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너를 만난다면 05
"많이 기다렸어요?"
하도 건강한 몸인지라 병원이랑 친하지 않아서 익숙하지 않은 소독약 냄새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는데 진단이 다 끝났는지 전정국이 나왔다.
"어"
"그래도 도망 안 가고 기다리고 있었네"
전정국은 입꼬리를 살짝 올려 웃으며 내 옆자리에 앉았다. 도망가도 되는 거였어? 아쉽네.
"병원은 왜 온 거야?"
"다 나았는지, 이제 괜찮은지. 검사받으러 온 거예요"
"어디 아파?"
"궁금해요?"
"장난하냐?"
저걸 질문이라고 하는 건가. 나 놀리니 지금? 대답은 안 해주고 장난스럽게 웃기만 할 뿐이었다.
"이제 어디 갈까?"
"또 어딜 가. 집 가야지"
"맨날 집 간대"
말을 돌리는 걸 보니 하기 싫은 얘기인가 싶어서 그냥 넘겨 주었다. 하긴 병원에 관련된 건데 좋을 게 뭐 있나.
그치만 기억을 잃어버렸다는 것과 연관될 수도 있는 얘기 같아서 궁금하긴 했다. 쉽게 묻지는 못하고 속에서만 자꾸 웅웅거렸다. 얘도 말 안 해주고 자꾸 숨기는 게, 그 아이를 닮았다.
"피곤할 테니까 오늘은 그냥 보내줄게요"
옴마. 웬일이래.
****
"들어가요"
"...."
"왜. 할 말 있어요?"
궁금한 거 있으면 속 타서 밤에 계속 생각나는데. 오는 내내 묻고 싶어서 입이 간질간질 난리가 났었다.
"말해요. 괜찮으니까"
아까부터 말도 안 해주면서 뭐가 괜찮다는 거야.
왜 자꾸 날 불러내는지, 아까 병원을 포함해서 말을 안 해주니까 궁금한 것만 자꾸 생겼다.
기억에 대해 내게 말해준 건 단지 없다는 거, 그거뿐이었고. 왜 기억이 없는지, 언제부터 였는지. 모르는 것, 궁금한 것 투성이였다.
그리고 나는. 자꾸 내 앞에 나타는 이유가 뭔지. 내게 보여지는 니 행동은 무슨 의미인지. 말해주는 게 없으니 속이 탔다.
"실은 나 궁금한 거 무지 많은데,"
"...."
"물어봐도 되는 건지 모르겠고,"
"...."
"넌 말도 안 해주고."
내가 자길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이 아이도 나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많을 텐데, 하나도 물어보질 않았다.
"너는 나한테 궁금한 거 없어? 너도 많잖아. 근데 왜 자꾸 말을 아껴?"
왜 자꾸 말을 아끼냐는 내 말에도 전정국은 입을 꾹 다물고 말을 아꼈다. 대체 무슨 생각인지. 앞으로도 이렇게 불쑥불쑥 찾아와서 자신에 대해서는 말해주지도 내게 묻지도 않을 건지.
"나중에, 나중에 말해주면 안 돼요?"
'나중에, 나중에 말해줄게'
고작이 이름을 묻는대도 뜸을 들이며 끝내 말해주지 않았던 그 아이가 보였다. 뭐가 그렇게 비밀스러운 건지.
"왜? 왜 나중에야?"
그때는 그냥 넘겼지만 지금은 아니다.
"계속 보고 싶으니까"
"뭐?"
"누나가 나에 대해서 궁금한 거, 나에 대한 거. 내가 말해버리면 다시 못 볼 것 같아서. 그래서 말해줄 수가 없었어요"
"...."
"모든 게 조심스러워. 그러니까. 우리 충분히 만나고 내가 이제 괜찮다 싶을 때. 그때 천천히 말해주면 안 돼요?"
"...."
"맞아요. 나 누나한테 물어볼 거 많아. 근데 안 묻잖아. 그것도 들어버리면, 누나 못 볼까 봐"
"...."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는데. 그냥, 계속 보고 싶어"
"...."
"내일도 귀찮게 불쑥 찾아갈 거예요. 오늘은 먼저 갈게. 미안해요"
뭐라고 한마디 하지도 못했는데 몸을 돌리더니 내게 빠르게 멀어졌다. 저렇게 자기 할 말만 해버리고 가면 나는 뭐 어쩌라는 거야
대체 무슨 뜻으로 저런 말을 한 건지 하나도 모르겠다. 저렇게 말하면 내가 어떤 착각을 할지 알고서 저러는 건가.
그 와중에 이젠 누나란 말이 잘도 나오네 싶기도 한 내가 답 없게 느껴지기도 했다.
**
생각할게 참 많은 밤이네.
요즘 하루를 마치며 꼭 하는 게 생겼다. 침대에 누워서 생각 정리하는 거? 평소에 침대에 누으면 간혹 오늘은 나올까 잠깐 생각하고 잠들거나 그것도 없을 때는 바로 잠들기 바빴는데.
오늘 정리할 생각은 전정국. 또 너였다. 며칠째야 벌써.
나를 뒤로하고 먼저 자리를 뜬 전정국은 나를 꽤나 당황스럽게 했다. 대체 뭐가 문제길래 내가 그걸 들으면 다신 못보다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대체 충분히 만나는 건 얼마나 만나는 건지도 모르겠고. 하긴, 생각해 보니 그 아이와 만난지 금, 토, 일, 그리고 오늘, 고작 사일이구나. 꽤나 큰 비밀인데 내가 너무 성급했나.
아니지. 그렇다고 서로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 채 계속 만남을 이어가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따지고 보면 우린 아무 사이도 아닌데 매일매일 얼굴을 마주할 이유는 뭐야.
나야, 그 아이와 닮았고 익숙하고 반가웠고 신기했으니까. 관심이 생겼다 치자. 대체 전정국, 저놈은 무슨 생각인지 통 모르겠다.
보고 싶다고. 그냥 내가 보고 싶다고. 그렇게 말했다. 자신도 이유를 모른다니, 뭐라 할 수도 없고.
전정국 말대로 기다려야지 뭐, 별수 있나.
이러니저러니 해도, 웃긴 건 저 아이를 보는 게 나도 마냥 싫지만은 않다는 거다. 전정국, 저 아이여서인지 아니면 꿈속의 그 아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인지는 모르겠다만.
그래서 전정국의 말에 얌전히 입을 닫고 멀어져 가는 그 아이를 잡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보내놓고 결국 머릿속이 복잡해서 잠이 안 오기는 하지만. 속 좀 진정시키려 물었던 건데 오히려 더 꼬여버렸다.
이때쯤인가. 항상 전정국에게 전화나 문자가 오는 시간.
하긴 헤어지기 전에 그러고 갔는데 연락이 오겠어. 내일 찾아온다는 말을 지킬지도 의문이었다.
지잉-
어쩜 타이밍도. 그런 생각 따위 접어버리라는 듯 보란 듯이 전정국에게 문자가 왔다.
[잘자요]
저 한마디.
그래, 너도 잘자.
어째 분량 반토막 인것 같지 않나요? 맞아요!!^-^
뭘 웃는지ㅠㅜㅠㅜㅠㅜ
지난편 올릴때 이번 껄 생각하고 올렸어야 했는데 막 올렸나봐여... 이 다음에 이어질 내용이랑 분위기가 맞지 않아서 짧지만 여기서 끊는걸로! 하겠습니다!
브금도 차이가 나야 하구 음 그렇답니다ㅠㅠㅠ 대신 그 다음 껀!! 진짜 일찍!! 올거예요! 진짜루 일찍ㅋㅋㅋㅋㅋ
몇시간 후면 월요일인데 독자님들 힘 내시구! 저도 힘내는걸로....ㅠㅠ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금방 다음 꺼 들고 올게요~~ 감사합니다!!
소중한!! 암호닉 분들ㅠㅠ
민슈가님, 김남준님, 설날님, 런치란다님, 권지용님, 베베님, 알라님, 수슙님, 다이님!! 전 언제나 암호닉 받아요~~!!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