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어드 장
w. 날개
ㅈ,ㅈ,죄,죄송합니다!
허리를 깊게 숙이며 사과를 해오는 동우를 못마땅하게 잠시 바라보던 호원은 동우를 무시한 채 우현에게서 새로 낸 아메리카노를 받았다. 물론 제 잘못이긴 하지만 컴플레인이나, 심하면 맞을 것까지 각오했던 동우는 예상치 못한 호원의 행동에 눈만 데굴 굴릴뿐이였다. 호원은 제 주머니 속에 있는 동우의 아이팟을 만지작거리다가 태연하게 커피를 마셨다. 동우는 호원이 아무 말이 없자 안심되기는 커녕 오히려 입안이 바짝 말라가는 느낌이다. 못들었겠지? 못들었을거야,
"장동우씨?"
"ㅇ,예?"
"무슨 얘기를 하고 계셨길래,"
손님의 요구사항도 잊어버릴 만큼 재밌으셨습니까?
호원이 아까 동우가 가져가려다 잊어버려 얼음이 녹은 유리잔을 손가락으로 톡톡 치며 물었다. 동우는 그 자리에 얼음처럼 굳어버렸다. 들었구나. 그럼 난 이제 짤리는 건가. 우현은 서둘러 유리잔을 치우고는 슬쩍 주방으로 들어가버렸다.
남우현 저 나쁜놈! 같이 맞장구 쳐줄 땐 언제고!
동우는 호원의 등 뒤로 우현이 사라진 곳을 째려보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선 호원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손님. 동우가 정중하게 사과를 해오자 호원이 입꼬리를 올렸다. 서로가 무엇에 대해 사과를 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동우는 험담에 대해 사과를 하는 것이였으나, 호원은 늦은 것에 대해 사과를 하는 걸로 받아들였다.
"아니, 뭐 그럴 수도 있죠. 사람인데-"
동우는 허리를 숙인 채 호원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보기보다 나쁜 사람은 아닌 듯 싶었다. 그때 동우의 앞으로 호원이 동우의 아이팟을 흔들어보였다.
"이거, 장동우씨 물건 맞습니까?"
동우는 고개를 들어 호원의 손에 있는 물건을 확인하자 무의식중에 손을 뻗었다. 호원은 팔을 뒤로 빼며 아이팟을 주지 않았다.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저를 올려다보는 동우의 모습에 호원은 으쓱였다.
"대답이 먼저 아닌가-"
"맞아요, 제 겁니다, 이걸 어디서..?"
"아까 부딫힐 때, 떨어진 걸 잘못 갖고 왔어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월급이라도 받은 듯이 동우는 기뻐하며 호원에게 허리를 굽혔다. 이렇게 착한 사람이 어디있을까, 동우는자신이 사람을 잘못봐도 한참을 잘못봤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천사 같은 사람을 감히 내가..! 호원은 다 마신 유리컵을 내려놓고는 계속해서 폴더에 빙의라도 된 듯이 허리 숙여 감사하는 동우를 뒤로 한 채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어쩐지 낯이 익다 했다. 한 번에 알아보지 못한 저를 탓하며 머리를 헝클었다.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10살의 호원에게 동우는 첫사랑이였다.
어린 아이들의 소란으로 시끌벅적한 교실이 담임이 문을 열고 들어오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조용해졌다. 그리고 뒤이어 들어오는 낯선 아이에 대한 호기심으로 눈이 반짝거렸다. 쟤 뭐야? 전학생인가봐, 뭐야- 못생겼어. 이쁘다.. 교실이 술렁거리기 시작하자 담임은 박수를 짝짝, 치더니 밝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한다.
"자, 오늘 새로운 친구가 전학왔어요- 동우야? 친구들한테 인사해야지?"
"ㅇ,안녕..? 난 장동우야.. 음... 잘부탁해-"
"그래, 동우는 어디 앉을까- 반장 호원이 옆에 앉는 게 좋겠다"
아이들의 호기심 가득한 시선이 부담스러운 듯, 동우는 고개를 숙인채 호원의 옆에 앉았다. 호원은 자신이 반장답게 친구들에게 모범을 보여야한다는 의무감에 씩씩하게 동우에게 손을 흔들었다.
"안녕? 난 이호원이야."
"으응.. 난 동우야"
"동우야, 크레파스 안 갖고 왔지? 내가 빌려줄게! "
"진짜? 고마워-"
ㄱ,귀엽다..! 수줍게 웃는 동우의 미소에 호원은 귀끝이 새빨개져 있었다.
그 뒤로 매일 같이 붙어다니며 친하게 지낸 것까진 좋았다. 그래, 좋았는데. 어느날 동우가 갑작스럽게 서울로 다시 돌아가버렸다. 서로가 만난지 세 달이 채 되지 않았는데, 버디버디 아이디도 못 물어봤는데..! 그 당시 초딩에게 휴대폰이 있었을리가 난무하다. 전화번호마저 바뀌어버려 연락이 닿질 않아 왜그러냐는 엄마의 물음에도 몇날 몇일을 엉엉 울며 보냈던 것이 생각이 난다.
호원이 그렇게 옛 추억을 회상하고 있는데 밖에서 똑똑- 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손님, 저녁 식사 준비해드려도 되겠습니까?"
동우였다. 아까와는 다르게 호원이 칸막이까지 내리며 반갑다는 듯이 맞이했다.
"메뉴는 안심테이크, 일식세트, 한식세트 세가지 중에 어떤 것으로 하시겠습니까?"
"안심스테이크로 주세요"
"다른 필요하신 건 없으십니까?"
호원은 고민하다가 아뇨, 없어요- 하고 대답했다. 이 상황에서 번호를 물어본다면 분명 저를 변태로 오해할 것 같았기 때문이였다. 일단은 동우가 저를 기억하느냐가 중요했다. 세월도 세월이지만 만났던 시간이 짧았기에 호원은 자신할 수 없었다. 금방 식사 준비해드리겠습니다- 하는 동우의 말에 괜히 빈정거렸다.
"아까처럼 또 까먹고 딴 짓하려고-"
혼자 말한 것이 들린듯, 동우는 움찔하더니 다시 허리를 굽혔다. 죄송합니다, 손님.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눈을 예쁘게 휘어접는 모습이 어린 동우의 모습과 겹쳐보인다. 호원은 얼굴에 열이 오르는 것을 느꼈다.
너무 늦게 와서 죄송해요 느하하하
중편과 하편은 시험이 끝나는대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글루 그대, 삼열이 그대, 감성 그대, 똑똑이폰그대, 찡찡이 그대, 호찔이그대, 핫케익 그대, 피아노 그대
외에도 제 글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모든 분들,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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