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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나메 전체글ll조회 2521l 2

 

 

 

 

 

 창섭이 물고 있던 모나미 펜의 끄트머리가 울퉁불퉁하게 찌그러졌다. 그 모양을 현식은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만 봐."
"싫어."
"부담돼서 안 풀리잖아."




 어제 외웠던 공식이 잘 떠오르지 않는지 창섭은 아예 펜을 입안 깊숙이 넣고 으득으득 씹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무언가를 먹어야 하는 창섭의 버릇이 변형된 결과였다. 스트레스 받는다고 맨날 먹으면 살쪄. 언젠가 창섭이 말했다.





"여기다 대입해야지."
"……."
"풀렸지?"
"… 너는 어떻게 예체능 주제에 수학을 나보다 잘하냐."





 부러움 반 질투 반이 적당히 섞인 창섭의 물음에 현식은 대답 없이 눈을 휘었다. 얄미워. 초승달처럼 예쁘게 휘어진 눈을 손가락으로 죽 찢은 한 창섭이 씩 웃었다. 못생겼다 진짜. 현식도 창섭을 가만히 바라보다 손가락으로 창섭의 입 꼬리를 늘렸다. 네가 더.





"아, 알았어, 알았어. 너는 손이 두꺼워서 아프단 말이야."





 반팔을 입어 드러난 팔로 불거진 현식의 힘줄을 힐끗 보며 창섭이 말했다. 그리고 좀 무섭다구. 창섭은 방금 현식이 늘렸던 입매를 손으로 가렸다. 그리고 다시 펜을 잡는다. 아까 입에 넣고 씹어서인지 펜에 침이 잔뜩 묻어 있었다. 현식이 책상위에서 티슈를 뽑아주었다. 책과 펜에 묻는 침을 닦으며 창섭이 말했다.





"집에 안가도 돼?"
"응."
"그냥 가라는 말이야."
"안갈 거야."
"우리엄마가 이제 가라고 할 걸?"
"그때 가지 뭐."





 우리 집 와서 하는 일이라고는 앉아서 나 방해하는 거 밖에 없으면서. 창섭이 눈을 흘겼다. 현식은 그러거나 말거나 턱까지 괸다. 그리고 창섭이 공부하는 모습을 지켜본다. 창섭이 모나미 펜을 씹을 때에는 눈썹을 찌푸리기도 하지만 현식은 그저 집의 가구처럼 앉아있기만 했다. 그러다가도 대뜸,





"나 연습장 한 장만."





 이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러면 창섭은 군말 없이 자신이 쓰던 연습장의 맨 끝장을 부욱 찢어서 현식의 앞에 놓아주곤 했다. 현식은 그 종이를 말없이 손으로 만져보다가 가방에서 연필을 꺼낸다. 전문가용 4B연필. 미술을 하는 현식의 손이 가장 섬세해지는 때였다.
 똑- 똑- 창섭의 방 안엔 시계 침 돌아가는 소리만 육중하게 울렸다. 이따금 침 넘어가는 소리, 펜과 종이가 비벼지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공부를 하다 집중이 안 될 때면 꼭 시계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그땐 고개를 드는 거다. 그리고 옆 사람이 지금 무엇을 하는지 확인하는 거지.





"오- 잘 그렸는데?"





 창섭이 고개를 빼고 그림을 구경하자 현식이 종이를 뒤집었다. 아직 이야. 부끄러운 건 아니고 그저 완성 본만 보여주고 싶다는 말이었다. 창섭은 고개를 끄덕였다. 완성되면 보여줘야 된다? 현식이 알겠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여태까지 수많은 그림을 그리다 갔지만 저 약속을 지킨 적은 없었다. 단 한번도.
 잘 풀리지도 않는 수학책을 탁- 소리 나게 덮었다. 그 바람에 현식이 스케치하던 얇은 종이가 펄럭인다. 그러면서 무언가 잘못되었는지 집중하던 현식의 미간이 잠깐 펴졌다.





"오늘 엄마 늦게 오나보다."
"그러네."





 그리고 똑- 똑- 똑- 정적이었다. 창섭은 풀던 수학책을 옆으로 밀고 이번엔 영어책을 가져왔다. 수학보단 그래도 영어지. 그나마 자신 있는 영어문제집을 열며 아까 전처럼 볼펜을 입에 물었다. 현식의 손이 다시 바빠진다.







*







 시간이 늦어 현식이 진짜 가야할 때가 왔다. 그 전에 둘은 방에서 나와 저녁도 먹고 TV까지 본 후였다. 밖에는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현식은 가방을 가지러 창섭의 방에 가고. 창섭은 거실에 앉아 빗방울 소리를 들었다. 얼마 안 돼, 현식이 가방을 메고 나왔다.





"밖에 비와."
"나 우산 안 가져왔는데."
"내거 쓰고……. 아니다. 같이 가자."





 신발장 구석에서 우산을 하나만 꺼내던 창섭은 잠시 멈칫하더니 손가락을 펼쳤다. 신발장 문을 닫으며 들고 있던 우산은 두개였다. 둘은 밖으로 나와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 늦은 시간에다가 비까지 와 밖은 어두컴컴했다. 어둠속에서는 올라오는 빨간 엘리베이터 불빛이 전부였다. 숫자가 변하는 것을 그저 지켜보던 창섭은 띵- 하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현식이 먼저 들어가 1층을 눌렀다.





"편의점까지만 가준다?"
"응."
"내가 뭐 살게 있어서 가는 거야."
"알았어."





 굳이 그런 말은 하지 않아도 되지만 창섭은 해야 했다. 그것은 현식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가로등 불빛에 끊임없이 쏟아지는 빗방울들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걸었다. 현식도, 창섭도 둘 다 말이 없었다. 거세게 쏟아지는 빗방울 때문에 무슨 말을 해도 잘 들리지가 않기도 했다.
 꽤 가깝게 편의점이 보였다. 이제 횡단보도만 건너면 헤어진다. 창섭은 우산을 약간 젖혀 현식을 훔쳐보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앞만 바라보고 서있다. 창섭도 고개를 돌렸다. 마침 초록불이 들어오고 차들이 멈췄다.





"잘 가."
"……."
"왜?"
"아니야. 잘 가."





 손을 흔들며 편의점에서 멀어지는 현식을 잠깐 동안보다 편의점 안으로 들어갔다. 사실 살건 없었다. 거짓말이었다. 창섭은 그런 자신이 웃겨 헛웃음을 지었다. 그러다 문득 연필을 파는 것이 보였다. 그것도 4B연필이다. 전문가용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4B연필이었다. 창섭은 그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사버렸다. 집으로 오면서 손에 꽉 쥔 연필에 대해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창섭에겐 필요 없는 물건이고, 사 둬봤자 현식밖에 쓰지 않을 것이다. 그래 현식. 아무리 생각해봐도 떠오르는 것은 현식의 얼굴이었다. 우산에 묻은 빗물을 털어내듯 현식에 대한 생각도 털어내려고 했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 우산을 질질 끌며 엘리베이터에 탔다. 환한 형광등 아래에서 번쩍이는 포장지를 매만지다 한숨을 쉬었다.





"지랄이다 이창섭."





 자조적으로 내뱉은 한마디가 너무 적절해서 웃어버렸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집으로 들어가 우산을 걸고 방문을 열었다. 깜깜한 방안이 창섭을 맞았다. 창섭이 습관적으로 손을 뻗어 불을 켰다. 그리고 책상위에 연필을 내려놓았다. 손이 잠시 멈춘다. 길을 잃고 방황하던 창섭의 손이 무언가에 닿았다. 그것은 한두 장이 아니었다. 창섭은 잘 정리된 종이를 모두 펼쳐보았다.
 그것은 현식을 만나고서부터의 2년 동안의 자신이었다. 때가 타 회색으로 변해버린 종이들을 손가락으로 그려보던 창섭이 눈을 깜빡였다. 손가락 끝에 흑연이 잔뜩 묻어 새까매졌다. 창섭은 그 손으로 눈을 비볐다. 진하게 묻었던 흑연이 물기가 묻어 금방 흐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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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와진짜좋어여ㅠㅡㅠㅠㅠㅠㅠㅠㅠ이창서뷰ㅠㅠㅠㅠㅠ임현식 진짜 현실설레뮤ㅠㅠㅠㅠㅠㅠ더써주세여!!!
9년 전
비회원167.9
ㅠㅠㅠㅠㅠㅠ현창이라뇨ㅠㅠㅠ 사랑합니다ㅠㅠㅠㅠㅠㅠ창서뷰ㅠㅠㅠㅠㅠ현시규ㅠㅠㅠㅠㅠ
9년 전
비회원17.10
ㅠㅜㅠㅜㅠㅜㅠㅜㅠ이걸 지금 보다니 허유...ㅠㅠㅠ현창 조아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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