덩이를 들이밀었다.
어둡지도 않고 밝지도않는 딱 저녁같은 분위기,그러나 시간은 밤인 캐피톨의 시간은 너무나 이상하다.
이 곳의 건물은 대체 몇 개일까 싶어서 하나 둘씩 세고있는데, 김진환의 목소리가 점차 크게 들려와서 뒤를 돌아봤다.
이상한 말 지껄이면 11구역이라고해도 바로 죽여버린다.
선명하게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에 턱에서 내려왔다. 김진환과 김한빈이 동시에 나타났다.
"..."
"니들끼리 알아서해라. 존나 복잡해서, 원."
김한빈은 나와 눈을 어긋나게 맞추다가 고개를 돌렸다.
나 또한 그를 쳐다볼 힘조차 없어서 고개를 떨구고 마른입술만 축이고 있었다.
김진환은 무신경하게 나와 김한빈을 테라스에 던져두고 자신은 사라지겠다며 빠른걸음으로 다시 어디론가 가버렸다.
정적이 흐르는 테라스, 그리고 시끄러운 캐피톨.
빵빵거리는 소음과 북적거리는 사람들의 소리가 우리 주변을 감싸안았다.
"..."
"..."
서로 침묵만 지키고있었다.
보다못한 내가 입을 먼저 열었다.
"김, 한빈."
"..."
"솔직하게 대답해줘."
김 한빈은 내 말에 옮겼던 시선을 내게 꽂았다.
"방송에서 그렇게 말한이유 말야."
"..."
"듣고싶어, 너가 말한 이유."
내 말이 끝나도 김한빈은 요지부동으로 날 뚫어져라 쳐다봤다.
부담? 그런거 안 느껴진다. 오로지 나는 김한빈의 대답을 듣고싶었다.
무리를 해서라도 그의 의도를 알고싶었다.
무척이나. 날 기절초풍하게 만든 김한빈의 기세를 느끼고싶었다.
김한빈은 하염없이 날 노려보다가 끝내입을 열었다.
"너는, 말이지."
"..."
"사람 감정을 존나 우습게 아는 거 같아."
내가 말하고자 하는건 말야, 긴 말 필요없어.
난 내가하고싶은 말이 내가 하려던 말의 반이라는 것만 알아둬.
사람이 진심을 다해서 남들에게 내가 표출해내는게 너가 보기에는 고까워보이냐?
나 나름대로 숨기려고했는데 안돼는걸 어떡하라고.
이젠 나도 모르겠다 싶어서 해답좀 물어볼려고 내 자신한테 묻는거와 동시에 사람들한테 도움을 요청한거야.
"김지원? 난 걔 상관안해, 내가 더 중요하니까."
"..."
"여자라는 생물체에 대해서 캐피톨 오기전까지는 개같이 혐오했는데."
"..."
"유일하게 너가 날 바꿔놨어."
"..."
"널, 너를 말이야. 아무한테도 함부로 마음 안주던 김 한빈이."
최초로 공개한거야.
널, 좋아한다고.
김 한빈의 말이 끝나자 나는 다리에 힘이 풀려버렸다.
진심, 이라는 말에 먼저 선빵을 먹었고.
김한빈을 바꿔놨다는 말에 두번째로 얻어맞았으며.
함부로 이태껏 마음을 주지않았다던 그의 말에 세번째로 K.O 패를 당해버렸다.
왜, 왜 굳이 나야.
그 말을 하는 잠깐 순간에도 목소리가 떨려와서 억울하고 속상했다.
왜 날 좋아해, 난 아무것도 안했어.
너랑 트레이닝하고 같이 잠깐 다녀잖아, 그 순간에도 너는 가능한거야?
내 어디가 그렇게 마음에 들었던거야.
난, 난 말이지. 나는, 12구역에...
"방송에서는 말 못했는데, 너한테는 말할께."
김한빈은 마른세수를 하고 반쯤 낮아진 목소리로 한숨을 푹푹 쉬어댔다.
난 이기적인 애야. 너가 느꼈다 싶이, 내가 말하고 싶은건 말하고 다녀.
그래야 내 직성이 풀리거든, 남 신경? 그런거 몰라.
내가 하고자 하는것만 몰두하는 병신이니까.
혼란스러운 거 이해해. 김지원한테도 폭격맞고 나한테도 후려침을 당했으니까.
하지만, 그거 하나만 알아둬라.
"난 캐피톨오고 널 만나고 나서 헝거게임에서 이겨야하는 이유가 생겼어."
"..."
"그것도 너야, 지겹지."
"김 한빈, 너..."
"이길거야, 이겨서 보란듯이 너 다시 살려낼꺼야."
무리수를 둬서라도 널 살려낼꺼야.
아니다, 같이죽든가 하지 뭐.
같이 살아돌아가는 건 불가능 하지않을까.
사진 출처는 텀블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