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 무서움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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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서울로 대학을 왔다.
기숙사에 들어갈 성적이 되지 않아 자취방을 구해야했다.
학교와 가까운 자취방은 월세가 비싸서 구할 엄두도 못 냈다.
자취방을 구하기 전 까진 친구 자취방에서 지냈다.
하루의 반을 자취방 구하는 시간으로 보내다시피 살다가
학과 선배의 연락을 받았다.
"어 탄소야, 너 자취방 구한댔지?
내가 아는 곳이 하나 있는데
월세도 싸고 시설도 그럭저럭 살만하고
학교랑 그렇게 멀지도 않아
지하철로 30분? 정돈데.."
월세도 싸, 시설 좋아, 학교랑 멀지도 않고
이게 얼마나 좋은 조건인가.
난 당연히 바로 소개를 요청했다.
"이 년아 선배 말 좀 끝까지 들어봐.
거기가 귀신 나오는 집이야.
그것도 남자귀신.
거기에 살던 남자가 죽고 나서 3명인가
들어와서 살았는데
일주일도 안 돼서 바로 방 뺐대.
왠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받을래?"
조금은 망설여졌다.
귀신 나오는 집을 누가 좋아하겠는가.
그래도 내 팔자에 무슨 조건을 따져.
그리고 어려서부터 기가 쎄다는 소리를 들어왔으니까 괜찮겠지.
난 소개를 받겠다고 했고
지금의 자취방을 얻었다.
귀신 나오는 집인 만큼 나에겐 많은 일이 생겼다.
자취방을 얻고 생긴 대표적인 무서운 일을 말하자면
내가 죽을 뻔 한 일.
한 번은 꿈에 5살 정도 돼 보이는 아기가 나왔었다.
그 아기는 웃는 모습이 정말 예뻤었다.
"누나! 우리 놀러가자!"
아기는 내 손을 이끌며 놀이터를 가리켰고
난 순수한 아기의 모습이 너무 귀여워 손에 이끌려 갔다.
놀이터에 거의 다 왔을 때 알람소리가 들려 잠에서 깼고
잠에서 깬 순간의 내 자세는
방 옆에 있는 베란다 창 틀에
나의 한 다리를 걸친 자세였다.
땅에 닿아있는 다리의 힘이 풀려 뒤로 꼬꾸라졌고
내 귀에 낮은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아까워."
이 일은 자취방에 들어오고 이틀 후에 생긴 일이였다.
자취방에서 이주일을 버텼다.
주인 아줌마는 내가 걱정스러운 듯 항상 안부를 전했고
난 괜찮다고 버틸만하다며 아줌마를 안심시켰다.
기가 쎄니까 버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오늘만 버티면 귀신이라는 놈도 지쳐서 그만하겠지.
하루하루를 두려움의 눈물로 보냈고
자취방을 나가선 애써 괜찮은 척을 했다.
-쾅쾅쾅!!
새벽 3시 쯤이 되면 현관문에서 저 소리가 난다.
오늘도 여김없이 난 잠에서 깼고
극도의 무서움에 떨었다.
-쾅쾅쾅쾅!!
이번엔 방 문.
손이 덜덜 떨렸다.
3분 쯤 지났을까
더 이상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항상 이 패턴이였다.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다가
곧 방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고
더 이상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마음을 추스리고 다시 자기 위해 애써 다른 생각을 했다.
내일은 무슨 강의가 들었었지?
친구랑 약속은 있었나?
몇 시였지?
내일은 태형 선배가 어디 자리에 앉을까?
-끝난 줄 알았지?
-쾅쾅쾅쾅쾅쾅쾅!!!!!!!
눈을 떠보니 아침 7시였다.
기절을 한 듯 싶었다.
오늘 내로 당장 방 빼야지.
이런 곳은 살 곳이 아니야.
이주일 넘게 버텼으면 오래버틴거지.
이 만큼 버틴 나도 신기하네.
씨발, 진작에 소개 안 받는다고 할 걸
빨리 이 집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머리도 감지 않고 세수와 이만 닦은 채로
대충 옷을 갈아입고 나가려고했다.
화장대 위에 올려져 있던 폰을 가지고 방을 나가는데
방 안에서 남자목소리가 들렸다.
-오늘은 일찍 나가네. 샤워도 안 하고.
순간 머리부터 발 끝까지 소름이 돋았고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지갑은 안 챙겨? 놓고가면 나중에 또 집에 들어와야 할 텐데.
너, 집에 들어오는 거 싫어하잖아. 나 때문에.
눈을 굴려 화장대의 거울을 보았다.
방 안엔 아무도 없었다.
너무 무서워서 눈물이 났지만
인간의 심리가 원래 그렇다.
무서워도 궁금증은 해결하고 싶은 법.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았을 땐
한 남자가 활짝 웃고 있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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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무서우셨다면 참 뿌듯합니다...^^
다음 화부터는 정상적인 밝은 분위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