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BY april21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
어지러운 네온사인
여기저기 깨져있는 술병들
더러운 악취들
'여기가 내가 사는 도시'
흉악범들을 잡고
마약소굴을 덮치는
하루하루 붙어있는 목숨을 감사하게 여기는게
'나의 일'
나는 경찰이다.
-삐빅
"B-0114 김종인
오늘도 헛탕인 것 같습니다"
-알았다
"제길"
무선이 끊기고 바로 내 입에선 욕짓거리가 나왔다.
두달 째 헛탕이다.
엿같다.
두달전 인신매매를 주도적으로 하는 집단이 나타났다.
약에 쩔어 몸도 가누지 못하는 길거리의 여자들이 사라져갔다.
밤의 광란이 시작되면 그들이 일은 시작된다.
우린 그들을 그림자라 부른다.
차를 타고 길거리를 순회했다.
의미없는 일이지만 ,
길거리에 오늘도 갈 곳을 못찾고
차가운 바닥에서 자는 노숙자들이 보인다.
저들이라면 사라진 여자들을 봤을 수도...
"아,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지?"
내가 노숙자 같은 차림새로 저 사이에 있으면
그림자 녀석들도 나를 경계하지 않을 거다.
"그래, 한번 시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
내 입에는 벌써 기대감으로 미소가 지어졌다.
나는 얼른 집에서 가장 후줄근한 옷을 입고 나왔다.
그리고 근처 편의점으로 가서 술을 몇병 샀다.
누가봐도 취한 사람 처럼 보이도록 술을 온 몸에 뿌렸다.
뒷골목에 가는 길 먼 곳 부터
취한 척 걸으며 자연스레 노숙자들 사이로 들어가 앉았다.
벙거지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자는 척을 했다.
밤이 더 깊어 졌다.
더러운 뒷골목과는 어울리지 않는 구두소리가 들렸다.
나는 슬쩍 고개들어 구둣소리가 나는 곳을 봤다.
깔끔한 정장바지의 밑단이 보였다.
얼굴은 보고 싶었지만
나는 지금 매우 조심스러웠다.
남자에게서 강한 향수가 났다.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그러나 나는 저 남자의 등장만으로 긴장했다.
후각 뿐만아니라 청각 ..아니 모든 신경이 예민 해졌다.
그 남자는 정적가운데 걸어오다
대각선에 있던 약에 취해 누워있던 여자앞에 섰다.
'좋았어'
살짝 나는 흥분했다.
나는 좀 더 고개를 들어 남자의 뒷모습을 봤다.
전체적인 남자의 모습은 정말 이 거리에는 어울리지 않았다.
이미 등장만으로도 이 거리를 압도한
그는 범죄자보다 모델이 어울릴 뒷모습이였다.
그러나 그 남자는 여자를 몇번 훓어보고는
다시 뒤를 돌아 내 쪽으로 걸어왔다.
나는 다시 벙거지 모자를 눌러 쓰고
눈을 내리 깔았다.
그 남자가 다가온다.
마치 초원의 사자처럼 거만한 걸음거리로
부드럽고 조용한 발걸음으로 걸어왔다.
내 앞을 지나가던 그 순간.
그 남자가 갑자기 내 앞에서 앉아았다.
나는 의도치 않게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남자는 잡지에서나 보던 배우같은 외모였다.
그러나 좀 더 차갑고 찔러도 피한방울 안나올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처음보네...누구지?"
그 얼음장 같던 남자가 미소를 지었다.
"이쁜아, 너 누구니?"
식은땀이 등골을 타고 흘렀다.
'침착하자'
나는 마른침을 삼켰다.
"왜 당신한테 말해야하지?"
떨리긴 했지만 저 남자에게 들킬 정도는 아니였다.
그 남자가 웃었다.
"재밌네"
"........"
"예쁜아, 정말 말안해줄꺼야?"
"당신이 누군데?"
"나? 여기 관리인"
그런거 들어본 적 없다.
처음 보는데다 이런 뒷골목을 누가 관리 한단 말인가
이 남자에 대해 좀 더 알아야 겠다.
"그런거 난 처음 듣는데?"
태연하게 나는 남자에게 반문했다.
그 녀석이 흥미롭다는 듯이 쳐다보며
자신을 쓸어 만졌다.
마치 날 요리할 재료 보듯이 찬찬히 내 상태를 살폈다.
어깨가 긴장한게 느껴졌다.
'안돼 긴장하지말자'
이미 승부수는 던져졌다.
당당해지자
"넌 누군데 여기 관리자라는 거야?"
오히려 짜증난다는 어조로 질문했다.
"예쁜이, 여긴 처음이구나"
"예쁜이라 부르지마"
"어떤 주인이 이런 위험한 골목에
예쁜이를 버렸을까?"
"저기 예쁜이라ㄱ"
"아니면 여기 왜있을까?"
내 말을 아예듣지 않는 것 같다.
아까부터 신나서 내 말은 무시하고 혼잣말이다.
그냥 미친 놈인가...
"예쁜아 마실래?"
그녀석이 불쑥 자신의 주머니에서 박카스 한병을 꺼내 나에게 건냈다.
난 얼떨결에 그가 건낸 박카스를 받았다.
"안마셔"
"마셔, 마시면 내가 이곳에 대해 알려줄께
여기가 처음인것 같은데 적응해야지"
그가 웃으며 달콤한 제안을 건냈다.
미친놈처럼 보이지만 나쁠것도 없다.
나는 병을 따면 뚜껑 상태를 빠르게 확인했다.
약을 주입한 흔적은 없어보였다.
음료를 마시면서도 녀석의 눈을 피하지 않고 경계했다.
녀석이 반달같은 눈웃음을 지었다.
"자, 마셨지 이제 알려줘,
나도 이제 여기에 적응을 해야하거든"
그 녀석에게 빈 병을 흔들어 보이며 물었다.
"여기에는 꼭 지켜야하는 규칙이 있어, 예쁜아"
"그게 뭔데?"
아..녀석이 흐리게 보인다...
점점 두명으로 보이다가..
"윽 ㅁ,머리가...너.ㅇ,.."
"절대 모르는 사람이 준 음식을 먹지않는다."
옆으로 고꾸라진 나는 앞이 흐려졌다.
점점 의식이 잠겨져갈 때
녀석의 웃음소리와 함께 말소리가 들렸다.
"조금만 자다 일어나, 내가 널 주웠으니
많이 예뻐해줄께"
"......"
"예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