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점은 3인칭 관찰자입니다.
*치환기능이 있습니다. 꼭 이름을 기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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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민아름이라고 합니다. 오늘은 엄마랑 아빠랑 같이 벚꽃놀이를 구경하러 왔습니다. 유치원에서 친구들이 자꾸 구경 안 해봤냐고 자기들끼리만 얘기하길래 어젯밤 방 문에서 고개만 내밀고 조심스레 벚꽃 구경가자 말씀드렸더니 엄마께서 좋다고 약속을 잡아버리셨습니다. 주말. 공원으로 이동하는 차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이 얼마나 설레던지.. 도착하자마자 내렸지만 벚꽃놀이도 별 것 없네요. 그런데 왠지 저보다 엄마 아빠가 더 들뜨신 모양입니다.
"여보, 세상에 이거 봐요. 진짜 예뻐 와-"
제가 5살인지 엄마가 5살인지 저보다 더 해맑게 웃는 엄마를 보고는 아빠가 말하십니다.
'너네 엄마 신난거봐라ㅋㅋ'
엄마가 방방 뛰며 이리저리 돌아다니자 아빠는 제 손을 꼭 잡고선, '길 잃어버리지 않게 손 꽉 잡아, 딸!' 하고는 엄마를 이리저리 쫓아다닙니다.
"아, 배고프다."
"허, 참. 그리 싸돌아다니더니 지쳤네. 애는 안봐주고 아주 혼자서 신이 나셨어."
"여보가 잘 데리고 있었으니 됐지, 뭐. 그치 아름아?"
입을 다물고 조용히 도시락을 먹고 있던 제게 엄마가 불쑥 고개를 들이미시고는 묻습니다. 대답해드리고 싶었지만 유치원에서 밥을 먹고 있을 땐 입을 열면 안된다고 배운 기억이 나서 조용히 우물우물 밥만 먹자, 아빠가 '아름이 걸고 넘어지지 마.'하고 엄마의 이마를 툭 튕깁니다. 엄마는 아빠의 행동에 '아!'하고 이마를 감싸쥐십니다. 그리고는 서로 또 투닥거리십니다. 어찌나 투닥거리는지 주위 아줌마, 아저씨들의 시선이 느껴져 부끄러웠습니다. 오늘 벚꽃놀이를 본 건지 엄마아빠의 투닥거림을 본 건지 잘 구분이 안갑니다. 그래도 뭐, 벚꽃은 예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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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엄마가 화나셨습니다. 사실 엄마의 생신이 어제인데 아빠가 깜빡하고 축하한단 말없이 휑하니 회사에 다녀오셨거든요. 그래서 지금은 거실에서 아빠가 '어떡하지..'하고 발을 동동 굴리시며 소파에 앉아 무언가 생각하십니다. 이와중에도 엄마는 여전히 방 안에서 나오시질 않네요. 이거 참, 애들도 아니고. 휴. 멀리서 아빠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설레설레 젓자 소파에서 일어난 아빠가 제게 걸어오십니다.
"딸! 엄마 선물 사러가자!"
제가 무슨 힘이 있겠습니까. 하라면 해야죠. 조용히 겉옷을 걸쳐입고서 나온 아빠가 손을 내밀자 그 위에 제 손을 올렸더니 꽉 잡으셨습니다. 아 참, 우리 아빠는 손이 참 크신데 한 손으로 제 얼굴을 잡고 장난칠 정도라고 하면 아시려는지 모르겠습니다. 모르시겠으면 말구요. 늦은 밤 중에 꽃 집에 찾아간 아빠는 뭐래더라..? 암튼 무슨 꽃을 사들고는 케익과 함께 목걸이를 사셨습니다. 이거 가지고 엄마의 기분이 풀릴까요? 멍청한 아빠. 엄마가 선물 때문에 화나신줄 아신 모양입니다. 아빠는 한 손에, 목에, 입에 선물들을 달고는 나머지 한 손으로 제 손을 꽉 잡고 집에 들어섭니다.
"큼큼,"
엄마가 있는 방 앞에서 기침을 하더니 똑똑, 방 문을 두드리십니다. 엄마가 대답하셨냐구요? 그럴리가요. 엄마는 지금 단단히 화나셨다니까요. 다시 한 번 아빠가 똑똑 방문을 두드리고는 말하십니다.
"여주야, 미안해. 너무 피곤해서 잊고 있었어. 생일 지나친 거 이번 한 번이 처음이잖아. 한 번만 봐주라.. 문 좀 열어봐, 여주야."
문 앞에서 애절하게 엄마를 부르는 아빠가 참 안쓰러워 보입니다. 방 안에서 몰래 훔쳐보다가 졸려서 방 문을 닫았습니다. 그 뒤에는 어떻게 됐냐구요? 저도 몰라요. 저 그냥 잤다니까요. 하지만 나쁘게 해결된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하하호호 엄마 아빠가 서로 끌어안은 채 소파에서 티비를 보고 계셨거든요. 참, 단순한 부모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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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오늘은 진짜 피곤합니다. 밤새 아빠랑 놀아드렸는데 이번에는 어딜 나가자고 하십니다. 일기 쓰는 것도 솔직히 귀찮은데 그냥 씁니다. 이런 말하면 안되나. 근데 진짜 귀찮습니다. 아빠가 자꾸 옆에서 독촉하십니다. '딸, 펜 내려놓고 나가자.' 아, 진짜 떼쟁이 아빠.
오랜만입니다 |
11일만이네요. 그 동안 아무것도 못하고 다른 일만 주구장창했더니 무뎌진 모양입니다. 이번글은 일기를 쓰듯이 흘러가는 아이의 시점에 조금 글의 흐름을 방해하는 요소가 많으셨을 것 같습니다. 의도하고서 썼지만 어찌 다시보니 아이가 조금 어른스러운 부분이 보입니다. 너무 파격적인 시도였나요..? 사실 3인칭 시점으로 쓰는 건 많이 안해봐서 어색하기도 합니다.. (좀 더 연습하면 3인칭 관찰자 시점에서도 잘 쓸 수 있겠죠?) 다음 글은 1인칭 시점으로 들고오겠습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요. 좋은 연휴 보내시고, 아직 저녁 날씨는 조금 쌀쌀하니 외투 꼭 챙겨입으세요! 다음에 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