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am B. 헝거게임]
* 김한빈의정석 *
안녕하세요, 작가입니다.
많이 늦었네요.
제가 늦은 이유는,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저는 학생입니다. 그리고 공부에 집중을 해야하는 나이입니다.
그러므로 일주일에 3~4번 자유연재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너무 죄송합니다.
일주일에 1~2번으로 줄였는데, 대신에 양은 더 늘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독자분들 오래기다리게 해드려서 너무 죄송스럽고, 앞으로 더 좋은 글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분량이 많음으로 암호닉은 생략하겠습니다.
항상 마음속에 여러분 암호닉은 다 기억해두고있으까 걱정하지마세요!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거야!!!"
스폰서들에게 일종의 '어필'을 하는 과정을 김지원에게 설명을 들었는지, 내게 불같이 화내는 앨리스 리였다.
여자는 교양이 있어야 한다며, 너가 한 행동들은 모두 스폰서들의 감정이 악화되게 만들꺼라며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김지원은 후회없는 하나의 '무대'인 것 같았다고 눈치없이 옆에서 김동혁한테 떠들고 있었지만.
앨리스 리의 잔소리에도 나는 꿈쩍하지 않았다. 동요되지 않고, 오히려 독기만 잔뜩 덮혀지고 있는 듯했다.
스폰서들이 너에 대해서 뭐라고 생각하겠어, 예의도없는 아이라고 생각할 것 같다구. 난 너에게 기대했는데...
그녀의 말을 듣자하니 머쓱해졌다. 입가도 뭔가 메말라 오는 느낌이고. 앨리스 리에게 욕을 잔뜩 먹을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래도 제일 상상 못한 거는,
"너무 화내지마."
"그렇지만, 이건 예의에 어긋났어!!"
"저기, 나라도 그랬을 거 같은데."
김진환이 술병을 흔들면서 다가왔다. 그에 앨리스 리는 그의 말에 바락바락 소리를 질렀고, 김진환은 표정을 단번에 찌푸렸다.
나라도 그랬을 거 같다고. 김진환은 그녀처럼 뭐라고 막말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분좋은 웃음까지 띄우며 잘했다고 칭찬하기까지했다.
스폰서들 새끼는 콧대가 너무높아. 한번쯤은 꺾어줘야지, 안그러냐.
김진환의 무뚝뚝해도 약간의 위로가 덤으로 쌓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앨리스 리는 한숨을 쉬며 얼굴을 감쌌다.
내가 못살아, 김진환이랑 같이 있더니 머리도 어떻게 된거아니니?
김동혁은 김지원의 일종의 영웅담을 다 들었는지 어깨를 으쓱해보이며 내게 가까이 왔다.
"에, 나라도 그렇게 했을거야."
"김동혁!!"
"여기 캐피톨새끼들은 너무 재수없어, 정말이야."
내가 여기서 고작 2년이란 시간 동안 있어봤지만 이 지역만큼 악질이고 짜증나는 곳은 없는거같아.
김동혁은 침을 타악 뱉으며 동의를 표했다. 김동혁까지 내 편을 들어주자 앨리스 리의 입은 조용히 다물어졌다.
김진환은 축배를 들자며 주변에 있던 빈 잔에 아무렇게나 부어댔다. 김지원과 내 잔에 부어줄때는 넘쳐서 탈이였다.
건배! 라고 외치는 그의 목소리가 경쾌했다. 김동혁과 앨리스 리는 군말없이 한 방에 비웠고, 나와 김지원은 그저 잔만 쳐다보고있었다.
"김진환."
"어, 이 새끼들 안마시고 뻐팅기냐."
"우리 2시간 뒤면 출전이예요, 마실 수가 없어요."
김지원, 김진환, 그리고 내가 차례로 말을 했다. 김동혁은 나와 김지원의 말에 입가를 쓸더니, 조용히 내 잔을 가져갔다.
날 힐끔 힐끔 쳐다보며 잔을 비워내는 김동혁의 얼굴이 살짝 붉어스푸레 졌다. 창백한 그의 낯빛에 홍조가 확산되어갔다.
캐피톨에서 가장 유명한 술인데 안 마실꺼냐? 김진환은 내가 아닌 김지원을 향해 말했다.
가까이 있던 김동혁의 입가에서 콜콜한 향, 그리고 달콤한 향이 함께 퍼져나왔다. 입을 오물조물거리며 침을 삼키는 모양이였다.
김지원은 김진환의 말에 약간 당황한 얼굴이였으나 이내 다시 그에게 잔을 돌려주었고, 김진환의 악의없는 욕에 실실 웃었다.
"찌질한 새끼들!"
"김진환 취했다, 취했어."
"담배에 술에... 저래놓고 외모는 나보다 젊어보이는 지 몰라."
김지원과 앨리스 리는 어깨를 으쓱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2시간, 넉넉히 잡자면 2시간이다. 고작해봤자 2시간은 커녕 1시간 40분도 남지않는 이 시간에 김진환은 비틀거리며 화면을 켰다.
들고있던 술잔은 위태롭게 흔들거렸고, 안의 빠알간 액체가 매혹스럽게 진동했다.
김동혁은 나를 지나쳐 김진환이 들고있던 술잔을 거둬가 대신 홀짝이며 마셨다.
체리 향이 나는 것 같기도하면서 사탕을 곁에서 향을 맡는듯한 넉넉한 술 냄새.
김동혁은 이제서야 조금 비틀거렸다. 내가 바로 앞에서 있어서 망정이지, 아니였다면 바로 고꾸라졌을 것이다.
김동혁은 내 등에 자신의 가슴팍을 기댔다. 나보다 훨씬 큰 그의 키에 그는 안정적이게 바치고있었고, 나는 비틀거렸다.
입가에서 나는 술냄새가 내 귀에 색색- 하고 숨소리와 함께 겹쳐 훑어내려갔다.
골격차이가 나는 터라 끙끙거리며 그를 조심스레 잡고있었다. 투닥거리는 김지원과 김진환은 화면을 가르켰다.
[지금부터 스폰서들의 평가 점수 및 평가란을 공개하겠습니다.]
딱딱한 안내문이 흘러나오고 웅장한 음악과 함께 나오는 얼굴들, 그리고 옆에 뜨는 점수들.
김동혁을 옆에 눕혀두고 나는 그의 옆에 조심스럽게 앉았다. 앨리스 리와 김지원은 몸을 일으키는 둥 마는 둥 하며 화면만 응시했다.
김진환은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얼굴이였다. 하지만 고개를 빠르게 흔들더니, 몽롱한 눈빛에 힘을 조금씩 주는 듯했다.
1구역, 오세훈. 기계적인 여자의 목소리가 들리자 바로 옆에 뜨는 숫자, 7.
저거 12점이 만점이다. 옆에서 웅얼거리는 김동혁의 목소리에 바로 그쪽으로 고개를 틀었다.
"..."
"괜찮아? 아파보여."
"괜찮아... 너 옷 갈아입혀야되고..."
"하지만, 너 얼굴이,"
"...마지막으로 보는 사람이 나야...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내가 마지막으로 널 보낸다고..."
마른세수를 하며 어지러움을 토해내더니, 탁해진 눈빛으로 화면을 향해 젖혔던 고개를 꺾는 김동혁이였다.
김동혁을 안쓰럽게 쳐다봤다. 나와 같은 나이지만 나보다 여기서 오래살았고, 더 많이 아는 그인 만큼 이런 문물에도 빠르게 접해서.
입 속에 싸하고 씁쓸한 감각이 어렴풋이 맴돌았다. 동혁아, 괜찮은거 맞지? 내 말에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술빨을 원래 못받아, 그래도 토하거나 지랄은 안하니까 걱정하지말고. 화면 봐.
그의 말에 안심이 되는 것 같기도했다. 하지만 찜찜함을 뒤로 한채 뻣뻣히 억지로 고개를 돌려 화면을 쳐다봤다.
[6구역, 전정국. 7점.]
[6구역, 박초롱. 9점.]
[7구역, 이홍빈. 8점.]
[7구역, 초아. 8점]
잔뜩 굳은 얼굴로 정면을 쳐다보는 6구역과 7구역 대표자들의 얼굴에는 아무것도 의미되있지 않았다.
앨리스 리는 팔짱을 낀 채 진지하게 쳐다보고있었다. 이윽고 8구역의 대표자들이 호명되었고, 차례로 9구역과 10구역이 지나갔다.
[8구역, 남태현. 7점]
[8구역, 최진리. 6점]
[9구역, 차학연. 10점.]
[9구역, 현아. 7점.]
"미친, 차학연 점수봐."
김지원은 욕짓거리를 내뱉으며 화면을 손가락질 했다. 이태껏 나온 점수 중 가장 높은데? 10점이면 얼마나 잘했다는 거야.
김진환은 술병을 여전히 들고 있었다. 화면을 쳐다보고있었는데, 그는 묵묵히 고개를 쳐들며 김지원에게 대꾸했다.
조심해라, 저 새끼들 눈에 보이는 거 있으면 다 족족히 죽이는 것 같다.
골골거리는 소리가 가끔 들려왔지만 그래도 차츰 정신을 차리는 것 같아서 대충 필터링해 각인했다.
[10구역, 김성규. 8점.]
[10구역, 경리. 9점.]
[11구역, 김한빈. 8점.]
[11구역, 정수정. 8점.]
김한빈의 이름이 나오자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였다. 입을 꽉 다물고 두 손을 꼬옥 붙잡고있었다.
김한빈, 저거 발악하다가 저 점수 맞았더라. 방송에서 그렇게 엄포를 늘어놓더니 결국은 저런 점수 맞다니, 참 나.
김진환은 어이없는 얼굴로 손가락질을 하며 11구역을 가르켰다. 무슨 총을 그리 사납게 쏴대는지 원.
다섯 발 쏘고 겨우 맞췄다! 일부러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스폰서들이 꽤나 후한 점수를 줬군.
5년 전에 출전했던 당신도 그러지않았어? 앨리스 리의 삐딱한 목소리에 김진환은 더욱 크게 목소리를 높혔다.
"그 새끼는 그 새끼고, 나는 나얏!"
"어우, 시끄러워! 좀 조용히 하자구!"
앨리스 리의 말에 곧바로 김지원의 점수가 떴다.
[12구역, 김지원.]
김지원의 자세가 돌변했다. 자신의 이름이 뜨자마자 고쳐앉는 자세.
[8점.]
"오, 김지원."
김진환은 의외라는 투의 목소리였다. 김지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뒤로 기댔다.
얼굴은 만족스럽지 않은 얼굴이였다.
"열심히 난도질 했는데 8점이야?"
불만스러워했다, 굉장히. 그에 김진환은 낄낄 웃으며 잔뜩 비웃었고, 그에 김지원은 씩씩거리며 김진환을 대고 허공에 발차기를 해댔다.
아 웃지마요!!!! 김지원의 말에 김진환은 오히려 더 웃음을 터뜨렸고, 이윽고 공개되는 내 이름과 12구역이라는 글자가 떴다.
김동혁을 곁눈질로 보니, 어느새 말짱해진 얼굴로 소파에 몸을 푸욱 기댄 채 화면을 보고있었다.
김지원과 김진환의 애같은 싸움에도 뚫고 지나오는 기계의 목소리에 모두 일동 정지된건 사실.
[11점.]
"..."
"..."
"ㅅ,십일...점?"
그리고 곧이어 빠르게 1시간 뒤 모이라는 말로 꺼져버린 화면.
일동 정지 된 채 날 쳐다보고 있었고, 김진환은 술병을 떨어뜨려 빠알간 액체가 그대로 양탄자를 적시게 냅뒀다.
빠르게 반응한 것은 앨리스 리였다. 앨리스 리는 '오, 하느님! 맙소사!'를 외치며 내 손을 덥썩 잡았다.
우리 지역이 가장 최고의 점수를 받다니! 이런 세상에! 정말 잘했다, 얘야! 아까는 미안하구나.
김진환은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날 쳐다보다가 빠르게 술병을 줍고 가까이 다가왔다.
"아가야..."
"정말 잘했다, 정말이야."
김진환은 하이파이브- 라며 자신의 손을 들어올렸고 나는 어색하게 입꼬리를 올려 그와 손을 맞췄다.
11점이라니, 예상도 못한 점수였어. 난 너가 잘할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김진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김지원이 치고들어왔다.
잘했다, 정말로. 김지원의 목소리는 여전했다. 내 옆에 털썩 앉더니 기대에 찬 눈빛으로 날 쳐다봤다.
그럼, 나 지켜주는거지? 깝죽거림에 그의 등판을 세게 한번 치자 아픔을 호소하며 오바를 떨어댔다.
야, 니가 날 지켜줘야지!! 뭐든 쎈 애가 지켜주면 장땡아냐? 존나 아파!!!
보라색 비니를 구기며 짜증을 내는 그의 목소리를 마다하지않고, 내 손을 슬그머니 잡는 느낌에 김동혁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해낼 줄 알았어, 잘했어."
"고마워, 동혁아."
"착하다, 정말로."
김동혁은 내 머리를 살짝 쓰다듬었다. 모두의 축하 속에 나는 그저 웃고만 있었다.
뭐라고 반응을 해야할지 몰라서 나는 더욱 웃었다. 앨리스 리의 방방뜨는 목소리, 김진환의 진심이 담긴 하이파이브.
김지원의 기분좋은 깐족거림과 김동혁의 따뜻한 손.
헝거게임, 나가기싫다.
"손."
무기가 내 손을 요구했다. 나는 꿈쩍도안하고 오히려 내 손만 빤히 쳐다보고 있자, 거세게 잡아채 갔다.
게임장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 모두들 서로를 바라보도록 하는 원형 구조로 설계되있는 좌석들.
중앙에는 그 동안 헝거게임의 규칙들과 다시한번 발표된 점수가 좌르륵 뜨고있었고, 이어 김지원이 좌석에 앉자 모두들 다 온 셈이였다.
무기는 내 손을 잡아채갔고 끝이 뭉툭한 기계를 내 팔목에 망설임없이 쑤셔넣었다. 푹 하고 들어가는 느낌에 인상을 찌푸렸다.
쑤셔넣은 지점에 빨간 빛이 들어왔다. 위치추적장치. 짧막하게 말을 해주며 무기는 김지원 쪽으로 걸어갔다.
손을 쥐었다폈다를 반복하며 스폰서들에게 선보였던 내 망작을 다시 되새겼다.
목표물 하나 맞추지못해서 열빡치네, 족구하시네를 속으로 삭히며 주위를 둘러봐도 보이지않는 까마득함.
그리고 주변의 비웃음에 나는 뭔가 자극을받은듯, 스폰서들 사이에 가장 중앙에서 떠들고있던 남자의 잔을 맞췄다.
끈적일만했었는데도 미동도하지않고 날 오롯이 쳐다보던 그들에게 여유있는 미소를 짓고 퇴장하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렸다.
산산조각 난 유리잔에 어필을 강하게 한 건 사실이다. 앨리스리가 그렇게 화를 낸걸 보면 스폰서들 사이에서 입에 오르락내리락했나보다.
내 오른쪽에는 김한빈이, 왼쪽에는 김지원이 있었다. 김지원은 주위를 둘러보며 조그맣게 감탄사를 연발해대고 있었다.
이질감이 들었다. 팔뚝에 박힌 위치추적도 그랬고, 어딘가모르게 들뜬 이 분위기도 이질감이 들었다.
1구역 대표자들은 서로 심오하게 이야기를 하며 곁눈질로 이 곳을 훑었다. 2구역 대표자들도 간간히 말을 섞었다.
3구역과 4구역 대표자들은 서로 자신이 잘났다는 듯이 소리높혀 아웅다웅 해대고 있었다.
김한빈은 지루한 목소리로 의미없는 중얼거림을 하고있었다.
"졸라 시끄럽네, 진짜..."
김한빈의 말에 모두들 조용해졌다.
찬물을 끼얹은 마냥 싸늘해진 분위기의 장본인인 김한빈은 남몰라라 하는 얼굴로 턱을 괘고있었다.
조용해진 분위기에 김지원도 마음놓고 눈구경을 하지 못했다. 슬금슬금 눈치를 보던 그는 단단히 채워진 벨트를 툭툭치며 장난을 치고있었다.
심지어 1구역 대표자들도, 2구역 대표자들도 입을 꾹 다물고 김한빈만 쳐다보고 있었다.
뭘 야려, 씨발. 김한빈의 거친 언행에 1구역의 오세훈이 목소리를 높혀 지적했다.
"야, 너."
"뭐."
"11구역인 주제에 8점 맞아서 꼴깝떠나본데, 조용히해라."
"그럼, 너는 1구역인데도 7점나와서 좋겄수다?"
김한빈의 비아냥에 여기저기서 들리는 킥킥거리는 비웃음. 그러자 오세훈의 얼굴이 수치스러움으로 달아올랐다.
"야!!!! 11구역, 이 새꺄!!!!!!!!!"
"소리지르면 다냐, 씨발."
"씨발놈아!!!! 우리지역보다 못사는 주제에 존나 나대, 병신같은새끼가!!!!!"
하하하!!!! 김한빈은 오세훈의 말에 박수를 쳐가며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같은 구역인 정수정은 김한빈을 툭, 치며 자제하라는 말에도 불구하고 김한빈은 꿋꿋히 크게 웃었다.
1구역이라서 자랑하는거냐? 개웃기네, 진짜!
어차피 죽을 운명 여기서 다 나대고가자 이거냐? 하여튼 1구역새끼들 허세심한건 알아줘야돼, 정말!
보다못했는지, 같은 구역의 배주현이 이를 악물며 쨍알거리는 목소리로 화를 냈다. 지금 발악하는거냐?
"1구역 공주님이신가? 네네, 알겠습니다~"
"11구역, 요즘눈에 들어오는게 없나보지?"
"너희들보다 길바닥에서 구른 인생이라 이런거에 능통하거든. 곱디고우신 분들은 모르면 좀 조용히하세요."
김한빈은 끝까지 대꾸하며 조롱했다. 그에 1구역은 쌍으로 엿을 먹은채 입을 닫았고, 수치심에 분을 삭혀댔다.
모두들 나설 생각을 하지않았다. 김한빈의 입은 자잘한 웃음을 담은채 깊은 눈길로 모두들 훑어보았고, 정수정은 그만하라며 핍박을 주었다.
이 때 아니면 언제해보겠냐, 면상떼기들 다 모이는건 이번이 처음아냐?
그건 그래도... 정수정, 너는 너무 소심해. 이번일로 한번에 화악 터뜨려봐라.
김한빈의 장난같은 충고에 정수정은 마음에들지않는 눈초리로 김한빈을 쳐다보다가 끝내 고개를 돌렸다.
위잉 거리는 커다란 기계소리에, 잠시뒤 떠오를터이니 안전벨트가 꽉 조이지않는지를 확인여부차에 안내방송으로 흘러나왔다.
다들 제각기 만져대면서 안전점검을 했고, 나는 점검을 하다가 아무도 눈길을 주지않는 틈에 우연적으로 김한빈과 눈을 마주쳤다.
"..."
나 또한 아무말도 하지않고 그에게 아무런 감정을 담지않는 눈길만 주고 바로 고개를돌렸다.
김한빈은 어, 하고 입을 떼는 순간 안내방송에서 이륙하겠다는 말이 흘러나왔고 곧바로 반듯한 정자세를 모두들 취하자 떠오르는 느낌이들었다.
옆에있던 김지원은 비행기가 이런 기분일까- 라며 철없는 소리를 해댔다.
중앙에서 여전히 보여주는 헝거게임의 규칙과 이번 스폰서들의 점수 및 캐피톨의 풍경들이 비춰주고있었다.
여러분, 힘을내요! 라며 승윤과 수호의 응원이 나타났다. 수호는 밝은 금발에서 짙은 갈색으로 염색을 한 상태였다.
"이요르, 어제 그 MC들이 우리 응원한다."
보라색비니를 여전히 뒤집어 쓴채 김지원이 중앙을 가르키며 미소를 지었다.
그의 손을 따라가니 정말 승윤과 수호가 큼지막한 하드보드지에 급하게 쓴것을 티내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12구역!!! 나는 당신들의 패션에 놀랐고, 오늘 점수에 또 한번 놀랬습니다!!!
레이디!!! 꼭 이기시길 바랄께요!!! 그리고 김지원군, 패션 다시봤으면 좋겠습니다! 화이팅!
"정말이네."
"응, 대단하지않냐. 김동혁이 자랑스럽다."
"자랑스러운건 우리겠지. 그나저나 김지원,"
"쟤네가 커플이야?"
박초롱의 말에 잠시 웅성거리던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그녀의 목소리에 모두들 나와 김지원을 향해 시선을 내리꽂았다.
눈을 끔뻑이며 차학연의 눈빛을 받아내고있는데, 이혜리가 비아냥거리는 목소리로 대꾸했다.
그런가봐~ 쟤네 방송에서도 유명하지않나? 그렇게 스포트라이트를 받더니 정말인가보네, 난 거짓말인줄 알았어~
이혜리의 높은 목소리, 그리고 웃음에 박초롱과 현아가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조온나 잘어울린다! 하여튼, 12구역. 가지가지한다니까! 꾸질꾸질한 것들끼리 잘노네, 잘놀아!
그리고 우하하 하고 웃음 터뜨리는 김성규. 육성재도 웃음을 참으며 나와 김지원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뭐야, 어쩌라는거야."
"..."
김지원의 말에 육성재는 손가락질을 하며 말을 쏘아붙였다.
난 니네가 연극하는 줄 알았어. 12구역의, 그것도 헝거게임의 커플이라니! 아주 좋아죽지못할 텐데 어쩌냐?
어차피 너희 둘다 죽겠지만! 크크크! 김남준과 김종인은 거기서 웃음을 터뜨렸다.
12구역 수준이 저렇다니, 쯧쯧.
전정국이 노답. 이라고 한 마디를 툭 뱉으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게다가 여자애는 자원했대. 야, 너. 너도 자원했냐? 정말 웃겨죽겠어, 푸하하!
"뭐래, 저 병신들이."
김지원의 말에 전정국은 뭐야?! 라고 버럭 소리를 질러댔다.
김지원의 아이같은 발언이 나올까봐 언제든지 피드백을 쳐야겠다는 마음에 입술만 물어뜯고있었다.
"병신이라고, 내 말도 못알아 쳐듣네. 정말 여러모로 귀찮은 것들이."
"이 새끼가, 지금 뚫린 입이라고 막말하는거야?"
"먼저 시작한건 니 년놈들이야. 난 그거에 정당한 대응을 한 거고, 기브앤테이크 모르냐."
"기브앤테이크고 뭐고, 우리가 뭐 틀린말했냐?"
육성재의 반발에 김지원은 표정을 미묘하게 지으며 또박또박 말했다.
"덜 떨어진 것들."
"지금 못 움직인다고 막말하는거야? 어?!"
"우리 지역에 노숙자들 보다 더 하찮을까 싶어. 니새끼들이랑 입싸움하는건 힘 낭비야, 좆같은 새끼들."
김지원의 말에 김남준과 김종인은 벌써부터 웃음을 거두고 주의깊게 나와 김지원을 번갈아 쳐다보고있었다.
"입만 살아서 좋겠다, 야. 니네 죽어도 입은 살것 같은데."
"보자보자 하니까, 이게."
"그리고 나랑 얘랑 사귀던 뭘하던 니네가 뭔상관이야. 니네는 이런것도 없는거 같은데, 찐따놈들이."
"야!!! 이새끼야!!!!"
"진짜로 원래 봐주고있는거 몰라?"
잠자코 입다물고 있던 김한빈이 치고들어오자, 김지원과 나는 눈이 휘둥그레져 김한빈을 쳐다보았다.
김한빈은 마음에 안든다는 표정을 대놓고 드러내고있었고, 김지원과 나를 턱짓으로 가르키며 말을 이었다.
저 여자애, 이번 우리 24명중에서 가장 최고점수 나왔어. 11점. 너네가 만만히 다룰상대가 아니야.
그리고 그 전에 알아둬야 될꺼 같은데, 김지원이랑 쟤가 방송에서 사귄다는 말 진짜로 믿어?
"저 놈은 또 왜 끼어들고 지랄이야!"
"알아듣게 설명을 해보던가, 씨바!"
전정국과 김성규의 불평에도 김한빈은 꿋꿋하게 제 할말을 하고있었다.
"쟤랑 김지원이 사귄다는거, 난 안믿어."
"..."
"내가, 내가 좋아하거든. 그 전에 아무도 못가로채, 죽여버릴꺼야."
이번 수트는 좀 적당한 소재였어.
김동혁의 말에 넋놓고 있던 내 정신이 다시 돌아왔다.
나도모르게 아까 비행 속에 있었던 일들을 생각하고 있었다.
아, 어. 대충 대답하는 내 말에 김동혁은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요리조리 돌리며 나와 눈을 맞췄다.
"무슨 일있어? 왜이리 넋을 놔, 얘가."
"으응, 아냐. 이제 시작이여서 그런가봐."
"...쩝, 그런가."
하긴, 헝거게임 시작하고나서 정신 제대로 들은사람 못봤으니까. 김동혁은 혼잣말을 중얼중얼거리며 팔짱을 꼈다.
괜찮겠어? 기권 못하지만... 자신이 할 수 있다면 몰래 빼오고싶다고 우스갯소리를 여러번 해댔다.
괜찮아. 어차피 내가 자원한거라서 못하면 내가 다 창피해. 그에 김동혁은 예쁘게 웃으며 어깨를 토닥여줬다.
못 본사이에 많이 컸구나, 정말로.
김동혁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머리를 조심스럽게 만져주었다.
한쪽 벽면에 부착되있는 지저분한 거울에 내 모습을 비춰보았다.
실버블레스, 어깨박이를 달아준 어깨는 은은한 반짝임을 보이며 문양을 뽐내고 있었다.
한동안 감춰두었던 어깨박이가 이렇게 빛을 발해서 왠지 얼굴은 당당해질 것만 같았다.
김동혁은 꽤나 고대유품을 쓴다며 장난을 걸어왔고, 나는 알맞은 대꾸를 하며 수트를 이리저리 비춰보았다.
검은색으로 도배되있지만 곳곳에 묻어나오는 화이트 색감들이 12구역임을 보여주고있었다.
죽지마.
김동혁은 나른한 얼굴로 내 얼굴을 손으로 감쌌다.
나보다 키가 큰 김동혁은 나를 내려다보았고, 나는 그를 올려다 본 격이 되어 빤히 시선을 교환했다.
캐피톨에 진출하고나서 12구역이라는 타이틀을 버리고싶었어. 매번 차별받는 대우, 더럽다는 눈빛, 그리고 인정하기싫어하는 사람들.
그런데도 내가 참아왔던 이유는 너랑 김진환, 김지원을 만나기 위해서였어.
김동혁은 길고 잘 뻗은 손가락으로 내 볼을 조심조심 만지작거리며 얼굴을 미세하게 찡그렸다.
"아플지도몰라."
"응."
"나머지 구역놈들이 널 죽이려고 들거야."
"...알아."
"김지원을 먼저 죽이고, 널 미끼삼을거야."
"응, 알아. 동혁아."
"다시... 못만날지도 몰라."
김동혁은 그 말을 마치자마자 나를 끌어안았다.
머리를 쓰다듬어주었고, 나 또한 그를 같이 껴안았다.
달달한 술 냄새가 아직도 고여있는 그의 입이 얼굴 전체를 감싸도는 듯해서 내 얼굴이 화끈거렸다.
못 만나면 어쩌지, 동혁아.
투정섞인 말투로 말하려고했는데, 나도모르게 목소리가 떨려왔다.
김동혁은 잠자코 있더니 다시 머리를 여러번 쓰다듬으며 쉬, 쉬 목소리를 속삭이는 어투로 달랬다.
우리 이제 겨우 만났는데, 5년동안 떨어져있었잖아. 동혁아, 나... 이제 가야되는구나.
동혁이는 나를 잠시 떨어뜨리더니, 곧바로 이마에 짧은 키스를 남겼다.
얄쌍한 눈이 올곧게 접히며 옅은 웃음을 짓는 그의 얼굴이 왠지모르게 아파보여서, 나는 고개를 떨구고말았다.
날 달래줄 사람이 윤형이밖에 없었어. 너랑, 윤형이랑 같이 지내던 시간이 너무... 너무 그리워.
윤형이는 잘 지내지?
응, 잘 지내. 지금 종대 봐주고있어. 동혁아, 내가 돌아오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면...
"그런 소리...하지말자."
"..."
"..."
"김동혁."
"생각하기 싫어, 진짜 일어날 것 같아서."
"..."
[30초.]
기계음이 30초를 알려주자, 나는 김동혁에게서 떨어졌다.
"동혁아, 있지. 내가 죽으면."
"..."
"윤형이한테... 가줄래."
그리고 나는 튜브 형식으로 된, 투명한 엘레베이터로 몸을 옮겼다.
20초, 라고 급박하게 몰아붙이는 목소리에 심장이 점점 뛰었고, 멀어져가는 김동혁의 모습에 가슴이 쑤셔대는 듯했다.
가까이 다가가자 문이 저절로 열렸다. 몸을 싣자, 다시 단단히 봉쇄되버린 엘레베이터.
동혁이가 점점 다가왔다. 서로 단단한 벽을 가까이 대고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목소리. 목소리가 들리지않았다. 동혁이는 못알아듣는 내 얼굴을 보고 침착하게 입모양으로 말을 했다.
'이, 겨.'
'내, 가, 스, 폰, 서, 구, 할, 때, 까, 지.'
'버, 텨, 줘, 제, 발.'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올라가는 느낌이 들었다.
김동혁의 얼굴이 점점 멀어져갔고, 그의 얼굴이 점점 보이지않았다.
마지막으로 봤던 그의 반짝이던 눈이 이젠, 보이지않았다.
버텨달라던 그의 마지막 말. 어쩌면, 내평생의마지막이 될수도 있는 그의 말.
나와 김동혁, 그리고 윤형이의 소박한 추억이 부서질것만 같아서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정말 시작이다.
물러설 곳도, 이젠 도망칠 수도없다.
사진출처는 텀블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