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오게되네요 독자분들 너무 예쁘시고 보고싶어서 ^0^!
이럼 안돼는데...으...으으으...ㅠ,ㅠ...!
다시한번말씀드릴께요ㅠㅠ 암호닉을 신청해주시면 특별요소 + 이 곳에서 나오지않는 부분들 까지 모조리 추가(번외) + 수위(선택여부)가 추가될 예정입니다!
밑에 댓글에 수위선택을 해주세요.
그리고 암호닉분들에게 텍파를 전달해드립니다! 사적인 말인것 같지만, 헝거게임의 스토리는 다 짜논 상태입니다.
본막은 총 19~20장 까지 구성되며 결막까지 연재하면 공식적인 연재는 끝나게 됩니다.
이후 차기작으로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작품, 혹은 아이콘의 하숙집이나 차기작준비를 하지않을 예정입니다.
이태껏 달려온 헝거게임에 대한 질문은 매일 받습니다 :) 작가는 여러분들의 댓글을 하나하나 보고 있고, 힘을 얻고있습니당ㅎㅎ
* 이태껏 암호닉(6화~11화) *
지나니
찌푸
뿌리부터햫기가동동나네
보리차
파랑짹짹이
콩듀
밤비
닭다리
기맘빈과김밥
주네야
후은
bobb_y
분홍양말
쿠쿠
구릴라
지원아
비니비니한비니
뜟
꽁냥꽁냥
뿌요
손가락근육
우현동자
조으디
갓빈워더
슬리데린
매력넘치는
김밥천국
됴아
한빈이랑여주이겨라
맘비니
내꺼인듯내꺼아닌내꺼같은한빈
뚜기두밥 오뚜기밥
너에게로가는걸음
으우뜨
밥이마시쪙
탸당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흘깃 눈을 훔쳐 뒤를 조심스럽게 곁눈질했다.
풀을 헤쳐가며 주위를 두리번 거리는 듯, 그는 사방에 소리를 치며 누구냐고 잔뜩 울리도록 목청을 높였다.
김지원은 아니다. 김지원은 저 목소리보다 약간 낮고, 당장이라도 쫓아와서 얼굴을 확인할 만한 성격이다.
김한빈? 김한빈은 김지원보다 더 이성적이다. 무언가를 확인하며 마음을 떠보거나, 속임수를 쓰고 확인하겠지.
지금까지 남아있는 구역들을 세어보면 7구역을 빼고는 각자 두어명씩 살아있다.
이홍빈의 충격이 무의식적으로 충격이 컸던걸까, 무언가에 의지하려는 마음이 피어오르려고 했다.
입술을 깨물고 조용히 숨을 죽였다. 남자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풀썩, 하는 소리를 냈다.
의지하려는 것은 약해져 가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어쩔수없는 상황, 그리고 여기서 도망갈 수도 없고.
몸이나 정신이나 위태로워져 가는데 저 남자의 시선을 뺏기에는 이미 늦었다.
낯선 새들이 또다시 푸드득, 하고 날갯짓을 하며 하늘 높이 날아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남자는 찰캉찰캉 거리는 소리를 냈다.
한 동작이라도 움직이면 저 남자에게 들킬 것만 같아서 콧잔등에 김이 묻힐때까지 짧고 약하게 숨을 골랐다.
지금상황이 극단적이라면 총을 써야할까, 짧은 날의 칼을 써야 할까.
"... 경계 하고있구나."
그 남자가 다시 말을 걸어왔다.
순간 숨이 컥, 하고 막혀서 기침을 뱉을 뻔했으나 가까스로 입을 틀어막았다.
흐읍, 컥, 하고 최대한 목구멍으로 소리를 죽이며 남자의 말에 귀기울였다.
남자는 한숨과 섞인 웃음을 지어내곤 잠시 아무말이 없었다.
간간히 빨리 끝내고싶다는 투정이 들렸고, 나는 그의 목소리를 주의깊게 들으며 가방끈을 꽈악 붙잡았다.
죽으면 많이 아프겠지.
의문이 드는 말을 하고서 그 남자는 다시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냈다.
언제부터 이렇게 약해졌는지 모르겠다... 이런 말하는 것도 이젠 지겹다고.
설움 혹은 넋두리를 늘어놓는 남자의 미스테리한 말을 들으며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저 목소리의 남자가 누군지.
"안그래, 12구역?"
"...ㅁ, 뭐, 뭐야!!!!!"
남자가, 아니 오세훈이 내 머리 위에서 바로 중얼거리며 한심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소스라치게 놀라며 소리를 빽 지르자 오세훈은 어이없다는 웃음을 짓더니 빠르게 지우고서 큰 키로 날 내려다봤다.
동공이랑 눈이 엄청 커졌다며 의미없는 감탄사를 찍찍 내뱉는 동안 나는 일어날 생각조차 들지않았다.
너, 너, ㅁ, 뭐야? ㄴ...너! 나, 난줄 알고있, 있었어? 뭐, 뭐냐고!!!!
기가막혀, 정말. 이거 떨어뜨리고 가면 퍽이나 모르겠다.
비아냥거리는 어조로 오세훈은 날 향해 무언갈 던졌고, 내 무릎위에 가벼운 소리를 내며 떨어진.
...손수건. J.W이라는 이니셜이 박힌 하얀 손수건은 못본사이 무참히 더러워져 있었다. 짓눌린 흔적들과 얼룩들로 가득차있었다.
멍 하게 손수건을 응시하고있자, 오세훈은 너무 틈을 많이 보인다며 짜증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나보다 점수 높은데 영 눈치는 꽝이란 말이지... 오세훈은 진심으로 황당하고 인정하기 싫은 표정이였다.
올해의 헝거게임 유망주가 너라고 멘토가 그랬어. 자신이 아니라는 게 자존심이 상한 어투로 그는 그렇게 입을 열었다.
우리 구역이 아니라, 19년만에 나온 12구역의 유망주라고 나한테 얼마나 압박을 줬는지 알아?
너가 11점만 맞지않았어도 나는 널 열등감에 사로잡혀서 죽일 틈을 노리고 있을 멍청한 시간따위 안보냈다고.
시합 시작 몇 시간 전에 결과발표 후, 급하게 언제 뒤를 칠지 계산하고 있었는데 김남준 그 새끼가 타이밍을 이상하게 끊어놔서...
오세훈은 머리를 흐트러놓으며 눈썹을 찡그렸다.
허연 피부에 드리워진 피곤함과 스트레스에 나는 침을 꿀꺽 삼키고 그를 올려다봤다.
아니, 그 피곤함과 스트레스가 아니라... 뿌옇게 다시 안개가 껴버린 게임장에서 음영이란 아무것도 남지않는다.
저것은 소리를 잡아먹은 걸까, 오세훈?
나는 계속해서 눈길을 주시하며 천천히 손을 주머니속으로 넣었다. 최대한 눈치채지 못하도록 일부러 입을 멍청하게 벌렸다.
너까짓게, 없었다면 내가 이러지도 않을텐데...!
그는 자신이 던진 손수건을 힐끔 쳐다보고 목소리를 떨며 말을 계속 토해냈다.
오세훈은 씩씩거리며 한 손에 쥔 칼을 꽈악 붙잡았다.
널먼저 죽인다면 김지원과 김한빈 죽일때 참 볼만 하겠다, 안그래?
1구역과 12구역은 매번 모든 것이 다르고, 받는 대우도 다른 주제에 너같은게 기어들어와서...!
"너는, 이제 가라."
"..."
"내가 왜 이딴 말을 하면서 널 편안히 죽여야 되는지 모르겠지만..."
"..."
"넌 그냥 미끼였을 뿐이라고, 너의 눈물어린 희생이 헛되이 되지않도록 ㄴ,"
탕- 하고 누군가 눈치채지도 못하게 빠르게 방아쇠를 잡아당겼다.
한 발은 아깝게 희생되버렸으나 원샷원킬. 저 새끼가 뭐라고 하던지간에 내 귀는 자동필터링이 되서 개소리라고 치부해버렸다.
마음에 굳이 담아도 되지않을 분노섞인 목소리와 말은 제정신이 아닌상태에서 지껄이는 것이라고 나는 알고있었다.
오세훈, 금속 탄피 하나는 내 발 밑에 떨어졌고 조그맣한 총이나 커다란 소리를 내며 숲속을 울렸다.
배주현까지 잃어버렸으니 자신과 같은 구역의 사람은 아무도 없는걸. 동정심이 생기고 자랐다.
재빠른 총 잡음과, 목표물이라고 조용히 눈여긴 것을 눈앞에서 쏴버렸다. 총은 이제 어느덧 감각이 생겼는지 그립감은 예전보다 높았다.
12구역에서 쓰던 총만큼은 아니지만 목표물을 향한 총알은 곧게 뚫고 피를 분출시켰지만.
"정신없는 새끼."
"..."
"너나 정신차려, 띨빡아."
나는 그를 향해 욕짓거리를 내뱉고 그 대신 힘을 얻었다.
남탓할 때가 아냐, 오세훈. 나는 오세훈에게 도리어 짜증을 내며 안전장치를 다시 걸었다.
오세훈은 내 총놀림에 눈을 크게 떴으나 할말을 잃은듯했다.
그는 잠시동안 무언가 싶었고 자신의 얼굴 옆으로 지나간 총알의 향연에 어안이 벙벙한 얼굴이였다.
뭐 한, 그가 다시 입을 열려고 하자 시간 맞게도 그의 어깨에 소나기처럼 후두둑 떨어지는 핏방울들에 오세훈은 넋이 나간얼굴로 자신 쪽으로 올려다봤다.
"ㅇ, 이게..."
"오세훈, 너나 퍽이나 모르겠다."
오세훈의 얼굴과어깨를 잔뜩 적신 핏내음과 검붉은 꿈틀거렸던 액체들이 보기좋게 번졌다.
하얀 얼굴 사이로 흐르는 핏강 줄기가 그의 입술사이로 타고들어갔고, 곧이어 오세훈은 정신을 차린듯 급하게 손바닥으로 피를 닦아냈다.
이게, 이게뭐야!!!! 오세훈의 절규에 핏덩이의 주인이였던 괴생명체는 이상한 소리를 내며 떨어져나간지 오래였다.
미친듯한 동공으로 자신의 가방을 집어던지더니, 물을 꺼내서 빠르게 자신의 손바닥과 얼굴에 뿌려댔다.
동물이라면 동물이라고 치부할 수 있는 생명체의 습격에 우리 둘다 당황한 건 사실이다.
빠르게 눈을 깜빡이고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검은색 그림자가 드리워지지 않은 숲속, 아니 어쩌면 캐피톨 관리자들의 농락에 빠져버린 증거였다.
"진정해, 야."
"진정하게 생겼어? 난 몰랐다고, 정말 몰랐어!!"
"내가 죽였어. 소란피우지마, 누가 또 있을지 몰라. 제발 닥쳐."
어쩌면 계집애들보다 더 시끄럽냐, 현기증 나게.
선천적으로 과묵한 나는 쫑알대는 듯한 그의 목소리에 이마를 짚으며 오세훈의 절규를 다시한번 듣고나서야 그의 뺨을 철썩철썩 때렸다.
잔뜩 말라버린 두 볼에 내 손자국이 적나라하게 드러났고, 그제서야 놓았던 정신줄을 겨우 붙잡은 그였다.
말을 여러차례 더듬고서 오세훈은 그가 잠시동안 미친 것을 깨달은듯 얼굴을 붉혔다.
안개때문이였어. 내 말에 그는 흠칫 놀라더니 물기로 젖어버린 머리카락을 천천히 쓸어넘겼다.
그래서 음영이 지지않았던 거고, 나라도 몰랐을거야. 소리없이 내려와서 두 눈을 키고 널 보면서 입맛을 다시는게 조온나 더러워서-
나는 그 말까지만하고 입을 닫았다.
오세훈은 수치심인지 부끄러움인지 얼굴을 여전히 붉히고 있었다.
"야, 너."
나는 그런 오세훈을 노려보며 그를 불렀다.
그는 어느샌가 내 눈을 피하고 바닥을 비스듬히 응시하고있었다.
"나 지금 중앙지 갈껀데."
"..."
"너도 갈래? 아니,"
"..."
"가자. 이번 일은 그냥 못본척 해드릴께."
오세훈은 내 말에 약간 주저하더니, 총구를 들어올려 한번 철컹 흔들자 그제서야 못미더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중앙지 가서 뭐할려고? 그의 물음에 나는 못들은 척 하며 먼저 발걸음을 옮겼다.
안개가 걷힐 때까지는 해를 볼 수 없으니 누군가의 덮침에도 신경을 써야한다는 사실에 조금 귀찮았다.
뒤늦게 야, 야! 거리며 쫓아오는 소리에 나는 걷던 속력을 조금낮췄고 그제서야 약간 떨어진 거리를 두고 풀을 헤치며 걸어나갔다.
1구역 남자, 12구역 여자와 일시적인 동행성립.
"무슨 일인가?"
"중(中)대장, 모른 척 하지 마십시오!"
텅 빈 통로에서 소리높히는 남자를 향해 중대장은 눈살을 찌푸렸다.
지금 나한테 화를 낸 것인가? 중대장의 묵직한 어조에 남자는 억지로 화를 누르는 티를 잔뜩 냈다.
지금 공평하게 해야하는 것 모릅니까? 저 아이가 있는 구역에만 안개를 띄워 위협을 가하는 비겁한 짓을!
가장 유망주라고 불리는 1구역 여자아이가 당했네, 알고있는가?
그의 말을 싹둑 자른 중대장의 말에 남자는 잠시 입을 닫았다. 중대장은 남자를 한번 지긋이 쳐다봤다.
배주현은 캐피톨을 책임지는 상층부의 자녀일세. 그럴수록 우리는 1구역을 위해 모든것을 갖춰왔지.
조금 변수가 있었던것은... 오세훈군이였는데. 오세훈이 12구역과 함께 있을줄은 몰랐다네.
"하지만, 중(中)대장. 이건 사실과 다릅니다. 경기장 전체가 아닌 그 아이를 둘러싼 채 안개를 주입한 것은 비겁합니다!"
"..."
"그 아이는..."
남자는 멈칫하고서 언성을 높혔던 것에 약간 이성을 잃었던 것을 사과했다. 중(中)대장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마저 말해보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 아이는, 이번 일에 직접적으로 뽑힌 것은 아닙니다. 소중한 자신의 가족을 지키기위해 자발적 지원을 한 아이입니다.
중대장이 알고있을 지는 몰라도 저 아이는 주변 사람들을 조금씩 도와주고 있습니다. 손승완 일도 그렇습니다.
잠깐, 2구역 김기범 군은 이홍빈 군에게 살해를 당했던가? 이번 2구역 질이 안좋군 그래.
중대장, 말 돌리지마십시오!
"김진환!"
"..."
"자네가 12구역에 깊은 애정을 갖고있는건 알고있다네. 더군다나 자네는 12구역의 멘토잖는가."
헝거게임에 나는 특별한 애정을 갖고있는건 자네도 알고있을터.
마지막 누가 살아남는지는 나도 모른다네. 동정심을 유발하게 한 것이 목적이라면 자네는 이미 성공했어.
19년만에 12구역에서 우승자의 낌새가 보인다는 건 나도 눈치는 챘다네. 너무 언성 높이지 말고 잠자코 지켜보게나.
"또, 또 그런 일을 벌이실지 모르는데 가만히 있으라는 겁니까?"
"..."
"전 헝거게임 우승자인 저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실 수 있으십니까?"
"..."
"멘토이기 전에 우승자였습니다. 중(中)대장, 그걸 잊으신 것 같군요."
김진환, 너무 앞서나갔어. 지금 자네는 잠깐 식힐 필요가 있는 것 같다만.
중대장은 순식간에 얼굴을 바꾸며 김진환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김진환은 그럴줄 알았다는 듯이 눈꼬리를 올려 중대장을 노려봤다. 하지만 높임말과 예의는 지키고 있었다.
언제터질지 모르지만, 언젠가 컴플레인을 넣을겁니다. 공정하게 하십시오.
김진환은 이를 악물고 사납게 말을 건넸다. 중대장은 그의 목소리를 듣고 골치아픈 표정을 지었다.
"...그래그래, 자네가 원하는 건 대체 무엇인가. 응?"
"..."
"저 여자아이의 우승인가, 아니면 1구역의 죽음인가. 혹은..."
"..."
"모두의 몰살, 인가."
사탕을 주며 어린아이 달래듯이 말하는 그의 태도에 오히려 김진환의 빈정을 더 상하게 만들었다.
중대장, 정말 여러모로 실망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저는 우승 후로 5년이 지났고, 그 날의 핏냄새를 잊을 수 없는 또 하나의 피해자였습니다.
그걸 아시면서도 또 다시 한편 몰아주기를 진행하시려는 모습이 눈에 띄어서 저는 상당히 기분나쁩니다.
김진환은 그 날을 되새기며 주먹을 쥐었다. 힘이 잔뜩 들어갔다.
모두의 몰살이라면, 우승자없이 다 죽이겠다는 포부신지요. 김진환은 정중하게 물어왔고, 중대장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몰살 따위 바라지않습니다.
저는... 공정하게 해주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진환의 조금 수그러진 태도에 중대장은 김진환을 한심하게 바라보았다.
정에 약한 사람이다. 캐피톨 사람들은 경계를 하다가도 상대가 약한모습을 보이면 정부터 붙이는 사람이 대다수이다.
그렇지않는 사람들도 많지만. 김진환은 고개를 꾸벅 숙이며 입술을 깨물었다.
중대장은 김진환을 다시 일으켜세우며 한참동안 아무말도 하지않았다.
그런 것은 눈치안나게 행동하게나.
중대장의 의미심장한 말에 김진환은 또다시 허를 찔린 기분을 느꼈다.
김동혁의 얼굴이 떠올랐다.
김동혁 뿐이라는 그의 말은 약간의 안심과, 약간의 자부심과, 약간의 두려움을 한꺼번에 일으켰다.
잃을까봐. 그것보다 자신도 그렇게 될까봐.
"중대장."
김진환은 무뚝뚝하게 다시 입을 열었다.
"대통령님은, 중대장께 많은 기대를 하고 계십니다."
"..."
"그건 저보다 중대장님이 더 알거라고 믿습니다."
"...크흠,"
한번쯤은 다른 길로 빠지셔도 괜찮지 않을까요, 감질맛나게.
무슨 의미인가?
저런 악구렁이는 순진한 얼굴을 하고 다시 물어온다. 역겹다는 기분을 느끼며 김진환은 적당히 거리를 유지한채 대답을 끌었다.
아니요, 아무것도. 가끔은 변수를 두고 헝거게임을 진행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 변수가 우승자라면. 참, 이번 12구역에는 진짜 연인사이도 있던데. 모두의 이목을 다시한번 끌어보는것도 좋겠군요.
당신의 그 토나올 정도로 짜증나게 받고싶어하는 관심집중을 위하여. 진환은 속으로 분을 삭히며 중얼거렸다.
중대장의 눈썹이 치켜올라갔다.
"..."
"..."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오세훈과 나는 한참동안 길을 걸었다. 서로 저기를 가보자, 아니다 라고 아웅다웅 거리며 싸우기도 했으나 안개가 걷힘으로써 시야가 확보되었다.
해가 비추고 숲속을 들뜨게 만들자 오세훈은 그 나이 감성을 느끼는듯 뒷모습부터 기분좋음을 드러냈다.
1구역에서 하도 훈련받아서 저런거 잘 못느끼고 자란건가. 워낙 산지에 살던 나는 그저 익숙할 뿐이였다.
아니, 가끔 차오르는 달과 그 초이상적인 풍경들에만 눈길이 갔던 것이다.
경기장이라고는 하지만 착각할정도로 리얼한 이곳에서 13명의 생존자들이 있다는 사실은 여전히 실감나지않았다.
어지러움은 여전했기에 조금씩 오세훈에게 뒤쳐지고 있었다.
아까 총 쏠때 말끔해 지곤 했는데 점차 중앙지에 다가갈 수록 무언의 소리가 다시 귀에 맴돌았다.
총 쏘는거 잘했어. 이제 사람만 죽이면 되겠네?
꺄르륵 웃고있는 한 편은 다시 말을 걸어왔다.
아니다, 너 사람 죽였지. 등짝을 쏠 생각은 어떻게 한거야? 정말 머리좋네.
환청인걸 알면서도 나는 한 걸음 디딜때마다 불쾌함이 솟구쳤다.
어느덧 멀리 떨어진 탓에 오세훈을 부르려고 했으나 그 전에 다리의 힘이 풀려서 털썩 주저앉았다.
쉬고싶다. 가장 먼저 머리를 지배한 생각이였다.
핏덩이를 뒤집어쓴 오세훈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난생처음보는 생물체, 그리고 튀어오르는 위협감.
문득 김지원과 김한빈이 생각났다. 정말 이상하게도 이 둘을 생각하면 머릿속 잡음과 잡것들이 사라지는 것이다.
이기자는 김지원의 목소리도, 약 잘좀 바르고다니라는 김한빈의 목소리도 환청따위는 가볍게 이겨냈다.
보고싶구나.
걱정되서, 나도모르게 이러고있었구나.
'우리가 캐피톨에 태어났다면 저런것은 그냥 일상이였겠지.'
게임 시작 전날밤 김지원이 말한 한 마디.
"...야, 야."
"ㅇ, 어?"
"왜 갑자기 이러냐?"
내 눈앞에 자신의 손을 빙빙 휘젓던 오세훈은 미심쩍은 얼굴로 쳐다보다가 애꿎은 침만 퉤 하고 뱉어냈다.
내가 찍어놓은 핀셋들이 여기저기 보이는 거 보니까, 점점 가까워지는 것 같아.
오세훈은 어딘가를 향해 눈길을 주다가 주저앉은 내 앞에 털썩 앉았다.
아직도 멍해있는 나를 한심한 얼굴로 쳐다보더니 아오, 짜증나!!!!!! 라고 자신의 감정을 대놓고 드러냈다.
니가 날 구해주지만 않았어도 내가 이러지는 않았을텐데. 오세훈은 중얼거리며 불만스럽게 팔짱을 꼈다.
"좀 짜증나긴 한데, 너가 듣고싶어 하는 얘기 뭔지 난 알아."
"...어?"
"김한빈 본 건 어떻게 알아서, 씨발."
잠깐만.
...뭐라고?
"...너, 그게 무슨 소리야?"
"니가 들은 그대로야. 게임시작하자마자 김한빈이랑 같이 튀었거든."
난 아무말없이 오세훈을 쳐다봤다. 오세훈은 꼿꼿이 허리를 세우고 단단히 팔짱을 다시 꼈다.
이야기 길어질거 같은데 좀만 쉬는 겸 하자. 그는 자진납세하며 차가운 바닥에 엉덩이를 들이밀었다.
나는 가방을 끌어안고 오세훈을 마주보았다. 어느정도 거리를 둔채 말이다.
혹시모르는 사태에 대비해 안전장치는 풀고 조용히 다리 밑에 갖다뒀다. 오세훈 또한 힐끔 위를 바라보고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몇 시간 전 피범벅이 된 자신을 생각하기도 끔찍하다는 얼굴로.
"...후, 아무튼. 김남준 그 새끼가 그렇게 자폭하고나서 후에 20초 가량 더 줬잖아."
"어."
"게임시작하자마자 나는 칼이랑 가방 가지고 전정국 죽인다음에 숲속으로 들어갔거든."
"..."
보이는 사람이 전정국이여서 그냥 찔러봤는데 픽 하고 죽어서 재미는 없었지만.
오세훈은 키득거리며 즐겁게 웃었다.
"무튼, 달려가는데 옆에 누가 같이 달리더라."
"..."
"고개를 틀어보니까 김한빈이더라고. 그 새끼는 멀쩡한 얼굴로 날 힐끔보더니 아무말없이 나랑 같이 뛰었어."
혹시나해서 경로를 틀었는데 쫓아오길래 내가 대놓고 물어봤지.
왜 따라오냐고, 나 죽일거면 그냥 정정당당히 싸우자고 바락바락 소리를 질렀어.
그런데 김한빈이 막 웃더라? 미친 애처럼. 그러다가 겨우 웃음멈추더니 얼굴을 굳히고 둘만 들리게 말하더라고.
널 죽일 생각은 이미 일찍부터 접었다고.
왜냐고 물어봤더니, 어깨만 으쓱하고는 대답을 회피하길래 위협까지 가했음에도 입만 꾹 다물길래 흥미가 식었어.
그래서 명치한번 차고 내 갈길 갈려고 뒤돌았거든.
"근데 그새끼 너 좋아하지않아?"
오세훈은 뜬금없이 내게 물어왔다.
"..."
"대답안하는 거 보니까 진짠가보네, 김한빈."
김한빈이 날 불러세우길래 뭐냐고 물었더니 어색하게 웃고는 뭘 건네더라.
보니까 자기 비상식량이였어. 눈빛으로 이게 뭐냐고 물으니까 술술 대답하길래 눈치보다가 뺏었지.
뭐라고했는데?
오세훈은 그런나를 한참동안 쳐다보다가 자신의 가방을 뒤적이더니 두툼한 봉지를 하나 꺼내서 내게 보여주었다.
잔뜩 구겨졌지만 터진 곳하나 없는 단단히 밀봉된 비상식량. 나는 대답안하는 오세훈을 툭 치고 눈썹을 치켜올렸다.
오세훈은 그제서야 착잡했는지 흠- 하고 한숨 비스무리한 날숨을 뱉었다.
"이거 주면서 딜 했어."
"..."
"근데 널 보니까 막상 화부터 존나 빡치는거야."
"뭐?"
"그래서 나도모르게 주체못하고 널 해치려고했는데, 너가 총쏘는 바람에 생각났었어."
널 죽이지 말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