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KON/김진환] 나한테만 매달리는 애정결핍 연상썰 03 (부제: 여우)
어젯밤 진환이가 끈질기게 붙는덕에 결국 넘어가버리고 말았다. 허리에서부터 타고 올라오는 아릿한 통증때문에 학교를 쉴까 하다가, 점점 뒤로 가는 내 성적표의 알파벳숫자를 생각하니 정신이 번쩍들었다. 내 옆에서 자는 진환이를 살짝 쓰다듬은뒤 손을 빼려는데 낑낑거리는 꼴이 영락없이 애기다.
"오빠, 출근해야지."
내 말이 들리지 않는 시늉을 하더니 일어나 있는 나를 어느새 자기 품에 가두고는 5분만 더 자자며 웅얼 거린다.
"일어나! 나 학교가야돼, 태워다 준다며?"
"으으응, 좀만 더 자자…."
"늦었어! 오늘 회의 있다면서, 빨리 일어나."
단호하게 안된다고 말하니 뾰루퉁한 표정으로 애교있게 쳐다본다. 그러고는 자기 입술을 가리키더니
"여보, 뽀뽀."
이와중에도 뽀뽀해달라며 애교를 부리는게 귀여워 못이기는척 입술에 입을 마추자, 좋다며 헤헤 거린다. 이럴때만 보면 내가 애인인지 엄마인지 헷갈린다고 해야되나, 회사생활은 잘하고 있는지 걱정이 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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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나 다녀올게, 좀 이따 끝나고 연락할게!"
아침에 늦장을 부린덕에 지각 할뻔했지만 아슬아슬하게 진환이 차를 타고 온 덕에 지각은 면했다. 출근하기 싫다며 징징거리는 진환이를 달래서 출근시키고 나니, 벌써 부부가 된 느낌이다. 아, 그러고 보니 매일 회사식당 밥이 맛이 없다며 칭얼거리는 진환이가 생각났다. 오늘 일찍끝난김에 도시락이라도 싸갈까.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강의가 끝난뒤, 집근처 마트에서 진환이가 좋아할법한 재료들을 고르고, 집으로 돌아와 빠르게 음식을 만들었다. 시계를 보니 벌써 12시가 훨씬 넘어버렸다. 늦어버렸다는 생각에 후다닥 콜택시를 부르고 진환이 회사 앞으로 갔다. 전화를 미리할까 했지만 서프라이즈니까. 괜시리 두근거리는 마음에 품에 있는 도시락이 꽉차게 느껴졌다.
진환이 부서가 어디였더라, 안내 데스크로 가려는데 저 멀리서 진환이가 오고 있는게 보였다, 우리 진짜 운명인가봐.
그런 영양가 없는 생각을 하며, 기분 좋게 진환이를 부르려는데 진환이 뒤로 어떤 여자가 오는 모습이 보였다. 누구지? 쎄한 느낌이 들었지만 무시하고 진환이에게 가려는데 여자가 먼저 진환이에게 말을 거는 모습이 보였다.
"진환씨! 아까 밥 조금밖에 안먹던데, 배안고파요?"
"아, 주현씨. "
"진환씨 맨날 보니까 깨작깨작 먹고 있던데, 회사 밥이 입에 안맞긴 하죠?"
"아, 뭐…. 어! 여긴 어떻게 왔어?"
나를 발견했는지 밝게 웃으며 나한테 꼬리라도 있으면 흔들듯이 반가워 하는 진환이다. 그래, 그래야 우리 진환이지. 괜시리 뿌듯한 마음에 자랑스럽게 도시락을 보이며 말했다.
"회사 식당 맛없다며- 그래서 내가 강의 마치자마자 만들었지."
"...누구?"
"아, 주현씨는 처음 보죠. 제 여자친구에요."
"안녕하세요."
"아…. 여자친구분이 대학생이셨구나…."
왠지 모르게 나를 기분나쁘게 훑어보는듯한 여자의 시선에 기분이 이상해졌다. 뭐야, 왜저렇게 쳐다봐.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전 배주현이라고 해요, 진환씨한테 이렇게 어린 여자친구가 있는지 몰랐네."
어딘가 가시가 돋친듯한 말투다. 진환이에게 얼른 가자고 눈치를 보냈지만 지원오빠 친구아니랄까봐, 내 자랑을 늘어놓고 있다. 어휴, 저 팔불출-
"진환아…. 도시락 다 식겠다."
"아,응. 우리 자기가 만든건데 얼른 먹어야지. 주현씨 그럼 좀이따 봐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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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근처의 벤치에서 도시락을 꺼내는데, 이걸 언제다 만들었냐며 벌써 시집와도 되겠다고 너스레를 떠는 진환덕에 아까 있었던 그 기분나쁜 여자는 잊혀져갔다.
그래도 꽤 친해보이는 듯한 모습에 신경이 쓰여 그 여자가 누구냐고 물어볼까 하다가 괜히 속좁은 여자처럼 보일까봐 그냥 물어보지 않기로 했다.
"워! 왜 이렇게 멍때려? 어디 아파?"
계속 멍하니 있는 내가 걱정됐는지 내 볼을 붙잡고 걱정하는 눈초리로 나를 쳐다본다.
"아니, 니가 너무 맛있게 먹어서 뿌듯해서 그래."
"그치? 누가 만든건데. 회사가기 싫었는데 맨날 이렇게 도시락 싸와주면 회사 매일 가고 싶을것 같은데?"
다음에도 또 와 달라며 도시락을 정리하고 있는 내 어깨에 얼굴을 부비적 거린다. 에구 우리 강아지.
"그럼, 좀 이따 회사끝날시간에 회사 앞으로 갈게."
바래다 주겠다는 진환이를 뒤로 한채, 얼른 들어가보라고 등을 떠민뒤 진환이 회사 근처에 있는 카페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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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수님이 내준 숙제를 하다 보니 시간이 훨씬 지나버렸다. 핸드폰은 무음으로 해놔버려서 진환이에게 온 카톡을 못봐버렸다. 큰일났네, 저번처럼 그러면 안되는데. 진환이에게 얼른 답장을 보낸 뒤, 부랴부랴 대충 짐을 챙긴후 진환이 회사 앞으로 갔다. 주위를 둘러보니 저기 앞 벤치에서 앉아있는 진환이가 보였다.
"진환...!"
또 그 기분나쁜여자다. 여자들한테는 웃어주지도 않으면서, 저 여자에게는 잘도 웃어주며 얘기하는 진환이가 보였다. 아깐 정신없어서 잘 못봤었는데, 저 여자 되게 이쁘게 생겼다. 구두는 샤넬에 가방은 프라다. 직장인 맞아? 나는 청바지에 늦어서 대충 질끈묶고 온 머리, 옷도 대충 후드티를 입고 왔는데. 저 여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꾸민 모습에 도시락 가방과 크로스백을 매고 있는 내가 초라해보였다. 그래서 진환이에게 섣불리 못가고 있는데 그 여자가 이쪽을 봤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나를 비웃는 듯한 표정. 이럴줄 알았으면 코트라도 입는건데, 어느새 진환이가 나를 봤는지 쪼르르 달려와 어디있었냐고 묻는다. 저 여잔 왜 자꾸 옆에 붙어있는거야, 거슬리게.
한껏 차려입은 저 여자 앞에 서니 내가 더 어려지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 여자와 눈이 마주치고 나서, 머릿속에서 적색 신호가 울렸다.
저건 분명히 여우라고.
진환이가 나보다 5살 연상인덕에, 나는 내가 어리게 보이는 것을 싫어했다. 근데 이게 뭐야. 오늘은 딱 봐도 내 모습은 누가 봐도 대학생이다. 그것도 엄청 어린….
물론, 진환이가 엄청난 동안인 덕에 실제로 우리가 5살이나 차이가 나는건 사람들도 잘 모르지만, 저 여자 앞에선 어려보이기 싫었다.
"미안해, 레포트 하느라고 카톡을 못봤어…."
저 여자옆에 있는 진환이가 보기 싫어 일부러 진환이의 팔짱을 끼며 여자 옆에서 떨어지도록 만들었다.
"걱정했잖아…. 핸드폰은 10분에 한번씩봐. 그래야 내가 안불안해."
내가 걱정된다며 머리를 쓰다듬으며, 저 여자 앞에서 나를 타박하는 모습에 괜시리 어깨가 으쓱해지는 기분이다. 봤지? 그니까 꺼져- 여우야.
푸흡 -
어디선가 바람빠진 소리가 들려서 옆을 보니 그 여우가 웃음을 머금고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아, 죄송해요. 웃으려던게 아니었는데, 여자친구분이 되게 귀엽네요. 어려서 그런가."
저 여우년이.
일부러 '어려서'라는 말에 힘을 주고 말하는 모습에, 오늘 입은 청바지와 후드티는 집에 가자마자 쓰레기통에 처박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작가의 말 |
오늘은 갈등의 전반부?ㅎ 저는 주현이를 사랑합ㄴ니다. 레벨만세ㅠㅠㅠㅠㅠㅠ 수정이를 넣을까 하다가 검사썰에서도 등장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주현이를 등장시켜봤어요 ㅎㅎ 첫등장부터 만만찮죠? 우리 지원이 친구 진환이는 서로 친구답게 여자들끼리의 기싸움을 모른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원래 이래야 재밌죠? 1편에 이어 2편도 초록글(눙물)ㅠㅠㅠㅠㅠㅠㅠㅠ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 너무 감사해요♡ 모두들 the....love.....(부둥부둥)
다시한번 말하지만 저는 주현이를 좋아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