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봐봐요 이거는 여러분 어 날개 날개 치킨인데 순살을 좋아한다 봐봐여 처음에 딱 (와작 옴뇸뇸) 젓가락으로 해야지 (꼼지락 젓가락 개봉 뚜둗) 이케, 이게 뫄앍크 스타일~ 순살 아, 순살을 원한다 그러면 날개 딱 이렇게 뼈 잠깐, 그 머리만 떼고 양쪽 (옴뇸뇸) 머리만 딱 빼고 뼈 (또독) 뼈만 제거 (또똑) 순살 베이비 예~~ 흫, 어어.. 어오~ 너무 맛있다! 잠깐만, 죄송해용‥
달링 생일 기념으로 실시간 스트리밍을 하는 중이에요. 제일 좋아하는 수박이랑 치킨 한가득 쌓아놓고 먹방 중인데 댓글들에 전부 하트랑 눈물밖에 없네요. 그밖에 귀여워 생일 축하해 많이 먹어 등등 옛날에는 열심히 댓글 달고 그랬는데 저 친분이 생겼잖아요. 후후후후후 깔깔깔!! 이제는 카톡으로 그냥 오늘 영상 뭐 봤는데 어떻더라 어땠다. 직접 말하는 사이가 되었다고요. 내가 바로 그 `지인`이라는 것이 됨! 눈물 난다. 정말.. 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못할 게 없다니까요? 몇 개월 전 미국에서 평범하게 유튜브나 보고 앉았던 제가 이렇게 되리라곤 상상이나 했겠어요? (솔직히 약간 함)
‥그리구 여러분. 여러분 오늘 저녁에 영상 하나 올라오니까 놓치지 마요- 그것도 재밌게 봐주세요. 소소한 저의 하루지만... 좋아요 마구마구!
스트리밍을 종료하기 전에 마크가 업로드 공지 하나를 했습니다. 소소한 저의 하루라고 말하는 걸 보니 오늘의 마크가 올라오나 봐요!
그리고 다시 쑥스럽다는 듯이 미소 짓는데 화면 가득 말간 얼굴이 담겨 있으니까 입이 다물어지질 않네요. 너무 귀여웡. 가랑이 사이에 꽂아둔(^^)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던 달링이 아까와는 또 다른 말랑한 미소를 지으며 토독토독 두들기는데 내심 제가 보낸 메시지를 보는 것이기를 바랐어요. 만약에 진짜면 `마크 생일 축하해! 모자 너무 귀엽고 잘 어울린다.`라는 별거 아닌 제 문자 보고 저렇게 웃으며 답장했다는 거잖아요. 하...이 집 넓으니까 벽 하나쯤은 뚫어도...
내가 맞겠지, 아니야 김치전 부치지 마, 혹시 내 거보고 있는 거면 어떡해, 설레발 놉. 두 자아가 충돌하고 있는 가운데 제 핸드폰이 절 불렀습니다.
"미친."
-누나 지금 보고 있어요? ㅎㅎㅎ 고마워요!!
오늘 저녁상에 김치로 만든 요리만 올릴 거야.
LOVE ME LOVE ME
브이로그는 저녁 여덟 시. 밥 먹고 할 일 없어 심심해 죽기 좋은 시간에 올라왔어요. 정우랑 침대에 사이좋게 엎드려 누워 노트북을 켜고 시청 준비를 했죠. `#오늘의 마크: Lazy Sunday 형이랑 하루종일 같이 있기`라는 제목으로 떴는데, 오전에 교회 갔다가 점심 먹고 오후부터 맛집 찾아가서 밥 먹고, 영화 보고, 만화카페 가고, 피시방 갔는데 게임보다는 먹을 거에 관심 더 있어서 시켜 먹고 신기해하고….
정말 흔한 일상인데 달링이 그 안에 있으니까 두 손 모으고 기도하는 것도, 영화 표 흔들며 신나는 것도, 피시방에서 음식 시켜먹는 거 처음이라 버벅대는 것도 다 특별하게 보였습니다. 저는 또 카톡을 보냈죠.
-마크. 나한테도 일요일 써줘.
보내놓고선 오반가, 싶었는데 마크가 금방 읽어버린 거예요. 삭제도 못 하겠고, 뭐라 쓰는지 눈 부릅뜨고 채팅창을 쳐다봤는데
- ㅋㅋㅋㅋ 그래요
차마 옆에 질투 대마왕 김정우를 두고 기쁜 티를 낼 수도 없고, 베개에 얼굴 파묻고 부르르 떠니까 에어컨 온도 높일까 하고 물어보더라고요. 정우야 나 진짜 찐 성덕됐어. 고마워. 너의 공도 어느 정도 있지만, 말로만 고마워하고 싶어. 절대 말해주지 말아야지 룰루.
종이 나라 입사 가능할 듯. 제가 지구를 하트모양으로 접을 수 있습니다.
혹시나 싶어서 재차 물어보니까 그러자고, 일요일에 만나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오늘 뜬 영상이랑 똑같은 코스로 원한다고 한술 더 떴습니다. 달링이 넉살 좋게 받아줬어요. 일요일 되려면 멀었는데 어떻게 기다리죠. 세상에서 제일 힘든 일주일이었어요.
기다리다 눈 빠질 뻔한 일요일이 되었습니다. 종교 따윈 없고 믿는 건 달링이긴 한데 달링이 의지하는 신이 있다니까 교회에 가보기로 합니다.
"마크!!"
"엇, 누나. 안녕하세요."
색다르고 어색하네요. 오늘을 위해서 전전날 샵도 다녀오고 마사지도 받았는데 칭찬 한마디 듣고 싶
"누나 오늘 되게 예쁘네요."
부부 일심동체라는데 벌써 잘 맞으면 어떡하죠. 청첩장 돌려야 하나.
"우리 마크 만나는 날이니까~"
"아학! 들어가용..."
부끄러워하는 것 봐. 입술 박아버리고 싶어 엉엉.
예배당 안으로 들어가서 일어나랄 때 일어나고 앉으랄 때 앉고, 읽으랄 때 읽었습니다. 지루하긴 하더라고요, 솔직히. sorry JESUS.
하품 참느라고 고생 좀 했습니다. 그나마 달링이 옆에 앉아 있다는 것에 긴장이 빠짝 되어서 졸지는 않았어요. 마지막으로 합심 기도 하자고 할 때 두 손 모으고 가지런히 눈 감는 예쁜 옆모습 구경 좀 하다가 저도 열심히 초면인 하나님께 기도했죠.
주님, 달링이랑 미국 가게 해주세요, 제가 달링에게 진심인 만큼 달링도 저 좋아하게 힘 좀 써주세요.
예배가 끝나고 찾은 맛집은 브이로그 찍었을 때 후보로 두고 고민했던 곳이었는데 아쉽게 가지는 못했다고 한 태국요리점이었어요.
맛이 그다지 좋지는 않았는데 인테리어가 예뻐서 분노의 상 엎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정우랑 왔다면 내가 돈을 냈는데 이따위 대우를 받아야 해? 하고 화냈을 거예요. 점심 먹고 나서는 당일 개봉한 영화를 보고, 만화 카페는 아니지만 고양이 카페도 갔어요. 더운 날 고생하는 인형탈 알바생이 불쌍하다고 달링이 전단을 받은 까닭에 당장 가자고 이끌었어요. 마지막 코스로는 피시방을 갔죠. 제가 한국에서 백수로 있는 동안 달링 영상 보는 것 말고 또 뭘 하겠어요. 집 근처 피시방도 가깝겠다. 허구한 날 게임하는 거죠.
저는 키보드 박살이 나라 옵치를 하고 달링은 옆에서 오오~ 추임새 넣으며 구경하다가 욕설 가득한 상대 때문에 빡쳐서 현피 뜨려는 저를 말리는 역할을 했습니다. 출출해서 라면이랑 소떡소떡도 먹고요. 이렇게 알찬 하루라니. 그것도 달링이랑요. 종일요!
저번에는 누나가 데려다주셨으니까 이번에는 자기가 데려다주겠다고 귀여운 고집을 부리길래 그러라며 함께 버스를 탔어요. 완전 분노의 질주더니만요. 탄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금방 집 근처까지 왔어요. 내리지 말고 있으라니까 달링은 아니라며 기어코 카드를 찍고 내려서는 남은 길을 같이 걸어줬어요. 이대로 결혼식장까지 가면 될 것 같아요. 자연스럽다.
"지니 누나, 오늘 데이트 즐거웠어요."
이라는 얘기를 작별 인사로 잘도 꺼내더라고요. 어쩌라고... 여기서 프러포즈 하라고 눈치 주는 건가? 하... 데이트래요. 여러분. 데이트. 달링이 우리 사이를 인정하기로 한 걸까요? 달링 보내고 나서 미국행 비행기 끊어야겠어요.
"어어! 나도! 내가 거의 고집 부린 건데 놀아줘서 고마워."
"아니에요! 이거는 우리 형한테는 비밀인데 훨씬 더 재밌었어요."
그래 봤자 난 고작 심장 하나뿐인데 달링은 잔인한 구석이 있어요.
"잘 가, 마크!"
"누나도요! 잘 자요."
누나는 글렀어. 잠 안 자고 달링 생각만 해 뜰 때까지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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