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빛 한 점 없이 어두운 컨테이너 박스가 조용하기만 하다. 희대의 보물들을 극비리에 보관한다는 컨테이너 박스는 경비가 허술할 뿐만아니라 보물 특유의 돈냄새라기 보다는 그저 녹슨 철 냄새만 가득했다. 그 사이 좁디 좁은 틈에서 숨어있는 인영은 미동없이 잠에 취해 입만 뻐끔뻐끔 거리고있다. 그때, ' 지직ㅡ..지지직-.. ' 고요한 정적사이로 무전기의 잡음이 새어나온다. " 아, 아, 김여주- 김여주 들리나. " " ...... " " 아놔 이새끼 또 자는거아니야? " " ...... " 깊은 잠에 취한 여주는 무전기 소리에 그저 몸만 뒤척일뿐 눈꺼풀을 들어올린다던가 하는 행동은 하지않았다. 무전기 건너 편으로 여주의 상태를 직감한 남자가 욕지거리를 내뱉는다. 아니, 저 상태에서 잠이와?! 시팔 존나 억울해. 저래놓고 변팀장은 나만 혼낸다고 시팔시팔! " 야 김여주. 좋은 말로 할 때 일어나라? " " ...... " " 시팔... 이제 곧 변백현 온다고.. " " ...... " " 개간년.. 돼지새끼야 쳐 일어나! " " ... 도경수.. " "존나 하느님 감사합니다. 썅, 빨리 정신차리고 준비해. " " ..도경수. " 잠의 여파로 정신없는 여주가 머리를 헤집는다. 또 잔거야? 나 미쳤네. 근데 도경수 아까 뭐라고 한거지. 경수의 재잘재잘거리는 음성에 여주가 미간을 찌뿌린다. 그리고 잠 때문에 걸죽해진 목소리로 경수의 이름을 부른다. 도경수. 도경수우ㅡ. 하지만 작전을 설명하는 경수의 귀에는 여주의 말소리가 들려오지 않는다. " 도경수.. " " 방금 오세훈 잠복 성공했고, 김종인 뒤에 차 대기중이야. " " 아, 썅. 도경수. " " 너 하나라도 빠뜨리고 나오면 우리 다 죽... " " 좆만이! " " ....뭐? " " 귀 썩었냐? 내가 니 이름 몇 번 불렀는지 알아?! "
" ! " 인내심인 바닥인 여주가 결국 빽- 하고 소리를 질렀다. 여주의 욕에 무전기 너머의 경수가 눈알을 굴린다. 시팔. 김여주 빡침? 레알? 진짜 빡친거야? 나 지금 좆된거야? 그런거야? 당황한 경수가 여주의 분위기를 살핀다. 무전기 너머로도 상대의 상태를 살피는 것 쯤은 이제 일도 아니라는 경수가 장기를 발휘한다. " ...너 아까 나보고 돼지새끼라고 했냐? " " ...아니 그게.. " 경수가 헙-! 하고 입을 들이 막는다. 무전기를 통해 들려오는 여주의 콧바람 상태가 존나 별로다. 마치 그 소리가 자신이 군복무를 알뜰살뜰 보내던 시절. 야간근무를 하던 도중에 만난 산멧돼지의 콧바람 소리와도 같았다. 크응-! 흥! 당황한 경수가 말을 더듬는다. " 아 김여주 내가 미안. " " 내가 돼지라고 하지 말랬지 " " 아 알지알지! 기억하지~! " " 기억하는 새끼가 그래? " " 아.. 일단 지금은 임무 중이.. " 당황한 기색으로 주저리주저리 변명을 하던 도경수의 말소리가 끝겼다. 이새끼가.. 어이를 상실한 여주가 무전기를 확인했다. 아직 신호가 연결된 무전기가 빨갛게 동그란 빛을 내뿜고있었다. 그럼 도경수가 무전기를 끊은게 아니라는건데.. 근데 왜 말을 하다 말어. " 좆만이 새끼야. 변명계속해 시팔 " " 아, 아. " 여주의 거친 언행에 되돌아 오는 답음은 경수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헐. 여주가 자동적으로 무전기를 두 손으로 쥐었다. 이 목소리.. " 김여주 들리나. " " 넵 들립니다. " " 죽고싶나. " " 아닙니다 팀장님. " 여주가 각진자세로 대답을 하기 시작했다. 경수의 목소리 대신 들려오는건 팀장 변백현의 목소리였다. 도경수 개새끼. 무전기를 빼았겼든, 지가 넘겼든. 죽일거다 시팔. 속으로 경수의 욕을 되내이며 여주가 백현의 말에 대답을 꼬박꼬박했다. " 빨리 준비해. " " 네 알겠습니다. " " 아, 그리고. " " ....예? " 짐짓 무거운 백현의 목소리에 연주가 바짝 긴장을 한다. " 너 존나 말랐고 예쁘거든? " 백현의 목소리 뒤로 경수가 우웩- 뭣같아. 라며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 아.. " " 그니까 그런 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것도 자제해. " " ...... " " 들었으면 대답. " " 네.... " 스파 존나 좋앟!! 여주가 한쪽 손으로 말아쥔 주먹을 입에 가져다 대며 끅끅거린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데 제일 멋진사람을 고르라면 당연 변백현을 꼽을거라고 생각하는 여주다. " 빨리 끝내고 조심해서 와라 예쁜이. " 정도껏 낮으면서도 부드러운 목소리를 끝으로 무전기의 빨간불이 꺼진다. 입에 머리끈을 물고, 손으로 머리카락 정리를 시작했다. 그리고 깔끔하게 포니테일로 머리를 질끈 묶는다. 예전부터 단발을 로망을 가진 여주지만 단발을 하면 머리를 못 묶는 점 때문에 강제 긴생머리를 유지중인 여주다. " 후읍, 하. " 심호흡을 깊게 마쉬고 내쉰다. 좁디좁은 구석에서 빠져나온 여주가 간단히 몸을 푼다. 우드득우드득- 허리에서 들려오는 관절소리가 익숙하기만 하다. 컨테이너 박스에 자그맣게 달린 창문을 통해 밤하늘이 비춰진다. 남색빛의 하늘이 반짝이게 빛난다. 곧 시간이 지나면 하늘은 언제 어두웠었냐며 밝아져, 하늘빛을 내뿜을 것이다. 별을 보며 감성적인 상상을 하는 취미는 사양이야. 뭔가 느낌이 숭숭하잖아. 먼지를 많이 마신 코가 따갑다. 킁-! 코를 한번 문지르고 몇 시간 전에 챙겼던 물건들을 챙긴다. 오늘 의뢰를 받은 물건들은 총 4종. 무겁지도 않고 들만하네. 여주가 어깨에 누런 포대자루를 동여매고 컨테이너 박스 입구로 향한다. 아 빨리 쉬고 싶다ㅡ 쾅-! 거칠게 열린 컨테이너박스의 문과 동시에 귀를 따갑게하는 경보음이 울린다. 곧이어 까만 세단이 매끄럽게 여주앞에 선다. " 씨발. 기다리게 좀 하지마. " "미안 " 경수와의 다툼으로 인해 늦어진 계획에 종인이 여주에게 욕을 내뱉었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여주가 코를 찡긋거리며 사과를 했다. 여주의 애교에 금새 표정이 풀어진 종인이 헛기침을 한다. 김여주 미친년. 불리할 때 만 끼부리지 아주.
" 타. " 여주가 재빠르게 세단에 올라탄다. 그리고 까만 세단은 언제 이 곳에 있었냐는듯 재빨리 모습을 감추었다. 밤하늘이 어두워진다. 곧 언제 어두웠었냐며 금새 하늘빛을 내뿜을것이다. * 반!!응!!연!!재 모티로 쓰고 올리는거라 잘 올라갈지 모르겠네요. 피드백 부탁 드립니다:) 아 그리고 제목은 임시에요 혹시 괜찮다싶은 제목 추천좀해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