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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하 - one of us

 

 

 

 

 

 

 

 

 

 

 

나는 너에게, 한없이 나쁘기만한 사람이었음을.

나쁜 사람

 

written by. 공화국

 

 

 

 

 

 

 

 

 

나쁜 사람(Bad Boy) 네번째 이야기

 

 

 

 

 

 

 

 

 

 

 

 

 

 

 

 

 

 

 

 

 

 

 

“ 어어, 안녕하세요. ”

 

상자 정리를 막 끝내고 허리를 편 경수는 저를 보며 밝게 웃고있는 여자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 … 누구세요? 정리를 한다고 열어두었던 집에 누군가가 들어올 줄이라곤 생각도 못했다. 먼지가 묻은 트레이닝복을 툭툭 털어내며 묻는 경수에 여자가 웃으며 대답했다. 아 … 경수씨 아니신가요?

 

“ … 맞는데 저는 어떻게 … ”
“ 아, 맞으시구나. ”

 

 

이내 여자는 환하게 웃으며 경수의 손을 잡았다. 덥썩 잡혀진 손을 내려다보던 경수가 어색하게 웃었다. 나를 아는 사람인가. 가만히 기억을 곱씹던 경수는 여자의 입에서 나오는 이름에 얼어붙어버릴 수 밖에 없었다.

“ 종인씨한테 자주 들었어요. 엄청 친한 친구라고 하길래 궁금해서 …… 저는 종인씨 약혼녀 양한나라고 해요. ”

 

…… 내가 아직도 사랑하고 있는,

김종인의, 약혼녀.

“ 소개시켜달라고 그랬는데도 통 말이 없어서 직접 찾아왔어요. 이상하게 종인씨는 자기 주변 사람은 잘 안 소개시켜주려고 하더라구요. ”
“ …… ”
“ 저어, 경수씨? ”

경수는 여자의 행동에 어떻게 반응해야할 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나가라고 소리라도 칠까, 아니면 … 웃으면서 대꾸해줘야 할까. 경수는 끈덕지게 닿아오는 시선에 부담스러워 몸둘 바를 몰랐다.

“ 종인씨에 대해 저보다 훨씬 잘 알고 계실거고 … 저는 제가 모르는 종인씨에 대해 하나하나 알아나가고 싶어요, 물론 경수씨를 통해서요. 아아, 너무 무례했다면 죄송해요. ”
“ … 아, 아녜요. ”
“ 근데, 지금 뭐하시는 거에요? ”

경수의 손이 멈칫했다. 짐 싸고 계신 거에요? 한나의 물음에 경수가 네,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왜 이렇게 제 신세가 비참하고 한심해보이는지 모르겠다. 한나의 차림새와 제 차림새는 확연히 차이가 났다. 목부근이 늘어난 볼품없는 티셔츠와 트레이닝 바지를 입고 있던 저와는 달리 한나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잔뜩 꾸민 차림새였다. 하얀 얼굴, 다홍빛 볼, 핑크빛이 감도는 입술까지. 게다가 허리까지 오는 갈색빛 머리는 남자들이 참 좋아할만한 것이었다. 그래서 김종인도, 좋아하는걸까.

한나를 소파에 앉혀놓고 바삐 몸을 움직이던 경수는 제 방 안에 있던 전신 거울을 보며 힘없이 웃었다. 흐트러진 머리하며, 하도 많이 물어뜯은 탓에 생기가 없는 입술과 눈밑으로 가라앉은 다크써클까지. 안 그래도 망가진 제 모습을 더 볼품없게만 만들었다. 경수가 붕 띄워진 머리를 가라앉히려 손으로 머리를 매만졌다. 매만지고, 매만지고.

 

 

“ …… ”

바삐 손을 움직이는 거울 속 제 모습을 쳐다보던 경수는 제 한심한 모습에 헛도는 웃음을 토해냈다. 이런 꼴로, 김종인의 약혼녀를 만나다니. 좀 더 당당한 모습으로 만날 수 있었더라면 적어도 남은 자존심까진 짓밟히지 않아도 됐을텐데.

종인은 저를 더 비참하게 만들었다. 그것이 의도한 것이든 의도치 않은 것이든. 한없이 작아지고 또 의미없이 만들었다. 그래도, 내 남은 자존심을 지켜주지 그랬니.

느릿한 걸음으로 거실로 걸어나간 경수는 소파에 기대고 앉아 집을 둘러보고 있는 한나를 보며 힘없이 말을 건넸다. 커피라도 타줄까요? 경수의 물음에 한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경수씨가 해주시는 커피 맛있게 먹을 자신 있어요! 악의따윈 전혀 담기지 않는 목소리에 경수는 온 몸에 힘이 풀리는 것 같았다. 당신이 이러면, 미워할 수도 없잖아요 …

 

 

“ 있잖아요 경수씨. 경수씨가 보시는 종인씨는, 어떤 사람이에요? ”

 

커피포트에 물을 담던 경수가 등 뒤에서 들려오는 한나의 목소리에 몸을 움칫, 떨었다. 저는 참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저한테 정말 잘해주거든요. 매일매일 연락도 먼저 해주고, 매일매일 입도 맞춰주고 … 그런 당연한 것들을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종인씨는 주변 친구들에게도 다정하고 좋은 사람인가요?

경수의 파르르 떨리는 손이 선반을 지탱하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넘어질 듯 위태로운 모습이었다.

 

“ 종인이야 뭐 … 주변사람들한테 다 잘해요. 어른들한테도 싹싹한 편이고, 묵묵하게 제 일도 다하구요 …… 학창시절에 공부도 잘했고 …… ”

너는 내가 많이 미웠던지 어느 순간부터 날 친구조차로도 바라보지 않았던 것 같다. 이별을 네 탓으로 돌리며 원망했던 나에게 넌 뭐라고 이야기 했었지. 대못같이 날카로운 말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쏟아내며 너는 무심하게 나를 쳐다봤었다.

…… 네 차가운 눈빛을 나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 … 무엇보다, 저한테 엄청 … 잘 해줬었어요. ”

 

나를 꼭 끌어안고 사랑을 고하던 네 얼굴이, 아직까지도 이렇게나 생생하다. 내 얼굴을 쓸어만지던 너는 군데군데 입을 맞추며 달콤하게 속삭였다. 경수야, 좋아해. 정말 좋아해.

…… 그래 종인아, 나도 네가 …… 정말, 정말 좋아.

 

“ 역시나 종인씨는 다정한 사람이네요. ”
“ …… ”
“ 역시 경수씨를 찾아오길 잘한 것 같아요. ”

잘했지, 종인아.

“ 아, 경수씨도 저희 약혼식에 오시나요? ”

 

 

…… 나 잘했지 … 나 꿋꿋하게 서 있었어.

당장 나가라고 소리치고 내쫓아버리고 싶었는데 … 네 모습이 떠올라서 그러지도 못했어. 너에 대해 예쁜 말만 골라하는 저 여자를 내쫓지 못했어. 맑게 웃는 모습이, 널 얼마나 좋아하고 있는지 눈에 선해서.

날 사랑했던 시간의 너는, 그랬지. 주변 사람들에게 늘 사랑받고 관심받고 … 네 할일을 묵묵히 해내고, 칠칠치 못한 나를 챙기고. 날 아껴주고, 사랑해주고.

“ 경수씨가 저희 약혼식에 꼭 오셨으면 좋겠어요. 함께 축하해주시면 정말 기쁠 것 같아요. ”

종인아. 사실, 나 정말 무너져버릴 뻔 했어. 네 약혼녀의 진심이, 꼭 내 진심 같아서.

 

“ 저, 종인씨를 좋아해요. ”

 

아직 내 팔년의 사랑은, ……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계속, 너를 향해 움직이고 있는데.

 

 

 

“ 정말, 정말로 좋아하고 있어요. ”

 

 

잘라내볼게. 잊어볼게.


그러니까 끝을 종용하진 마.

제발. 부탁이야 ……

 

 

 

[EXO/카디] 나쁜 사람 (Bad Boy) : 04 | 인스티즈

 

“ 왜 여기있어요? ”

차에 짐을 실어나르던 경수가 뒤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음성에 고개를 돌렸다. 오늘도 여전히 멋있구나. 종인에게 닿은 경수의 시선이 떨어지질 못했다. 웃으며 그녀의 옆에 서는 종인의 모습에 경수가 꾹, 손을 말아쥐었다. 이제는 저 옆자리가, 내 자리일 수 없구나. 뼈저리게 깨달은 마지막은 끝까지 경수를 숨막히게 만들었다. 어째선지, 바람이 평소보다 더 찬 것 같기도 했다.

백현이에게 오지말라고 하길 잘한 것 같다. 짐이라도 같이 운반해주겠다고 바락바락 소리치는 백현을 진정시키느라 경수는 깨나 애를 먹었다. 혼자 해결할 수 있으니까 오지말라고 하길 수십번, 경수의 고집에 어쩔 수 없이 넘어가준 건 백현이었다. 진짜, 도와준다니까 그러지. 귀엽게 툴툴거리는 백현에 경수는 웃었다. 괜찮아, 애도 아니고 … 혼자할 수 있어.

큰 박스를 품에 안은 경수가 종인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걷던 경수가 이내 발을 헛디뎠다. 아! 둔탁한 소리를 내며 박스가 엎어지고 경수의 몸도 앞으로 엎어졌다. 안에 있던 내용물이 쏟아지고 경수가 급히 그 물건들을 손으로 쓸어담았다. 아, 아 … 경수가 앓는 소리를 내며 물건들을 헤집었다.

이윽고 경수의 손에 들린 건 액자였다. 환하게 웃고있는 자신과 종인의 얼굴이 크게 담긴.


경수의 손에 겨우 들릴 수 있었던, 종인과의 기억들 중 하나.

 

 

 

 

 

 

“ 괜찮아요 경수씨? ”

 

 

 

 

 

 

급하게 경수가 있는 쪽으로 뛰쳐오는 한나의 모습에 경수가 급히 손에 들린 액자를 뒤로 숨기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디 다치진 않았어요? 걱정스레 물어오는 한나에 경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요, 다친 곳 없어요.

 

 

 

 

 

 

“ 같이 담아드릴게요. ”

 

 

 

 

 

 

쏟아진 물건들을 주워담는 한나에 경수도 제 짐을 다시 상자 안으로 주워담기 시작했다. 종인의 시선이 따갑게 느껴졌다. 고개를 들 수 없어서 그냥 고개를 푹 숙이고만 있었다. 이제 그만도와주셔도 돼요. 떨어뜨린 물건들을 다 주워담은 경수가 가보라며 손짓했다. 네? 차로 옮기는 것 까지만이라도 도와드릴게요. 두 손을 걷어부치려는 그녀의 모습에 경수가 웃었다.

 

 

 

 

 

 

“ … 괜찮아요. ”
“ …… ”
“ … 저 혼자 할 수 있으니까 … 종인이한테 가보세요. ”

 

 

 

 

 

 

종인과 경수를 번갈아 쳐다보던 한나가 이내 꾸벅 인사하더니 이내 종인의 곁으로 달려갔다. 다치겠다, 가만히 있지 왜 저기까지 가서 도와주고 그래요. 어련히 알아서 할까. 갈색빛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다정히 속삭이는 종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괜찮아, …… 뭘 또, 이런 걸로 아파하려고 그래.

이제 끝이라는 거. 저런 말들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거. 너 자신도 잘 알잖아.

 

 

 

 

 

 

“ 경수씨 가는거에요? ”

 

 

 

 

 

 

트렁크의 문을 닫은 경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안녕히 계세요. 경수가 그녀가 있는 곳을 향해 꾸벅 인사했다. 그리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 …… 보고싶어 종인아. ”

 

 

 

 

 

 

내 곁에 서 있던 네가 … 너무나도 보고싶어.

 

 

 

 

 

 

 

 

 

 

 

 

 

 

 

 

 

 

 

 

 

 

 

 

 

 

 

낮인가, 밤인가.

이제는 구분하기도 어려웠다. 오늘이 몇일이더라 … 넘기지 않았던 달력도 늘 같은 곳을 맴돌고 있었다. 한동안 켜놓지 않았던 휴대폰의 전원을 꾹 눌렀지만 켜지지도 않았다. 배터리가 다 나갔나보다. 경수가 깊은 숨을 내뱉는다.

무슨 마음이었을까. 경수는 급히 도어락의 비밀번호를 바꾸고 집의 문을 걸어잠궜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백현이 찾아와 문을 두드렸지만 문은 열어주지 않았다. 모든 것이 끝나고 난 후의 잔해는 너무나도 날카로웠다. 조금만 움직여도 날이 선 것들에 의해 온 몸을 난도질 당할 것만 같았다.

그 이후로 종인이는 집으로 찾아오지 않았다. 약속한 이주일이 가까워졌음이 대충 느껴졌다. 경수의 두 눈이 어두운 집 안을 훑어내려갔다. 어디하나 제 흔적이 남겨지지 않은 곳은 없었다.

소파 위로 몸을 뉘이기가 무섭게 강아지가 폴짝 뛰어 경수의 몸 위로 올라왔다. 얼굴을 핥아올리는 혓바닥에 경수가 힘없이 웃었다. 형아 아파, 그러니까 가만히 있자 … 응? 경수가 부드러운 털을 쓰다듬어주며 힘없이 중얼거렸다. 경수의 말을 알아들은건지 요란하게 흔들리던 꼬리도 잠잠해졌고, 정신없이 움직이던 얇은 다리도 경수의 배 위에 착, 내려앉았다.

 

 

 

 

 

 

“ … 종인이 … ”
“ …… ”
“ … 우리 깜이한테 내 이야기 하는 게 취미였는데. ”
“ …… ”
“ ……… 언제부터였을까. ”

 

 

 

 

 

 

너에게, 내 이야기를 하지 않기 시작한 게 …

 

 

 

 

 

 

“ … 괜찮아. ”
“ …… ”
“ … 괜찮아. ”
“ …… ”
“ … 아니, 괜찮다고 말하다보면. ”
“ …… ”
“ … 언젠가, 괜찮아지겠지. ”

 

 

 

 

 

 

거실 위로 싸늘하게 내려앉은 공기는 겨울이라는 것을 완벽히 암시했다. 멀지 않은 곳의 너와 나의 사이를 가로막고 있던 이별이 바로 눈 앞에 다가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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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흐어 정말 잘보구 갑니다 다음편이 기대되요! ㅎㅎ 경수가 너무 불쌍해요 ㅠㅠㅠㅠ 종인이가 얼른 후회했으면 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2
약혼한 사람이 나쁜 사람이었다면 원망도 하고 그랬을텐데ㅜㅜㅜㅜㅜㅜ 착한 사람이라 더욱 비참해지네요..
8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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