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동물원에 앉아 옛날 생각을 하다보니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말도 안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가증스러운 나. 모든 일의 원흉이었던 주제에 그런 망상에 빠져 허우적대는 나. 다시 차를 몰아 회사로 돌아갔다. 제대로 작업에 들어야 하는 시작이다. 문을 꽁꽁 잠그고 나만의 세계에 나 혼자만 남겨두고 일을 하기 시작했다. 어떠한 생각도 들어오지 못하게 휘몰아치는 폭풍우 속으로 계속 나를 밀어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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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진도 나가는 건 알지?"
"네. 근데 여주 어디캈지?"
"아 타오야. 여주는 지금 음악작업 중이라 오늘 연습 못 할 것 같다고 연락왔어. 여주 보고싶음 작업실로 가면 될껄."
"아..."
"우선 여주 빼고 연습하자. 너네 준비해야 할 것 많으니깐 안무연습 실수없이 한 번에 가자. "
몇 번의 반복 끝에 연습이 끝나고 그들만이 남자 또 다시 불만들이 터져 나온다.
"생각하면 할수록 마음에 안 들어. 곡작업 하는게 대수야? 단체연습은 잘 나와야지."
"아 그니깐. 춤도 남자춤이라 헥헥대더만."
"오세훈. 김종인. 막내라인끼리 쫑알쫑알 말이 많다. 밥 먹고 숙소로 귀가하는게 오늘의 스케줄이다."
"헐. 갑자기 무슨 바람이 들었길래 바로 칼퇴근?"
"은근슬쩍 말 까지마라 오세훈."
"좋아서 그래여. 좋아서."
왁자지껄한 그들 사이에서 어제 여주의 울던 모습을 본 종대와 준면 만이 말도 없이 생각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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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박 밤을 샌 결과 만족할 만한 결과물이 나온 것 같았다.
기지개를 피고 짐을 정리하던 중 매니저 오빠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여주야. 너 들어온 지는 벌써 3일 정도 되가는데 아직 숙소를 안 간 것 같아서. 지금 애들이랑 출발할 건데 같이 갈래?"
그들은 내가 같은 차에 타는 걸 원하지 않을 것이다, 나 또한.
"아..그러면 오빠가 앞에서 운전하시면 전 뒤에서 제 차로 따라갈게요."
"그래. 그럼 내려가자."
회사 앞에는 이미 많은 사생들과 엑소로 인산인해였다. 다들 각자 차를 타려고 움직이는데 들려오는 사생의 목소리들.
"야 저 썅년이 새멤버야?"
"뭐 가서 떡칠려나?"
"야! 밤일은 잘 하냐?'
묵묵히 무시를 하고 차에 올라탔다. 별로 상대할 가치가 없는 쓰레기일 뿐이다. 겨우 저런 성희롱 발언 뿐이라니. 더 세게 나와야지.
앞서 출발하는 엑소의 카니발 뒤를 쫓아 한 아파트로 가 같이 내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여주야. 비밀번호는 ******이고 니 방은 여기. 급하게 만든 방이라 맘에 안 들어도 어쩔 수 없다. 두 달만 여기서 지내고 두 달 뒤에는 너 숙소 따로 생길거야."
"아 네 오빠. 저번에 제 짐 옮겨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음 아니야. 내일 보자"
"형 안녕히 가세요."
매니저 오빠가 나가고 숨 막히는 공간, 다들 눈치를 보는 건지. 아니면 꼽을 주는 건지.
"제가 말했죠? 공과 사를 철저히 구분하자고. 그냥 서로 없는 사이처럼 지내죠. 그래야 편하니깐요."
"야 넌 말을 꼭 그렇게 해야돼?"
"김종대 오히려 우리야 이득이지. 지가 알아서 짜져 있겠다는데."
내가 말하는 뽄새나 니네가 말하는 뽄새나 거기거 거긴데 왜 자꾸 훈계질인 건지.
나를 내려다보는 눈빛들을 지나쳐 내 방으로 들어가니 트렁크 몇 개와 침대 그리고 책상이 있었다.
트렁크는 안 풀어도 되겠지. 어차피 곧 내가 방 얻어서 나갈테니까.
잠시 주위를 둘러보다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남태현 어디."
[숙소]
"나와."
[어디로]
"니네 숙소 앞. 차 끌고 간다"
[오키]
짧은 통화를 끝내고 차키를 들고 방으로 나서자 마루와 주방에 모여있던 눈동자들이 나를 향한다.
"야 이 밤에 어디가"
"신경꺼."
아니 분명 아까 전에 서로 모르는 척 하자고 해서 좋다고 한게 불과 5분 전인데 물어보는 거지. 멍청해서 그런가.
뒤에서 성질을 내는 목소리들을 씹고 묵묵히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 남태현의 숙소 쪽으로 차를 몰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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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늦게 돌아왔죠? 미안해여 ㅠㅠㅠㅠ 바빴어요 ㅠㅠㅠㅠ
방학은 제게 너무 잔인한 ㅜㅜㅜ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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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갸갸, 불볶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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