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dream
W. 글쓰는미대생
-형, 좀 만나자.
몇일만에 받은 한빈이의 전화였다.
요근래 우리는 많이 다퉜다.
아니 다퉜다기 보다는 서로 많이 지쳤다.
3년동안 그랬던 것처럼 나는 무조건 내 잘못이라며 미안하다는 말만 내뱉었다.
몇달 전만 해도 내가 미안하다고 숙이고 들어가면 해결됬던 일이
내가 미안하다는 말을 내뱉자마자 더 틀어지기 시작했다.
-알았어, 내가 미안해.
지원이형은 매일 그랬다.
3년동안 제가 한 잘못이 아님에도 항상 내게 미안하다고 숙이고 들어왔다.
1년간은 그런 형이 좋았고 2년이 되었을 땐 내게 당연한 일인듯 무뎌졌다.
그래서인지 나는 점점 이기적인 사람이 되어갔다.
나는 이기적인 사람이 된 것이 싫지는 않았다.
내가 화가 났던건 자신 앞에서만 이기적이게 변하는 나를 당연하게 생각하던 형에게 화가났다.
그때쯤 나는 현실을 자각했고 마냥 꿈속에서만 살기엔 우리 둘은 불안정하다고 생각했다.
-나만 힘든거 아니잖아. 아니, 이제 그만할때도 됬어.
이번에도 난 미안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나는 그냥 너하나면 충분했다.
너는 현실을 운운했고 나에게 니가 말하는 현실 같은건 없었다.
너는 3년간 서로 왼쪽 네번째 손가락에 끼워두었던 반지를 먼저 빼내어 나에게 밀어주었다.
나는 도대체 이해가 되지않았다.
미안하다는 내말이 질린다는 말도 그만할때가 됬다는 말도 하나도 이해가 되지않았다.
-그게 끝이야?
내말에 연신 미안하다고만 해대는 형이 보기 싫어졌다.
내가 한사람을 쥐락펴락한다는 것도 마음에 들지않았다.
그저 차라리 화를 내고 싫다고 말해주길 바라는 마음에 3년동안 빼놓지 않아 잘 빠지지않는 반지를 빼내어 밀어주었다.
한동안 형은 고개를 숙이고 내 손에서 빼내어진 반지를 쳐다보았다.
그리고선 싫다고 한마디만 해주길 바랬던 입에서는 그게 끝이냐며 물었고
싫다는 한 마디면 평생 꿈속에서 사리라 마음먹었던 나는 맥아리가 탁 풀리는 느낌에 현실로 돌아와서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미안해.
싫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을 때 나는 싫다는 말 대신 그게 끝이냐며 물었고
작게 고개를 끄덕인 한빈이는 말했다.
항상 내입에서만 나오던 말을 네입으로 내귀로 듣자니 벅차오는 느낌이었다.
평생 들을일 없다고 생각했던 말이 네입에서 나왔고 나는 귀를 틀어 막고싶었다.
내가 잡을 틈도 없이 일어나 멀어져가는 한빈이를 보고만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미안하다는 말이 우린 더이상 꿈을 꿀 수 없다고 말하는 것 같아서.
-미안해, 미안해.
진하게 남겨진 반지자국을 만지작거리며 몇시간을 중얼거렸다.
3년간 한번도 한적없던 미안하다는 말을 이제서야 말문이 트인듯 내뱉었다.
난 아직도 꿈에서 깨지 못한 기분이었고 꿈에서 깨기 위한 노력따위 하지 않았다.
-싫다.
덩그러니 놓여진 반지를 집어든 나는 왼쪽 새끼 손가락에 그 반지를 끼워넣었고
꼭 맞춘듯 맞아 떨어지는 반지에 숨이 턱 막혔다.
반지 두개가 끼워진 손을 쓰다듬던 나는 목에 걸려있던 말을 내뱉었다.
싫다고 나즈막히 소리냈을 때 네가 앉아있던 의자에는 온기 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덩그러니 남아있는 커피잔이 이제 혼자 남은 꿈 속에서 깨어나라고 부추기는 듯 했다.
나는 꿈에서 깨는 동안 많은 시간이 걸렸고 이제는 가끔 꿈을 꾸었나 싶을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7년의 시간이 지나고 나는 깨기 싫어 발악하던 꿈에서 깨어 평범하게 결혼을 하고 나를 빼다 박은 아이 손을 잡고 있었다.
어느새 미안하다는 말을 습관처럼 하게 되버린 나는 동물원을 가자고 조르는 아이에게 미안하다며 수족관으로 발길을 돌렸다.
동물원에 발을 들여놓으면 동물원에 가자고 징징댔던 어린날의 내가 떠오르고 그 옆에 서있던 형이 떠오를까봐.
나 혼자 남았다고 생각한 꿈에서 나는 생각보다 오랜시간 갇혀있었고 내의지와는 상관없이 시간이 흐르자 나는 현실로 돌아왔다.
이제 정말 꿈에서 깼다 생각할 때쯤 떠오르는 네 얼굴에 나는 무작정 결혼을 했고 지금 내손에는 작은 손하나가 쥐어져있다.
오랜만에 딸아이와 함께 맞는 주말에 나는 분주히 외출준비를 했다.
네가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로 무뚝뚝해져버린 나는
우스꽝스러운 도시락을 챙겨준 아내에게 고맙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고는 딸아이의 손을 잡고 집을 나섰다.
동물원에 가고싶다는 딸아이의 말에도 불구하고 나는 차를 타고 족히 1시간을 가야하는 수족관으로 돌아갔다.
그곳에 찾아갔다간 나 혼자 겨우 깨어났던 꿈 속에 다시 갇혀 버릴 것만 같았다.
사방이 어두컴컴한 수족관에서도 뭐가 그리 즐거운지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아이를 지켜보던 나는
사람들 사이로 힐끗 보이는 얼굴에 그자리에 굳어 서있을 수 밖에 없었다.
저보다 몸집이 두세배는 더 큰 물고기들을 보고는 무섭다고 울어대는 통에 딸아이를 품에 안고서 천천히 사람들 틈에 섞여 걷던 중
나는 꿈을 꾸는 듯한 느낌에 휩싸였다.
너도 마찬가지인지 우리는 몇미터 거리를 두고는 가만히 서서 서로를 지켜 볼 뿐이었다.
조그마한 아이를 품에 안은 형은 내 앞으로 다가왔고
나는 내 곁으로와 내손을 잡는 자그만 손을 꼭 붙들었다.
저와 똑같은 얼굴을 한 아이의 손을 잡은 네 얼굴을 보자 다시 또한번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오랜만이야.
나는 훌쩍이는 딸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지막히 말했고 너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겨우 꿈에서 깨어났다고 믿었던 나는 꿈속의 꿈을 꾸고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었다.
형은 내손을 쥐고있는 아이를 한번 쳐다보고는 10년전 처음 만났던 미소로 웃으며 말했다.
-너랑 똑같이 생겼네.
형이 내게 말하는 순간 나는 내가 잊고 있었다고 믿었던 꿈이 나를 집어삼키는 느낌이 들었다.
끄적였던 바뱌 단편...
이렇게 똥글을...
daydream이 몽상이라는 뜻인데
몽상이 실현 가능성이 없는 헛된 생각을 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지원이랑 한빈이가 계속 관계를 유지하는게 현실적으로 몽상이라는 뜻도 있구요,
둘에게는 반대로 그런 현실이 몽상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횡설수설 이해가 안되실지도 모르겠지만....
이렇게 똥글이 될 지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제 잘못입니다ㅠㅠㅠ
죄송해요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