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이거 녹음 잘 되고 있는 거 맞죠?
'당연하죠.'
그럼. 믿고 말할게요.
'그러세요. 저는 나가있을게요. 편하게 얘기하고 나와요.'
쾅,
아아. 마이크 테스트.
잘, 들리는 거겠죠.
안녕하세요. 저는, 저는.
..도경수 여자친구예요.
제가, 여기 앉아서 녹음을 하는 이유는, 앞서 설명한 남자 때문에 하는 거일 거예요.
아니 도경수 때문에 하는 거 맞아요. 얘가 도를 지나친 말썽을 지어버렸거든요.
그거 때문에 오늘 경수랑 같이 왔어요.
경수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할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녹음 좀 하게 부탁했어요.
도경수가요, 글쎄. ..너무 잘생긴 거 있죠. 사람 정신도 못 차릴 정도로.
어느정도냐면.
경수가 한번 제대로 웃어버리는 날에는,
그날은 제 제삿날이에요.
이게 무슨 오버인가 싶지만 여러분들도 실제로 한번 보면 뻑하고 쓰러질 거예요.
또 감정 표현이 서툰 애라 무관심하게 한 번씩 바라보다가 씩 웃어버릴 때가 있는데
그런 날엔 살기가 싫어져요. 아주 도경수 혼자 다 사는 날이라니까요.
제가 친구들한테 남자친구 자랑하면 모두들 저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봐요.
세상에 그렇게 완벽한 남자가 어딨느냐며 제 말을 안 믿어준다니까요?
억울해죽겠어요. 친구들한테 자랑해주고 싶은데 깐깐한 도경수는 또 제 지인들 만나는 건 죽도록 싫어해요.
몰래라도 친구들한테 경수 사진 보여주면 그걸 또 어떻게 안건지 귀신같이 알아선 화낸다니까요.
다음부턴 보여주지 말라고 막 혼을 내요.
그럼 저는 미안해서 알겠다고 대답하거든요, 그럴 때마다 섭섭해요.
내가 쪽팔려서 지인들이랑 안 만나는 건가 싶기도 한데 그런 생각 때문에 우울해져있으면
또 귀신같이 캐치하고는 잔망 떨어댄다니까요.
이래서 제가 화를 낼 수가 없어요. 막 몸에 얼굴도 비비대고 그러는데 이걸 때릴 수도 없고.
아, 저는 경수 때릴 위인이 안돼요. 경수 때리면 괜히 죄책감 들어서..
아, 저희 첫 만남이 어땠는지 알아요?
제가 길을 걷는데 누가 자꾸 제 곁에 맴도는 거 같은 거예요. 자꾸 쳐다보는 거 같고.
그래서 주위를 둘러보다가 경수가 그냥 시선에 보였어요. 저랑 딱 눈이 마주쳤는데 지금은 시크한 경수가 그때는
저한테
막 웃을랑 말랑하면서 말 걸고 싶은데, 못 걸겠다는 듯이 막 그러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당당하게 번호 따고 왔어요. 주위 사람들이 여자가 번호 따는 게 이상한지 자꾸 쳐다보는데, 저는 개의치 않았어요.
잘생겨서 그런 게 아니라 그냥 도경수가 막 끌렸었거든요. 제가 원래 당당한 여자라 부끄럽기는 개뿔, 도경수가 더 부끄러워한 거 있죠?
뭐, 지금은 완전 부끄럼 따위 없는 상남자지만.
한날은 제가 경수랑 약속을 잡아두고, 조금 늦었을 때가 있었어요.
상가 앞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너무 미안해서 근처 카페라도 들어가 있으라 했거든요.
근데 생각보다 일찍 도착해서 카페 들어서면서 경수한테 카톡을 했는데
막 얼굴에 웃음기를 지으면서 저한테 핸드폰을 만지는데
그때 경수가 딱 웃으면서 핸드폰에 터치 한번 딱하고 덮는 순간에 저한테 답장이 왔었거든요?
그 카톡 보고 가만히 서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어요. 이제껏 경수가 진짜 저를 좋아하나 우울했던 적이 많았다고 말했잖아요.
그 전날에도 그런 적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조금 꽁기 하긴 했는데 카톡 온 거 보고 다 풀린 거 있죠.
녹음기라서 보여주지 못하는 게 아쉽다.
그럼 이거 듣는 분들도 많이 설레할 텐데.
아, 너무 경수 자랑만 했나? 오늘 경수가 말썽 부려서 온 거였는데.
이젠 말해야 하겠네. 경수 자랑만 해서 미안해요.
많이 궁금했겠다. 글쎄, 오늘 경수가 무슨 말썽을 피웠냐면..
-
"오늘은 치료가 어떻게 되는 건가요 선생님."
"오늘은 속마음을 털어내보란 식으로 이야기했으니 녹음기로 들어보고 약물치료 들어갈 겁니다."
".. 그럼 이제 환상 같은 것도 보이지 않는 거죠?"
"약물치료가 들어가면 환시는 줄어들겠지만, 그 환시가 진짜라는 걸 부정하지 않는다면 조금 힘들 수도 있습니다."
"아무쪼록 ○○가 정신.. 아니 그냥 환시 안 보이도록 많이 노력해주세요."
"그게 의사인 제가 할 일인 걸요."
".. 입원 도중에 많이 힘들어하면 연락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면회는 불가이지만, 상태가 심각하다면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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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 설명!!!!! 설명충이 왔쓰ㅃ니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