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너를 만난다면 14
"싫...!"
얼마나 생생한 꿈을 꾼 건지. 눈을 반짝 떠 '싫어!'란 말을 뱉으면서 잠에서 깼다. 그 아이에게 말해주려다 차마 다 뱉지 못했는데 꿈에서 깨버렸다.
내 꿈인데 내 마음대로 있지도 못해!
그 아이는 내가 아는 사람이었을까. 익숙한 느낌이었다. 누군지 궁금했는데, 결국 못 보고 깨버렸네.
꿈에서 깬 채 그대로 천장을 바라보며 눈만 반짝거렸다. 뭔가 중요한 걸 잊은 느낌인데. 그게 뭔지, 도통 떠오르지 않았다.
정국이가 쓰러졌을 때 꾸었던 그곳, 꽃이 무지 많았다던 곳이 방금 그곳이었나 싶었다. 그곳도 꽃들이 정말 많았고 끝이 보이지 않았다.
그럼 우리 진짜 운명인 건데. 신기하다.
정말 가만히 몇 분 동안 눈만 깜빡거렸다. 방학이니까 할 것도 없네. 엄마 아빠는 아직 돌아오지 않으셨는지 밖이 조용했다. 나 혼자네.
그때 반갑게도 핸드폰이 머리 위에서 울렸다.
[일어나. 부산가자]
얘는 무슨. 내가 그렇게 가자면 가고 말자면 마는 그런 쉬운 여잔 줄 아나.
그렇다.
짐도 가기 전에 싸놨던 그대로고 어차피 오늘 일정도 없는데. 불을 켜지 않았는데도 환한 방을 보니 햇살도 반짝반짝 날씨도 좋은 것 같고 일정도 다 짜놨겠다 지금 가도 문제가 없었다.
그렇게 몸은 벌써 준비를 마치고 당장이라도 부산으로 달려갈 태세였는데 마음은 그게 아니었다.
쉽게 정국이게 알았다는 답장을 보내지 못 했다. 가도 괜찮겠지.
나는 상관없었다. 정국이가 이제 안 그럴 거라고 말해줬고 나도 정국이를 믿으니까. 난 정국이가 걱정이었다. 정말 가도, 지금까지 받았던 상처를 다 털어버리고 올 수 있을까. 더한 상처를 받진 않을까 하고.
하지만 정국이가 가고 싶어 하니까. 정국이가 가자고 하니까. 이번에도 정국이를 믿어야지.
얼른 답장을 보냈다.
[가자!]
침대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가서 재밌게 놀다 오면 되지, 뭐! 오랜만에 바닷바람도 느끼고 와야겠다.
[진짜? 가자고?]
가자고 할 땐 언제고. 정국이는 흔쾌히 동의하는 내 답장이 올 줄 몰랐었나 보다.
[가자며! 가자가자]
[정말 간다? 가도 되는 거죠? 누나 맞지?]
몇 번이고 되묻는데... 가자니까!!
왜 내가 맞는지까지 물어보는지. 자기가 가고 싶은 곳 말할 때마다 군말 없이 가줬는데! 이제 와서 그러면 난 뭐가 되냐!
**
"이것보다 어제 입은 게 더 이쁜데..."
어째서 원래 가려고 했던 날보다 머리도 맘에 안 들고 화장도 맘에 안 들고. 게다가 그날 입으려 했던 옷도 더러워져서 입지 못하고. 그날보다 너 나은 건 날씨뿐이었다.
잔뜩 심술이 나서 쭉 나와있는 입술을 정국이가 손가락으로 툭툭 쳤다.
"오늘이 더 예쁜데 뭘 그래요"
거짓말 치지 마라. 그래 어제보단 낫겠지. 그런 흉한 꼴보다는 나아야지...
정국이 말에도 여전히 입술은 나와서 들어가질 못 했다.
그런 날 보고 정국이가 뭘 생각하는 듯싶더니 가방을 주섬주섬 뒤지기 시작했다.
"가서 주려고 했는데. 여기"
손목시계가 없는 왼쪽 손목을 채워주기에 딱 알맞은 예쁜 팔찌 두 개가 정국이 손에 투박하게 놓여있었다.
민망한지 코끝을 쓱쓱 쓸며 시선까지 맞추지 못 했다.
"이거 뭐야?"
"우리 사랑하는 사이라고 알려주는 거"
여전히 눈을 맞추지 못하고 말하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럽고 귀엽던지.
방금까지의 기분은 훨훨 날려버리고 입꼬리가 쏙 올라갔다. 이뻐죽겠다. 어떻게 이런 걸 생각했는지.
아직도 정국이 손에 있는 팔찌를 들어 얼른 손목에 걸었다. 블링 블링 참 예뻤다.
남아있는 한 개를 들어 정국이 팔에도 걸어주었다. 팔을 대고 나란히 걸려있는 팔찌를 보고 있자니 더욱 기분이 좋아졌다.
"고마워, 정국아! 진짜 이쁘다!"
감격스러운 표정까지 지으며 마음껏 신나했다. 정국이도 꽤 마음에 들었는지 씩 웃더니 큼큼 헛기침을 했다.
"고마우면,"
"응?"
"해봐요"
하며 자기 볼을 콕콕 찍었다. 정국이에게 저런 면이 있다니, 입이 떡 벌어졌다. 어제 일 때문인가 꽤나 과감해진 것 같기도 하고. 놀라운 모습이었다.
처음 내가 뽀뽀를 했을 때는 말도 안 나와서 입만 벙긋거리는 걸 분명 보았는데 말이다. 하긴. 또 말만 저렇게 하고 막상 해주면 그때와 같은 모습을 보일지도 모를 일이다.
차마 뽀뽀란 말은 안 나왔는지 내 눈치를 보며 볼만 콕콕 찍어댔다.
"뭘?"
나는 그게 또 웃기고 귀여워서 괜히 물었다.
"아, 그거. 있잖아요. 어제 내가 한 거"
"그게 뭔데?"
"아, 진짜! 일부러 그러는 거죠?"
"아닌데? 나 진짜 모르겠어!"
정국이의 어깨가 들썩거리는데 흘러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됐어요. 하지마"
금세 또 삐졌는지 흥 콧바람을 날리며 내게 등을 보였다. 그 커다란 어깨가 왜 오늘은 조그만 아이처럼 느껴지는지 더 삐지기 전에 정국이 앞으로 갔다.
"한다!"
잔뜩 울상이 되어 먼저 떠나려는 정국이 앞에 우뚝 서서 정국이가 찍었던 볼에 쪽 하고 뽀뽀를 해주었다.
그리고 나선 반응이 궁금해 정국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허..!"
내 입술이 닿자마자 벌어지는 정국이의 입을 보았다. 얼굴은 순식간에 빨갛게 달아올랐고. 내 예상이 맞았다. 늘 말만 그렇게 당차고 패기 넘치지!
"예고, 예고 좀 하고 해요.. 나 준비 좀 하게!"
그래 내가 이 반응 보려고 그랬지. 마음에 드는 반응이 나와서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이제 큰일 났다"
하지만 그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도, 당황해서 더듬거리는 말투도 잠시. 금방 다시 평소의 정국이로 돌아와서는 내게 저렇게 말했다.
뭘 조심하라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괜히 겁이 났다.... 내가 너무 놀렸나..
"이러다 늦겠다. 얼른 가요"
반대로 내가 눈치를 보고 있는데 정국이가 픽 웃고는 내 손을 잡고 날 끌었다.
부산 가자!!
****
기차는 쉬지 않고 달렸다.
처음 몇 시간은 들뜨고 신이 나서 둘 다 팔팔한 기운으로 사진도 찍고 장난도 치고 하며 시간을 빠르게 보냈는데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얼마쯤 지났을까 시계를 보면 도착할 시간은 아직도 한참이 남아있었다. 둘 다 지쳐 서로의 머리를 기대고 잠들어 또 몇 시간. 그것도 지쳐서 일어나면 기차는 아직도 달리고 있었다.
우리가 너무 쉽게 생각했지....
슬슬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아파왔다. 어린아이처럼 표정이 밝았던 정국이도 슬슬 인상이 찌푸려지고 있었다.
빠른 기차를 타면 가는 동안 놀지도 못하고 바로 도착해버릴 것 같다고 보통 기차를 선택한 우리가 바보였다.
"올 때는 KTX 타자. 예매고 뭐고"
나도 그렇게 생각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젠 잠도 안 오고 멀뚱멀뚱 눈만 깜빡이며 귀엔 이어폰을 꼽고 나란히 멍을 때렸다.
"아, 지루해"
"나랑 있는데 어떻게 지루하, 아 솔직히 나도 지루해"
평소처럼 자기애 넘치는 말을 뱉으려다 자신도 지쳤는지 말을 하다 끊었다. 그치? 너도 지겹지?
서로 같이 붙어있어서 시간이 빨리 갈 거라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이렇게 막힌 공간에 이럽게 좁은 공간에 다리 펴기도 힘든 공간에서 그건 그냥 환상일 뿐이다...
"아, 맞다!"
"왜"
"남준이가 너 많이 걱정했어"
정국이가 깨어나고 내가 깨어나 정신이 없는 통에 남준이를 홀딱 잊고 있었다. 내가 부르자 바로 달려와주고 날 데리고 병원까지 같이 가준 남준이었는데. 날 매우 쳐라..
정국이가 떠나고 여유롭게 딸기를 씹고 있는데 마침 남준이에게 전화가 왔고 벌떡 일어나 전화를 받았다.
진작 전화 좀 해주지 걱정하다 돌아가실뻔했다고 어찌나 소리를 지르던지.
그렇게 하이톤의 목소리는 또 처음 들었다.
남준이에겐 하나도 말해주지 않았으니 내가 그렇게 하늘이 무너진듯한 행동에 호기심이 들 만도 했는데 남준이는 물어보지 않았다.
늘 내가 말해줄 때까지 묵묵하게 기다려주는 믿음직하고 듬직한 친구였다.
그래도 한가지 물어본 게 있었다. 큰병이냐고. 혹시 고칠 수 없는 병이거나 원치 않게 널 떠날 수도 있는 병이냐고.
그건 절대 아니라는 내 말에 남준이 입에서 나온 말은 그럼 대체 무슨 병인데 가 아니라 다행이다 였다. 남준이는 그런 아이다.
"남준이 형도 알아요?"
아, 알면 안 되는 건가!? 순간 내가 또 뭘 잘못했나 싶었다. 내게 자신의 비밀을 말해주는데도 꽤 시간이 걸렸는데 나만 생각해서 정국이가 또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걸 의도치 않게 알려버렸나.
"미안! 그날 내가... 너 안 오길래 너무 무서워서 남준이 불렀거든..."
"뭐가 미안해. 남준이 형이 나 대신, 누나 챙겨준 건데. 내가 고마워해야지"
후... 다행이다. 정국이 말에 안심하며 숨을 크게 쉬었다. 그런 날 보더니.
"설마 내가 화낼 줄 알았어요?"
대답을 못하고 입을 꽉 다물고 있었다.
"와, 나 진짜 속 좁은 놈 만드네. 내가 왜 그런 걸로 화를 내요. 누나가 남준이 형이랑 친한 것도 알고 내 비밀 남준이 형한테 말 안 해준 것도 아는데"
"...."
"남준이 형도 내게 병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을 거야. 그게 뭔지 몰랐을 뿐이지"
"...."
"그리고 이제 말해도 돼. 다신 그럴 일 없을 테니까"
내 어깨에 둘러져 있는 팔을 구부리며 나를 자기 쪽으로 더욱 끌어안았다.
날 내려다보는 시선엔 확신이 가득 차있었다. 오늘따라 더욱 믿음직스러워 보이네, 우리 정국이.
날이 갈수록 정국이의 말이 단단해지는 걸 느꼈다. 이젠 정말 걱정 없구나. 마음 놓고 행복해도 되는구나.
"근데 그때,"
"응"
"물어봐도 돼요? 그날, 어땠는지"
생각하기 싫을 정도로 아팠던 날이지만. 나도 이제 상관없다. 정국이가 궁금해하기도 하고. 이젠 지난 일이니까.
"무서웠지. 많이"
"그래서 남준이 형 불렀어요?"
"생각해보니까 부를 사람이 없는 거야. 니 주위에 나보다 널 더 잘 아는 사람도 없는 것 같고. 니가 왜 나한테 못 오는지, 무슨 일이 생겼는지. 물어볼 사람이 없잖아. 난 당장 너무 무서워서 주저앉을 것 같은데"
"...."
"그렇게 믿고 싶지 않은데. 니가 또 의식을 잃고 쓰러져서 날 기억 못 할까 봐 자꾸 겁이 났어"
그때가 생각나 가슴이 먹먹해지길래 정국이 품으로 더 파고들었다. 그런 나를 정국이는 감싸 안으며 날 토닥여주었다.
"미안해"
"아니야. 니가 왜"
"그러게 나 좋아하지 말라고 했잖아"
"...."
"깊어지지 말라고,"
"나 안 잊어버렸잖아"
고개를 들어 정국이와 시선을 맞추며 말을 끊었다. 또 그 소리. 내가 그때도 싫다고 했는데. 그게 어디 사람 마음대로 되는 건가?
"날 잊어버려도 날 기억하게 할 자신도 있었고, 날 다시 좋아하게 만들 자신도 있었는데"
"응"
"안 잊었잖아"
"...."
"그럼 된 거야"
정국이의 손이 내 머리 위로 올라와 쓱쓱 쓸었다.
"너는 정말"
"...."
"고마워"
"나도"
"좀 억울하긴 한데 그래도 좋다"
"뭐가?"
"니가 내 처음이자 마지막인 거"
안녕하세요... 제가 왔어요..하하하
뭐부터 말씀드려야할지 모르겠네요
요즘 방탄이들도 그렇고 저도 그렇게 왜 이렇게 순탄하지 못한지.
시간이 남아 글을 몇번이고 써보려고 자리에 앉아도 영 불편해서 써지지가 않더라구요
연휴동안 저도 방탄도 독자님들도 많이 힘드셨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애들 웃는거 보고 싶고 같은 팬들이랑 웃고 싶은데 왜 이렇게 우리 못 잡아먹어서 안달일까요ㅠㅠ
이러다 나 또 고기 먹는거 아니야..?ㅠㅠ 요즘 여기 들어오는게 참 겁이 나네요ㅠㅠ
그래도 오늘 영광스러운 일등도 했고 아직 완전히 해결 난건 아니지만 더 끌기도 뭐해서 일단 올립니다!
오늘 구독료가 무료인것도 있구요!! 하하....
저도 실은 내용이 어떤 산으로 흘러가는지 모르겠어요... 이거 제정신으로 쓴건 맞는지..ㅠㅠ 이제 곧 끝인데 왜 이럴까요ㅠㅠ
그래서 마지막편은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제 마음에 들때까지 고치고 수정하고 마음 딱 잡고 다듬어서 가져오려고 합니다
그때까지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ㅠㅠㅠㅠㅠ
진짜 다 때려치고 싶다ㅠㅠㅠㅠㅠ
오늘 방탄이들 일등했는데ㅠㅜㅠㅜ 우래들 고기 사주고 싶다ㅠㅜㅠㅜ 잘했어ㅠㅠㅠ 그래야 내 가수들이지ㅠㅠㅠ
앞으로도 계속 음악했으면 좋겠고 난 너희가 무대에 있을때가 가장 좋아ㅠㅠㅠㅠ 행복하자 우리ㅠㅠㅠㅠ
주저리 뭐라고 써놨는지....
감사합니다!!!!
암호닉분들ㅠㅠ♥
민슈가님, 김남준님, 설날님, 런치란다님, 권지용님, 베베님, 알라님, 수슙님, 다이님, 얌냠님, 부릉부릉님, 꾹이님, 주르르륵님, 단미님, 꽃밭님, 슙디닙, 아카시아님, 초딩입맛님, 후니님!! 다들 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