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너를 만난다면 08
"누나는 잃기 싫은데, 기억하고 싶은데. 겁이 나. 누나를 잊어버릴..."
더는 못 듣겠어서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게 정국이를 안아 허리에 팔을 감쌌다. 이런 얘기를 꺼내게 한 게 너무 미안해서. 아무 말도 해줄 수가 없었다. 얼마나 고민을 하면서 꺼냈을 말인지 느껴졌으니까.
옆에서 아무것도 모르고 유치한 질투 따위 때문에 징징거리며 정국이 마음에 상처를 주진 않았나, 걱정이 되었다. 이미 지금까지 받아 온 상처만도 많은 아이일 텐데. 나까지 그런 상처를 주진 않았을까 말이다.
"왜. 내가 불쌍해서?"
아니. 품에 안겨 고개를 저었다. 불쌍한 게 아니야. 동정 따위가 아니다.
그래서 그랬구나. 주위에 사람이 없는 게, 자꾸 자기가 밀어내서, 그래서 그랬어. 혼자 얼마나 외롭고 쓸쓸했을까. 괜히 내가 울컥하며 올라왔다. 내가 울면 정국이 마음이 안 좋을 거라는 거 알지만 참으려고 해도 자꾸 눈물이 나왔다.
"그런데도 내가,"
"...."
"그래도 내가,"
"...."
"널 좋아해도 될까?"
"...."
"언젠간 너한테 상처 줄 거지만,"
"...."
"그래도 내가 누나를 좋아해도 돼요?"
정국이 말에 깜짝 놀라서 가슴팍에 묻혀있던 고개를 들어 정국이를 쳐다봤다.
"그래도 돼?"
말을 이으며 정국이는 내 눈가에 묻은 눈물을 닦아주었다.
가슴이 벅차고 심장이 쿵쾅거리는 게 내가 그냥 고백을 받아서가 아니고, 아 나도 얘가 좋구나. 나도 얘를 좋아하는구나. 그게 느껴졌다.
별로 보지도 않았는데, 그렇게 오래 본 사이도 아닌데. 만나면 좋고 어쩌다 평소에 전화가 오는 시간보다 늦으면 걱정부터 되는 게, 이런 거 나도 널 좋아해서가 맞겠지?
실은 속으로 언제쯤이면 날 좋아한다는 말을 해줄까. 얼마나 기다렸는 줄 알아?
그래도 그렇게 궁금해했던 얘기를 들어서인지 속에 있는 응어리가 풀어지는 기분이었다. 그리 좋은 얘기는 아니었지만. 이제 큰 걱정거리를 내려놓은 기분이었다. 더 이상 정국이를 잃을까 봐, 정국이가 사라질까 봐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왜냐면 난.
나를 좋아해도 되냐는 말에 나중에 내가 상처를 받을 거란 사실에도 난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나중에 내가 상처를 받는다고 해도 난 상관없다. 지금이 좋으니까. 지금까지 정국이가 받은 상처에 비하면 내가 받을 상처는 티끌만 할 테니까.
그리고 난.
볼이 발그레해지는 게 느껴져서 다시 고개를 숙여 정국이의 품에 파고들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내가 안았을 때 뻣뻣하게 팔을 어쩔 줄 몰라 하더니 내 대답을 듣고서는 자기가 오히려 더 꽉 날 안았다.
"누나,"
따뜻한 목소리가 귀로 들려왔고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나 좋아해요?"
어떻게 저런 걸 대놓고 물어보냐... 아까보다 얼굴이 더 타올랐다. 품에 안겨있어 보이지 않아서 다행이지. 이걸 대답을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어쩔 줄 몰라서 그냥 가만히 있었다.
그럼, 좋아하지. 당연히 좋아한다.
"누나는 나 좋아하지 마요"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자길 좋아하지 말라니. 설마 아직도 내가 상처 받을까 봐 그걸 걱정하고 있는 걸까.
"만약, 진짜 만약. 내가 누나를 기억하지 못하면,"
"...."
"그냥 그러려니 넘겨버릴 수 있게"
"...."
"좀 서운하다, 딱 거기까지만 느끼게"
"...."
"거기까지만. 더 깊어지면 안돼. 알겠죠?"
이미 늦었다.
"싫어"
늦어버렸다. 나는 이미.
"나는 벌써 니가 많이 좋아. 나중에 상처받아도 괜찮을 만큼 니가 좋아"
"...."
"상처 안 받아 왜냐면 난,"
"...."
"니가 날 잊어버려도 날 다시 기억하게, 날 다시 좋아하게 만들 자신 있어"
정국이 품에서 다시 고개를 쏙 빼서 당당하게 뱉었다. 난 자신 있다. 그때는 정국이가 내게 했던 것보다 더 자주, 더 오래 옆에 붙어서 자꾸자꾸 볼거다.
첫만남이나 지금이나 나는 참으로 패기 넘쳤다. 눈물을 꾹꾹 누르면서 입을 앙- 다물고 정국이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자니 내 모습에 정국이가 기분 좋게 웃어주며 내 머리에 손을 올렸다.
"나도, 나도 자신 있어. 널 다시 좋아할 자신 있어. 널 다시 기억할 거야"
****
여전히 진정이 되지 않아 쿵쾅거리는 심장과 후끈거리는 양 볼을 어쩌면 좋은가.
방에 들어오자마자 침대에 풍덩 뛰어 들어서 동동 발을 굴렀다. '꺄아아아-' 소리 없는 함성을 지르면서. 내가 얘를 이렇게 좋아했었나 싶었다. 그동안 어떻게 참았어.
입가에 미소가 떨어지질 않았다. 오늘 밤도 정국이 생각으로 한참을 새우다가 잠이 들겠구나.
좋은데 엄청 좋은데 자꾸 걱정되고, 안쓰럽고. 정국이의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싶었다. 하긴 지금까지도 해주지 않았나? 괜한 자신감이 드는 내가 또 한심하기도 했고.
얼마나 힘들었을까. 사람 밀어내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그러면서 어쩌다 나랑은 이렇게까지 되었을까 신기하기도 했고.
다시 꿈이 떠오르기도 했다. 우린 운명인 건가. 믿지도 않는 운명 타령도 해보고.
걱정하는 정국이를 위해 아까는 그렇게 당돌하게 내뱉었지만 속으로 실은 그게 아니긴 했다. 정국이가 내 눈앞에서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내 앞에 나타난 정국이가 나에게 누구냐고 묻는다면. 마음 찢어질 것은 분명했다.
다시 기억하게, 기억 못하더래도 다시 나와의 추억을 심어주면 되긴 하지만, 그래도.
입꼬리가 올라갔다가 내려갔다가, 미친 사람도 이런 미친 사람이 없었다. 이 생각, 저 생각 정리도 하나 안 되고.
그러다 그걸 멈춰주는 한 번의 진동소리. 정국일거야.
[잘 들어갔어요?]
고작 저 한마디뿐인데 평소랑 다르고 괜히 설레고 괜히 행복한 이유는 뭘까. 내가 마지막 연애를 한지가 언제였더라... 사랑이 좀 고팠구나..
[응! 넌 잘 들어갔어?]
[네. 목소리 듣고 싶다. 전화해도 돼요?]
그럼 그럼! 언제든지 환영이다. 얼굴도 잘생긴 애가 목소리는 또 얼마나 좋은지. 노래는 아직 안 들어봤지만 가수시키면 딱일 거다. 언제 한번 불러달라고 해야지.
정국이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고 여전히 침대에서 데굴데굴 거리며 천장에 정국이를 그리며 통화를 이어갔다. 좋았다. 다 좋았다.
[누나]
"응?"
[아... 아니에요.]
잘 말하다가 갑자기 날 불러놓고 이유를 묻는 내게 다시 입을 닫아버렸다. 아직도 하지 못한 말이 남아있나.
"왜. 뭔데?"
[아니야. 나중에 물어볼래]
뭘 물어본다는 거지. 한참 생각을 하다가 딱 드는 생각이 있었다.
'나 누나한테 물어볼 거 많아. 근데 안 묻잖아. 그것도 들어버리면 누나 못 볼까 봐'
더 생각해 봐도 이것밖에 없었다. 이제 더 이상 걱정할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우리 만남엔 무언가가 있었지.
오늘 그렇게 큰 고백을 내게 해주었는데, 너도 걱정이 되겠지. 그래서 묻지 못하는 거겠지.
알아도 상관없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우린 운명일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일인데. 니가 몇 년 동안 내 꿈에 나온 게. 그게 확실히 너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정국이가 '우리 어디서 봤어요?' 라고 묻는다면 '꿈에서' 라고 대답하기가, 참 그랬다.
그래, 나중에 꺼내자. 나중에.
생각을 딱 끝내고 마침 수화기에서 정국이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나 지금 너무 행복해]
"...."
[기억이 안 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살면서 오늘이 제일 행복해]
"...."
[앞으로 계속 이랬으면 좋겠어. 너랑 같이]
누나 소리도 좋고, 너란 소리도 좋고. 내가 진짜 미치긴 미쳤구나.
아니 그냥 니가 좋은 걸까.
이제 아프지 말고 계속 행복했으면 좋겠다, 정국이가. 그리고 나도 같이 행복하고 싶다. 정국이랑 같이.
[내가 좋아하는 게 너라서, 그냥 너라서. 고마워]
"...."
[너무 고마워요]
"...."
[울어요?]
뭘 울어. 그냥 벅차서 말이 안 나오는 거다. 아, 너무 좋아서 우는 거면 울 수도 있겠다.
"안 울어"
[뭐야. 우는 줄 알았네. 안 울면 뭐라고 좀 해주지? 나 지금 멋있는 말 엄청 했는데]
애긴 애야. 생생내기는. 근데 또 그게 귀여워 푸슬 웃음이 나왔다.
"뭐라고 해줄까?"
[나 좋아한다고]
귀엽고 설레서 심장이 아주 난리다. 이렇게 솔직한 애가 그동안 자기 비밀 감추느라고 얼마나 애썼을까. 그 불안한 감정 숨기느라고 얼마나 애를 먹었을까.
[더 이상 안 불안하게 항상 말해줘요. 나 좋아한다고. 나 안 떠날 거라고]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말해줄 수 있다. 안 떠날게.
"안 떠나. 내가 많이 좋아해, 정국아"
****
"꼭 해야 돼?"
"...."
"나 심심한데"
"...."
"나 심심하다고"
"...."
"김아미"
"...."
"야"
"...."
"누나"
"아 왜! 쫌!!"
"나 심심하다고"
어김없이 시험이 찾아왔고. 당장 내가 급해서 정국이 공부는 잠시 미뤄두고 내 시험 준비를 하고 있는데 옆에 쫑알쫑알 자꾸 귀찮게 굴었다. 나 공부해야 돼!
내 옆에 엎드려 고개만 빼꼼 내밀고는 대답을 안 하는 날 자꾸 찔러댔다. 이름을 불러도 여전히 무시하고 있는데 마지막 수단인 '누나'를 꺼낸 정국이 때문에 성을 내며 입을 뗐다.
"나 심심해"
"난 다음 주가 시험이야..."
"다음 주잖아. 나중에 해요, 나중에"
"안돼! 나 건들지 마!"
"그럼 나 왜 만났어"
니가 불렀잖아.... 시험이라 공부해야 된다고 했더니 괜찮다고 일단 나오라 했으면서 저래... 자기가 괜찮다고 했으면서...
흥! 하며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려 내게 자기 뒤통수를 보여주었다. 니가 애냐 이런 걸로 삐지게.
얼굴은 보이지도 않는데 빨리 자기 화 풀어주고 놀아달라는 분위기를 마구 풍겨댔다.
성적 떨어지기만 해봐!! 한숨을 쉬며 정국이 등을 콕콕 찍었다.
"삐졌어?"
"아니"
삐졌잖아. 어린놈아.
"나 또 어린애 같다고 생각했죠?"
갑자기 몸을 일으켜 날 보더니 저렇게 말하는데 찔려서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데굴데굴 굴렸다. 속으로 생각하는 것도 들리는 거야...?
"아니...!"
"아니긴. 삐지지도 못하겠네"
어린애 취급하는 건 또 싫었는지 몸을 고쳐 잡더니 이번엔 날 보며 턱을 괘고 삐쭉 나왔던 입을 집어넣고는 빤히 쳐다봤다.
"빨리 해요, 공부. 방해 안 할게"
근데 또 방해를 할 것만 같은 불안한 이 기분은 뭘까.... 정국이 눈치를 보며 다시 펜을 잡았다.
저 한마디하고 계속 조용하길래 다시 집중해서 얼른 내용을 머릿속에 쏙쏙 집어넣었다.
뚫어져라 나만 바라보고 있는 정국이의 시선이 꽤나 부담스러웠지만 그걸 신경 쓰면 굳이 정국이가 방해를 하지 않아도 집중이 안 될 것 같아서 애써 무시했다.
얼마쯤 지났을까. 정확하진 않지만 별로 지나지 않은 건 확실했다. 정국이 입이 다시 열린 건.
"이렇게 잘생긴 애가 옆에 있는데 어떻게 집중을 하지?"
저봐, 저봐. 방해 안 한다며! 그리고 저건 또 무슨 자신감이야? 맞는 말이긴 한데. 말하면서 양심이 찔리지도 않냐!
입술을 한번 꾹 물고는 무시하고 계속해서 문제를 풀었다. 안돼 안돼. 대꾸하면 안 된다.
"나 같으면 설레서 손도 떨리겠다"
멀쩡히 잘 잡고 잘만 써내렸다.
"난 그랬는데"
"...."
"난 누나가 옆에서 보고 있으면 떨려서 문제도 잘 안 보이고 그랬는데"
"...."
"누난 날 별로 안 좋아하나 봐"
탁- 결국 손에서 펜을 놓아버렸다. 그래 내가 졌다...
접자, 접어. 옆에 전정국이 있는데 공부는 무슨 공부야. 그래, 접어야지...
책까지 덮고 애써 미소를 지으며 정국이를 쳐다봤다.
"알았어. 안 할게"
순식간에 정국이의 입꼬리가 올라가는데 그때 느껴지는 이유 모를 패배감이란...
나름 어른스러운 방식이었다고 생각하는 듯 만족스러움과 뿌듯함까지 느껴졌다. 그 표정부터가 이미 틀렸어.
"장난이야, 장난. 얼른 책 펴. 이제 진짜 얌전히 있을게요"
꺄르르 웃으며 내 머리를 헝클이는데 진짠 거야 가짠 거야. 정국이를 향해 눈을 흘기는데 여전히 웃고 있을 뿐이었다.
"방해 안 한다니까?"
입을 앙- 다물고 여전히 눈을 째고 있으니 손수 책을 펴주고 펜까지 쥐여주며 말했다.
"진짜 안 할 거지?"
"안 해, 진짜로"
고개까지 끄덕이며 장난기 뺀 얼굴로 말하길래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며 교재로 다시 시선을 돌렸다. 이제 진짜 나 공부 좀 하자....
진심이었는지 이번엔 날 뚫어져라 보던 시선도 거두고 내 핸드폰을 가지고 놀면서 얌전히 내 옆에 있었다.
덕분에 술술 문제를 풀었다.
근데 또.
"근데"
정국이의 입이 열렸다. 왜!! 또!!!
"나 진짜로 방해하기 싫은데"
"뭐, 뭐!!"
"수업 안 갈 거야?"
내 눈앞에 핸드폰 액정을 켜서 현재 시각을 알려주며 정국이가 말했다. 수업!!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된 거야?!
"야, 그걸 왜 이제 말해!"
"방해하지 말라며"
"에이씨! 빨리 짐 챙겨!!"
**
박지민은 정국이에게 절이라도 해야 한다. 얼굴을 기억하시는 교수님 수업에는 못 들어갔지만 그 외의 나와 시간표가 겹치는 수업에는 항상 정국이가 박지민 대신 대리출석을 해주었다. 뭐, 자기가 원해서 였지만. 정국이가 대신 출석을 채워주지 않았더라면 박지민은 벌써 에프를 받고도 남았을 거다.
오늘 수업은 처음 정국이가 박지민 이름을 빌렸던 그 교양수업. 지각은 아니지만 여유롭게 갈 시간도 아니어서 얼른 가방을 챙겨 헉헉거리며 수업이 시작하기 전에 강의실에 도착했다.
"오늘은 안되겠는데"
숨을 고르며 역시나 미리 와서 수업 준비를 하고 있던 남준이 옆에 가서 앉았더니 정국이를 보며 남준이가 말했다.
"뭐가?"
내가 물으니 남준이는 우리 앞쪽으로 고갯짓을 했다. 저 익숙한 뒤통수, 박지민이다. 뭐야, 웬일로 학교를 나왔지?
"저 사람이 박지민이에요?"
안 된다는 남준이의 말에도 태연하게 자리에 앉으며 정국이가 내게 물었다. 오늘은 안된다니까....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기다려봐요"
정국이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박지민에게로.... 간...다..?
"저기요"
"넹?"
손이 안 보일 정도로 핸드폰 키패드를 두드리던 박지민이 정국이의 목소리에 해맑게 대답하며 고개를 쳐들었다.
실은 내가 먼저 가서 어떤 대책이라도 세우려 했는데 나보다도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박지민에게 가는 정국이를 보고 새삼 놀랐다.
사람들과의 만남과 대화를 꺼려했고 심지어는 주문하는 것도 꺼려해서 거의 내가 하고 그랬는데. 요즘 들어서는 자기가 먼저 하는 것도 많고 나만 느끼는 건지 모르겠지만 정국이가 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대체 뭘 어쩌려고 저러는 거지.
"왜 왔어요?"
뭐 하는 거야!! 오히려 박지민이 당황했는지 머리에 물음표 백 개를 그리며 눈을 반짝이는데 안되겠다 싶어서 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먼저 다가가는 건 좋다만 아직 다듬어지지 않는 저 의사소통 방법....
"그게 무슨 말이야! 야, 박지민 오랜만이다"
"어! 오, 홍홍! 하이!"
정국이를 막고 박지민 옆에 서서 먼저 인사를 건네니 당황하던 표정을 치우고 반갑게 인사를 받아주었다. 홍홍은... 아직도 저러냐. 대체 홍일점이 왜 홍홍으로 바뀐지는 모르겠지만, 쟤는 날 저렇게 불렀다.
"미안, 얘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아, 홍이 아는 사람이야?"
"응. 근데 너 오늘은 무슨 일로 학교 온 거야?"
"그게 있지! 진짜 신기한 거 있다? 나 분명 학교 안 나오는데 출석이 막 돼있더라! 누가 나 사칭하고 다니나 봐!"
"아.... 그게.."
"그게 난데, 기분 나빴다면 미안하지만 마저 사칭하게 그만 가주면 안 돼요?"
"야!"
저 막무가내를 뭐 어쩌면 좋은가....
"정말요? 우아! 진짜 감사합니다! 나 이제 에프 뜨면 진짜 골치 아프거든요! 앞으로도 계속 사칭해주세요!"
다행인지 뭔지, 박지민은 기분이 나빠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좋아했지. 도대체가....
"누군지 궁금했거든요. 나보다 못생긴 사람이면 뭐라 할려 했는데, 음... 합격이네! 그럼 나 가도 돼요? 실은 이따 약속이 있어서~"
"가도 돼요. 계속 안 오셔도 되고"
"예쯔! 진짜죠? 저 믿고 안 나옵니다?"
진심으로 기뻐했다... 이걸 진짜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 건가...
박지민이 정국이에게 고마워해야 한다는 건 그냥 한 말이고, 아니 그거야 몰랐을 때야 그런 거고. 박지민이 알게 된 이상 이건 예의가 아니다.
말 그대로 어찌 보면 이건 사칭이고 박지민이 들어야 할 강의를 정국이가 홀랑 가로채버린 거니 마냥 좋은 일은 아닌 거다.
"야.. 그래도 괜찮아?"
"어어! 돼돼!"
걱정스럽게 묻는 내 말에도 박지민은 여전히 싱글벙글이었다. 순간 내 생각이 부질없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그래... 좋은 게 좋은 거지... 너 좋고 정국이 좋고...
"어? 교수님 오시겠다! 나 갈게! 고맙습니다!"
시계를 한번 보더니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우리에게 인사를 하고 강의실을 나가려는 박지민을 보고 정국이를 팔로 툭툭 쳤다.
"아, 감사합니다!"
내 신호를 눈치챘는지 고개까지 숙이며 정국이가 인사를 했다. 잘했어, 그거라도 해야지..
"아뇨, 제가 더 감사하죠! 제가 나중에 밥, 아니 술 살게요! 그럼 안뇽~"
손을 몇 번 흔든 뒤 박지민은 순식간에 강의실을 빠져나갔다.
바람처럼 사라지는 박지민을 향해 정국이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보였다... 저게 뭐야...
"수업 시작하겠다. 우리도 앉아요"
내 손을 잡더니 원래 우리가 앉았던 자리로 날 끄는 정국이었다. 아까 박지민처럼 싱글벙글 아주 신이 났다.
자리에 가서 앉으니 남준이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참 답도 없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평소처럼 수업이 시작되었다. 시험이 다음 주다 보니 정신을 바짝 차리고 필기를 해댔다.
근데 왜 또 눈은 자꾸 감기는지... 자동 휴먼졸림체로 글씨가 변경되어갔다. 하여간 잠이 많아서 문제지...
"졸려?"
꾸벅꾸벅 거리는 내가 보였는지 정국이가 물었다. 하품을 쩍쩍하며 고개를 끄덕이니 정국이가 내 펜과 교재를 가져가는 거다.
"내가 필기할게요. 자"
진짜? 너 최고... 하품 때문에 찔끔 나온 눈물을 톡톡 닦으며 책상에 엎드리려 하는데 정국이가 날 막았다.
"여기"
자기 어깨를 툭툭 치면서. 거기 대고 자라는 건가. 알았다. 어디든 무슨 상관이랴. 얼른 정국이 어깨에 머리를 댔다.
눈을 감고 자려는데 정국이의 목소리가 울렸다.
"시험 끝나면 방학이네"
"...."
대답할 정신없다.
"나 가고 싶은데 있어"
또!! 또!?! 또 어디!!!
"부산 가자"
이젠 다른 지역까지 돌아야 하는 것인가. 자는 척 못 들은 척해야겠다 싶어서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 말을 끝으로 다른 말없이 정국이는 필기에 집중했고 나는 그대로 정국이 어깨에 기대어 잠이 들었다.
제가 왔죠~~~ 제가 왔습니다~~~ 와하하하하~~~~ 일상이 불가능할 정도로 깊게 파고든 콘서트 후유증을 어제서야 몰아내고ㅠㅠㅠㅠㅠㅠ
미리 예고를 드리자면... 본격 이제! 네. 실은 비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죄송해여.....
독자님들중 중간중간 궁예를 해주신 분들이 계신데 그거에 대해서 저는!! 입을 다물고 있겠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제 곧!! 전부 나올거에요!! 근데 그게 맞을거에요!!! 별 다를거 없어요!! 왜냐면 전 진부하고 뻔한 자까니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또 음... 음... 할말... 음... 없어ㅠㅜㅠㅜㅠㅜ
감사합니다!! 항상 늘늘!!! 감사감사!! 한거 아시죠?! 사랑합니다 ><
그럼 전 이만....
헐.... 치환 안했어.... 얼른 고쳐요ㅠㅠㅠㅠㅠㅠㅠㅠ
암호닉!!!
민슈가님, 김남준님, 설날님, 런치란다님, 권지용님, 베베님, 알라님, 수슙님, 다이님, 얌냠님, 부릉부릉님, 꾹이님!!! 그리고 독자님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