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화(導花)님, 도화님이 오늘 데려오신 아이요,"
"... 성규 말이냐?"
"예. 조선에서 왔다면서요. 조선에서 도화시키는 것은 가급적 금하라고, 말씀하셨잖습니까."
"그렇지만 불쌍한 놈이었어, 게다가 조선이 망하면 연선국(聯璇國)이 그리되는 것을 알잖은가."
"조선의 패망과, 그 아이가 관계가 있다는 말씀이신지요..?"
"암, 참 많다."
노년이라면 노년으로 중년이라면 중년으로 생각되는 남자는 가만히 하늘을 바라본다.
그의 하얀 저고리가 부드럽게 바람에 흩날렸다.
그에 비해 족히 40년은 적어보이는 소년은 남자의 시선을 따라가 역시 하늘에 머무르게 한다.
"하늘이, 참 맑네요."
"..."
대꾸 안 해주는 남자에, 소년은 살짝 심통이 났는지 삐딱하게 아, 도화님, 하며 남자를 부른다.
"동우 너도 여기 온지 거의 10년이구나."
"네, 10살때 왔으니까요."
"벌써 시간이 그렇게 지났구나."
남자와 소년은 어느샌가 부터 내리는 여우비에 자신들이 있던 언덕을 내려갔다.
허전해진 언덕에는, 이름 모를 들꽃들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