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가 거슬렸다. 비오는 날은 내 신경을 날카롭게 했다. 그 녀석은이런 나를 보며계집같다고 비웃고 조롱하겠지.그래도 이런 엿같은 빗소리도 나갈 수있다면 들어줄 만할 것 같다.물에 빠진 새앙쥐 꼴이 되어 독감으로며칠을 아파도 좋으닌까 밖으로 나가싶다.생각만 하는 내 자신이 한심하다. 베란다 문 하나만열면 되는 데 나는 그러지 못하고 있다.
나는 겁쟁이다,
나는 꽤나 매니악한 옷을 입고 있었다. 김종인 취향이다 이제 화내는 것도 지겹다. 목에는 까만 리본을 매놓고 남자가 입기는 애매하게 짧은 반바지를 내게 입혔다. 마치 부자집에서 인형처럼 고이고이 키운 도련님 같았다. 기분이 그지같다. 어짜피 다볼꺼 다 본 사이에 이런 옷 찢어버리고 차라리 맨몸으로 있고 싶다.그러나 생각과는 다르게 나는 고분고분 그의 말을 듣는다. 김종인은 무서우닌까
허리가 아프다. 저 녀석이 어젯밤 밤새 나를 괴홉힌 탓도 있지만 책을 업드려서 본 탓도 있다.
이상하게도 김종인은 고집스럽게도 나에게 바닥생활을 하게 했다. 옷을 도련님처럼 입혔으면 대우도 그에 맞게 해줄 것이지. 밥도 바닥에서 그의 손길을 느끼며.... 그가 웃으며 그만이라 할 때까지 먹어대는 내 꼴은영락없는 그의 애완견이다.
"도경수"
아까부터 허리통증때문에 낑낑대는 나를 지켜보던 김종인이 나를 불렀다.
길 다리를 꼰채로 쇼파에 앉아 와인을 마셔대는 녀석은 나를 비웃는듯 했다.
"왜"
나는 흘깃 녀석을 쳐다보고는 다시 책을 읽었다.
"이리와 "
그가 자신의 무릎을 치며 나를 불렀다. 거봐 완전 나를 자기 애완견으로 보고 있었다,
나도 자존심이란게 있다. 김종인의 말을 무시할까 아니 화를 낼까 고민했다,...역시 시간낭비다. 김종인의 턱이 굳었다. 그가 곧 화가낼꺼라는 징조였다. 그가 화나면 나만 손해다.난 순순히 일어났다.
"기어서"
나는 잠시동안 녀석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주인이 부르면 꼬리 흔들며네발로 뛰어오는 게 사랑받는 강아지의 모습아닌가?'
김종인이 그 특유의 부드러운미소를 지었다. 그가 들고 있던 와인잔을 내려놓고는 내게팔을 뻗었다.
나는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화가 나면서도 저런 김종인의 태도에 아랫도리가 욱씬거린다 . 난 아마 마음 밑바닥까지 썩은게 분명하다. 그도 이런날 나보다 더 잘알겠지 날 찾은것도 이렇게 길들인것도 녀석이닌까.
나는 그를 도발하듯이 시선을 피하지 않고 천천히 그의 무릎으로 다가갔다다. 그리고 그의 가랑이 사이에 얼굴을 비볐다. 뜨거웠다.
"멍"
내가 반항이라도 하듯이 소리를 냈다.
김종인은 그런 내모습을 보며 크게 웃었다. 뭐가 웃긴지 나는 못마땅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나를 그의 다리위로 앉혔다,그리고 농밀한 입맞춤을 했다.
"이래서 사람들이 강아지를 키우나봐"
"......."
그가 와이잔을 내게 건넸다. 나는 얼떨결에 그가 건네 와인잔을 받았다.
그가 다른 와인잔을 들고는 내 잔에 건배하듯 부딪혔다.
목구멍으로 와인이 타고 흘렀다. 마치 독배를 마시듯 두눈을 감고 마셨다.
붉고 찬게 내 안을 가득채워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