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야? 뭐해?]
[과제하고있어요~힘들어죽겠다]
[오늘도 못 보겠다 그치?]
어..권태기는 아니였어, 적어도 그 때까지는 학생때는 세훈이 자주봤고 대학생활하면서 조금 못본거지 그 정도야 견딜만했거든 근데 이제 과제폭탄에 시험도 다가오고 거기에 여기저기 술자리에 너무 바쁘고 연락할 틈도 없었어, 세훈이도 나도
[그러게, 괜찮지? 우리 많이 봤잖아 지금은 서로 바쁘니깐 어쩔수없는거고]
[괜찮아, 곧 꽃피겠다 놀러가자 같이]
[당연하지! 피곤할텐데 일찍 자]
[너도, 밥 잘먹고 또 과제한다고 밤새고 그러지말고]
[알았어요~나중에 봐]
세훈이랑 나는 그냥 밤에 짧게 통화하는걸로 서로 아쉬움을 달래고 그랬어
그렇게 세훈이를 못 본지 일주일이 지났어, 아침엔 학교수업에 또 발표에 레포트 학교 끝나면 동아리에 술자리에 진짜 바쁘게 살았어, 핸드폰엔 세훈이가 보낸 문자몇통 있었는데 답장하기도 너무 힘든거야 그냥 짧게 응,알았어 이런 식의 문자였지
음 연락이 아침저녁으로 일어났어? 잘자 이렇게 계속하다보니깐 형식적으로 나를 대하는거같고 하루하루 치여서 살다보니깐 세훈이 생각도 안나더라고
이젠 세훈이한테 어디간다 뭐한다 그렇게 말도안하고 그랬어 말하기도 귀찮은거지 어차피 서로 바빠서 못보고 말해봤자 뭐가 달라지나 하는마음이 커서 그날은 아무말안하고 과 동기들이랑 같이 술이나 한 잔 하자 하고 술마시러갔지
"야 여주야 친구 한명 불러도 되냐"
"그러던가"
딱 분위기좋게 술 마시고있는데 친구가 자기친구가 여기근처에있다고 불러도 되냐해서 그냥 쿨하게 그러라고했지, 당연히 여잔줄알고
"안녕하세요"
"안녕....컥"
술마시다가 인사를하길래 올려다봤더니 눈 큰 남자가 꾸벅 인사를하는거야, 너무 놀라서 목이 탁 막혀가지고 기침하니깐 괜찮냐고 물어보더라
"놀랐어요?"
"아니그게.."
"아무리 술이 좋아도 그렇지 천천히 마셔요"
"아..네"
"술 많이먹지마요, 알겠죠?"
도경수 라는 남자는 내 등을 몇번 두들겨주더니 많이먹지말라는 말을 하고는 내친구 옆에앉아서 자기도 몇 잔 하더라고
"아..오세훈"
술자리로 시끌벅적한 와중에도 핸드폰은 조용했어 세훈이도 바쁜가보다 생각했는데 몸이 멀어지면 마음이 멀어진다고했나? 난 솔직히 문자한통쯤은 와 있을거라 생각했거든 그게 아니니깐 좀 서운했어 얼굴 안본지도 오래됐는데 연락도 안되고 그러니깐
그동안 과제에 학교생활에 너무 바쁘고 오세훈생각에 답답해서 술을 또 엄청마셨어, 좀 달아 오르더라 이대로 술에 떡이되서 집에 갈 수 없으니깐 술 좀 깨려고 밖으로 나왔어, 밖으로 나오니깐 찬바람이 살살 부는데 술 집 앞에 벤치가 하나있어서 거기에 앉아서 멍하니 생각했어 바람도 불고 조용하니 좋더라고
세훈이한테 연락도 해보고 그랬는데 역시나 안 받더라, 내가 이렇게 바쁜데 세훈이는 얼마나 더 바쁘겠어 별로 기대 안했거든 그래도 마음속 어딘가에 약간의 섭섭함은 말로 표현이 안되더라
"왜 혼자 나와있어요? 날도 추운데"
"아..그냥 술 좀 깨려고.."
"옆에 앉아도 되죠?"
멍하니 앉아서 세훈이생각하고 있었거든 근데 앞에서 아까 그 도경수라는 남자가 와서는 옆에앉는거야
"무슨 일 있어요?"
"그냥요..그냥"
"무슨일있다고 얼굴에 써있는데?"
"진짜요?"
"응, 얼굴에 나 심각해요 써있는데 뭘"
"아..."
"말해봐요, 나 이런거 되게 잘들어주는데"
"우리 오늘 처음 본 사인데?"
"뭐 어때요, 친구생기고 좋지"
"....어..그게.."
나도 참 웃긴게 도경수 그 남자가 사람을 홀리는건지 말을 잘하는건지 어느새 도경수 손에 끌려서 서로 술 한잔 하고있더라고
"자, 이제 말해봐요 술도있고 들어줄 사람있고 다 된거아닌가?"
"......"
"아니다, 먼저 한 잔 할까요?"
"치...진짜 나쁘죠?"
"애인이 잘못했네"
"나..진짜 세훈이 좋단말이야.."
"좋은데"
"좋은데..자꾸 못보니깐 내 연락도 안받고.."
"....."
"바쁜건 알겠는데 그래도.."
"......"
"나도 힘들고 바쁘고 그러는데"
"여주씨 잘못없어요"
"......"
"오래했다면서요,연애"
"......"
"여주씨 애인도 무슨일이 있었을거예요"
"....."
"원래 그 때 쯤엔 다 그래요"
"....."
"자기애인보다 다른남자가 눈에들어오고 서운하고 밉고 그런게 한꺼번에 밀려오는데"
"....."
"그거 잘 넘겨야 돼요"
"....."
"여주씨 지금 어떤마음인지 잘 알아요"
"....."
"그래도 자기가 지금 사랑하는사람 놓아버리고 그러진말아요"
"......"
"아직많이 사랑하고 좋아한다면"
"....."
"아직 많이 좋아하죠?"
".....응"
"그럼됐네, 여주씨 애인이 바람피거나 그러면 모르겠는데"
"......"
"아직 좋아하잖아, 그러면 여주씨애인 믿어주고 이해해줘요, 아마 나중에 여주씨애인이 여주씨한테 많이 고마워하고 미안해할껄?"
"....."
"그럼 그 때 확 잡아버리는거지 주도권을 잡아버리는거야 여주씨애인이 여주씨에게 쩔쩔매도록"
술에 취해서 처음보는 사람한테 내 속사정을 다 털어놨어, 도경수 이 사람도 되게 속깊고 착한거같더라고 내얘기도 되게 잘들어주고 이해해주더라 진짜 좋은사람같았어
도경수가 마지막으로 눈에 힘을 주면서 꼭 주도권 잡으라고 말하는데 그 표정이 너무 귀엽고 고맙기도해서 살짝웃었더니
"어?이제야 좀 웃네"
"....고마워요"
"....."
"처음 보는 사이에 이렇게 주책맞게 굴었다, 아 찌질하게"
"아뇨,재밌었어요"
"......"
"여주씨 술 좀 들어가니깐 말하는게 좀 귀여운거 같기도하고?"
"......"
"이렇게 보니깐 좀 이뻐보이네?"
"....야!"
도경수가 내 표정이 좀 좋아진게 보였는지 능글능글하게 장난치더라 내가 얼굴 빨개져서 소리지르니깐 막 이쁘게 웃더니 괜찮아졌으면 나가자고해서 그렇게 둘이 나왔어, 시간이 좀 늦었지만
"술 주정 좀 받아주니깐 벌써 이렇게 됐네?"
"지금이 몇시야..어후"
"여주씨 솔직히 말해요"
".....?"
"나 좋아서 일부러 이시간까지 나랑 논거죠?"
"....예...?"
어허, 그래 솔직히 안 설렜다면 거짓말인데 생각을해봐 저렇게 잘생긴남자가 내말도 잘들어주고 그러는데 살짝? 아주살짝 설렜어 조~금
"경수씨가 취한거같은데?빨리들어가요"
"에이,나 안취했어요 이미 늦은거 데려다줄게요"
"저 택시타고 가면되는데 괜찮아요 진짜"
"내가 안 괜찮아서 그래,빨리가요"
술집이랑 우리집이랑 그렇게 먼 거리도 가까운거리도 아니였는데 그래도 혼자걷는거보다는 둘이걷는게 덜 심심하고 그러니깐 도경수가 내 팔잡고 질질 끌어당기더라
"아니 이게 더 맛있다니깐?"
"아니 애도 아니고 무슨 젤리야!"
"젤리 무시해요? 나 이거 살거야"
어휴 진짜 애도아니고 편의점에 들어가서는 꼭 자기닮은 곰돌이젤리 한봉지 집어들더니 이거 사달라고 단호하게 말하는데 그 패기가득한 눈빛에 결국 내 음료수하나 도경수 젤리하나 샀다.
"아 진짜 맛있는데 하나만 먹어봐요"
"됐어요, 많이먹어"
"싫음말고"
도경수 분명 아까전엔 어른같고 그러더니 이제보니깐 완전 애같더라 젤리하나에 저렇게 좋아하는거보니깐 웃겨
"나 여기로 들어가면 바로 우리집이예요"
"거봐, 둘이서 이렇게 떠들고 오니깐 금방오네"
"그러게"
"솔직히 조금은 고맙죠?"
"음..아주살짝?"
"에이 그게뭐야 진짜?"
내가 장난으로 요만큼 표시하니깐 눈 동그랗게뜨더니 그거밖에 안되냐면서 이러쿵 저러쿵 말하는데 그게 또 귀여운거야 처음 이미지랑 완전 다르니깐
"아니, 많이 고마워 덕분에 기분 많이 풀렸어"
"그정도야 뭐, 나중에 애인이 또 힘들게하면 연락해요"
"....."
"여주씨 핸드폰에 내 번호 저장해놨는데, 잘 들어가고 젤리 고마워요 나도 오랜만에 재밌었어"
도경수는 이쁘게 웃더니 자기도 빨리 가봐야 한다면서 가더라고
"진짜 해놨네"
언덕올라가면서 핸드폰 열어보니깐 진짜 자기번호 저장해놓은거야 언제 해놨는지는 모르겠는데 이름도 "도경수" 딱 이렇게 저장해놨더라
오늘생각해보니깐 웃긴거야 친구들한테도 잘 안하는얘기를 처음보는사람한테 그것도 구구절절 말하고 또 그걸 들어줬다고 기분이 나아진것도 그렇고 집앞에 거의 도착했을때 우리집앞에 누가 있는거같아서 그냥 지나가는 사람이겠거니 했는데 가까이 가는순간 진짜 심장이 쿵 내려앉더라
"저 남자 누구야 좋아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