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교
“윤기야 진짜 오랜만이다 그치?”
“그러게 감회가 새롭네”
그렇다 윤기와 나는 오랜만에(솔직히 말하면 졸업 후 처음이다) 모교에 왔다
둘만의 추억이 가득한 또 윤기와 내가 이어질 수 있었던
다리역할을 톡톡히 한 학교에 오니
콧노래가 절로 흘러나왔다
우리가 두 손 꼭 잡고 여길 올 줄이야
오기 부끄러워하는 거 겨우 끌고 온거긴 하지만
또 막상 오니 좋아하는 눈치다
역시 민윤기 생각보다 단순하단 말이지
“운동장도 오랜만이고 어! 저기서 우리 몰래 야자 빼먹고 간 거 기억나?”
“아 맞네 저기 맞아 그 때 아가씨 살쪄서 들쳐 매고 뛰다가 허리 나갈 뻔 했는데”
“우와 건물이 하나도 안 달라졌네! 신기하다”
그 일을 아직도 기억하다니 사실 고3이던 나는
스트레스성 폭식으로 인해 살이 5kg이상 쪄있었다
그런 날 그 가녀린 다리로 업고 학교를 튀었던 일을 기억하고 있을 줄은 몰랐는데
하여튼 나 놀리는 덴 선수에요
그렇게 티격태격하며 어느 새 교무실 앞까지 다다랐다
괜시리 가슴이 두근거렸다
선생님들께서 우릴 기억하실까 갑자기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윤기도 내심 떨리는지 문을 선뜻 열지 못하는 눈치였다
그렇게 정적의 1분이 흐르고 심호흡을 깊게 내뱉었다
이러나 저러나 기분좋은 긴장감이었다
좋아! 니가 안 열면 내가 연다!
낯익은 소리 드르륵 문이 열리는 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낯익은 냄새 낯익은 얼굴들 선생님들
저녁시간이라 비교적 교무실은 한산했다
다행히 미리 연락을 드렸기에 선생님은 우릴 기다리고 계셨다
졸업 후 처음 뵈는 제자라 죄송한 마음이 컸다
선생님이라는 단어가 무겁게 느껴졌다
“선생님 오랜만에 뵙네요 저희 왔어요 잘 계셨죠?”
윤기도 어색한 듯 죄송한 듯 인사를 건냈다
무뚝뚝하긴
“선생님 잘 계셨죠? 늦게 찾아뵈서 죄송합니다”
선생님께선 우리와 달리 전혀 어색해하지 않으셨고
10분도 안되서 우린 선생님과 과거여행을 꽃피웠다
“너 임마 민윤기 맨날 멍때리고 아님 가사나 쓰고 기억나?
그런 니가 이렇게 티비에 나올지 선생님은 전혀 몰랐다“
“여전하시네요 선생님”
“뭐가”
“늘 목소리도 크시고 기운도 넘치세요”
“뭔가 이상해 칭찬이 아냐 저건”
“맞아요 선생님 민윤기가 원래 저렇잖아요”
“넌 내 편해야지 탄소야”
“오늘은 선생님편”
“봤냐 니 여친도 내 제자야”
그렇게 즐겁게 민윤기를 놀려대면서
신나게 떠들다보니 시간이 훌쩍 흘러가있었다
오늘 야자 감독으로 선생님은 가셔야 했기 때문에
우린 마무리 인사를 드리려고 했다
“아 맞다 니들한테 줄게 있어
자, 이거 졸업앨범“
졸업앨범? 그건 갑자기 왜..
“선생님 졸업앨범 저희도 갖고 있는데요?”
“역시 기억 안 나는 구나 그 때 앨범에서 누락된 거 몇 개 있는데
이건 괜찮은 거야 몇 개만 괜찮길래 이건 내가 갖고 있었지
받아가 민윤기꺼는 아마 누락 되었을껄?“
아 이제야 생각났다
3년전 졸업앨범을 받았을 때 졸업 소감 부분에서
이상하게 우리반에서 민윤기부터 그 뒷 번호들이 누락되었었다
내심 윤기가 뭘 썼는지 궁금했던 나였지만
그 후 까맣게 잊고 지냈는데
오예 뭘 썼나 이제 보게되다니
“선생님 감사합니다!”
“그래 조심해서 들어가라”
그때까지 난 선생님의 의미심장한 미소를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초조해 보이는 윤기또한 눈치채지 못했다
“저녁 공기 좋다 오랜만에 너랑 나오다니”
“그러게 맨날 작업실에 있었는데 이 시간에”
“우리 저기 잠깐 앉았다 가자”
그렇게 6월의 시원한 저녁 바람을 쐬며
윤기랑 같이 앉아있는 벤치의 저녁은
별 대화가 없어도 행복하고 즐거웠다
아 졸업앨범 한번 볼까?
“윤기야 이거 한번 보자 니꺼 누락됬었잖아”
“아.. 아가씨 그거 작업실에서 보자”
“왜? 나 궁금한데”
“내가 아이스크림 사줄게”
“뭐야 내가 그런 걸로 넘어가...”
“내가 큰 걸로 사줄게”
“좋아!”
졌다는 듯 미소를 짓는 윤기의 모습에
괜히 바보가 된 것 같았지만
아이스크림 때문이라면 바보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드디어 작업실에 도착!
“자 이제 한번 보자 뭐라고 적혀있나”
“내가 먼저 보자
내가 쓴 거 잖아”
“왜 내가 먼저 볼래”
“아가씨 한번만”
“이미 보고 있지롱”
어디보자 21번 민윤기..
뭐가 써있길래 저러는 건지
윤기꺼를 읽는 순간 심장이 터질 듯이 뛰기 시작했고
자꾸만 웃음이 새어나왔다
-벌써 졸업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데
3년동안 꽤 즐거웠던 것 같다
1학년 땐 그저 그랬는데 2학년부터 졸업을 앞둔 지금 이 순간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정말 즐거울 것 같다
특히 그 누구 덕분에 재밌었다고 말해주고 싶고.
늘 땅꼬맹이라고 불러서 미안하고 활달한 너에 비해 축 쳐져 있어서 미안하고
그래도 나 좋다고 맨날 챙겨줘서 고맙고 행복하네
김탄소 졸업식 날 울지 말고 내가 자장면 사줄테니까-
다 읽고 미소를 지으며 윤기를 바라보니까
언제 작업실 책상으로 가버린 건지 헤드폰을 끼고
바쁜 척 안 들리는 척 가사를 쓰는 너의 뒷모습에 그만 크게 웃고 말았다
바보 민윤기
결국 나 졸업식 날 울었잖아 기억나?
애들이랑 헤어지기 싫고
넌 일 때문에 점점 바빠지고 멀어지는 거 같아서 눈물이 저절로 나더라
내 마지막 10대가 그냥 그렇게 지나간게 후회도 되고
그래도 10대의 마지막을 너랑 맞이해서
나 내심 행복했어 고맙기도 하고
그 때 니가 반쯤 웃고 반쯤 안쓰럽다는 듯 나 안아줬는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네
“윤기야”
오늘은 내가 사줄게 짜장면
여러분! |
정말 오랜만이네요 역시 토요일을 불태울까 말까 고민중에요 글이 꾸준히 사랑받는 거 같아서 너무 행복합니다 저는ㅠㅠ 초록글에도 올랐던데 아 진짜 행복합니다 감사드려요 암호닉은 추후에 정리할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