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발 조용히해 우린 B 밖으로 밀려났을 뿐이야 간만인 휴일에 이불을 누에고치처럼 돌돌 말아맸다. 안구건조증 때문인지, 어제 먹고 잔 라면 때문인지 잘 떠지지 않는 눈을 억지로 뜨려고 노력하지도 않은 채, 실눈만 살짝 떠서 시간만 확인했다. 열한 시가 조금 넘어가고 있는 시간이었다. 더 늦게까지 자고 싶었는데 일찍 일어나버린 것 같은 아쉬움에 한숨도 푹 내쉬어보고 다시 잠드려고 옷갖 노력은 다 하는데도 한번 달아난 잠은 다시 돌라오지 않았다. 한창 잠드려고 노력하고 있을 때 현관에서 도어락 비밀번호 소리가 들렸다. “정재현~? 왔어~?” 이불에서 나가지도 않고 목소리만 크게 내서 반기면 방문 열리는 소리와 함께 정재현 목소리가 들린다. “밥 먹어.” “싫엉. 나 방금 일어나서 배 안 고프단 말이야.” “그럼 이따 일어나서 먹자.” 비닐봉지 부스럭대는 소리와 몇 번이고 열렸다 닫혔다 하는 냉장고 소리가 끝나면 다시 방문이 열리고 침대 매트리스가 푹 꺼진다. “나 양치 안 했어 재현아.” “누가 봐도 그래 보여.” “근데 뽀뽀해 주면 안 돼?” “더러워.” 정재현은 이마에 입 맞추고 다시 입술에 입 맞췄다. 새끼, 뽀뽀해 줄 거면서 말은... 정재현은 내가 열심히 말아두었던이불을 걷어냈다. 겨우 속옷만 입은 나체가 드러났는데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너 어제 술 먹고 잤어?” “웅. 라면이랑 맥주 두 캔 마셨어.” “좀 옆으로 가봐, 나 좀 눕게.” 정재현은 고르게 핀 이불을 덮어주고 그 속으로 들어왔다. 뽀얗고 좋은 피부를 보니 이상하게 가슴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정재현을 겨우 삼주만에 겨우 보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섹시하게 생겨먹으면 나는... 도저히 나를 주체할 수가 없어져버린다. 정재현은 있는 힘껏 껴안았다가 힘을 풀며 셔츠 속으로 손을 휙 집어넣었다. 손이 차가운지 으, 하는 소리와 미간을 찌푸린 정재현이 눈알을 굴려 나를 쳐다봤다. “째니... 오늘 왜케 섹시행...” “여주야, 양치부터 하고 말해.” “야 ㅜ 정재현 너 진짜 딱 3분만 기다려. 나 씻고 온다.” 재현은 픽 웃었다. 널 누가 말려. 따뜻한 손으로 허리를 감싸고 힘을 주어 자리를 좁혀 이마를 맞대게 해 머리를 비벼댔다. 그리고 꿈틀꿈틀 손이 올라와서는 능숙하게 브라끈을 풀어버린다. “진짜 씻고 와. 기다릴게.” 능글맞은 자식. 풀려버린 브라를 다시 쫌매진 않았다. 오후 세 시. 추적추적 비가 내렸다. 장마라 그런지 구슬프게도 내려댔다. 재현은 가운을 입은 채 화장실에서 나왔다. 익숙한 듯 화장대에서 자신의 스킨을 발랐다. “재현아 안아줘.” “우리 저녁 때 뭐 해먹을까?” “몰랑. 비 와. 재현아. 엄청 많이.” 내게로 걸어온 정재현을 향해 팔을 쭉 뻗었다. 정재현 팔이 겨드랑이를 스쳐지나가고 잔뜩 쇼파 위에 엉켜서는 창밖을내다봤다. 가운이 슬쩍 풀려서 드러난 가슴팍에 볼을 갖다댔다. 따뜻한 체온과 일정한 간격으로 들려오는 심장소리. 정말이지 너무 포근해서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좋겠다 라는생각까지 든다. 정재현은 팔을 뻗어 내 머리카락을 비비고 문대고 가지고 논다. 그러다 엉킨 부분이 툭 하고 걸리면 투정을 부리며 더재현을 끌어안는다. “너가 너무 보고 싶었엉... 너 비행하는 날부터는 나도 오프 안 잡고 일하기만 하니까 덩달아 엄청 바빴어.” “그러게 좀 쉬면서 하지 그랬어. 안 피곤했어?” “당근 피곤하지. 그래도 째니 생각함서 참았엉. 이번에 독일 갔다 왔다구?” “응. 뮌헨 국제 공항이었으니까, 그 주변 숙소에 있었어. 다음에 우리 진짜 꼭 같이 독일 가자. 뮌헨 엄청 예뻤어. 마리엔 광장 거리도 좋았고 특히 신시청사, 건축물만 보고 있는데도 내 부족한 교양이 채워지는 느낌? 말로 못 담아. 이건 너가 실제로 봐야 해.” “아, 나두 너 승무원 준비할 때 빡세게 준비해볼걸. 이렇게 말만 들으니까 괜히 아쉽고 그러네. 사진 보여조. 재혀나.” “이번엔 사진 몇 장 안 찍었어. 너한테 카톡으로 보낸 게 다야.” 창문 밖으로 빛이 번졌다. 아무래도 천둥번개가 치려나 보지. 휴대폰을 집어들어 비 오는 날 듣기 좋은 로파이 음악을틀었다. 재현이는 손가락을 튕기면서 음악을 즐겼다. 이거 말고 다른 거 들을래. 휴대폰을 가져간 정재현이 멋대로 음악을 바꿨다. Izzy bizu- trees& fire. 비 올 때마다 이 노래 즐겨듣는 건 소나무 같은 취향이다. “커피 마실래?” “난 비 오니까 카푸치노.” 자세를 틀며 일어나려고 하면 정재현이 팔에 힘을 주어 다시 정재현 허벅지 위로 넘어졌다. 내밀어진 입술이 얄미웠다. 얼른. 눈 감고 재촉하는 정재현에 못 이기는 척 입술을 맞추면 그제서야 팔을 풀어준다. 일어서서 부엌으로 향하면 정재현이 뒤를 쫓아온다. “저번에 브라질 갔을 때 사온 원두 아직도 있어?” “그거 좀 돼서 내가 버렸는뎅. 그거 좋았어?” “그냥 오랜만에 생각나서. 만데린은 있지?” “응. 그걸로 할까?” “그거 마시고 싶어.” 재현은 선반 위에서 익숙한 듯 만데린 원두를 꺼냈다. 핸드그라인더에 원두를 넣고 손잡이를 돌린다. 고소한 향이 집안을 채운다. 비 오는 날이라 그런지 더 은은하게 퍼지는 것같아. 작은 수푼으로 잘게 갈린 원두를 포터필터에 채워넣고 샷을 내린다. “재현아 너 다음 비행 언제지?” “아마 11일 뒤? 프라하로 가.” “그때 너 따라갈까?” “왜?” “그냥 같이 있으면 좋아서.” “프라하엔 짧게 있을 것 같은데.” “그래? 그럼 다음에 기회 되면 따라갈랭.” 재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샷을 컵에 담고 스팀한 우유를 잔뜩 부었다. 정재현이 좋아하는 카푸치노랑 물만 부은 내 아메리카노랑 같이 들고 다시 거실 소파에 가 앉았다. “나 정재현이랑 결혼하고 싶어.” “뭐? 갑자기?” 정재현이 비식대며 웃는다. 나 농담이 아니라 진짜진짜 진심이고 그런데. “좀 참아봐, 여주야.” “안돼. 나 진짜 못 참겠단 말이야.” “안 돼, 참아야 돼.” “싫어. 못 참아.” “맞춤 반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좀 참아. 나도 준비하고 있으니까. 응?” 헉. 나는 엄청난 발언에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면 정재현은 여유롭게 커피잔을 탁자 위에 올려두고 가운끈을 쫌맨다. “김여주. 너 방금 되게 변태 같이 내 가슴 봤어.” “아 정재현 너 그거 입지 마.” 정재현이 쫌맨 가운 끈을 잡아 끌었다. 풀리는 끈을 가까스로 잡아낸 정재현이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한 채 나를 내려다 봤다. “제이, 키스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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