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RGET 07
- SHADOW OF TARGET-
그렇게 우린 한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오세훈은 아무 말 없었다. 그저 가끔 내가 잘 따라오고 있나 확인하려는 건지 뒤를 돌아볼 뿐 긴다리로 휘적휘적 걸어가 따라가는게 진땀이었다. 제일 끝에 있는 테이블로 향하더니 오세훈은 자연스럽게 메뉴판을 들고 나에게 건내려고 했다. 난 그냥 팔짱을 낀체 묵묵히 오세훈을 바라봤다.
"어려워."
내 앞에 놓인 그릇은 신경쓰지 않고 메뉴판을 툭 던졌다. 그릇 위엔 음식이 아니라 메뉴판.
매너 개떡같구나 오세훈.
"뭐가."
"어떻게 하면 그쪽이 나한테 안달날까."
"난 파스타 그쪽은."
메뉴판을 보지도 않고 다시 오세훈에게 넘겼다. 그런 나를 어이없게 쳐다보더니 손을 들어 웨이터를 불러세웠다. 주문 도와드릴까요? 상냥한 목소리의 여자였다. 학비를 버는 학생인지 서툴게 화장해 간신히 성인이라고 쳐줄 만한 외모였다.
"파스타랑 목살이요."
"파스타는 종류가 다양한데 어떤것으로 주문해드릴까요."
"파스타."
"네, 손님 그러니까 어떤.."
"다 줘요. 여기서 파는거"
직원은 한눈에 봐도 당황했다. 자기가 들은 말이 맞는지 의구심이 들어보이지만 싸한 오세훈 얼굴에 다시 물어보지 못하고 어쩔줄 몰라했다. 알리오 올리오로 주세요. 나의 말에 직원은 안심한 듯 웃어보이며 빠르게 사라졌다.
"돈지랄 하는 편인가봐."
"응. 나 돈 많거든."
"좋겠네."
"그럼 나랑 연애하던가."
오세훈은 서로간의 친밀한 감정이라던가 나에 대한 배려라던가 아니, 상식적인 행동을 몰랐다. 하지 않는게 아니라 정말 몰랐다. 억지로 남처럼 틀에 박히게 해봤자 몸부림조차 치지 않고 저절로 빠져나올 사람이었다. 이런 사람이랑 정상적인 대화를 어떻게 이끌어나가야 할지 순간 고민이 들었다.
맞아, 무시가 답이지.
"네가 말한 그 둘 정보나 말해."
"우선. 당신을 알려줘."
그는 내가 그의 말을 무시했다는거에 개미 똥만큼도 신경쓰지 않았다. 그저 대화 주제에 상관 없이 자기가 하는 말만 툭툭 내 뱉었다.
"이름은 알고있을테고, 나이는 스물 아홉."
"그런건 이미 알고. 그쪽은 어떤 남자 좋아해."
"윤리적인 남자."
세훈은 그제서야 생각났다. 나 살인자지. 이 여자는 경찰이고. 자신은 처음부터 나가리였단걸 깨달았다. 하지만 상관은 없었다. 왜냐면 그녀가 숨을 내쉴때 마다 향기가 몰려왔다. 숨을 들이마시자 그여자의 향기의 빠져 나의 가장 은밀한 곳 까지 그녀의 향기로 채워졌다. 내가 오늘 약을 했나, 했겠지. 안 그러면 숨을 쉰다는 매우 일상적인 행동이 이렇게 기쁠수가 없잖아.
"당신은 폐속에다 꽃다발을 구겨 넣었어?"
"뭐라고?"
"존나 좋다고"
아. 나 오늘 약 안했다. 그리고 깨달았어. 대단해, 경이롭기까지 해. 마약보다 훨씬 나를 자극하는 여자다.
짜증이 났다. 이 여잔 뭔데 이렇게 완벽하고 지랄이지. 지금 당장 키스해버리고 싶었다. 향수를 들이키는 것 보다 백배 아니 천배쯤은 훨씬 더 향기롭겠지.
난 느끼한거 싫어. 그쪽이 먹는 파스타 같은거. 취미가 뭐야. 난 그런거 없어. 술 잘마셔? 제일 최악인 범죄자가 누구야? 설마 나는 아니지? 주로 밤에 뭐해. 난 주로 섹스를 하는 편이야. 그쪽은 섹스 좋아해? 그래서 지금 여기까지 왔다. 내가 잡았던 살인자와의 식사에서 대화가 절망적이게도 여기까지 왔다.
"너 그 둘 안다는거 구라면 내가 여기서 너 쏴버릴거야."
"무섭네."
섹스 좋아해? 라는 답변에 내가 지금 헛짓을 하고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목살을 한 조각 썰던 오세훈이 나이프를 내려놓고 냅킨으로 입가를 쓸었다.
"첸, 시우민. 이 바닥에서 그렇게 불러"
"26살 28살 둘이 형제고."
주머니에서 접혀진 종이를 나에게 내밀었다. 받아 펼쳐보니 핸드폰 번호와 계좌번호로 보이는 숫자들이 적혀있었다.
"우선 오늘은 여기까지. 당신들 능력이 어떨지는 모르겠는데. 그걸로는 못 찾아."
"그래서?"
"그러니까 다음엔 나랑 영화보려고 노력해봐."
그에게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는 나의 태도가 마음에 들었는지 웃어보였다.
"나 먼저 갈게"
"더 있다간 너한테 짐승처럼 행동할 것 같아"
그 말을 끝내곤 의자에 걸어두었던 자켓을 걸치더니 걸어갔다. 그의 뒷모습을 보고있는데 그가 대뜸 멈춰서서 나를 다시 돌아봤다. 웃던 얼굴은 어디가고 뭐가 마음에 안든건지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자기 뒷머리를 헝클이며 나가버렸다.
세훈은 뒤를 돌아 자신과 마주친 여자를 보고 생각했다. 작은 날숨따위 하나에 내가 질식할 수도 있겠구나.
그런데 질식해도 좋으니 저 여자랑 뒹굴고 싶다. 그것도 난잡하게
그렇지만 다시 뒤를 돌아 갈길을 갔다. 시간은 많으니까.
"너 이거 어디서 구했어."
오세훈과 헤어지자 마자 경수오빠의 사무실로 뛰어갔다. 간신히 잡은 실마리여서 그런지 너무나 뿌듯했다 그저 칭찬 하나에 목 마른 초등학생 같이 종이를 건넸다. 기뻐할 경수오빠를 바라 보았지만. 정작 돌아오는건 낮은 목소리 뿐이었다.
"그냥. 이리저리 발로 뛰어서?"
"오세훈이지."
"아닌데."
오세훈. 그 싸이코 약쟁이의 이름이 나왔다. 반드시 절대로 나올 타이밍이 아니여야 하는데 나와버렸다.
"거짓말 하는 사람 싫다고 했지. 내가."
경수오빤 참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주제를 모르는 사람. 밥 먹을 때 떠드는 사람. 아첨 잘 떠는 사람. 튀고싶어 환장한 사람. 그리고 방금 나처럼 거짓말 하는 사람.등등
민감하고 예민하고 신경질적이다.
그런데 다정하다.
"살인자야. 그렇게 놀아주다 갑자기 너 죽이려고 들이대면 어떡할건데."
"그럼, 수갑채우지 뭐."
그렇네, 입이 하트 모양으로 활짝 퍼지며 웃었다. 도대체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해 물었더니 답은 단순했다.
"네가 준 녹화영상 편집 된거더라. 그래서 데이터 복구해 봤지."
"너 그렇게 편집할 만큼 부지런한 애 아니 잖아."
"들켰네."
"박찬열이 알면 난리나겠지."
엔지니어의 사무실 치고는 너무 깔끔하고 단정했다. 왠만한 모든 물건들은 검은색이었고 블라인드 까지 검은색이었다. 블라인드 사이 사이에서는 빛이 새어들어오고 있었다.
괜히 비장해 보이네. 뒷거래라도 해야할 분위기 같아. 박찬열이 알면 나 죽을걸? 시덥지 않는 소리를 뱉으며 블라인드를 올렸다. 조금은 낮아진 햇빛이 건물들 사이로 삐져 나오고 있었다. 각진 빛들이 나와 경수오빠를 비추었다,
"오세훈을 죽이겠지. 박찬열이 넌 못 죽이잖아."
펜을 이리저리 돌리던 경수오빠가 의자를 돌려 창문을 바라보았다. 해변에서 일광욕하는 관광객 마냥 여유넘치게 의자에 드러누었다. 눈부신 햇살에 눈가를 찌푸리더니 아예 눈을 감아버렸다.
"그러니까. 비밀 보장 좀 해주시죠."
"누굴 위한 비밀인데. 박찬열 손에 죽는 오세훈 아님 널 못 죽이는 박찬열"
"박찬열 손에 못 죽는 날 위해."
"뻔뻔하네."
"원래 인생은 존나 마이웨이야."
"여자애가 존나가 뭐야."
"어쩔 수 없어. 그 둘이랑 같이 다니면."
존나 맛있다. 존나 쩌는데? 와 존나 예뻐. 존나 심심하네 존나 씨발!!! 존나 존나 존나. 만약에, 정말 만약에 존나라는 욕을 어머니 라던가 아버지로 바꾸어 말하면. 변백현 박찬열은 아마 세상에서 제일가는 효자일 것 이다. 공자 논어에도 실릴 수도 있겠다. 제자들아- 맛있는 걸 먹어도, 엄청나게 이쁜 여자를 보아도, 눈이 뒤집힐 듯 대단한 것을 봤을때도, 또한 심심할때도 항상 부모를 먼저 생각하거라 이 둘이 그랬다. 그들의 이름은 변백현과 박찬열이었다.
"언제까지냐고."
"미안. 뭐라고?"
"이거 조사해서 언제까지 보내주냐고."
내가 왜 그런 생각을 했지. 존나 하나에 공자가 왜 나오고 아버지 어머니는 왜 나왔지. 그딴거에 윤리의 끝판왕을.
아, 나 오세훈 만나고 왔지.
"무슨 생각을 하는데 말도 못 들어."
"...당장 할 수있나?"
"나 그냥 다 떼려치고 경찰 시험 볼까봐."
큰 눈이 사정없이 구겨지더니 하트입이 야무지게 닫혔다.
*암호닉*
[비염]
[시동]
[옷쟝]
[요구르트♡]
작가의 외침 |
엑소 열명 짱!!!!!!!!!!!!!!!!!!!!!!!!!!!!!!!!!!!!!!!!!!!!!!!!!!!!!!!!!!!!!!!!!!!!!!!! 위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