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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트/현성/아고물] 온정(溫情) (for lemon) | 인스티즈

시험 끝난거 축하해염

내 마음입니다.

 

 

 

 

 

 

 

 

 

 

 

 

 

 

 

 

 

 

 

 

늦은 오후. 부스스 잠에서 깨어나 맨 처음으로 눈에 담은 건 무심하게 흘러간 시계 초침이었다. 끊임없이 내 고막을 때리던 이어폰을 빼냈다. 먹먹해진 귓가를 타고 불규칙적으로 창문을 두드리는 빗방울들의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틀어 먼 창밖을 응시했다. 잠에 들 때 까지만 해도 시끄럽게 괴롭히던 선생님의 말소리는 더는 들리지 않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없어.”

 

 

 

 

 

…오늘도 어김없는 나를 기다리던 사람의 부재.

 

연이은 부재에 걱정을 할 틈도 주지 않았다. 닿지 않는 연락은 어디로 갔느냐 물을 기회도 주지 않았고, 손에 꼭 붙든 핸드폰은 아무런 알림도 주지 않았다. 죽어있는 모습이 나와 꼭 닮아 아무 소리도 내지 않는 것에 괜히 심술이나 신경질적으로 주머니에 꽂아 넣었다. 눈을 뗄 수 없는 그 자리. 늘 같은 곳에서 나를 기다리던 아저씨가 없어 서러운 가슴을 깊은 한숨으로 대신했다. 마른 입술을 축였다. 자꾸만 눈이 가는 시계는 야속하게 달음질을 계속했다. 점점 벌어지기 시작하는 시침과 분침의 간격. 그것은 저 빈자리를 내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하는 일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고개를 돌려 또 바라본 그 자리. 아무리 눈을 감았다 떠도 보이지 않는 아저씨 때문에 나는 미칠 지경이었다.

 

성규는 노트 위로 의미 없는 낙서를 계속 했다. 길게 늘어진 이름 세 글자. ‘남우현’ 반복 되는 글자 속에서 성규는 해답을 찾고 있는 듯 했다. 사각거리는 소리 밖에 들리지 않는 교실 안에서 성규는 멍하니 허공을 주시했다. 셀 수 없는 선들이 만들어낸 동그라미와 엑스. 성규가 꼭 쥔 연필은 두 도형 사이에서 어색하게 멈춰있었다.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한 것이었다. 분명 어제 밤, 잠자리에 누우면서 오늘은 기필코 아저씨를 보러 가야겠다고 깊은 다짐을 했었지만 막상 오늘에 닥치니 그것이 마냥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아차려 버린 거다. 점점 기울기 시작하는 하늘을 바라보다 교복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손 안에 바스락거리며 잡히는 종이쪽지. 꺼내어 조심스럽게 펼친 종이는 아주 오래전에 아저씨가 내 손에 쥐어주었던 그 종이가 확실했다.

 

 

 

 

 

‘보고 싶을 땐 와. 언제든.’

 

 

 

 

 

아저씨가 내게 했던 그 말 또한 생생하게 떠올랐다. 시침이 넘어가기 전, 아슬아슬하게 울린 종소리. 쉬는 시간을 알리는 그 소리에 맞춰 나는 책가방을 집어 들었다. 내 선택에 확신을 가해야 할 때가 온 거다.

 

 

 

 

 

“김성규, 너 땡땡이치게?”

“병원 갔다고 말해줘.”

 

 

 

 

 

그리던 아저씨를 눈앞에 두고서, 더 이상 내게 우선순위는 없었다.

 

 

 

 

 

 

 

 

 

 

 

 

 

 

온정(溫情)

W. Irara

 

 

 

 

 

 

 

 

 

 

 

 

“……….”

“누구세요?”

 

 

 

 

 

딱히 별로 기대를 하고 온 것도 아니었다. 나를 따뜻하게 맞이해주는 아저씨라든지, 보자마자 나를 격하게 끌어안는 아저씨 같은 건 꿈에도 기대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런 방식으로 나를 맞아주는 아저씨는 조금 너무 하지 않나.

 

 

 

 

 

“…들어와.”

 

 

 

 

 

남자인지 여자인지 조차 헷갈리는 사람 뒤로, 반나체의 아저씨가 나를 반겼다. 아니, 반긴지도 잘 모르겠다. 아저씨는 멀뚱한 표정으로 그저 들어오라는 한 마디 뿐이었다. 어색하게 들어선 집안에서 나를 노려보던 남자를 향해 아저씨는 ‘아끼는 동생’이라고 나를 소개했다. 그제서야 하던 일을 마저 하던 그 남자의 존재에 대해 나는 조금 궁금해졌다. 아저씨는 나를 소파위로 앉혔다. 그리고 무슨 볼일이라도 있는 건지, 방으로 들어가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마른 남자가 거실을 몇 번이나 왔다갔다 거리며 외출 준비를 하는 동안, 아저씨는 단 한 번도 방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내가 이곳에 아저씨를 보러 온 것인지, 아니면 저 남자를 보러 온 것인지 목적이 헷갈리기도 했다.

 

남자가 소란스럽게 준비를 다 하고 나서 신발을 신을 때 즈음, 아저씨는 용케도 타이밍을 맞춰 방을 나왔다. 다녀올게―하는 남자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거려준 아저씨는 곁눈질로 흘긋 나를 보았다. 아마 내가 있어 해야 할 것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아쉬운 얼굴을 한 남자가 집을 나가고 나서 무거운 적막이 내려앉았다. 어떤 말도 꺼내지 못한 채 멍하니 아저씨를 보고 있는 나를 향해 아저씨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하고 뱉어낸 숨 다음에 꺼낸 말이 참 아저씨다운 말.

 

 

 

 

 

“밥 먹었어?”

“……….”

“배 안 고프냐?”

 

 

 

 

 

참 저렇게 무심한 얼굴로 다가오는 다정함.

 

그 정 때문인가. 나를 마음에 두고서 주는 정인지도 모르는 것 때문에 이렇게나 얽매여 있나. 대답이 없는 내 앞까지 걸어와 묵묵히 나를 내려다보는 아저씨의 얼굴을 물끄러미 올려다보았다. 별로 달라진 건 없는 얼굴이었다. 나 없는 새에도 잘 지낸 건지 잘생긴 얼굴 그대로였다. ‘밥 먹었냐고.’ 다시 한 번 묻는 물음에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또 말없이 부엌으로 가서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내며 밥을 차리기 시작했다. ‘이리와서 앉아.’ 아저씨의 부름에 쪼르르 식탁 앞으로 가서 앉았다. 내 앞에 놓이는 밥 한 공기. 그리고 냉장고에서 꺼낸 흔한 반찬들.

 

 

 

 

 

“자, 수저.”

“……….”

 

 

 

 

 

그리고 내 앞에 앉은 아저씨까지. 나에겐 완벽한 밥상이었다. 수저로 밥을 크게 떠 입으로 넣었다. 내 앞에 앉은 아저씨는 별 말이 없었다. 맨 밥만 입에 구겨 넣고 있는 나를 보던 아저씨는 내 앞에 놓여있던 젓가락을 가져가더니 내 수저위로 반찬을 놓아주었다. 수저를 입으로 가져가려던 손이 멈칫 했다. 갑작스러운 호의에 설마 하는 기대감으로 눈을 들어 아저씨를 보았지만, 아저씨는 감흥 없는 얼굴 그대로였다. 기대를 갖는 순간 힘들어지는 건 나 혼자일 뿐이라고 수없이 되뇌었다. 멎은 줄로만 알았던 심장은 덜커덩거리며 다시 힘겹게 뛰고 있었고, 그것이 내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었다. 턱을 괸 채 아무 표정 없이 내 수저에 반찬을 얹어주던 아저씨. 그 손끝을 봤을 때, 나는 꼭 머리를 무언가로 세게 맞은 것처럼 멍해져버렸다. 그리고 멎은 듯 세게 쿵 뛰던 심장.

 

 

 

 

 

“아저씨, 커플링….”

“……….”

“아까 그 사람?”

“…어.”

 

 

 

 

 

실은 홀연히 떠난 이유를 묻고 싶기도 했다. 아니면 왜 연락을 피했는지 그 이유라도 듣고 싶었다. 그럴 만한 사정은 분명히 있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이런 종류의 사정일 거라고는 생각 해 본적이 없어서인지 그다지 실망감도 들지 않았다. 서운한 마음은 어쩔 수 없었지만 무어라 단정 지을 수 없는 우리 사이의 관계 때문에 원망을 하려던 마음도 다독였다. 아저씨는 그 손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듯 했다. 젓가락을 꼭 쥔 그 손에 반짝이는 보석이 눈에 거슬렸지만 내색할 수 없었다. 예뻐요, 반지. 그냥 멋쩍은 칭찬만 건넨 채 계속해서 밥을 먹었다.

 

우현은 성규를 계속해서 바라보았다. 성규는 그런 우현의 시선을 의식하기라도 하는 사람처럼, 입술을 삐죽였다. 제 딴에는 속마음을 숨긴다고 숨기는 것 같았지만, 우현의 눈까지 속이는 것은 무리였다. 입 안에 든 밥을 씹지도 않고 꾸역꾸역 밥을 밀어 넣는 모습에 우현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물을 가져왔다. 물이 든 컵을 내려놓자마자 벌컥벌컥 들이키는 모습을 보고 지금 이 순간이 성규에게 행여 곤욕스러운 상황이지는 않을까 걱정을 했다. 싱크대에 기대어 서서 밥을 먹고 있는 성규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지금 시간이 성규가 이곳에 있기에는 꽤 이른 시간이었다는 것이 떠올랐다.

 

 

 

 

 

“야자 쨌어?”

“네.”

“왜?”

“아저씨 보려고요.”

“나는 나중에 봐도 됐잖아.”

“아저씨가 안 왔잖아요.”

“……….”

“…학교 앞에.”

 

 

 

 

 

우현의 말문이 막히는 것은 당연했다. 아무런 높낮이도 없는 성규의 목소리에 우현은 가만히 입을 다물었다. 성규도 밥을 먹던 수저를 내려놓았다. 고개를 들어 우현과 눈을 마주하고 바른 자세로 앉았다. 그 눈이 마치 ‘왜 오지 않았어요?’하고 묻고 있어서 우현은 눈가를 만지며 댈 이유를 찾아야 했다.

 

괴로워하는 얼굴이었다. 나에게 대답을 주기 위해서 저런 얼굴을 짓는 걸까. 짜증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아저씨를 괴롭게 하면서까지 이유를 알아내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그냥 나는 정이 그리웠던 거니까. 늘 나에게는 자상했던 아저씨의 품이 그리웠던 거니까. 한번만 안아주세요. 내 당돌한 부탁에 아저씨는 눈을 떠 나와 마주했다. 아저씨가 움직일 생각이 없어 보여, 내가 일어나 아저씨의 앞으로 걸어갔다. 앞에 선 날 황당하다는 얼굴로 보던 아저씨는 웃음 섞인 목소리로 내게 말을 걸어왔다.

 

 

 

 

 

“왜 더는 데리러오지 않았는지 추궁하러 온 거 아니야?”

“아니에요.”

“그럼? 이유가 궁금해서?”

“아니요.”

“그럼, 왜?”

“그냥 아저씨 보고 싶어서 온 거에요.”

 

 

 

 

 

순간적으로 피식 터트린 웃음이 어이없다는 웃음이었다. 나 안아주면 안 되는 거예요? 내 물음에 아저씨는 그럴 거 없다며 나를 끌어안아왔다. 아저씨의 품 쪽으로 나를 살며시 끌어당기는 힘이 좋았다. 어깨에 고개를 올리고 허리를 안았다. 익숙한 향기, 그리고 익숙한 품. 내 앞에 이 사람이 정말 내가 그리던 아저씨가 맞구나 하는 생각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여기에서 칭얼거리면 분명 나에게 신물을 내고 멀어질 아저씨를 안다. 그래서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고 서 있어야 했다. 좀 전에 했던 보고 싶었다는 말도 조금 마음에 걸렸다. 행여 아저씨가 나의 그 말을 구속으로 느낄까, 집착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을까 걱정했다. 그러나 전혀 그런 생각은 없는 듯 아저씨는 늘 그랬던 것처럼 내 등허리를 두어 번 쓰다듬었다.

 

‘이제 됐지?’ 나를 품에서 떼어낸 아저씨는 숙제를 끝낸 것 같은 얼굴이었다. ‘이제 집에 가.’ 그리고 나를 떠미는 것 같은 목소리. 다시 마주한 아저씨의 얼굴은 여전히 변함이 없었다. 나의 얼굴이 가기 싫다는 표정임은 알고 있을까. 애써 힘껏 눈 꼬리를 늘어뜨려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현관 앞까지 나를 데려간 아저씨는 눈으로 신발을 가리켰다. 그런 아저씨의 눈짓을 알아들었지만 나는 끝까지 모른 체 하고 싶었다. 눈치가 없는 아이였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눈치 없이 그냥 아저씨한테 한 번 더 안아달라고 할까. 이제 와서는 조금 떼도 쓰고 싶어졌다.

 

옴짝달싹도 하지 않는 성규를 보며 우현은 다리를 굽혀 성규의 발을 들었다. 그리고 그 발에 신발을 끼워 넣어주고는 발이 들어갈 수 있게 이리저리 비틀었다. 우현의 머리통을 내려다보던 성규는 들리지 않게 한숨을 내쉬었다. 기껏 찾아와서 한 게 밥 먹은 것과 안은 것 밖에 없다니. 제 스스로가 한심하다고 생각이 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성규의 남은 발까지 모두 신발을 끼워 넣은 우현은 다리를 펴고 일어났다. 그리고 성규의 머리를 끌어와 이마 위로 짧게 입을 맞추었다. ‘늦기 전에 가봐야지. 부모님 걱정하셔.’ 얼토당토않은 부모님을 핑계로 이 집에서 성규를 내보내려는 우현의 모습이 눈에 보였다. 성규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더 이상 버티는 것은 불가능이라고 알아버렸기 때문일까.

 

 

 

 

 

“내일도 안 올 거예요?”

“…글쎄.”

“기다릴게요.”

“아니, 기다리지 마.”

“그럼 내일도 올게요.”

“……….”

“주무세요.”

 

 

 

 

 

문을 열고 나가는 성규의 뒷모습이 매우 불안정 하다는 것을 눈치 챘지만, 우현은 문이 닫히는 것을 막지 않았다. 성규만큼이나 소리 없이 닫힌 문은 마음을 편치 못하게 만들었다. 우현은 뒷머리를 긁으며 돌아섰다. 지금 나가서 붙잡아 봐야 소용이 없을 거란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영 걸리네.”

 

 

 

 

 

이도 저도 아닌 저와 성규의 관계에 이것이 최선이라는 걸 알아서 우현은 머리를 터는 것을 끝으로 걸음을 옮겼다.

 

 

 

 

 

 

 

 

 

 

 

 

 

***

 

 

 

 

 

 

 

 

 

 

기다리지 말라더니 정말 오지 않았다. 교문 앞에 서서 오지 않는 아저씨를 기다리기가 벌서 세 시간. 손목에 채워진 시계 시침이 자정을 향해가고 있었다. 정말 집으로 찾아가야 하나 수백 번을 고민했다. 그러면서도 자리는 떠날 수가 없었다. 기다리면 오지 않을까 하는 미련한 희망 때문에 멈출 수가 없었다. 애꿎을 땅만 걷어차던 발길질에 점점 실증이 날 때 즈음, 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이 진동했다. 나열된 번호들은 눈에 익은 번호였다. 망설임 없이 귀에 가져다대었다. 아저씨― 내 목소리를 들은 건너편의 아저씨는 목소리를 가다듬는 듯 헛기침을 몇 번 했다.

 

‘왜 아직 집에 들어가지 않고.’ 아저씨는 마치 내가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고 있기라도 하는 사람처럼 말했다. 그래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아저씨의 차를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그냥 하는 짐작인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보도블록 위로 걸터앉았다. 아저씨는 움직이고 있는 듯 숨이 고르지 못했다. 전화기를 귀에 댄 채 서로 아무 말이 없었다. 나도 아저씨의 숨소리가 좋아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 오늘은 목소리 하나로 목마름을 달래고 전화가 끝나면 집으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성규야.’ 갑자기 수화기 너머로 나를 부르는 목소리. ‘고개 좀 들어볼래?’ 잠긴 목으로 대답한 나는 눈살을 찌푸려 꽤 멀리서부터 어둠을 가르며 이곳을 향해오는 어떤 인형을 볼 수 있었다.

 

 

 

 

 

-내가 보여?

“네?”

-교문 앞에 앉아있는 거, 너 아니야?

“그건 맞는데.”

-그럼 나랑 눈 마주치고 있는 사람이 너 맞네.

 

 

 

 

 

점점 또렷해지는 사람의 모습에 성규는 찡그리고 있던 얼굴을 풀었다. 누군가가 점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얼굴에 반가운 기색이 나타나는 성규였다. 성규는 앉아있던 곳에서 일어났다. 전화기를 내려 두 손으로 꼭 붙들었다. 설마 했던 것이 현실이 되었다. 눈을 크게 뜬 성규의 앞으로 우현은 와서 섰다. 여태 기다린 거야? 자상하게 묻는 목소리에 곧 바로 대답을 하지 못 하고, 성규는 입술을 깨물며 우현의 눈만 바라보았다.

 

‘영리한 줄 알았는데, 순 바보였네. 우리 성규.’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에 지그시 눈을 감았다. 이다음에 이어질 말이 무엇인지는 잘 알고 있었다. 이미 오랜 시간 아저씨에게 익숙해져버린 몸은 다음에 올 말까지 함께 생각할 수 있었다. 비아냥거리는 듯 한 목소리, 그러나 한없이 다정한 눈빛. 마냥 기다리다 보면…

 

 

 

 

 

“마냥 기다리다 보면 정말 아저씨가 올 것 같았어?”

…역시나 정답.

“올 걸 정말 알고 있었던 건가, 아니면 우연인가.”

 

 

 

 

 

내 입으로 차마 내 스스로가 미련하다는 이야기는 할 수가 없어 고개를 떨어트렸다. 왜왔어요? 입술을 깨물며 물었다. 아저씨 사전에 내게 무언가를 해주는 데에는 딱히 이유가 없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물었다. 행여나 내 마음에 쏙 드는 대답을 해 줄 수도 있을 거라고 기대를 했기 때문에. 요 며칠간 다지고 다졌던 마음이 단단해졌다고 믿었던 걸까. 어떤 대답에도 부서지지 않을 자신 같은 것이 있었다. 처음으로 묻는 이유였었다. 아저씨의 행동에 이유를 물은 적은 아마 통 틀어서 이번이 처음이었으니까. 내게서 질문을 받은 아저씨는 조금 멍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따갑게 느껴지는 시선이 아저씨가 나를 꽤 빤히 보고 있다는 것을 짐작하게 만들었다. 고개를 숙이길 잘 했다는 생각을 했다. 그 불편한 눈을 바라보고 서 있지 않아도 되었으니.

 

‘집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소식이 없기에 와 봤어.’ 어쩌면 나만큼이나 기다렸다는 목소리로 아저씨는 말했다. 단 번에 그 말을 믿을 수는 없었다. 과연 아저씨가 말하는 ‘기다렸다’라는 것의 의미가 무엇일지를 고민하다 허탈한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단어 이상의 의미는 아닐 거라는 생각에 고개를 들어보지도 않고서 바람 빠진 웃음으로 웃었다. 어쩌면 거짓말일 거라는 느낌이 너무 강하게 왔다. 아저씨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조용히 흘려진 내 목소리에 아저씨는 내 턱을 쥐고 들어 올렸다.

 

대화는 눈을 보면서 해야지. 낮은 목소리에 성규는 내리 깔았던 시선을 바로 했다. 두려워했던 것 치고는 너무 부드러운 눈빛이었다. 성규의 얼굴을 말없이 응시하던 우현은 가볍게 웃었다. 그리고 성규의 가느다란 손을 움켜쥐고서 걸음을 옮겼다. 자연스럽게 따라 걸어지는 것이 당연지사였다. 우현의 반쯤 뒤에서 함께 걷던 성규는 별 말없이 우현의 뒷머리를 올려다보았다. 헝클어진 뒷모습이 정말 집에 있다 온 건가 하는 의구심도 들게 했다. ‘아저씨, 우리 사이는 무슨 사이에요?’ 성규의 목소리에 우현의 걸음이 멈춰 섰다.

 

 

 

 

 

“…단어로는 정의 내릴 수 없는 사이.”

“별로 내리고 싶지 않은 건 아니고요?”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아저씨는 늘 내게서 도망칠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처럼 보이거든요.”

 

 

 

 

 

멀뚱하게 우현의 눈을 맞추는 시선이 정말 그렇게 믿고 있는 얼굴이었다. 우현은 딱히 변명을 해야겠다는 욕구를 느끼지 못했다. 변명을 하게 된다면 시간이 길어질 것 같다고 직감했기 때문에, 그냥 미소로 모든 대답을 일관하고서 마저 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성규가 잡고 있던 손을 놓자마자 참 기분이 묘하다는 걸 깨달았다. 뒤를 돌아 바라본 성규의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불안한 모습이었다. 무슨 일이 있는지를 묻기 전에, 상처받은 눈을 보고서 입을 다물었다. 성규야― 하고 부른 이름에도 대답이 없었다. 성규는 그저 우현을 바라보고만 서 있었다.

 

얼마든 떠날 수 있을 것 같은 모습이었다. 나를 향해 돌아선 아저씨의 등이 굉장히 넓어 보이기도 했다. 저 등에 업혀 매일을 보내던 시간이 어렴풋하게 떠올랐다. 스쳐 지나려던 인연의 연장선에 서 있는 걸까― 생각이 들었다. 이제 저만 준비가 끝나면 되는 것 같아요. 내 메마른 목소리에 아저씨는 완전히 돌아섰다. 나를 향해 있지만 나를 담고 있지는 않는 눈동자를 보며 사랑을 갈구했다. 다정하게 이름 불러줄 수 있어요? 무리한 질문이 아니라서, 아저씨는 쉽게 내 이름을 불러주었다.

 

 

 

 

 

“근데 너 좀 이상하다.”

 

 

 

 

 

내게 다가와 어깨를 짚은 아저씨는 말했다. 내가 이상하다고. 무척이나 불안하고 두려워 보인다고. 헤픈 미소와 함께 손을 들어 눈가를 꾹 눌렀다. 그런 거 아니에요. 내 말을 애써 믿으려는 아저씨의 눈동자에서 미안함이 번졌다는 것을 눈치 챘다. 그러나 아저씨는 금방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아무 감흥도 없는 그런 얼굴로. 별 말없이 돌아서 걸음을 떼는 그 등 뒤로 나는 한번 사랑한다고 외쳐볼까 고민했다.

 

사실 사랑한다는 말을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서로의 상황과 우리의 애매한 관계를 알기 때문일까. 어쩌면 내 말 한마디가 우리의 관계를 흐트러뜨릴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도 있었다. 온전치 못한 나의 가족관계를 누구보다 잘 이해해주던 사람이 아저씨뿐이라서, 어쩌면 그에 더 정을 갈구했는지도 모른다. 내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받아야 할 사랑을 받지 못해, 그 사랑을 아저씨에게 바라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솔직한 내 심정은 그랬다. 아저씨가 주던 다정함에 그 골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던 게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저씨는 나와는 달라서, 너무 쉽게 우리의 사이에서 벗어났다. 그걸 왜 진작 알아차리지 못했는지 내 자신을 원망하고 나니 눈앞이 어두워졌다. 아무것도 눈에 밟히는 것이 없었다.

 

사랑한다고 말해버리면 달라지는 게 뭐가 있을까. 아저씨가 과연 나를 더 바라봐 줄까? 어리석은 고민들이 우선 앞섰다. 내겐 쉽게 꺼낼 수가 없는 말이었다. 점점 멀어지는 아저씨의 등을 바라보며 어떤 말로 아저씨를 멈춰 세울 수 있을지 고민했다. 지금 당장이라도 달아나버리려는 것 같아서 무서웠다.

 

 

 

 

 

“아저씨!”

“……….”

“도망가지 마요!”

“……….”

“…나…무서우니까.”

 

 

 

 

 

내 외침에 아저씨는 그 자리에서 멈춰 섰다. 불과 열 걸음 정도 떨어진 거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게 다가갈 수 없었다. 바닥에 붙은 듯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이 무겁게도 내 발목을 붙잡았다. 이유 모르게 머릿속을 어지럽히던 벌레가 내 몸을 완전히 지배하고 있었다. 아저씨는 뒤를 돌아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불어오는 바람에 흩어진 앞머리를 쓸어 올렸다. 그 모든 것이 슬로우 모션으로 보였다. 왜 나였어요? 심중을 알 수 없는 내 물음에 아저씨는 조금 피곤해진 것도 같은 얼굴이었다. 그에 어쩌면 오늘이 아저씨와 나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조금 더 과감해 졌다. 한 걸음 내딛으며 물었다. 그날 왜 하필 내 손을 잡았어요?

 

불안해 보이는 성규의 모습을 보며 우현은 턱을 쓸어 올렸다. 무엇이 이토록 아이를 괴롭히는지 알 수 없어서 더 답답한 그였다. 점점 다가오는 성규의 걸음에 우현은 가만히 팔을 뻗었다. 품 안으로 들어오라는 무언의 지시였다. 성규는 그런 우현의 행동을 생각 없이 보고 있는 듯 했다. 판단력이 흐려진 성규의 두 눈동자로 멀건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그러다 곧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빛나는 방울에 우현은 뻗어 올렸던 팔을 힘없이 떨어뜨렸다.

 

 

 

 

 

“매일 잠자리에 누워 생각해요. 왜 그날 내 손을 잡았을까. 도와달라는 내 울부짖음에 왜 아저씨는 내 손을 잡아 준 걸까. 그 행동의 의미를 매일 수백 번도 더 생각해요. 그래도 딱히 내려지는 답은 없어요. 아저씨가 나에게 했던 행동들이 다정하고 또 그에 사랑이 담겨있었는지는 몰라도, 늘 눈빛은 한결같았거든요.”

“……….”

“나를 담고 있지 않은 눈. 그 눈으로 아저씨는 늘 나를 바라보고 있었어요.”

 

 

 

 

 

어느덧 가까워진 거리에 우현은 자연스럽게 성규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불안한 마음에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이유를 알 수 없어 보듬어주지 못하는 아이의 분노를 이로써 잠재울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늘 저의 사랑을 바라는 아이의 마음을 몰랐던 건 아니었다. 그에 매번 응해주지 못한 게 잘못이라면 잘못. 부들부들 떨고 있는 성규의 등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지며 토닥였다. 그리고 분명히 무슨 일이 생긴 거라고 확신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제 속에 있는 말을 하는 아이가 아니었으니까. 우현은 성규와 호흡을 맞추었다. 엉망으로 엉켜있던 숨이 점점 우현과 들어맞아가고 있었다. 머리끝까지 차올랐던 화도 점점 가라앉는 듯 했다. 성규는 우현의 어깨위로 턱을 괴었다.

 

변함없이 나를 끌어안는 아저씨의 팔에 왈칵 울음이 터질 뻔했다. 두 볼을 흥건히 적신 눈물을 닦을 새도 없이, 아저씨는 나를 위로했다. 아무 말 없이 내 등을 어루만지는 손이 꼭 울지 말라며 나를 다독이는 것 같았다. 터질 것 같았던 가슴도 아저씨의 토닥임에 가라앉았다. 맞닿은 가슴에 내 앞에 선 이 사람이 아저씨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 할 수 있었다. 난 역시 아저씨밖에 없어. 그렇게 생각 할 수밖에 없었다. 가장 필요한 순간 늘 내 옆에 있어준 이는 아저씨뿐이었으니까.

 

 

 

 

 

“아저씨는 나 떠나지 마요.”

“울지 마.”

“떠나지 않겠다고 약속해.”

“알았으니까, 울지 마.”

 

 

 

 

 

단어 몇 마디로 이루어진 그깟 약속이 뭐가 중요해서 난 마음을 놓았던 걸까. 아저씨의 목소리에 거짓말처럼 눈물이 멎었다. 앞으로도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늘 힘들 때 곁에 있어주는 사람이 아저씨이길. 내 눈물을 마를 수 있게 하는 사람은 변함없이 당신이길.

 

 

 

 

 

“가자.”

“……….”

“아저씨가 재워줄게.”

 

 

 

 

 

그 품으로 돌아가 잠을 잘 수 있다는 사실에 단순히 기뻤던 것 같다. 별 말없이 웃으며 아저씨의 손을 마주 잡았을 때, 아저씨는 꽤나 씁쓸하게 웃었다. 마치 나를 가여워 하는 사람처럼. 아저씨의 정에 목마른 내가 불쌍하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

 

 

 

 

 

 

너무한 적막에 오히려 눈이 뜨였다. 시계를 보고 지각이라는 생각에 황급히 몸을 일으켰을 때, 내 팔을 붙잡는 누군가의 손에 소스라치게 놀라 고개를 틀었다. ‘오늘 토요일이야.’ 잠겨 갈라진 목소리로 나를 붙잡은 아저씨를 보며 어제의 잔상을 떠올렸다. 기억의 끝에 남은 쑥스러운 감정이 다시 올라와 이불을 뒤집어썼다. 그런 내 머리를 끌어안으며 아저씨는 웃었다. ‘이제 와서 부끄러워?’ 그 목소리가 꼭 우리가 예전으로 돌아간 듯 한 기분을 느끼게 해서 나는 빼꼼히 눈을 꺼냈다.

 

 

 

 

 

“집에 무슨 일 있어?”

“늘 있잖아요. 우리 집은.”

“그래도. 너무 위태로워 보였어, 어젠.”

“지금은 괜찮아요. 그럼 된 거죠, 뭐.”

 

 

 

 

 

숨겼던 몸을 끌어 아저씨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조금 더 어리광을 부려 볼 생각이었다. 그간 보지 못했던 마음을 다해서 아저씨에게 칭얼거려볼까 하는 심술도 생겼다. 아저씨는 꼭 그런 내 속마음을 꿰뚫어 보고 있는 것처럼 나를 끌어안았다. 마치 ‘오늘은 모든 투정 다 받아줄 게’ 하는 것처럼. 그래서 난 아저씨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고개를 흔들었다. 늘 나던 살내음이 미친 듯이 반가워서 나도 모르게 실없이 웃음이 나왔다. 점점 밝아진 햇살이 창을 타고 들어왔다. 익숙하지 못한 방안을 빙 둘러보다가 아저씨를 올려다보자, 아저씨는 ‘내 방이야.’하고 답했다.

 

놀란 표정을 한 성규가 몸을 일으켜 앉았다. 저 여기 있어도 되요? 정말 놀란 목소리였다. 그런 성규를 이해 못한 듯 보던 우현은 성규의 시선이 닿아있는 곳으로 눈을 틀었다. 제 외손에 끼워진 반지. 그제서야 성규의 행동이 이해가 된 우현이었다.

 

 

 

 

 

“이게 신경 쓰여?”

“아저씨가 혼날 까봐 그러죠.”

“내가 누구한테 혼나.”

“전에 본 그 형이요.”

 

 

 

 

 

나 때문에 아저씨와 그 사람의 관계가 틀어지는 것은 원하지 않았다. 나 하나 행복하자고 아저씨의 인생을 망칠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머릿속으로 온갖 복잡한 생각들이 터지는데 아저씨는 혼자만 여유로운 얼굴이었다. 저 빨리 나가야 해요? 지금 집에 그 형 없어요? 조바심이 난 내 얼굴이 웃겼는지 아저씨는 소리 내서 웃기도 했다. 남의 속도 몰라주는 아저씨가 그렇게 원망스러울 수가 없었다.

 

우현의 배를 찰싹 때리는 성규의 손이 제법 매웠다. 따가운 살갗을 만지던 우현은 성규의 손을 잡아와 제 가슴께로 놓았다. 뭐, 뭐하는 거예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갑작스러운 행동이었다. 저의 손을 가져가려는 성규의 어깨를 붙잡고 지그시 바라보는 우현의 행동에 성규도 덩달아 숙연해졌다. 할 말이 있어 보이는 얼굴이라서 가만히 말을 듣고 있는 쪽이 더 쉬울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성규는 일으키려던 몸을 우현의 배위로 눕혔다. 우현은 그래도 성규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아저씨가 입을 다물고 있을 때면 알게 모르게 불안해지는 내 심리를 아저씨는 이용하고 있는 것 같았다. 손바닥 안에서 작게 진동하는 아저씨의 심장이 왜인지 더 생소하게 다가왔다. 아저씨가 말을 망설이는 이유가 따로 있는 건 아닐까. 그게 또 걱정이긴 했다. 나의 너무 많은 부분을 알고 있는 아저씨에게 더는 바라는 게 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조금 기대하는 마음은 져버릴 수가 없었다. 자꾸 마른 입술만 핥는 아저씨의 붉은 혀가 야속했다.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더욱 증폭되는 불안감은 이제 체념을 만들었다. 반쯤 포기했다. 기대하던 그 작은 것도 거두어야할지 모른다는 마음이 들어 한숨을 내쉬던 찰나, 아저씨가 입을 열었다.

 

 

 

 

 

“자꾸 혼자 기대하고 혼자 실망하는 거 하지 마.”

“……….”

“그게 참 나를 무능력하게 만들어 버리니까. 내가 알 수 있게끔 기대를 하고, 거기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내가 알 수 있게 실망을 해줘.”

“……아저씨.”

“나 생각보다 바보 같아서 말 안하면 잘 모르니까.”

 

 

 

 

 

전혀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서 아저씨는 나를 건드렸다. 나만큼 아저씨도 외로웠나―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힘겹고 쓸쓸한 눈동자였다. 아저씨가 내게서 도망간 게 아니라, 내가 아저씨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었던 건 아닌지 생각 해 보았다. 늘 부족했던 온정을 채우기에 급급해 아저씨의 마음을 무시했던 것은 아닐까. 그제야 내 손에 쥐어진 아저씨의 심장이 진지하게 느껴졌다. 나와 같은 속도로 뛰고 있을 주먹만 한 근육덩어리가 내가 바라고 바라는 아저씨의 것이라는 것을 보다 확실하게 알았을 때, 나는 비로소 아저씨 또한 나와 같은 마음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늘 정을 바라는 나에게 정을 쏟아주면서, 내게서 가져가는 것이 없었던 아저씨가 뒤늦게 떠올랐다. 미안한 마음이 번졌다. 나 하나 위하려고 아저씨를 힘들게 했나하는 마음에 아저씨의 얼굴을 바로 볼 수가 없었다. 죄스런 마음에 아저씨의 딱딱한 가슴위로 얼굴을 묻었다. 아저씨는 이제라도 마음을 알았다면 된 거라고 내 머리를 감싸 쥐었지만, 쉽게 얼굴을 들어 올릴 수는 없었다. 왜 아저씨를 생각하지 못했을까. 왜 나는 철저하게 내 입장에서만 세상을 바라보았을까.

 

 

 

 

 

“아저씨는 너 안 떠나. 알지?”

“……….”

“성규가 나를 싫다고 하기 전까지, 아저씨는 계속해서 성규 사랑할거야. 그것도 알지?”

 

 

 

 

 

무심했던 행동들 모두가 아저씨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함이었다는 것을 왜 이제야 깨달았던 건지 후회가 컸다. 조금 녹아내린 단단한 겉껍질에 이렇게 쉽게 무너져 내릴 줄 알았던 마음이라면 진즉에 아저씨를 두드려 볼 걸 그랬다. 눈물 하나에 마음을 비쳐 보여준 착한 아저씨라는 사람을 왜 나는 그토록 몰래몰래 미워하고 있었나. 내게서 떠나보낼 준비를 하고 있었나. 못내 후회스런 마음이 가시지를 않았다.

 

아저씨가 한동안 성규를 데리러 가지 못했던 건 사정이 다 있었어. 어쩔 수 없이 함께 지내기로 한 사촌 녀석이 집에 들어와 사는 바람에 정리해야 할 것들이 생겼다고 할까. 그 부분에서는 미안한 마음이 커. 연락을 해줬어야 했는데…. 우현의 미안한 목소리에 성규는 고개를 저었다. 조금 남아있던 원망 같은 것도 사라진지 오래였다. 모두 다 괜찮아진 것 같은 마음에 성규는 고개를 살짝 들었다. 아저씨 내가 미워진 게 아니죠? 뻔히 속이 다 보이는 질문에도 우현은 답을 줬다.

 

 

 

 

 

“응.”

“아저씨 계속 제 옆에 있을 거죠?”

“응.”

 

 

 

 

 

따뜻한 정 하나만 바라고 아저씨를 만나, 보다 뜨겁게 사랑을 했다. 그리고 아파도 보고 앞으로의 확실한 믿음도 얻었다. 내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채워준 아저씨에게 왜 난 고마움 보다는 더 많은 것을 바랐는지에 대해 회의가 일었다. 나를 보고 따뜻하게 웃어주는 아저씨의 미소에 오랜만에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잿빛 하늘 위엔 늘 밝은 하늘만 존재하는 것처럼, 걱정을 지우고 나니 눈이 부신 나와 아저씨 밖에 남는 것이 없었다. 아저씨의 눈을 보며 밝게 웃었다. 아저씨가 처음 내 손을 잡았던 그 때처럼.

 

 

 

 

 

“아저씨는 따뜻해서 좋았어요.”

“앞으로도 그럴 거야.”

“믿을게요.”

 

 

 

 

 

나에게 향한 단 하나의 착각같은 사랑일 지라도, 그것이 따뜻하다면 나는 가슴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온정(溫情). 아저씨가 내게 준 단 하나의 사랑.

 

 

 

 

 

 

 

 

 

 

 

 

-Fine.

 

 

 

 

 

 

 

 

 

 

 

 

 

 

 

 

[인피니트/현성/아고물] 온정(溫情) (for lemon) | 인스티즈

 

 

급끝에 병맛이어도 아저씨 마음 알지?(찡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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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니이분이ㅠㅠㅠㅠㅠㅠㅠ이런달달아련터지는아고물써주시면격하게애정합니다사랑해요
10년 전
Irara
감사합니다^0^ 글을 읽어주시는 그대가 있어서 힘이 납니다!
10년 전
독자2
ㅠㅜㅠㅜㅠㅠㅜ 아련하고 좋네요 ㅠㅜㅠㅜㅠㅠㅜ 성규가불안해하는거보고 저도 같이 불안해서 안절부절하며 글읽었어요 ;-; 브금도 너무 좋고 ㅠㅠ 다 사정이엿다는 우현이 말 듣고 한숨 놓아서 흡..다행이다 ㅠㅠ 자주와주세요 하얀거짓말 정말 잘봣엇거든요.. 한참 안오셧어서 홈찾아서 읽을만큼 ㅠㅠ
10년 전
Irara
ㅠㅠ홈에 찾아오셨었나요? 아이구ㅠㅠㅠㅠㅠㅠㅠ 죄송해요ㅠㅠ 여러곳에서 연재할 만큼 정신적인 여유가 당시엔 조금 부족했었답니다ㅠㅠ 재미있는 글 구상중이니 조만간 찾아 올게요^-^ 기다려주세요!
10년 전
독자3
와 성규도 우현이도 너무 아련해요ㅠㅠㅠㅠ
뭔가 이런 분위기 너무 좋아요 잘보고가요 아 너무 슬프다....ㅠㅠㅠㅠ....

10년 전
Irara
그대의 감성이 소녀 같네요♥ 감사합니다!
10년 전
독자4
암호닉 뇨뇽으루....
그대 돌아왔군뇨!!! ㅠㅠㅠㅠㅠ

10년 전
Irara
완전히 돌아왔다고는 말 못하지마뉴ㅠ 저 돌아왔습니다!!
10년 전
독자5
어ㅠㅠㅠㅠㅠㅠㅠㅠ 좋네요ㅠㅠㅜㅠㅠ 아련해요ㅠㅠㅠㅜㅠ
10년 전
Irara
감사합니다^_^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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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이 직접 삭제한 댓글입니다)
10년 전
Irara
반지의 의미는 일부러 표현하지 않았었는데, 묻는 분들이 많으시네요. 반지는 우현이가 놓은 일종의 덫이라고 할까요. 성규가 자신에게 신경써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눈을 끌기 위한 것이었답니다. 다른 의미가 있는 건 아니니 걱정 마세요^-^ 현성은 행쇼할테니까요!! 아....왜 내 눈에서 땀이...;ㅅ;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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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이 직접 삭제한 댓글입니다)
10년 전
Irara
제 글과 함께 좋은 아침, 또 좋은 하루가 되셨는지 모르겠네요! 감사합니다^-^
10년 전
독자8
헐ㅜㅜㅜ샐러드에요! 오랜만이네요 그대! 이런 아련한글을 들고오다니!!!너무좋다아아아ㅜㅜㅜ!!!!
10년 전
Irara
샐러드!!!!ㅠㅠㅠㅠㅠㅠ 보고 싶었어요ㅠㅠ 너무 오랜만이에요ㅠㅠ
10년 전
독자9
ㅋㅋㅋㅋㅋ잘 읽었어요! 이거 오타 났는데 알려드려도 되나? 우선 수저는 숟가락과 젓가락 한 세트를 뜻하는 단어에요! 수저라는 부분을 숟가락으로 표현하시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곳을 향해오는 어떤 인형을 볼 수 있었다. 여기는 인형이 아니라 인영! 사람의 그림자 :) 제가 너무 주책맞게 막 그런 건 아닌가 생각도 들어요T^T 알고 쓰면 더 좋은 우리 말이니까 그런거라 생각해주세요! 그나저나 글 아련하고 좋네요 막 성규랑 우현이가 서로 마음도 확인하고 다시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좋아요에요ㅠㅠㅠㅠ 반지의 의미는?! 왜 성종이랑 한 거냐고 물었을 때 어. 라고 대답했을까. 저는 성규가 괜히 자살시도를 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아니라서 다행이다ㅠㅠㅠㅠㅠㅠ아무튼 잘 읽었어요!!
10년 전
Irara
수저는 잘 알겠어용♥ 그치만 인형은 사람의 형상으로 쓴 뜻이니 오타는 아니랍니당=3=
10년 전
독자11
ㅋㅋㅋㅋㅋㅋㅋ귀여워요 작가님! 오타 아니에요? =3= 그렇다면 저것은 나의 실수 (윙크)
10년 전
Irara
반지는 우현이가 놓은 일종의 덫이라고 할까요. 성규가 자신에게 신경써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눈을 끌기 위한 것이었답니다.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셔서 답해 드립니다^-^
10년 전
독자10
브금도 좋고 저도 성규의 마음이 되서 읽었네요ㅠㅠㅠ중간에 우현이 애인있을때 저도 덩달아 배신감느끼고.. 그래도마지막에 서로의 마음을 확인해서 다행이에요ㅠㅠ
10년 전
Irara
우현이 애인은 아니었지만, 애인인 척 성규의 눈을 잘 끌어준 성종이의 몫이 톡톡히 한것 같네요! 재미있게 읽으신 것 같아서 마음이 놓입니다. 감사합니다^-^
10년 전
독자10
왜이렇게좋아요ㅠㅠㅠ자까니짱
10년 전
Irara
도짜님더짱☆★
10년 전
독자12
와 진짜 좋아요... 최고에요 대바규ㅠㅠㅠㅠㅠㅠ 암호닏신청되면 찹쌀떡으로하고싶은데 될까요?ㅠㅠ 신알신허고갈께요!
10년 전
Irara
찹쌀떡 그대 반가워요^-^ 이렇게 제 품으로 들어오신 분이 하나 늘어났네요♥ 이라라의 덫에서 못 헤어나갈거에요*_<
10년 전
독자13
헐.....초면이지만 정말로정말로 사랑해요......이런 금손이 글잡에 계셨더니ㅠㅠㅠㅠㅜㅜㅜㅜㅜ이으이으아ㅠㅠㅠㅠㅠ
10년 전
Irara
초면에 사랑한다 말하는 거 참 좋아합니다. 저도 사랑해요♥
10년 전
독자14
반지는 뭐죠??????
10년 전
Irara
반지는 우현이가 놓은 일종의 덫이라고 할까요. 성규가 자신에게 신경써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눈을 끌기 위한 것이었답니다.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셔서 답해 드립니다^-^
10년 전
독자15
와ㅜㅠㅠㅜㅜㅜㅜㅜㅜㅜㅡㅠㅠㅠㅠ절설레게하시다니 ㅜㅠㅠㅜㅠ푸ㅠㅠ퓨사랑해요 ㅠㅜㅠㅜㅠㅜ
10년 전
Irara
감사해요^-^ 저도 많이 사랑합니다♥
10년 전
독자16
라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who지롱! 글잡에서 오랜만이에요 엄마야.... 나결정 풀리자마자 온 신알신이 라라라서 감격ㅠ^ㅠ 으힝흐이 브금부터 너무 좋아요 어떡하져..... ㅇ<-< 아... 아저씨...... 윽 아저씨ㅠㅠㅠㅠㅠㅠ엄마야ㅠㅠㅠㅠㅠㅠㅠㅠ 애인은 뭐에요 저 형 뭐야 나빠요 흐억 아 오랜만ㅇ에 보니까 그대글이 너무 좋아요.. 어떡하지 한 번 더 읽고 가겠슴다 T.T 총총 무섭다는 성규 말이 계속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여운이 남아요 미치겠네 으하어ㅏ
10년 전
Irara
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윤후보다 더 쫀득한 그대 이름 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나도 많이 보고 싶었어요ㅠㅠ 그대가 나결정 풀리고 나서 처음으로 접한 글이 제 글이 되어 감동입니다ㅠㅠ 역시 그댄 내게 사랑같은 사람♥
10년 전
독자18
그대도 내게 사랑같은 사람 T^T 이런 예쁜말은 어디서 배워 온거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엉어
10년 전
독자17
감성 이에요 내가많이 사랑하고있어요 진짜 ㅠㅜ 아고물이라니 진심좋다 ㅠㅠ
10년 전
독자19
분위기 정말 맘에 들어요. 세 번 읽었네요. 달콤터지는 글도 하나써주세요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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