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blesse oblige 04 능글대는 도경수를 무시한 채 아무 곳으로 나 걸어갔지만 도경수는 뒤에서 끈질기게 나를 쫓아왔다. "아, 시발. 진짜 그만 따라오라고." "...다시 한 번 해봐." "뭘." "욕 다시 한 번 해봐. 섹시하다." 미친놈. 짧게 욕을 해준 뒤 도경수의 표정은 무언가에 빠진 듯 내 두 눈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뭘 봐." "너 잠깐 따라와봐." "이거 안 놔?" 닥치고 따라와. 도경수는 순식간에 내 손목을 세게 잡고 어딘가로 끌고 갔다. 도경수도 작은 몸집과는 달리 남자라 그런 지 몸부림 치는 나는 도저히 뿌리칠 수가 없었다. 도경수는 어느 화려한 문양이 있는 문을 열었고 도경수의 뒤에서 본 방의 모습은 김종인과 김준면 처럼 화려했다. 저게 다 얼마래.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도경수는 문을 잠궈놓고 나를 소파에 앉힌 뒤 자신도 내 맞은 편에 앉았다. 짐짓 진지한 표정으로 나에게 말했다. 황궁 사람들은 다들 이렇게 평균 이상의 외모를 가지고 있다 보다. 김종인도 그렇고 김준면도 그렇고. 도경수도. "너 나 모른 척하라고 누가 시켰어." "개소리야." "누구야. 김종인? 김준면?" "...김종인은 누군데." 진짜 나는 도경수의 이름만 알 뿐 아무 것도 모른다. 도경수는 그런 나를 이상하게 생각했는지 문까지 잠궈놓고는 캐물었다. 누가 시켰냐며. 김종인인지 김준면인지. 아무래도 김종인이 누군지 모르는 척하는 것이 상황에 맞을 것같아 눈을 똑바로 마주치며 김종인은 누구냐며 뻔뻔하게 되물었다. 내 대답을 들은 도경수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황궁으로 언제 들어왔냐 물었다. "3일전인가. 기억이 잘." "허, 그럼 원래 어디 소속이었는데." "김비서님 소속이요."
"...근데 김종인을 몰라?"
너도 모르는 데 김종인이 누군 지 모를 수도 있죠. 뻔뻔한 나의 대답에 도경수는 지금 말을 깐꺼냐며 새로운 매력이라고 한 번 더 반말을 해보라고했다. 미친놈이다. 미친개. 완전 미친개구나. 별종. 별종 중에서도 별종. "나 김준면 절친한 친군데." "근데요." "김준면 메이드라며. 그럼 나한테도 살갑게 대해줘." "싫은데." 도경수의 눈빛은 여전히 나를 재밌는 물건을 발견한 어린 아이처럼 빛났다. 그러다 무언가를 결심한 듯 그럼 나에 대해 설명해 줄테니 자신에게도 살갑게 대해달라 말했다.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던 나는 도경수에게 자기 설명하기 부끄럽고 쪽팔리지 않냐며 몸서리쳤다. 도경수는 별로. 하며 대답했다. 자기애가 강한 사람같았다. "난 도경수. 19살." "야. 나도 19살이거든?" "너도 김준면한테 존댓말 쓸 거 아니야. 아, 딴 데로 샜잖아. 일단 좀 들어라." ...그러니까 도경수의 말은 자기가 황족이 아닌 귀족인데 귀족 최초로 차기 황제 서열에 들었다? 이건가. 순 자기자랑. 역시나 자기애가 심한 사람이 맞았구나 생각하며 한심한 눈빛으로 도경수를 쳐다봤다. "근데 난 내가 3위라는게 존나 자존심상해." "황족아니라며. 그러면 3위도 감지덕지해야지." "야, 너 은근 말깐다? 하여튼. 김준면같이 답답한 새끼보다 아래라는게 존나 수치스럽잖아." "김준면이 너보다 훨씬 나아." 어딜봐서? 얼굴도 내가 더 잘생겼는데. 라며 도경수는 또 능글댔다. 아까는 김준면과 절친한 친구라 했던 것 같은 데 왜 김준면보다 아래라며 수치스럽다고 표현하는 걸 까 궁금했던 나는 도경수에게 물었다. "김준면이랑 절친한 친구라면서 왜..."
"아, 그거 뻥인데."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답하는 도경수의 표정이 순간 소름돋았다. 무언가 다 꿰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이어서. 두 손으로 내 팔을 문지르며 도경수를 쳐다봤다. 도경수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속마음이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 도경수는. "나 김준면 존나 싫어해." "...근데 나한테 이런 거 막 말해도 돼?" "너 말 안할 거 잖아." "하면 어쩔건데." 내 대답에 도경수는 나의 앞으로 와 나를 일으켰고 얼떨결에 일어나게 된 나는 그저 가만히 도경수를 쳐다봤다. 도경수는 씨익 웃으며 내 두 뺨을 감싸고 나에게 키스했다. 반항을 했지만 도경수에게는 도저히 당해낼 것 같지 않아 일찍이 포기하고 키스를 받아들였다. 김종인과 달리 조급함없는 부드러운 키스였다. 도경수는 능숙하게 내 치열을 흝고 내 혀를 휘감았다. 도경수는 내 입 주변을 엄지 손가락으로 쓸어 준 뒤 짧게 뽀뽀를 한 뒤 떨어졌다. "너 내가 처음이지." "아닌데." "뭐? 어떤 새끼야." "니가 왜 궁금해." "족쳐버리게." 나는 어이가 없어 피식 웃었다. 도경수는 나에게 김준면에게 데려다 주겠다며 나를 끌고갔다. 김준면의 방문 앞으로 갈 때 까지 도경수는 계속 나에게 처음으로 키스한 새끼가 누구냐며 찡찡댔다. 진짜 징한새끼다. 김종인이다. 내가 모른다며 모른척한 그 김종인. 니가 과연 족쳐버릴 수 있을까. 그 무렵 김준면의 방 앞에 도착했고 도경수는 익숙한 듯 노크도 하지않고 방에 들어섰다. "왕세자님- 신문은 질리지도 않으시나봐요?" "그렇게 부르지 말라니까.어, 김여주씨?" "길 잃어 버렸길래 내가 너 볼 겸해서 겸사겸사 데려왔어." "잘했네." 김준면은 싱글벙글 웃으며 말하는 도경수를 잠시 동안 쳐다본 후 도경수의 뒤에 있는 나를 발견 한 뒤부터 한 순간도 눈을 떼지않았다. 잘했네하고 답할때도 나에게 눈을 떼지 않고 뚫어져라 나를 응시했다. 그 눈빛이 부담스러웠던 나는 내 손을 잡은 도경수의 뒤로 숨었다. 도경수의 뒤에서 슬쩍 훔쳐본 김준면은 어느새 나를 쳐다보던 눈빛을 도경수의 손과 맞잡은 나의 손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런데 나 얘 주면 안돼?" "김여주?" "응. 맘에 들어." 아니 저 시발새끼가. 내가 물건도 아니고 줘라 마라야. 도경수는 처음부터 싹수가 누런 새끼였던 건 알지만. 김준면이 무슨 대답을 할 지 궁금해 주의깊게 들으려했다. 김준면은 나를 쓱 흝다가 도경수와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그건 안될 것 같은데." "왜?" "나도 맘에 들거든." 아-하고 조소를 짓던 도경수는 곧이어 얼굴 봤으니 됐다며 방을 나섰다. 김준면의 대답이 신경쓰였다. 내가 맘에 들어서 도경수에게 주기 싫다는 대답을 내 식대로 오해 할 것 같았다. 아마 아닐거야. 그냥 장난이겠지. "김여주씨." "네? 네, 왜요?" "방 안불편해요?" "음, 좀 추운 거 빼..." "방을 옮겨야 겠네요." 평소에 보여주었던 잔잔한 미소를 지운 딱딱한 얼굴을 한 채 내 이름을 불렀고 그 전의 대답과 딱딱한 표정에 당황한 나는 말을 더듬었다. 김준면은 내 눈을 마주치지도 않으며 방이 불편하지 않냐 물었고 조금 추운 것 빼고 괜찮다고 말하려던 나의 말을 끊었다. 그리고 나서 무언가 여유있는 표정을 지으며 방을 옮겨야 겠다고 말했다. "네? 아니 그렇게 까지 해주실 필요는..." "방은 나랑 같이써요." "네....네?!"
"바로 옆에 빈 방 하나 있는 데. 앞으로는 거기 써요."
. . . 김준면의 방을 나선 도경수는 무언가 재미있는 것이 걸렸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김준면이 나한테 양보 안해 준 건 딱 한 번 뿐이었는데..." "죽은 김여주 달라고했을때랑," "그리고 지금." . . . 김준면은 내가 원래 쓰던 방의 짐들은 자신이 알아서 옮겨 놓을테니 오늘은 하고싶은 거 하라며 자유시간을 주었다. 한참을 떠돌아다니다 황궁 1층 밖의 정원으로 나갔다. 시간이 조금 지나서 그런지 밤하늘이 노을 색으로 예쁘게 빛났다. 그러고 보니 여기서 왕세자랑 만났었지. "청승맞게 노을이나 구경하고 있다니. 참." "거기 혼잣말 하시는 분 우리 어디서 보지 않았어요?" 익숙한 목소리의 누군가 내 뒤에서 구린 멘트를 해댔다. 인상을 찌뿌리며 뒤를 돌아봤다. "도경수?" "어, 저 아시나봐요?" "뒤질래? 어디서 또 구린 멘트를..." "내가 너 맘에 든다고 했잖아." "어쩌라고?" 관심가져달라고. 나한테. 한 껏 불쌍한 표정을 짓는 도경수를 한 번 스윽- 흝어준 뒤 비웃음을 보냈고 도경수는 그런 내가 재밌는 지 입가에 미소가 피었다. 그리고는 나의 앞으로 다가와 내 머리를 귀 뒤로 넘겨주며 말했다. "넌 참 재밌는 것 같아." "너도." "그리고 신기해." "너도 신기해. 멘트가 어떻게 항상 구릴 수가 있는지." "알면 알 수록 모르겠단 말이지." 도경수는 다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두어번 끄덕거리며 말을 이었다. 뭔가 불안해. 다 알고 있을 것만 같아서.
"내가 아까 니 방을 들어갔다가 주운 게 있어."
"아, 절대 뒤지거나 한 건 아니고. 우연히." "재밌는 걸 발견했거든. 내가." 도경수는 무언가를 내게 건냈고 그게 무엇인지 보이고 그걸 받아드는 내 손이 조금씩 떨려왔다. 아, 나 진짜 병신이구나. 김종인이 나에게 준 쪽지였다. [김준면이 좋아하는 타입의 옷이랑 악세사리야 잘 입어. 바디워시는 항상 꼭 써야 돼. ps. 아, 이건 보자마자 흔적도 없이 찢어서 버리기ㅋㅋ] -안녕하세요!너무늦었죠ㅠㅠ?죄송합니다ㅠㅠㅠ앞으로는일찍일찍올게요!!!!!오늘도부족한글읽어주셔서감사합니다~♥예쁜댓글달아주시는분들다들감사드려요!!!! [암호닉] [바수니][부릉부릉][마카로니][애정][둥가둥가][요맘떼][호박잎][벚꽃][됴다][라즈베리][자몽][타오네엄마][뚱이][도라에몽][쿠키] [overwelm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