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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롭게 바라보는 시선에서 느낄 수 있었다. 너는 졌어. 굳이 말하지않아도 태형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챌수있었다.
반면 갈 곳 잃은 내 손은 허공을 배회했다. 인이어에서 나오는 남준에 소리에 집중을 하지 못했다. 정신차리라는 말이 들렸던 것 같은데.
"너 알아."
머리보다 입이 빨랐다. 작전을 말아먹은 주제에 눈치도 없었다. 무슨 생각으로 말을 뱉은 건지 나도 도통 모르겠다. 정말 머리를 거치지않고 나온 말이였으니까
"쟤가 너랑 먹으래,"
"..."
"내기했거든."
허공을 가르킨 내 손 끝엔 정국이 머물렀다. 턱을 괴고서 온갖 싫은티는 다 내며 앉아있었다.
정국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 더 짓껄여봐라. 입꼬리가 슬쩍 올라가는 정국을 보고 있자니 땀이 났다.
"그럼,"
"..."
"니가 졌네."
어린 아이 어루는 듯한 말투였다. 알면서도 넘어가주는 듯한 느낌이 묘하게 마음에 걸렸다.
사람을 갖고 노는 재주가 있다. 김태형은,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였다.
하이브리드 피플
(Hybrid people)
: 또 다른 단서를 찾는 단계
"이상해."
"난 니가 더 이상해"
"나를 아는 것 같아"
"그렇게 연기하는데 모르는 척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지."
아까의 일을 비꼬던 남준의 뒤통수를 내리쳤다. 이새끼가 진짜.
"너 이번 작전 말아먹으면 나도 쫒겨나. 그러니까 제발 돌발 행동같은건 좀 자제해주라."
"알아보라고 나한테 떠민게 누군데."
진동이 울렸다. 남준에게 전화가 왔다. 네, 알겠습니다. 짧게 전화를 마친 남준이 나갈채비를 했다.
"그리고 옷은 화장실에 갈아입어,"
"..."
"방 안에 카메라있는거 알잖아."
큼큼, 목을 가다듬는 남준이 눈알을 도르르 굴렸다. 방 안에 카메라가 있는 것 쯤은 알고있었다. 그걸 누군가 보는 것도 알고있었고.
그러나 카메라를 의식하지는 않았다. 마카오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이였다.
"새끼 남자라고."
오피스텔 앞 까지 나와 손을 흔들어보이자 남준이 들어가라며 손을 휘저었다. 쌀쌀해진 저녁 바람을 맞던 내가 먼저 몸을 돌렸다.
엘레베이터 안은 고요했다.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휘적휘적 걷던 걸음이 멈췄다.
"어,"
김태형이였다. 같은 오피스텔에 잡아줬다는 사실을 말해주지 않았다. 분명 일부러 김태형의 옆 집을 잡아준 것이 분명한데 누구하나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문을 닫던 태형이 고개를 돌렸다. 나와 눈이 마주침과 동시에 표정이 구겨졌다.
"여기 살아?"
"..."
"나도 여기사는데.."
어색하게 웃으며 말끝을 흐리자 태형이 나를 지나쳤다. 반응이 없을거라는 것은 미리 예상했다.
그리고 그것은 곧 현실이였다. 태형이 가고난 복도를 다시금 걸었다.
도어락을 열어 비밀번호를 치는데 태형에 집 앞에 떨어진 지갑에 몸을 숙이자 다시 문이 닫혔다.
"꼭 누가 떨어트린것 같네."
검은색 가죽 지갑을 열었다. 나쁜 마음으로 지갑을 연 것은 아니였다. 그냥 혹시나 하는 생각. 그런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끼워진 주민등록증을 꺼내들었다. 김태형. 적힌 이름 석자와 팔십구년생에 주민번호가 적혀있었다. 주민번호를 다시 확인했다. 팔십구년생이 맞았다.
"나 지금 판도라의 상자를 들고 왔어."
카메라에 대고 지갑을 흔들어 보이자 남준이 뭐? 되물었다. 지갑이야. 대답하는 나의 말에 '얼마있냐?' 라며 물어왔다.
남준은 웃었다. 김태형이라는 것을 예상하지 못하는 모양이였다.
"김태형꺼야."
주민등록증을 꺼내들어 카메라에 들이밀었다. 아무리봐도 이상했다. 본래 학생이 아닐것이라는 것쯤은 알고있던 사실이 였는데, 너무 뻔한 위치에 지갑이 떨어져있었다. 나 좀 주워가주세요. 말하는 것처럼 지갑은 복도 한가운데 떨어져있었으니까.
"위조된 주민등록번호가 아니야."
'...'
"진짜 김태형꺼야."
학교를 다니면서 본인의 주민등록증을 가지고 다닐리 만무했다. 작전에 투입됨과 동시에 현존하는 인물을 지워야만 했다.
가상의 인물이 되는 대신, 진짜 나를 버려야 작전이 시작됬다.
"일부러 버리고 간거야."
'...'
"내가 가져갈수있게"
'김태형이..'
"..."
'어제 이사왔어.'
일부러 김태형의 옆집에 잡아준 것이 아니였다. 내가 며칠전 오피스텔에 들어온 후 김태형이 따라 들어온 것이 틀림없었다.
김태형은 알고있었다. 이번 작전에 목표물이 자신임을 알아챈 모양이다.
"근데 왜 나한테 알려준걸까,"
주민등록증을 손에 쥐고 다시 한번 훑었다. 그러다 문득 든 생각에 서랍을 뒤져 소총을 꺼내 들었다.
허리춤에 끼워넣은 총을 정리하고 옷을 고쳐입자 도어락소리가 들렸다.
"왜 알려줬겠어."
정국이였다. 남준을 통해 비밀번호를 알아낸 모양이였다. 뭐? 묻는 나를 지나쳐 소파에 풀썩 앉았다.
"알라고 알려준거지."
"..."
"소총 다시 넣어놔."
"..."
"아직 시작도 안했다"
정국은 여유로웠다. 등을 기대고 앉아 나에게 말하는 폼새가 영 재수없었다.
"김태형이 진짜 스파이라고 생각해?"
"..."
"저기, 지켜보고계시네"
정국이 가리킨 손 끝에는 카메라가 있었다. 남준이다. 정국은 남준을 말하고 있는게 분명했다. 신경질적으로 인이어를 집어 던졌다.
허리춤에서 소총을 꺼내 들었다. 정국이 향한 쪽으로 총을 겨누었다.
"짜증나게 하지말고, 똑바로 말해"
"..."
"구라치면 입 찢어버린다."
정국이 능글 맞게 웃었다. 무섭네, 말하는 대사는 한껏 재수없었다. 머리 속에서는 수만가지에 생각이 맴돌았다.
홍콩에서 나에게 한국으로 돌아가자던 남준을 떠올렸다.
"김남준이 내린 작전이야."
"..."
"나는 김태형이 누군지 알고있어."
정국에 머리에 겨눈 총을 내려놨다. 이번 작전에 목표물은 태형이 아닌 바로 나 였다.
Q. 미친거아닌가요? 전개가 왜 이래요?
사실 미친거 맞습니다... 면목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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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별땅입니다
1일 2연재라니 저도 참 놀라운데요 허허, 다 여러분들 덕분입니다.
댓글 달아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글을 쓸때 그리 진중하게 적는 편은 아닌데
이상하게 답글을 달아드릴때 더 신경이쓰이는 것같아요 그만큼 댓글써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입니다!
암호닉 신청해주신 분들 덕분에 하루종일 기분이 좋더라구요, 우유님과 됴종이님 감사합니다.
2편보시고 저를 떠나가지말아주세요 (애잔...)
오늘도 좋은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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