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열이랑 너는 3년째 연애중인 오래된 연인임 할 짓 다 하고 볼 거 다 본 사이라서 이제 설레임보다는 정으로 사귄다는 느낌이 들정도로
편해진 사이임 안 그래도 뒤늦게야 찾아온 권태기에 스트레스 받아 죽겠는데 여기 저기 쪼여대는 일이 한 둘이 아니라
넌 극도의 피로로 몸살에 걸렸음 안 그래도 서러워 죽겠는데 오랜만에 데이트 하러 나온 이새끼는 옛날에 보던
그 멋진 모습이 아니라 진짜 편함 그 자체인 건지 흰 티에 아디다스 추리닝 바지나 덜렁 걸치고 온 거임
거기에 1차 빡쳤지만 너는 꾹 참고 전과 같이 팔짱을 끼며 별 신경 안 쓰는 척함
뭐 먹을까? 하고 평소와 다름 없는 질문에 박찬열이 대뜸 화를 내는 거임
"넌 만날 때마다 그런 거 하나 생각 안 해오더라?"
그야 당연히 먹고 싶은 건 많지만 박찬열이랑 너는 입맛이 판이하게 달라서 나름 배려심에 묻는 건데
저게 저렇게 받아치니 진짜 섭섭했음 너도 언성이 높아지기 시작함
"그러는 너는 뭐 준비는 해 와? 그리고 여친이랑 데이트 하는데 슬리퍼 질질 끌고 오는 사람이 어딨냐?"
"그러는 너는 예쁘게 하고 왔냐?"
박찬열도 내뱉고야 아차 싶었는지 황급하게 야, 미안 하고 사과함
너징은 진짜 짜증 나고 우울하고 서러워서 울컥함
"야, 미안하다잖아. 질질 짜긴 왜 짜냐?"
"너 진짜 내가 요즘 얼마나 힘든지 몰라서 그래? 회사에선 여기 저기 꾸지람만 듣지."
"그러게 잘 하면 됐잖아."
"장난해? 야, 나도 짜증 나니까 당분간 연락하지 마."
오랜만에 박찬열 주려고 사온 스냅백이 담긴 종이 봉투를 얼굴에 던지고 집으로 돌아옴
서럽고 짜증 나서 침대에 누워 엉엉 울고 엄마도 쟤가 왜저러나 싶어서 가만히 둠
다음 날 일어나 보니 어제 운 것도 있고 스트레스가 더 쌓여서 넌 아예 고열로 앓아 누움
자리에서 꼼짝도 못하고 자리에 누워서 엄마가 주는 죽만 받아 먹다가 약기운에 하루 종일 잠만 잠
눈 떠 보니까 아픈 것도 좀 괜찮아진 것도 같고 해서 밖으로 나갔더니 웬 케이크랑 약봉투가 있는 거임
"엄마 오늘 누구 생일이었어?"
"얘는. 찬열이한테 너 아프다고 하니까 와서는 그거 전해 주더라."
"엄마는 그걸 왜 말해! 우리 싸웠단 말야."
"늬들이 싸우는 게 어디 하루 이틀이야? 찬열이랑 절대 헤어지지 마라. 너 받아주는 남자도 없어."
"걔 받아주는 여자가 없는 거겠지."
내심 감동이어서 방에 들어와 불을 키고 앉아서 한참을 케이크 상자만 바라봄 이걸 먹을까?
먼저 연락할까? 어떡하지 한참을 고민하는데 핸드폰이 번쩍 울리더니 카톡이 울리는 거임
♡집 지키는 도비♡ 김여주 창문 좀 봐
너는 뭐지 싶어 밖으로 나가 보니 박찬열이 스케치북에 뭐라고 쓰고는 환하게 웃고 있었음
눈을 찌푸리고 자세히 보니까
[아프지 마 오빠가 몰라줘서 미안해 약 먹고 다 나으면 다시 데이트 하자♥] 라고 적혀 있었음
다시 박찬열을 보니 입모양으로
'예쁜 얼굴 망가지니까 찌푸리지 마 오늘도 좋아해!'
2. 오세훈
오세훈이랑 너랑은 10년지기 친구임 초등학교 입학해서 손가락 쪽쪽 빨고 있을 시절 옆에서 아이스 께끼 하려다 걸려서 친해짐
소위 말하는 불알친구에 속하는 너랑 오세훈은 아쉽게도 서로 솔로여서 남친 여친 대신 둘이 종종 놀고는 함
물론 내가 씨발 언제까지 너랑 단 둘이 놀아야 하냐는 오세훈의 욕은 덤이었음
어느날은 같이 벚꽃놀이 하러 가기로 했는데 간절기에 약한 네가 감기에 걸려 버림
그래도 남들 다 간 꽃놀이 너만 안 가기엔 억울해서 꾹 참고 조금 따뜻하게 입고 오세훈을 만나러 ㄱㄱ함
같이 커플 흉내 내면서, 엽사 찍고 낄낄 거리면서 여의도 공원을 걷고 있는데 코에서 콧물이 줄줄 나는 거임
이게 심한 감기는 아니라 약도 안 먹었더니 콧물을 주체할 수가 없는 거임
"더럽게 감기에 걸림? 봄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던데"
"여름이겠지 븅딱아"
"뉘예뉘예"
어쨌든 오세훈이 슬쩍 건내는 휴지를 받고 계속 코를 킁킁 푸니까 오세훈이 이제 그만 집에 가자고 함
코 푼 휴지 가방에 넣는 착한 네가 쪽팔렸나 봄
너도 슬슬 피곤하던 참이라 흔쾌히 허락하고 집으로 ㄱㄱ함
얘가 또 매너는 있어서 너랑 약속 있는 날엔 항상 널 집까지 데려다 주곤 했는데
이새끼가 아픈 날 두고 자기 약속 생겼다면서 다른 방향으로 가는 거임;;;;
어쩔 수 없이 너 혼자 코 훌쩍이면서 가는데 아파트 단지에 들어서려니까
누가 네 어깨를 잡고 훽 돌림 오메 씨팔!!!!!!!!
너는 졸라 깜짝 놀라서 들고 있던 에코백으로 그 누군가의 얼굴을 가격함
"아 씨발! 병신아 나야! 요즘 치한도 너같은 건 안 잡아가겠다!"
오세훈이었음 미안한 마음에 뻘쭘하게 웃고 있으려니 오세훈이 네 에코백에 뭐 하나 슬쩍 넣더니
선물이라면서 다시 왔던 방향으로 가는 거임
쟤가 웬일이래 하고 가방 뒤적거리니까
약국 봉지에 코감기약, 해열제, 두통약, 복통약 등등 암튼 별의 별 약 다 있었음
넌 순간 심쿵 해서 오세훈! 하고 부르니까 뒤 돌아서 한다는 말이
"빨리 낫고 또 데이트 가야지 븅신아"
Aㅏ. 엄마 저 꿈이 생겼어요. 오세훈의 부인이요.
3. 김종대
너랑 김종대는 결혼을 약속한 사내커플임 그도 그럴 게 연애만 7년에 이제 나도 20대 후반을 향해 달려가니
김종대가 며칠 전에 네게 프러포즈까지 해 옴 너는 울면서 받아주고 그 뒤 일사천리로 결혼이 진행되고 있었음
그래도 준비할 게 한두 개가 아니라 회사 일과 병행하려니 넌 너무 피곤한 거임
결국 몸살로 앓아 누워 월차 내고 집에서 자고 있었음
아직 같이 사는 사이는 아니라 원룸에 혼자 죽 끓여 먹고 혼자 약 먹으려니 되게 섭섭한 거임
엄마도 없어서 더 서러워서 너는 이불 푹 뒤집어 쓰고 걍 잠만 잠
근데 갑자기 띠띠띠띠 하더니 김종대가 들어옴
"오빠 왔다 여주야, 너 아프다며?"
시계를 보니 벌써 7시였음 정시퇴근 하고 온 거 같았음
너는 아파서 뭐 해 줄 건 없고 TV나 보라며 소파 한 쪽을 내어줌
"아무리 아프다지만 나 왔는데 물 한 컵도 안 주냐? 사랑이 식었어, 우리 여주"
하여간 애같음. 사실 그닥 열까지 나고 그런 상황은 아니라 자리에서 일어나 곧장 정수기에서 물 따라다 바침
김종대가 헤실헤실 웃더니 그래도 아픈데 혼자 있는 것보단 낫지? 했음
딱히 반박할 말도 없고 진짜 그렇기도 해서 맞장구 쳐주니 소파에 앉은 상태로 서 있는 널 꽉 안아줌
"오빠가 갑자기 스트레스 받게 했지? 너무 너만 힘들게 한 거 같다"
김종대는 그 말을 끝으로 벌떡 일어나더니 집으로 돌아감 시간 내서 온 거라고 오래는 못 있는다며 지가 더 아쉬워 하면서 떠남
넌 조용해진 집안을 보고 먼 미래에 네가 김종대, 한 아이와 함께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을 꿈꾸었음
행복한 상상을 하던 중 직장 동료에게 괜찮냐고 전화가 왔음
[아픈 건 좀 괜찮냐?]
"응, 그럭저럭. 김종대도 왔다 갔어."
[허얼, 김종대 그새끼 야근 잡힌 거 부장님한테 진짜 사정사정하고 욕만 쳐듣고 나가더니, 너 만나러 간 거였냐?]
"어? 진짜로?"
[응. 그래서 김종대 내일 철야 잡혔잖아. 혼자 사무실에서 밤 새게 생겼다.]
윽, 미친. 김종대 이런 잔망덩어리.
4. 도경수
이번에도 역시 도경수는 너의 직장 상사. 낙하산 타고 온 도경수는 어린 나이에 부장이란 자리에 앉음
근데 낙하산이라는 말이 꽤 스트레스였는지 그만큼 배로 일하고 노력해서 지금은 욕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그런 사람임
일은 또 얼마나 깐깐한지 걍 도깐깐임 넌 얘 졸라 싫어함 아니, 싫어 했음
며칠 전 일임 네가 아파서 앓음앓음 하는데 도경수가 네 책상 톡톡 치더니
"김여주 씨, 장난하십니까? 이거 지금 계획서라고 쓴 거죠?"
하는 거임. 아 너는 아파 죽겠는데 오늘도 까이겠구나 싶어서 대충 고개를 조아리며 서류를 받아듬
아니 애초에 씨발 졸라 일개 말단신입사원한테 그딴 큰 프로젝트 계획서를 쓰라고 한 부장새끼가 미친새끼 아닙니까?
그래 맞음 이건 네 마음 속의 오ㅣ침임. 차마 도경수 본인에게 그렇게 큰 소리 칠만한 깡 좋고 배짱 좋고 빽 좋은 사원은 아님
"근데 김여주 씨, 어디 아픕니까? 얼굴이 붉은 것 같은데."
"네, 감기기운이요."
대충 답하고 난 얼른 네가 꺼지는 게 최고의 만병통치약이다 라는 눈빛으로 도경수를 쳐다 보니 도경수가 헛기침을 두어 번
하고는 제 자리로 돌아감 나이 차이는 좆도 안 나는데 왜 저렇게 폼을 잡는 건지 하여간 넌 도경수의 모든 게 마음에 안 들던 시점이었음
점심 먹고 편의점에서 사 온 약 한 알 먹는데 씨발스럽게도 야근까지 잡힘 내 계획서 탓이라 별 말 없이 혼자 깜깜한 사무질에 남아서 일하는데
따로 나눠져 있는 부장실 문 틈 사이로 은은한 빛이 있는 거임 얼 저 도 부장이 웬일로 야근인가 싶어서 킥킥 웃고
다시 혼자 정색하고 아무튼 제정신 아닌 상태로 너는 너대로 열심히 일 끝내고 11시 쯤 퇴근할 수 있었음
뻐근한 목 두어번 풀고 주섬주섬 가방 챙기는데 부장실 문 벌컥 열리더니 도경수가 나옴
"김여주 씨 지금 끝난 겁니까? 일처리 되게 느립니다."
"계획서 부장님 마음에 들게 싹 갈아 엎었습니다. 이만 퇴근할게요."
"아, 김여주 씨 집이 목포 쪽이라고 들었는데. 마침 저도 지금 끝나고 거기서 볼 일이 있어서요. 데려다 드리죠."
"필요 없는데요."
"데려다 드리죠."
"필요 없는데요."
"생각해 보니까 김여주 씨가 해야 할 일이 남아서요. 디오 기업에서 사업 계획…"
"도 부장님 가시죠 감사히 타 드리겠습니다."
억지로 웃으며 먼저 사무실을 나가는데 도경수가 안 나오는 거임 지가 같이 나가자더니 왜 지가 안 나오나 해서
슬쩍 사무실 안을 쳐다 보니 도경수가 실실 쪼개면서 걸어 옴 그러다 나랑 눈 마주치니까 정색함
씨발 내가 뭐 잘못한 거 있습니까? 예?
차 안에선 물론 정적임 꽤 가까운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멀게 느껴졌던 차 안에 있기 갑갑했음
그래도 더 어색해지기 전에 네 집에 도착하고 너는 감사하다 꾸벅 인사했음 문 열고 나갔는데 도경수가 갑자기 창문을 슥 내리더니
제 양복 주머니에서 박카스 한 병을 건내 주는 거임
"저희 집은 목포도 아니고, 여기 일도 없습니다 사실."
"네?"
"김여주 씨 걱정돼서 그냥 따라온 거예요. 조심히 들어가세요."
5. 김종인
김종인은 너희 학교 댄스부 부부장임 2학년 주제에 부장인 3학년보다 더 잘하고 아무튼 그럼
너는 열심히 고3 생활을 만끽하던 중 전날 친구랑 미친 척 비 맞고 놀다가 개도 안 걸린다던 여름 감기에 걸려
시름시름 앓고 있었음 너도 현대무용 전공하려 대학 실기 준비 중인데 실기 마감이 100일도 채 안 남은 이 시점에
스트레스 때문에 감기는 쉬이 떨어질 줄 몰랐고 너는 결국 동아리실에 3일을 출석하지 않음
교실에 가만히 누워 있는데 변백현이 네 어깨를 두드리더니
"이야, 김여주 능력 좋아?"
하는 거임 이건 또 무슨 개소린가 싶어 인상을 찌푸리니까 변백현이 제 엄지 손가락으로 문쪽을 가르키는 거임
거기엔 김종인이 기웃기웃 거리면서 서 있었음
"어쩐 일이야? 이제 곧 축젠데 연습 안 해도 돼?"
"아, 아니요 선배 아프시다길래‥"
"안 그래도 내 분량은 빼고 연습하라고 부장한테 말했어."
"아‥ 내일은 동아리실 나오시죠?"
꽤나 쑥스러운 듯 말하는 모습이 귀여워서 그냥 웃고 내일 보자며 돌려보냄
이제 너도 더이상 연습을 미룰 수도 없어 내일은 진짜 나가야지 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보냄
그리고 내일이 됨 너는 어제보단 좀 괜찮은 몸으로 동아리실에 가는데 김종인 혼자 연습하고 있었음
다른 애들 어디 갔냐고 물었더니 저녁거리 사러 갔다는 거임
"넌 왜 남았어?"
"아, 선배 오실까 봐‥"
"나 기다려 준 거야?"
"네 저희 동아리실 깜깜해서 불 안 키기 전까진 무섭잖아요."
"내가 어린 애냐?"
우물쭈물 하는 모습에 머리를 헝크러트리니 하하 웃었음 딱 봐도 졸라 어색해요 하는 웃음에 너도 연습을 시작함
곡 한 곡을 끝내니 김종인이 박수를 짝짝 쳐 주면서 웃는 거임 진짜 잘 한다는 칭찬도 잊지 않음
간만에 받은 칭찬이라 기분 좋아서 너도 웃으니 김종인 얼굴이 붉게 물들음
어 얘 좀 봐라?
"너 나 좋아하지?"
"네?"
"농담이야"
그렇게 똥 씹은 표정 할 필요는 없는데 넌 혼자 속으로 큭큭 거리며 당황한 김종인의 엉덩이를 톡톡 두드렸음
김종인이 침 한번 꿀꺽 삼키더니
"선배 나 솔직히 선배가 이번 수시에서 떨어졌음 좋겠어요"
아 씨팔 이 재수없는 소리같으니라고 너는 김종인의 머리통을 한 대 쳤음
김종인이 멎쩍게 웃더니 제 머리를 긁적거림
"그래야 저랑 누나랑 같이 대학가서 CC 하죠"
아 이번엔 시험기간에 쫓겨서 썼더니 설레는 거 1도 없네여...
ㅡ디어 다음 주가 시험...........................
님들 사랑해요 항상ㅎ 혹시 반응 보고 싶은 소재 있으면 적어 주셔도 감사합니다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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