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너징과 도경수는 직장 상사와 부하직원 사이임 물론 상사는 도경수
꽤 어린 나이에 부장이란 직책을 단 탓인 건지 초특급 엘리트 사원으로 시기를 받은 탓인지
매사에 까칠하고 깐깐함 그래서 사실 도경수랑 너랑은 견원지간으로 유명함
아무리 그래도 너도 최단기간에 대리자리 꿰찬 인재인데도 도경수는 너를 굉장히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눈치였음
그런데 어느날 네가 입사 동기한테 한 통의 러브레터를 받음 너는 이걸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었음
"요즘 사람들은 얼굴 안 보나 봅니다? 살다살다 김여주 씨가 고백 받는 장면을 보다니."
허,너는 어이가 없어서 주변 눈치를 살피다 말도 무시하고 걍 고개만 훽 돌림. 다른 사원들이 보면 손가락질 하겠지만
이미 한 바탕 깨지고 온 뒤라 진짜 밉게 보였음
"김 대리, 부탁한 프로젝트 보고서는 끝내고 시시덕 거리는 겁니까? 아까 타이핑도 엉망이더니 시간이 남아 돌아요?"
네가 제 말 무시하니까 저도 기분 나쁜 건지 괜히 지랄지랄임 너는 뉘예뉘예 하는 표정으로 서랍을 뒤적뒤적 거리다
혹시 몰라 몇 장 더 써 왔던 보고서를 건냄 물론 도경수 쪽은 쳐다 보지도 않음 꽤나 네가지 없는 모습이었음
"부장님이 괜히 말단 대리 자리 와서 이러는 것도 곱게 보이지는 않은데요"
맞음 사실 너는 내일이 없는 놈임 순식간에 주변이 싸해졌음 아차 싶은 네가 그제서야 고개를 올리고 도경수의 눈치를 살폈음
너도 몰랐는데 도경수는 내내 웃고 있었음
순식간에 정색을 하는 도경수를 본 네가 그제서야 죄송하다며 고개를 조아리자 도경수는 한숨 한 번 쉬더니 제 자리로 돌아감
같이 눈치를 보고 있던 도경수와 견원지간 2에 위치한 동기 박찬열이 네 옆구리를 툭툭 치더니
"쟤 김 대리님 좋아하는 거 같던데요"
니미 씨발이었음 저게 어딜 봐서 좋아하는 사람 반응임? 기가 찬 네가 한심하게 쳐다보자 박찬열이 제 핸드폰 화면을 들이밀어 보여 줌
'도경수 부장'과 나눈 메시지 창이었음
김여주 대리 내일 생일인 거 같던데, 박찬열 씨는 뭐 좋아하는지 압니까? - 도경수 부장
모르는데요 라는 답장으로 끝난 문자에 이게 뭐 어쨌다고 이러냐는 눈으로 쳐다 보니 박찬열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제 할 일을 하기 시작함
이런 오늘은 쟤나 걔나 다 마음에 안 드는 날이었음 어느 순간 네 머릿속 러브레터는 새까맣게 재가 되어 사라지는 순간이었음
그렇게 박찬열에게 엿 한 번 날리고 밥 먹고 일에 치여 살다 보니 퇴근 시간이 되었음
하루 종일 저기압이었던 도경수가 널 붙잡아 세움 오늘 한 짓이 있기에 야근을 시키든 뭘 하든 하겠습니다 하는 마음으로 어색한 웃음을 보이며
기꺼이 도 부장 자리로 가서 있었음 입에 경련이 일어날 거 같았음
"러브레터는 어떻게 됐습니까? 김 대리도 여자라고 서랍에 고이 모셔뒀습니까?"
그제야 오전에 받았던 사실 러브레터라고 하기에도 뭐한 호감을 표시한 쪽지가 생각났음
설레는 마음에 보냈을 사내1에게 미안해져 얼버무리자 도경수가 한숨을 푹 쉬더니 제 가방을 뒤적뒤적 거림
그러다가 사무실 이목이 이곳으로 집중되어 있는 걸 느낀 도경수가 널 끌고 밖으로 나감
이사람이 왜 이러나 싶어 그냥 잠자코 끌려가니 너네 부서 사무실과 좀 떨어진 복도에 와서야 멈춤
그러다 머뭇 거리더니 다시 가방에서 뭔갈 뒤적 거림
"원래 좀 더 좋은 분위기에서 주려고 했는데, 마음이 급해져서. 생일도 아닌데 이런 거 준다고 이상하게 생각 마시고. 아니, 어차피 이제 곧 생일이기도 하고…. 마음에 안 들면
버려도 됩니다. 그럼 이만 퇴근하세요."
답지 않게 횡설수설 하던 도경수가 네 손에 꽉 쥐어 준 건 다름 아닌 반지 케이스였음
열어 보니 네 손가락 호수는 어떻게 알았는지 예쁘게 딱 들어가는 반지가 널 반겼음
저도 당황한 건지 휙 돌아 가다 삐끗한 도경수가 갑자기 멈춰 서더니
"앞으로 그런 낯간지러운 고… 어쨌든 그런 거 받으면 저 말고는 다 무시하세요. 이건 상사로서 명령입니다."
후다닥 달려가는 뒷모습을 보자니 괜히 마음에 빨간 불이 켜지는 느낌이었음.
+(참고로 계급은 도경수> 독자님들> 박찬열
나이는 박찬열 > 도경수> 독자님들)
2. 박찬열
너희 패디과 훈남으로 유명한 박찬열은 페북에도 몇 번 소개된 적 있는 완전 유명인사였음
페북 팔로워수가 오만 명을 향해 달려가고 있고 프사 한 번 바꾸면 좋아요가 기본 3000이 넘어가는 그런 사람이었음
근데 사실 너는 그런 박찬열이 썩 마음에 들진 않았음 별 이유 없었음 걍 네 자취방 옆 건물에 사는데 여자보다 곱상한 외모가 꽤나 재수가 없었음
심지어는 내일이 없는 것처럼 마시고 놀고 하는데 학점은 올 A+이라 네게 미운털 박히기엔 좋은 조건이었음
그러던 어느 날 총모임이 있는 날이었음 말이 좋아 모임이었지 사실 학년 별 과대들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대규모 술판이었음
분위기가 고조되고 후끈 달아 오를 쯤, 나이는 너보다 많은 주제에 3수까지 하고 입학해 학번은 같은 건축과 김동식이 대뜸 네 옆자리에 앉았음
걔도 훈훈하게 생긴 걸로 이름 좀 날리는 애라 싫지 않은 기색으로 자리를 조금 내 주니 꽤나 귀여운 얼굴로 열심히 술을 따라 줌
김동식의 친구들인 건지 근처에 있던 학생들이 오오오오오!!! 하며 탄성을 외치자 이제 너도 슬슬 눈치 까기 시작함 아, 나 오늘 고백 받겠구나!
속으론 자진모리 장단에 맞춰 개다리춤도 추고 있는데 네가 그동안 쌓아 온 이미지가 있어 수줍게 주는 술만 다 받아 먹고 있었음
여기서 난 얌전한 애다 라고 어필하는 거임
"김여주 살살 마셔라. 너 또 꽐라 돼서 오빠 등에 토 할래?"
맞음 사실 2주 전 쯤, 그때는 과 모임이 있었음 그것도 말이 좋아 모임이지 역시 소규모 술판이었음
그때 친구가 주는 술 다 퍼마시다가 네 주량인 소주 3병을 넘어가자 슬슬 너도 핀트가 나가 소맥만 열심히 말고 있을 즘이었음
한참 분위기가 달아오를 쯤 이제 그만 2차로 흩어지자 말한 과대 박찬열이 제일 심하게 취한 거 같은 너를 맡기로 했나 봄
2차에 함께 하지 않은 박찬열이 널 등에 업고 집에 데려다 주기로 함 어차피 자취방도 가까워 흔쾌히 허락하는 느낌이었음
그래, 거기까진 괜찮았음 딱 풋풋한 대학생들의 러브 스토리가 만들어 지려는 찰나
꽤나 키가 큰 탓에 높은 곳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던 네가 그만 멀미 때에… 후는 상상에 맡기겠음
어쨌든 그 후로 재수없는 감정 + 죄책감 땜에 열심히 피해 다녔는데 하필 오늘 총모임이 있었고 그 박찬열에 네 앞자리에 앉아 있던 거였음
민망함에 호호 웃으며
"선배, 무슨 소리하시는 거예요. 저 그날 선배 등에 토했어요? 잘 기억 안 나는데. 했으면 진짜 죄송해요, 선배."
최대한 상냥한 어투로 말했음. 씨발, 기억 안 나긴 개뿔! 존나 생생해서 미치겠다!!!!!!!!!!!!!!!!!!!!!!
옆에 있던 김동식 내 빠져나간 관심을 돌리기 위해 좋아하는 건 뭐냐, 혹시 남자친구 있느
냐 등의 노골적인 질문을 하기 시작했음
슬슬 후끈한 너와 김동식의 분위기에 슬슬 모든 이목이 이곳으로 집중되기 시작할 찰나였음
"아오 씨팔, 좆만한 똥개새끼가 존나게도 설쳐요."
동시에 김동식도 취한 건지 엎어졌음
순식간에 싸해진 분위기에 박찬열 친구인 한 선배가 급하게 패디과는 해산 시키고 2차로 빠지게 했음
당연히 박찬열도 기분 나쁘다는 표정으로 술집을 나가려고 했고 무슨 상황인지 아직 파악이 덜 된 네가 우물쭈물 하며
친구 따라 나가려 하자 엎어져 있던 김동식이 네 팔을 꽉 잡으며 안 놓아줌
네가 억지로 빼려고 하자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김동식이 네 뒷통수를 잡고 기습적으로 입을 맞췄음
이게 씨발 뭔 상황인가 싶어 눈만 크게 뜬 네 눈에 존나 빡쳐 보이는 상태로 다가오는 박찬열이 보였음
그리고 퍽 소리와 함께 김동식은 나가 떨어졌고 동시에 너도 놀란 마음에 기절했음
열심히 까똑까똑 울려대는 휴대폰 소리에 눈을 떠 보니 어느새 네 방 침대에 날은 훤히 밝아져 있었음
핸드폰 홀드키를 여니 괜찮냐, 너 어제 난리였다, 박찬열 선배 멋있다, 김동식 어쩔 거냐 등등
어제 상황을 생생하게 나타내 주는 친구년들의 카톡이 쌓여 있었음 그 뒤로는 기억도 안 나고 어떻게 내 자취방까지
와 있는 건지 졸라 1도 모르겠어서 침대에 나서며 친구들과 불나는 카톡을 했음
어제 박찬열이 너 업고 갔더라, 박찬열 개빡쳐서 김동식 반쯤 조졌더라, 박찬열도 얻어 터졌다더라 하는 류의상황 설명을 들으며 씻었음
냉장고를 뒤져 보니 죄다 맥주캔밖에 없어서 해장국이나 먹으러 가야겠다 싶어 쓰린 속을 부여잡고 밖으로 나갔음
마침 담배를 피러 나온 건지 옆 빌라에서 나오는 박찬열과 눈이 마주침
윽 마주치고 싶지 않았던 탓에 고개를 훽 돌림
"김여주"
그럼 그렇지 집요한 박찬열이 널 불러세움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난 네가 누군지 못알아 봤다는 걸 잔뜩 어필하며
"어! 찬열 선배였네요! 어제 잘 들어가셨어요? 하하!"
어색한 기류만 남겨버림 하하 웃은 박찬열이 네 앞으로 오더니 내 손에 들린 핸드폰을 가져감
데이터 켜도 되지? 하고 묻더니 열심히 제 폰과 네 폰을 번갈아 가며 뭘 함
핸드폰을 네게 돌려준 박찬열은 미련 없이 네가 가려던 길과 반대로 갔음
이상한 눈으로 쳐다 보던 네가 데이터를 끄려 하는데 미친 듯한 페북 알림이 띵띵 울리는 거임 이게 뭔가 싶어 들어가 보니
박찬열
♥
김여주님과 연애 중
"야!!!!!!!!!!!!!!!!!!!!!!!!!!!!!!!!!!!!!!!!!!!!!!!!"
네가 반말했다는 것도 잊은 채 너는 열심히 달려가 박찬열을 불러세움
"어? 빨리 발견했네?"
"이게 뭐예요! 지금 장난해요?"
"뭐긴 뭐야. 오빠가 여주한테 코꿰인 상황이지."
3. 변백현
네 오랜 남사친인 변백현은 어렸을 적엔 같이 목욕도 하고 지금은 찜질방 피씨방 모두 같이 들낙거리는 사이임
그러니까 짧게 말해 볼 꼴 못 볼 꼴 다 본 불알친구라는 거임
애가 워낙 친화력은 좋으면서도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라 주변에 사람은 많은데 '네 제일 친한 친구는 누구야?' 하면 꼭 너를 말할 정도로
너만큼 친한 사람은 없었음 심지어는 대학도 같은 과에 입학해 더 붙어 다닌 덕에 변백현 = 김여주 남친 이라는 공식이 성립되어 있어
너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사람은 없었음 그래도 넌 별로 개의치 않고 있는데 보컬과에서 유명한 김종대가 네게 페이스북 친추를 거는 거임
"뭐야? 너 김종대랑 아는 사이야? 얘 노래 잘한다고 신입생 사이에서 졸라 유명하던데"
"아니 처음 보는데"
그래도 무차별 적으로 친구 추가를 거는 사람도 있고 하는 지라 별 생각 없이 친추를 받아 줌
변백현과 새로 찾은 맛집에서 맛있게 식사를 이어가는데 띵동 하고 울리더니 김종대한테 페메까지 옴
"얘 너한테 관심 있는 거 아냐?"
"뭐래 난 모른다니까 얘"
메시지 창에는 초면에 걸어서 죄송하다, 저번에 우연히 봤는데 너무 내 스타일이라서 말 좀 붙이고자
묻고 묻고 물어 겨우 걸었다, 과 건물이 달라 마주칠 기회가 없어 이렇게라도 말을 건다라는 둥 변백현의 말대로
호감을 표하는 말이 와 있었음 윽! 변백현의 그늘에 가려져 남자 친구 하나 없이 19년을 살았던 네 인생에도 드디어
봄이 오나 싶어 실실 쪼개며 페메에 답하고 있는데 변백현이 핸드폰을 슬쩍 가져감
"뭐야, 얘 딱 봐도 선순데 알아서 끊어라"
하더니 페메를 삭제하는 거임 니미 씨팔!! 내가 답장 보낼 차례였는데!!!!!!!뭐라고 왔는지 모르는데!!!!!!!
변백현은 나에게 한 대 얻어 맞고 너는 몰래 다시 페메를 걸었음
그 뒤로 한 2주일 동안 페메만 주고 받다가 공강 시간이 똑같다는 걸 알았음
그 공강 시간은 변백현 교양 듣는 시간이라 변백현의 지랄 없이 만날 수 있겠구나 싶어 먼저 얼굴이나 보자고 말을 꺼냄
김종대는 당연히 오케이 함 마침 점심 먹을 시간에 가까워져 밥 먹으면서 이야기 하자고 하고 근처 조용한 식당에서 만나기로 함
매일 변백현과 밥을 먹었던 탓에 너 없음 왕따인 녀석이 신경쓰였지만 모처럼의 봄에 그딴 불알은 한 쪽 없어도 안 죽는다는 심보로 나감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분위기는 어느덧 핑크빛으로 물들 쯤 강의가 끝난 건지 변백현에게 오질나게도 카톡 전화 문자가 울려댐
핸드폰을 가방에 쑤셔 넣고 하던 이야기 마저 하는데 김종대가 잔뜩 분위기를 잡더니 우물쭈물 댐
아, 2주간의 페메와 한 시간의 대화 끝에 드디어 남친이 생기는구나 싶어 모르는 척 말만 기다림
결심한 듯 김종대가 고개를 바짝 쳐들고, 여주야 하고 운을 떼는 동시에 식당 문이 벌컥 열림
"우리 연애할…"
"씨팔!!!!!!!!!!!!!!!!!김여주!!!!!!!!!!!!!!!!!!!!!!!!!!!!"
순식간에 식당의 시선은 너와 변백현, 김종대에게로 집중되고 김종대는 네 친구 변백현이라는 걸 인식했는지
벌떡 일어나 구십도 인사를 함 안녕하세요! 변백현은 그딴 거 다 무시하고 무작정 네 팔을 끌고 감
"야! 씨발 뭐야!!!!!!!!!!!! 왜 나 버리고 밥 먹는데!!!!!!!!!!!"
"야, 지금 한참 분위기 좋았거든? 장난까냐? 씨팔 네가 초딩이야? 혼자 밥도 못 처먹게?"
"뭐? 야 졸라 네가 나 버리고 연애할 생각 하니까 좋냐? 어?"
"어! 좋다!!!!11존나 좋다 씨발아!!!!"
초딩처럼 유치하게 소리 고래고래 지르면서 싸우는데 김종대가 슬쩍 다가오더니
"저, 변백현 씨 여주 좋아하세요?"
하고 물음 너와 고해성사 하면서 싸우던 변백현은 무심결에
"어 씨팔!!!!!!!!!존나 좋아한다!!!!!!!! 졸라 좋아하니까 눈독 들이지 마라!!!!!!"
짱구에서나 보던 까마귀 점이 지나가던 시점이었음 너는 폭소하고 변백현은 쪽팔려서 어쩔 줄 몰라하고 김종대는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하고
꽤나 돌직구적인 김종대 질문에 얼결에 대답한 변백현에게 휘익 하는 휘파람 소리와 함께 거리의 사람들로부터 박수갈채가 쏟아져 나옴
변백현은 헛기침 두어 번 하더니 이번엔 네 손을 잡고 끌고감
"그럼 그렇게 알고 김여주는 내가 데려갑니다"
쪼끔 멋있어 보였음
** 진짜 오랜만입니다 이거 아는 분도 없을 듯 한 두 편 있는데
급하게 끝낸 듯한 느낌이 드는데... 아닌가요..
이번엔 진짜 안 설레네요 설레게 설레게를 자꾸 머리에 입력하다 보니 과부하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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