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BY april21
"윽..."
속이 메스꺼웠다.
머리에 강한 두통이 왔다.
어젯밤에 뭘 했길래....
어젯밤...
'시발'
순간의 떠올림이 불꽃놀이처럼 터져올랐다.
요란한 네온사인의 불빛들이 머릿속을 헤집고 돌아다니고
알콜냄새가 코 끝을 찌릿하게 하던 어젯밤
그 자식을 만났다.
눈 앞이 컴컴해 지던 그 순간 그 자식의 웃음이 또렷히 기억난다.
'예쁜아'
강한 수컷의 향기를 풍기던 그자식
"죽여버리겠어...악"
또 다시 통증이 느껴졌다.
머리가 아니다.
두 팔목이 욱씬거리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그제서야 나는 내 꼴을 보게되었다.
침대 머릿맡 위로 두팔이 올려진 채로 묶여져있는 내 모습이
정면의 거울을 통해 보여졌다.
분명히 어젯밤에는 더러운 길거리의 거지처럼 보이던 내가
말끔한 양복을 입고 있었다.
누구의 개같은 취향인지 검정 리본넥타이를 내 목에 채워놨다.
술에 쩔은 냄새가 나던 내 몸에서 오묘하게 분냄새가 났다.
"이,이거 뭐야"
그나마 자유로운 두 다리로 안간힘을 썼지만
침대만 요동칠뿐이였다.
한참을 발버둥치다 지친 나는 숨을 돌리며 방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꽤나 힘쓴듯한 고급스러운 가구들...
고풍스런 벽지..
그러나 그 가운데 어울리지 않는
방의 중심에 있는 침대
참 아이러니한 상황
이상하게도 온몸으로 위험이 감지되는 방.
'달아나'
마치 초원의 어린 사슴이
자신을 노리는 사자의 존재를 본능적으로 감지하듯이
온몸이 공포감에 젖어 들었다.
-딸각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침대 뒷편에 문이 있어서 누가 들어오는 지 볼 수 가 없었다.
그러나
한번에 내 온몸을 긴장하게 하는
그 녀석의 향기
'그 자식이다'
"잘잤어?"
거울로 보여지는 녀석은 내 뒤에 서서
발버둥 치느라 어지러진 내 넥타이를 천천히 다시 메만졌다.
그의 가느다락 손가락이 거미가 기어오르듯 내 목을 타고 올랐다.
"이거 풀어!!"
풀어라는 내 고함에도 불구하고
녀석은 콧노래를 부르며 내 옷 매무새를 다듬었다.
어느새 내 옆에 앉아 구겨짓 셔츠와 정장 바지 까지 다듬는 그 녀셕의 손길을
따라 내 몸이 움찔 반응했다.
내 다리사이로 다가오는 녀석의 손길에 내가
몸부림을 쳤다.
"새끼야 이거 풀으라고!!"
"예쁜아 너랑 맞이하는 첫 아침인데
소리를 지르다니 ...너무한데?"
녀석이 너무하다는 소리와 함께 강하게 내 다리를 압박했다.
모델같은 날렵한 맵시와 달리 나를 압박해오는 힘이 너무 강했다.
"윽, 아,아파....."
녀석이 재미있다는 것처럼 얼굴 가득 미소를 띄웠다.
한참 웃는 얼굴로 나를 빤히 바라보며 관찰하는 것 같던 녀석이 곧 다시 입을 열었다.
"예쁜이는 얼굴만 예쁜게 아니라..."
젖은 입술이 가까이 다가왔다.
갑작스레 녀석이 내 귓볼을 깨물었다.
"아"
짧은 신음이 내 목에서 갑작스레 나왔다.
"하는 짓도 예쁘네"
녀석의 눈동자가 내 몸 전체를 옭아 두는 것 같다.
"흣,하지마"
"뭘?"
"예쁜이라 부르지 말라고 이 개새꺄"
"그럼 김종인이라 불러 줄까?"
녀석의 입술에서 내 이름이 나온 순간
머리속에 빨간 경고등이 울렸다.
"내,내 이름을..."
"지금 그게 중요한게 아닐텐데?
지금 네 모습을 봐봐"
녀석이 키득키득 웃었다.
"물론 나는 이런 모습이 귀엽지만....
예쁜이는 목숨이 위험한 상황이잖아?"
"이자식....어쩔셈이야..?"
"으음 예쁜아 겁먹지마
설마 내가 널 어쩌자고 하자는 거 겠어?
그냥 난 길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던 널 주워온것 뿐이야"
"웃기지마 네가 이상한걸 나한테 먹였잖아!!"
"하지만 예쁜이가 조금이라도 건들면 할퀼 것 처럼 했잖아.
다치는건 나도 사양이라고"
"미친새끼"
"봐봐 지금도 이렇게 행동하는거 봐
이러닌까...조금씩 이쁘게 훈련시켜서 길들여야지"
녀석의 눈고리가 휘었다.
"내 이름은 어떻게 안거야?"
"주머니에 이런 게 있던데"
녀석의 자연스레 자신의 옷 안쪽 주머니에서
내 경찰신분증과 휴대폰을 꺼냈다.
내 앞에서 휴대폰을 흔들어 보이던 녀석은 폴더를 펼쳐
버튼을 이리저리 눌러가며 흥미롭다는 듯이 화면을 봤다.
"내놔 이자식아"
"흐음 이 시대에 아직도 폴더폰이라니...
이 안에 뭐 중요한거라도 있어 예쁜아? "
"내놓으라고 미친놈아!"
"박찬열, 변백현 음..또 그리고 김민석?
다 동료들인가 보지?"
"...그 이름이 왜 나와..."
"글쎄 예쁜이가 입을 그렇게 함부로 놀리니
어떻게 혼을 내줄까...싶어서"
"경찰들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줄 알아?"
"그래서 경찰인 예쁜이는 지금 내 손안에 이렇게 귀엽게 있는건가?"
녀석이 말이 내 정곡을 찔렀다.
"건들지마"
"그건 예쁜이, 아니 종인이 너가 어떻게 하냐에 따라 달린거지"
"내가 없어지면 경찰에서 가만 있을 것 같아?"
"아 그건 걱정마 오늘은 아파서 못간다고 연락했으닌까"
"연,연락을 했다고...?"
"응 애인이라 했지 남자목소리로 애인이라 하니 상대방도 당황하던걸?"
나는 긴장해 죽겠는 데 녀석은 뭐가 웃긴지 배까지 잡아가며 웃더니
갑자기 내 휴대폰을 벽으로 던져 두동강 내었다.
갑작스러 녀석의 행동과 휴대폰의 충돌로 난 큰 소리에 내 눈은 커졌다.
다시 그 녀석은 주머니에서 딱봐도 최신폰으로 보이는 휴대폰을 꺼냈다.
"네 휴대폰에 있던 번호에 있던 사람들은 이미 다 내 손안에 있는거야,
어디 사는지.
뭘 하는지.
모든게 다
새 폰을 줄께 이제 이걸 들고 다녀"
"다,다니라니 어딜?"
"내일 부터 일하러 나가야지
내일도 엄살부리고 나랑 있고 싶은거야 예쁜아?
그럼 나야 좋지만"
"날 풀어주겠다고?"
"방금 말했잖아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어?
네 가족 , 친구들 네가 아는 모든 사람들이 내 손에 있어
조심하는 게 좋을거야
일찍일찍 집으로 돌아와 내가 있는 곳으로"
"......"
"풀어주는 게 아냐
처음부터 조이면 예쁜이가 갑갑할 테닌까
너그러운 내가 봐주는거야"
그의 입술이 다가왔다.
나는 눈을 감았다.
야수앞에 놓인 재물로 바쳐진 여자처럼
나는 조숙하게 입을 벌렸다.
본능적으로 순종해야함을 느꼈다.
녀석이 강하게 당긴 내 머리카락과 함께
젖혀진 고개
눈가가 촉촉히 젖어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