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이 달려와 내게 귀여운 머리띠를 씌어주었다.
그리고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자신도 내게 씌어준 머리띠와 같은 똑같은 머리띠를 썼다.
"너 엑소 좋아하잖아."
"응,근데 왜?"
"오늘 SM콘서트잖아,팬이라면서 그것도 몰라?멍청이."
김종인은 어깨를 으쓱하며 바지주머니에서 티켓2장을 꺼냈다.
"짠!!내가 아는 사람한테 부탁해서 좋은 자리 표 2장 얻었어!!근데 같이 가고 싶은 사람 너밖에 없더라."
왠지 이렇게 즐거워 보이는 김종인의 얼굴은 오랜만에 본다.
***
꺄아아아아아악-
"소녀시대!!!!"
응원봉과 풍선이 알록달록하게 흔들어제껴지는 응원석에 앉아 미친듯이 소리를 질렀다.
완벽한 몸매의 가수들의 노랫소리에 맞춰 열정적이게 응원구호를 외쳤다.
김종인은 평소에 죽고 못살던 소녀시대가 나왔는데도 나만 힐끗 힐끗 쳐다보았다.
"왜 쳐다봐?!!!!"
"니 입술에 케챱 묻었어!!푸하하!!!!!"
함성소리 속에서 김종인의 목소리가 묻혀서 다행이지 김종인이 그렇게 크게 말했다면
난 아마 김종인의 거기를 차버렸을지도 모른다. 김종인이 사준 핫도그를 먹다가 칠칠 맞게 묻힌 모양이다.
김종인은 손가락으로 내 입술에 묻혀진 케챱을 닦아 혀로 햝았다.
내가 벙찐 얼굴로 김종인을 쳐다보자 김종인이 손가락 끝으로 다른 곳을 가리켰다.
"어 엑소다?"
"어디?"
쪽-
김종인은 내 뺨에 장난스럽게 뽀뽀를 했다.
아 진짜 저 유치한 초딩. 팔꿈치로 김종인의 아랫배를 가격했다.
"아파!!"
"아프라고 때린거야!!!"
"진짜 엑소거든?어 이것좀 들고있어."
엑소가 무대에 나오자 한손에 응원봉을 들고있던 김종인이 갑자기 내게 그것을 맡기더니 소매를 걷어붙인다.
그리고 자신의 의자위에 벌떡 올라가더니 누구보다 먼저 팔을 올려 엑소 멤버중 누군가가 던진 티셔츠를 잡았다.
"선물!!이거 너 가져!!!"
"어떻게 알았어?티셔츠가 이쪽으로 날아올지?"
"그냥,운이 좋았어."
안 어울리게 겸손한척은-
쨋든 티셔츠를 받고 좋아 어쩔줄몰라 하는 내 표정을 김종인은 흐뭇하게 보고있었다.
그리고 잠깐 전광판에 정면으로 김종인이 잡혔다.
전광판에 잡힌 김종인은 연예인보다 더 눈부시게 빛났다.
거대한 화면에 김종인이 잡히자 주변에서 여자애들의 환호소리가 들렸다.
꺄아아아-잘생겼다-
존나 잘생겼어!!내 스타일!!
김종인은 함성소리가 시끄러운지 미간을 찌푸린채 내 귀를 자신의 두 손으로 막아주었다.
"아 시끄럽다.나갈까?"
"아직 덜 끝났는데?"
"엔딩곡 나오는데 덜 끝나긴 무슨-얼른 나가자."
하긴 벌써 사람들이 우루루 몰려 나가고 있었다.
배터질정도로 김종인이 사준 비타민 음료와 핫도그를 과다섭취하고 비틀거리며 나가던 도중 앞사람과 부딪혀 넘어졌다.
뒤따라 오던 김종인은 내 발에 걸려 그대로 내 위에 넘어졌다.
등이 차갑다.
김종인의 차가운 손길이 가볍게 걸친 내 티셔츠 안으로 들어왔다.
"김종인 이 변태새끼야!!!!!!!!!"
목소리가 너무 큰탓에 사람들의 이목이 전부 우리에게로 향했다.
우습게도 넘어진 내 위에 김종인이 있었기에 오해의 소지는 충분했다.
"일으켜 주려고 했다...진짜 멍청이네."
김종인이 벌떡 일어나 뒤에서 나를 안아 일으켜주었다.
그리고 내 옷을 털어주고 자연스럽게 내 어깨에 팔을 둘렀다.
깜짝 놀라 팔을 뿌리치자 김종인은 가만히 있으라는 얼굴을 하고 내게 다시 팔을 둘렀다.
"너때문에 나 성추행범으로 몰리게 생겼어,그니깐 연인인척 이라도 해야지."
"진짜 김종인 이럴때만 머리 빨리 굴러가지."
김종인은 아까 넘어져서 흘러내린 머리띠를 다시 바르게 씌어주고 말없이 사람이 많은 길을 걸었다.
김종인도 민망했던 모양이다.
지하철로 들어서고
김종인이 지하철의자에 비스듬히 기댔다.
미안해져서 무슨 말을 해야할까 고민하던중 그냥 생각 없이 입을 열었다.
"무슨 생각해?"
"하고 싶다는 생각."
김종인이 내 귓가에 속삭이듯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섰고 열린 지하철문사이로 빠져나갔다.
수많은 인파속에서 김종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