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에 꽃 찾으러 왔단다 왔단다 :: 11
w. 대딩선배
" 숲속의 향연? "
박찬열이 고개를 끄덕인다
오늘도 다른 날들과 같이 준면선배의 아지트에서 있다가 박찬열과 함께 집으로 나섰던 참이였다
박찬열이 슬쩍 내게 건내준 것에는 ' 연세교육방송국 방송제 제 78회, 10cm와 함께하는 숲속의 향연 ' 이라고 적혀져있었다
" 5월 17일 목요일? "
" 응, 3일 뒤. "
" 우리 석탑대동제가 22일부터 시작이니까.. 얼마 차이 안나네 "
매년마다 연세대학교 방송제에서 숲속의 향연을 해왔다면, 우리 고려대학교에서는 석탑대동제를 해왔다.
거기다가 고대와 연대가 함께하는 고연전까지.
몇 년전만해도 내가 이 대학교에 들어와 이런 행사들을 누리게 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었지.
항상 인터넷에서만 봐왔던 것들이라 그런지 매번 할 때마다 감회가 새로웠다
거기다가 이번엔 제대한 박찬열도 함께이기도 하고.
박찬열은 석탑대동제라는 내 말에 길을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나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박찬열의 표정이 진지해지는게 왠지 나까지 살짝 긴장이 되었다
" 석탑대동제에 말이야 "
" 어? "
" ..이번에 에이핑크 누님들 오지않냐? "
.....니미.
박찬열이 진지한 표정을 지을 때 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그리고 누님들은 무슨, 대부분이 동갑이랑 연하밖에 없거든? 너도 이제 꽃다운 17세가 아니라 군대 다녀온 22살이라는걸 느끼고 좀 살아라, 좀. 박찬열을 한심스럽게 한번 쳐다봐준 후에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긴 기럭지 때문인지 박찬열은 어느새 내 옆에서 내 걸음을 맞춰서 걷고 있었다.
" 뭐, 고대 애가 오기엔 우리 연대가 너무 레벨이 높긴 하지만 "
" ...허? "
" 특별히 숲속의 향연, 같이 가게 해줄게. "
닝기미. 지랄. 염병. 즐.
갈 생각 없거든요, 라는 말을 내뱉었으나 박찬열의 끈질김과 앵앵거림에 결국 항복을 했다
나 친구 없단말이야. 응? 거기서 나 혼자 있냐?
잘난 연대생들이랑 노시든지 아니면 도갱이나 김종대 있잖아
아 같이 가자아
싫어
같이 가자구우
싫다구
같이 가자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박찬열의 그 토쏠리는 애교를 끝까지 참아줄 용기가 없었었다.
고대에 꽃 찾으러 연대에서 왔단다 왔단다 : 11
[ 어디야 돼지야 빨리와 ]
좋은건지 나쁜건지 목요일은 수업이 꽤 빨리 마치는 편이였다. 그러다가 준면선배의 아지트에서 느긋하게 여유를 부리다가 박찬열의 닥달에 서둘러 연대로 가는 길이다. 연세대학교 정문에 도착했고, 조금 떨어진 앞쪽에서 박찬열이 나를 반기고 있었다. 이렇게 멀리서 보면 큰 강아지 같단 말이야, 그것도 헥헥 거리는 삽살개 같은거.
길을 조금 걸어 연세대 안에 있는 청송대에 다다랄 때쯤, 10cm의 노랫소리가 들렸다. 마침 신곡을 낸 10cm라 그런지 작년이나 제작년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10cm의 무대 장악력에 빠지다 보니 시간이 얼마나 흐른지 조차 가늠할 수 없었다.
" 재밌지? "
" ..뭐, 조금. "
내 말에 박찬열은 씨익 하고 크게 미소를 지었다
날이 저물어 조금씩 어두컴컴해지는데 이상하게도 박찬열의 미소는 선명하게 잘 보였다
" 아, 지금 저희한테 사연이 전달되었네요! 번호추첨을 하고서 사연을 읽어드릴게요~ 즐거우시나요? "
" 네에!!!!!!!!!!!!!! "
" 하하, 역시 우리나라의 희망, 연세대! 함성 또한 죽이는데요 아주? "
들었냐? 들었냐? 희망이래잖아. 내가 바로 유명한 연세대의 희망이다!
10cm의 말에 박찬열은 옆에서 깐족거리기 시작했다.
...십새끼. 고대가 짱이라고.
10cm가 번호를 뽑기 시작했고, 나도 은근한 기대감에 박찬열이 준 팜플렛의 아래 오른쪽 대각선에 있던 번호를 뚫어지게 보고 있었으나 핸드크림에 당첨이 됐을 뿐이였다.
니가 그럼 그렇지 라는 박찬열의 말에 발끈하며 말을 받아쳤다.
넌 아직 당첨 되지도 않았잖아.
난 저 고급스러운 자전거느님에게 당첨될 모양이지.
" 마지막인데요, 이야. 자전거가 참 까리까리한데? "
" 378번!! 단상 위로 올라오세요!! "
야 너 146번 아니야? 아하하 박찬열 운 더럽게 없다, 내가 좀 나눠줄까?
..시끄러 돼지야
박찬열의 옆에서 아까 박찬열이 나한테 한 것보다 더 한 깐족을 박찬열에게 선사해주었다
근데 진짜 저 몇십만원 할 듯한 자전거에 당첨된 사람이라니, 도대체 누구......
" ...민석오빠? "
" 뭐? "
민석오빠다. 단상에 올라온 사람은 분명 민석오빠였다.
내 말에 박찬열도 시선을 앞으로 옮겼고, 민석오빠의 얼굴을 확인한 박찬열은 헐 이라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 저 형이 왜 여깄어? "
" 모르지 나도.. "
우리가 혼란에 빠졌을 때 민석오빠의 외모 때문인지 사람들은 웅성거리면서 환호성을 질렀고, 10cm 또한 민석오빠에게 재빠르게 말을 걸었다.
" 이야 외모가 아주.. "
" 얘 잘생겼어요? "
" 네!!!!!!!!!!! 꺄악!!!!!!!!! "
" 잘생긴 남자분,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
" 아.. 김민석 입니다. ..하하. "
민석오빠는 사람들의 초롱초롱한 시선이 부담스러운지 관객석을 잘 쳐다보지 못했다
하긴, 민석오빠가 워낙 잘생겼어야지.
..박찬열도, 준면선배도 그렇고.. 해준선배도 꽤 훈훈하고..
그러고보니 내 주위엔 인기 많은 남자들이 많구나.
민석오빠는 다른 당첨자들과는 달리 꽤 오랫동안 무대에서 질문세례를 받았다.
" 마지막으로 물어볼게요, 여자친구 있어요? "
" 네? 아하하.. 아뇨. "
10cm의 짓궃은 마지막 물음에 민석오빠는 볼을 긁적이며 손사례를 쳤다
그러다가 고민하는 듯 싶더니 다시 마이크에 입을 가져다 댔다
" 여자친구는 없고, 좋아하는 사람은 있네요. "
민석오빠의 말에 10cm든 관중들이든 환호성을 내질렀다. 물론 그중에는 안타깝고 아쉽다는 환호성도 포함해있었다.
민석오빠가 좋아하는 여자도 있었어? 우와. 혼잣말을 하다가 어느순간부터 말이 없어진 박찬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박찬열?
박찬열의 표정은 엄청나게 굳어져있었다. 고등학생 때도 저런 표정을 본적이 있는지 조차 헷갈리는 수준이였다. 박찬열을 부르는 내 부름에 박찬열은 살짝 놀라듯 싶더니 어? 민석형 좋아하는 사람 있대? 라고 말하면서 다시 미소를 지어준다. 민석오빠가 단상에서 내려왔고, 사연읽기가 시작됐다.10cm가 읽어주는 사연들은 하나같이 다양했다.부모님께 죄송스럽다고 효도하겠다는 사연과 같은 수업을 듣는 여자를 좋아하는데 어떻게 해야하냐는 사연, 선생님들 사랑한다는 사연.
...하지만 딱 하나 다양하지 못한 사연이 있었다.
" 자 이제 마지막 사연이 남아있는데요, 어디보자. "
" 어라? 하하하, 또야? "
10cm는 마지막 사연을 뽑고서 재밌다듯 서로 마주보며 키득키득 거린다
10cm가 그럴수록 사람들은 궁금하다는 표정과 어렴풋이 알 것 같다는 표정으로 나뉘어서 표정을 지었다
" 연세대 경영학과 16학번 박찬열! 처음 봤을 때 부터 좋아했어, 말을 붙여보려해도 항상 수업이 끝나자마자 바로 빠져나가서 말을 붙여보지도 못했어. 여자친구가 없는거라면 나는 어때? "
" 16학번 박찬열이 대체 누구길래 이렇게 고백하는 사연이 많이 와?"
10cm의 진행에 보이냐? 보이냐? 라며 의기양양해진 박찬열이였다. 박찬열에게 태클을 걸 말을 궁리해봤지만 10cm가 읽어준 사연 12개 중에 5개가 박찬열에게 고백하는 사연이였기에 눈물을 머금고서 박찬열의 인기를 인정하고, 실감할 수 밖에 없었다. 어떻게 저렇게 많은 고백사연을 받을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지만, 박찬열의 얼굴과 목소리를 객관적으로 보면 마음 속에 품었던 의문들은 전부 싹 사라지고 없었다.
" 궁금해서 안되겠네. 연세대 16학번 박찬열군 올라오세요!! "
10cm의 말에 사람들은 올라와! 올라와! 올라와! 를 크게 외치기 시작한다.
박찬열은 당황한 표정을 짓다가 뭔가를 짧게 생각 하고서는 씨익 웃고는 단상 위로 향한다.
오빠 다녀올게 기다려. 라는 말도 빠짐없이 하고서 말이다.
" 이야.. 그렇게나 고백을 받을만 하네. "
" 대체 뭘 먹고 이렇게나 잘생긴거야? 아까 자전거 받아간 민석군이랑 여기 있는 찬열군이 아주 그냥 둘이 쌍으로 잘생겼네. 그쵸?! "
아까 민석오빠가 단상 위에서 토크를 했던 것 처럼 박찬열도 엄청난 질문들을 받았다.
박찬열은 이런 상황을 즐기는지 중간 중간에 박찬열 다운 드립을 쳐가면서 상황을 이끌어나갔다.
그 고백사연들 중에서 받아줄 의향은 있어요?
아쉽지만 좋아하는 사람이 없어서요. 죄송해요. 친한 누나, 동생, 친구 사이로 지내길 바랄게요.
박찬열과 10cm의 토크쇼도 막을 내려갈 때 쯤, 10cm가 다시 사람들에게 외친다.
" 이대로 보내긴 아깝죠 여러분?! "
" 네!!!!!!! "
" 들었지 찬열군? 장기자랑 하나 하고가! "
10cm의 장난스러운 톤의 말에 사람들은 모두 다 환호를 질렀다.
그럼 저 형님들 기타 하나만 빌려주세요. 박찬열은 꼭 이때를 기다린 사람 마냥 10cm에게 말을 걸었고, 10cm는 오호라 라는 감탄사를 뱉으며 흔쾌히 기타를 빌려주었다.
박찬열은 10cm에게 귓속말로 뭔가를 말했고, 10cm는 오케이 라는 표시의 손짓을 지었다
찬열군의 무대를 끝으로 제 78회 숲속의 향연을 마칠게요 여러분 사랑해요! 라는 10cm의 말을 끝으로 반주가 흘러나왔다.
박찬열이 고등학생 때부터 틈만나면 부르던 곡이였기에 오늘도 이 곡을 부른걸 알지만, 오랜만에 들어서 그런가.
...오늘의 박찬열의 노랫소리는 심장을 간지럽게 하는 노래였다.
너 와 난 보기도 참 오래 봤지 우린 좋은 친구야
매일같이 붙어 다녔지 넌 거의 식구야
내 비밀까지 믿고 말 할 수 있는 넌 특별하고 소중한 내 친구야
그래 친구라 서로 기대고 때로는 취해 치대고
서로의 기대에 못 미쳐 어어 가끔 삐대고
그렇게 넌 내 모든걸 다 알았지 하나만 빼고
그동안 나 꾹 참았지
참고 참았지 나 말하려다 말았지 널 생각하는 내 마음은 우정과는 달랐지
하지만 혹시나 우리 사이 멀어질까봐 착각이라고 날 속이면서 살았지
애닳고 닳았지 내 맘은 겉은 웃지만 힘이 들어 내 안은
날 똑바로 봐
나 이제 네게 그 얘기를 하고 싶어 니 주변에서 중심으로 가고 싶어
lovin u 이제는 말 하고 싶은데 because of u 나는 여태 혼자 있는데
아마 겁이 나나봐 니가 떠나갈까봐 난 곁에서 곁에서 맴돌고만 있어
사실 질투가 났었어 다른 남자와의 연애상담 해줄 때 잘 안되길 바랬어
때론 밤잠도 설쳤어 나도 연인처럼 낮이 아닌 너의 밤을 갖기를 바랬어
너와 걸을 땐 니 손을 잡고 싶었어 너와 얘기할 땐 니 입술에 닿고 싶었어
너 바보처럼 웃을 땐 너무 이뻐서 부서지도록 널 세게 안고 싶었어
참고 참았지 나 말하려다 말았지 널 생각하는 내 마음은 우정과는 달랐지
하지만 혹시나 우리 사이 멀어질까봐 착각이라고 날 속이면서 살았지
오늘은 말할래 내 맘을 겉은 웃지만 많이 떨려 내 안은
날 똑바로 봐
나 이제 네게 그 얘기를 하고 싶어 니 주변에서 중심으로 가고 싶어
lovin u 이제는 말 하고 싶은데 because of u 나는 여태 혼자 있는데
아마 겁이 나나봐 니가 떠나갈까봐 난 곁에서 곁에서 맴돌고만 있어
우정보단 먼 사랑에 더 가까운 사이를 말하는 거야
시간이 너무 아까워 나이는 계속 먹어가고 있잖아
죽기 전까지 즐겁게 살 거 같지 않아?
이렇게 너에게 떼쓰는 나를 봐
우리 계속 붙어있으니 자꾸만 딴 맘을 먹게 돼 장난도 안 치게 되고
혼자 걷게 되는 날은 빨리 지치게 돼 나 어떡해
lovin u 이제는 말 하고 싶은데 because of u 나는 여태 혼자 있는데
아마 겁이 나나봐 니가 떠나갈까봐 난 곁에서 곁에서 맴돌고만 있어
lovin u 이제는 말 하고 싶은데 because of u 나는 여태 혼자 있는데
아마 겁이 나나봐 니가 떠나갈까봐 난 곁에서 곁에서 맴돌고만 있어
천천히 생각해도 돼 대신 좋은 쪽으로만
근데 아니다 싶음 빨리 말해줘 혹시나 안돼도 넌 still a friend of mine
입장정리 할 때야 솔직히 말해줘
#11 : 그녀는 그가 처음으로 익숙해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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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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