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PISTOLS w. 날개 ep1. 개와 늑대의 시간 01 | ||
해질녘 모든 사물이 붉게 물들고, 저 언덕 너머로 다가오는 실루엣이 내가 기르던 개인지, 나를 해치러 오는 늑대인지 분간할 수 없는시간 - "잡종 주제에. 주제 파악을 못하네" "무식한 소리하네. 늑대도 원래 개과거든?"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동우가 배를 움켜쥐고 쓰러진다. 쿨럭쿨럭하며 헛기침을 한다. 씨발.. 후들거리는 다리로 힘겹게 몸을 지탱하고 기어코 일어난 동우의 눈동자는 투명한 하늘색을 띄고 있었다. 그래봤자 개새끼에 불과하잖아, 호원은 비릿하게 웃으며 동우의 머리채를 잡아 내렸다. 풀려버린 다리에 동우가 어쩔 수 없이 무릎을 꿇어버렸다. 최중종 중에서도 레어급인 백호인 호원은 그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고 그 오만함은 하늘을 찌를 듯 했다. 덕분에 부산에서 서울로 전학온지 삼일만에 호원은 울림고등학교를 제 손위에서 쥐락펴락 하고 있었다. 다들 제 발 밑에 설설 기어드는 모습이 만족스러웠던 호원의 눈에 띈 것이 동우였다. 자신의 성격을 잘 알기에 동우는 애초부터 기가 쎈 호원과 마주치는 것 자체를 꺼려했다. 같은 반임에도 애써 호원의 존재를 부정하며 무시했던 태도가 호원의 신경을 건든 것이다. 호원은 힘에 부친듯 고개를 떨구고 있는 동우의 앞에 쭈구리고 앉아 눈높이를 맞췄다. 턱을 쥐어 억지로 고개를 들어올리니 멍이 들어 제대로 떠지지도 않는 왼쪽 눈 하며 잔뜩 부어버린 볼과 피딱지가 얹힌 입가가 보기 흉했다. 그 와중에도 동우의 하늘색 눈동자는 호원을 노려보고 있었다. "놔, 씨발.." 호원이 손짓 하니 떨거지들이 흩어진다. 잡초가 무성한 학교 소각장에는 호원과 동우 둘 만 남아있었다. 으득, 분하지만 금방이라도 튀어나오려는 혼현을 제어하기 위해 동우는 애써 호원의 눈을 마주하지 않았다. 호원의 손이 다시 한 번 올라가려는 순간 뒤늦게 달려온 명수가 호원을 끌어낸다. "넌 적당히라는 걸 모르냐 새끼야. 애 죽이겠네" 호원은 잔뜩 흥분한 듯 보였다. 여름이라 소매가 짧은 교복 밑으로 드러난 팔에는 호랑이 특유의 줄무늬가 옅게 드러나있었다. 오기였다. 개냄새를 잔뜩 풍기면서도 끝끝내 혼현을 완전히 드러내지 않는 동우에 대한 오기. 내 기필고 저 자식의 완전한 혼현을 보고 말테다. 했지만 번번히 실패하고 말았던 호원이다. 어어- 위험한데, 줄무늬에 이어 호원의 눈동자까지 희번뜩하게 빛나자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감지한 명수가 가만히 호원을 꽉 끌어안았다. 동우는 지친 듯 벽에 기대어 앉아있었다. 퉤, 입에 고인 침을 뱉으니 피가 섞여나왔다. 중종의 피가 섞이긴 했어도 동우는 개에 더 가까웠다. 중간종이 감히 중종을 이길 수는 없었다. 기어코 동우는 귀를 내보이고 말았다. 축 처져 있는 어깨만큼이나 귀도 처져있었다. 이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아까 맞은 다리가 욱씬거려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이따가 연락할게" 명수는 저한테까지 미치는 동우의 페르몬에 서둘러 호원을 끌고 소각장에서 벗어났다. - "왜 그렇게 못 괴롭혀서 안달인데?" 불쌍하지도 않아? 성종이 긁힌 상처가 생긴 호원의 손에 연고를 바르며 타박했다. 호원은 부드러운 성종의 머리를 괜히 헝클인다. 그냥 싫어. 호원은 여전히 손을 성종에게 맡긴 채 피곤한 듯 책상 위에 엎드렸다. 때리면서 쾌감을 느끼는 변태냐고? 절대로 아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니꼽다. 절대 저한테 굽히지 않으려는 자존심도. 얻어터지면서까지 저를 노려보던 그 눈빛도. 반면에 명수에게는 눈을 휘어접으며 헤헤하며 웃는 꼴이 여간 재수없는 게 아니다. 명수와는 중학교 동창이랬다. 질투인가 싶지만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일단 제게는 사랑스러운 성종이 있었으니까. 호원은 다정한 성종의 손길을 느끼며 잠들었다. 「몸은 좀 어때-」 "늘상 있는 일인데 뭐, 한두번 맞냐" 「알바하지 말고 집에 일찍 가. 그 꼴로 손님 맞다간 놀래서 도망간다」 "에이, 그래도.." 「말 들어」 단호한 명수의 목소리에 동우는 전화기에 대고 고개를 끄덕거린다. 담임에게 말했더니 동우의 몰골을 보고 놀라 병원에 가보라며 조퇴증을 끊어주었다. 애초부터 병원에 갈 생각이 없었던 동우는 그대로 제 집으로 향했다. 이렇게 얻어터진 것이 한 두번이 아니긴 하지만, 그 때마다 뒤늦게 밀려오는 고통은 영 적응되질 않았다. 한 걸음 내딛을 때 마다 허벅지며 종아리, 허리 할 것 없이 잔뜩 뭉친 근육들이 비명을 지르는 것 같았다. 옥탑방에 도착한 동우는 그대로 평상위에 누웠다. 끄응- 하고 앓는 소리가 입에서 절로 나왔다. 웨어울프와 시베리아 허스키의 혼혈. 늑대개. 온전히 늑대인 것도 아니고 개인 것도 아닌 애매모호한 존재가 동우였다. 보통의 경우 전혀 다른 종끼리 교미를 해도 한쪽의 완전한 혼현을 물려받기 쉽상이건만 같은 종이라면 동우같이 드믈게 혼혈이 나타나기도 한다. 같은 개과이긴 해도 엄연히 개와 늑대는 달랐다. 순수 늑대 혈통 가문이였던 장가는 동우의 탄생으로 발칵 뒤집혔다. 동우의 친할아버지는 뒷목을 잡고 쓰러지기시까지 했다. 가뜩이나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는 판국에 혼혈이라니. 제 아무리 늑대인 '척'을 해봐도 중간종의 피가 동우의 몸에 흐르고 있었다. 할어버지가 안정을 취하실 때까지만 이라도 나가살기로 다짐했던 게 벌써 4년 전이다. 요즘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아직도 그런 고전적인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니. 동우는 호원의 얼굴을 떠올리며 눈을 감았다. 해가 긴 여름 하늘은 여전히 밝았다. |
안녕하세요 날개입니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끄적이던 게..
제가 또 사고쳤다.. 으하핳
얼른얼른 스튜어드 장 다음편 들고올게요 미안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글루 그대, 삼열이 그대, 감성 그대, 똑똑이폰그대,
찡찡이 그대, 호찔이그대, 핫케익 그대, 피아노 그대, 따블유 그대
미쓰리 그대, 봄봄 그대, 자몽 그대, 스마트폰 그대, 2반 그대까지!
외에도 제 글에 관심 갖고 사랑을 주시는 그대들 너무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