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말에 살짝 놀란 박찬열을
조금 빤히 쳐다봐준 뒤
그대로 걸어서 집으로 와버렸어.
"나 왔어"
"일찍 좀 다니지?"
신발 벗는 내 앞으로
민석이 오빠가 다가오더니 벽 짚고 얘기하는 거 있지.
나 못 지나가게.
"아."
"아줌마가 나 믿고 너 보내신건데
처음부터 이러면 안되지"
"아. 오늘은 일이 있었어 진짜."
내 피곤한 얼굴을 봤는지
민석이 오빠가 한 쪽 벽 짚은 손 내려줘서
오빠 옆 지나가는데
"싫어도 오빠 너한테 잔소리 할거야.
너 여기 오는대신
공부잘 시키고 졸업시키기로
오빠 약속한거 알지."
"알았어"
오빠는 내 대답 듣더니
머리 쓰다듬어 주더라.
망할.
아까 박찬열이 머리 쓰다듬은거 생각나서
빨리 방으로 들어와버렸어.
오늘은 정말...
그냥 김종인한테도 좀 그렇고
괜히 박찬열한테도 화나고
으아아아아 짜증나.
어제 박찬열 기다린 탓인지
감기 걸려버렸어.
학교 오자마자 골골대는데
종대가 그래도 오빠라고
어디서 담요가져와서는 덮어주고
이마 짚어주더니 가버렸고.
박찬열이랑 종인이는
신경 쓸 겨를도 없었어.
체육시간에 자리에 일어나서 나가려는데
"어딜나가 이게"
그마저도 종대가와서는
보건실에 눕혀놓고 가버렸어.
저 놈이 이럴 때 보면 오빠같단 말이지.
종대 덕에 그래도 푹자고 일어났더니
열도 많이 내렸더라고.
내가 꿈을 꾼 거 같기도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고.
누가 날 어루만진 거 같기도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고.
나 되게 꿀잠잤나봐.
멍하게 누워서 천장만 보다가
일어나려고 몸 일으키는데
뭐가 스르륵 떨어지길래 보니까
교복마이더라고.
또 종대가 왔다갔나.
또 빤히 교복마이보다가
진짜 일어나려고 일어섰는데
뭐가 툭하고 떨어지는거야.
박찬열
하얀색 명찰에 써져있는 이름.
뭐지.
박찬열이 왔다갔다고...?
뭐 암튼 교실은 가야해서 그 마이들고 오긴했는데
어떻게 전해줘야되지.
교실 문 앞에서 서성거리는데
"어!"
김종인이 딱 뒷문열고 나오더라고.
"오늘 처음본다"
"응"
"아프다며. 괜찮아?"
"응.거의 나은 거 같아"
"다행이다"
종인이가 허리숙여서 나 보더니 저러는데
그냥 불편한거야.
얜 왜이렇게 이랬다 저랬다 하는건지.
그러다
"어!그거"
내가 갖고있던 마이보더니 그러더라고.
"아"
"그거 갖고ㅇ.."
"아 이거 갖다줘야 되는데"
"응?"
"이거 갖다줘야돼"
"....나 주면 되잖아"
"아.너가 줄래?
그래"
종인이는 이해 안된다는 표정으로
날 보더니
마이를 받고서는 더더욱 이해안된다는 표정으로
날 보더라고.
"너 어디 가던 길이었어?"
"아니"
"그럼 들어가자"
"....그래"
딱 들어갔는데 수학시간인거야.
민석이 오빠는 괜찮냐고 묻더니
계속 수업이어가더라고.
박찬열 옆자리에 앉으니까
박찬열이 좀 놀란표정으로 쳐다보더라고.
그러고선 우물쭈물.
"어...그..."
"........."
"종인이가 그러던데 너 진짜 아프냐"
".........."
"아니...나 때문에...
그러니까 어제 나 기다리느라 그런거지"
"..........."
내가 박찬열 쳐다도 안보고
대답도 안하니까
박찬열이 책상위에 있던
내 손목잡더니 얘기하는거야.
"무슨 말이라도 해봐"
".........."
"........."
그러고서 나 되게 빤히 쳐다보더라.
"응.너 때문에 아ㅍ.."
"미안해"
"........"
"내가 잘못했어.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