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글자 민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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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말 해서 미안한데
네가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도 아는데
내 말 들어.
김태형 좋아하지 마
한참 동안 민윤기의 눈을 쳐다봤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선
물론 사람도 아니지만 같이 살게 됐다.
서로 알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이래라 저래라
좋아하지마라
안 좋은 사람이다
이런 말을 하는 민윤기를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 지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내 속 마음이 표정에서 다 드러났는지
민윤기는 다시 쇼파에 누워버리며 입을 뗐다.
-됐다, 내가 괜한 말 한 거 같네.
미안하다. 좋아하는 사람인데.
얼른 자라. 늦었다.
한 손을 이마에 올리고 눈을 감고 있는 민윤기를 쳐다봤다.
뭐가 있는 걸까.
아니면 진짜 느낌으로 말 하는 걸까.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계속 쳐다봤다.
-언제까지 볼 건데.
나 뚫어지겠다.
빨리 자라.
그의 말에 난 방으로 들어갔고 한참 동안
민윤기가 한 말에 대해 생각을 하느라 잠에 들지 못했다.
"뭐하냐"
지금 시간 새벽 3시 30분,
난 김탄소를 보고 있다.
머리가 복잡해 짜증이 나던 마침 친구가 찾아왔다.
물론 얘도 귀신이고 맞은편 집 딸이었다.
이름은 박경리고 죽은 원인은 자살이다.
그래서 지금 박경리의 모습은 손목에 진한 칼 자국이 있다.
그리고 입고 있는 옷 곳곳이 붉게 물들었다.
물론 검은 옷이라 잘 보이진 않지만.
화장실에 있다가 김탄소를 놀래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냥 생각.
"넌 맨날 생각만 하냐"
-그러게 죽어서도 무슨 고민이 이렇게 많냐 짜증나게
"인생 힘들게 사네"
-사는 건 아니지 그냥 있는 거지.
"얜 왜 보고 있는데?
그러다가 쟤 깨면 또 무서워 할 텐데
-그냥 얘 보면 좀 편해.
"뭐야, '그 애'는 잊었어?
-...'걘' 놔준 지 오래야.
일부로 생각하지 않고 있었는데 또 생각이 나서 짜증이났다.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
죽기 전 기억을 온전히 다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김탄소에게 말 해야 할까
아니면 김태형에 대해 사실대로 다 말해야 할까
난 일이 복잡해지는 걸 싫어한다.
그래서 나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김탄소에게 숨기고 싶었다.
"아까 그 남자애가 '김태형'이라는 애야?"
-어.
"얼마나 잘생겼나 싶었는데
꽤 잘생겼더라?"
-미친년.. 그럼 여기 있지 말고
너도 그 새끼 한테 가지 그래.
"열폭은.. 그래서 고민이 뭔데."
-말 안 해도 알잖냐.
"들켰네.
일단 저 여자애 먼저 김태형한테서 멀어지게 해."
-그건 나도 알지.
몰라서 이러는 줄 아냐.
"하긴.. 그래서 넌 뭐 어쩔 건데?"
-생각이 있으면 당장 했겠지.
머리가 많이 복잡했다.
난 살면서 많은 사람에게 상처를 줘 왔다.
'그 애'도 내가 걸림돌이었지.
도박이었다. 지금 이 상황이.
김태형에 관한 것을 김탄소에게 말 한다면
김탄소는 날 미친새끼 보듯 대할 것이고
이 집을 뺄 것이고
그리고 또 같은 패턴이 반복 돼겠지.
아니면
김탄소는 상처를 받고 하루종일 집에서 울겠지
그 사실을 말해준 나를 원망하면서.
-씨발.. 나는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죽어서도 이렇게 힘드냐...
이런 내 모습이 불쌍한지
박경리는 아무말 없이 내 어깨를 토닥거렸다.
"간단하게 생각해.
네가 저 여자애를 위해서 희생 할 필요는 없어.
죄책감 따위 느낄 필요도 없고."
맞는 말이다.
내가 김탄소를 위해서 희생 할 필요도 없고
보살 필 이유도 없고
쟤가 어떻게 되든 아무 생관도 없었다.
"힘내라 민윤기
고민 있으면 누나한테 털어 놔.
그리고 제발 나 누나 취급 좀 해 주고."
박경리의 마지막 말에 웃음이 나왔다.
마치 박경리가 나 같았고 나는 김탄소 같았다.
-야, 나 궁금한 게 있는데
"어"
-넌 죽기 직전에 모습인데
왜 난 그대로야?
"몰라, 너 사고 나기 직전에 심장마비로 죽어서 그랬을 수도
그런 귀신 꽤 많아."
항상 박경리의 말은 옳다.
그래서 나도 옳은 말을 하려고 애를 쓴다.
하지만 난 항상 옳지 못했다.
-그런가. 듣고보니 그런 거 같네.
지금 갈 거냐.
"어. 오늘은 네 기분이 딱히 좋아 보이지 않아서.
너도 나랑 놀 기분 아니잖냐."
-존나 날 꿰뚫고 있네.
박경리는 픽 웃어 보이곤 힘내라는 말과 같이 사라져버렸다.
-야, 일어나. 7시야.
-일어나라고.
"...5분만"
-강의 늦는다.
"...."
-학점 깎인다.
"아..."
-태형선배 톡 오셨네요
"뭐라고?!"
난 어쩔 수 없는 태형선배 빠순이 인가 싶다.
학점 깎인다는 말에도 꿈쩍 않던 내가
'김태형'이라는 말에 눈이 떠지다니.
근데 내 침대가 이렇게 좁았나?
충분히 넓었는데 오늘따라 좁은 거 같은 느낌에
벽 쪽으로 향해 있던 내 몸을 반대쪽으로 돌렸다.
몸을 돌려 옆을 봤을 댄 민윤기가 누워있었고
그의 한 손엔 내 폰이 있었다.
"저기요.. 왜 제 옆에 누워계세요...."
-너 깨우려고.
조만간에 민윤기 때문에 고혈압으로 죽지 않을까 싶다.
저 짜증난는 건 내 옆에 누워있는 민윤기를 본 순간
설렜다는 거다.
"폰 내놔!!!"
-아.. 시끄러.
민윤기는 인상을 살짝 찌푸리곤 나에게 폰을 내밀었다.
재빨리 폰을 낚아채서 카톡에 들어갔을 땐
태형 선배 카톡은 커녕
카톡 자체가 오지 않은 상태였다
"안 왔잖아!!"
-농~담~
"민윤기새끼 존나 싫어...
개극혐.."
-말이 심하네.
오빠한테 민윤기 새끼라니
무슨 병 주고 약 주나....
민윤기를 침대에서 떨어 뜨리기 위해 민윤기를 발로 찼다.
"어?"
내 발이 민윤기를 통과한다.
이게 뭐야...
-병신. 니가 날 건들 수 있을 거 같아?
"엥..."
-원래 사람은 귀신 못 만져.
귀신만 사람 만질 수 있어.
민윤기는 내 머리를 콩하고 때리곤 방을 나갔다.
눈치 없는 심장이 두근댔고 이게 무슨 상황인가 고민을 했다.
난 방금 왜 설렜을까
"탄소야.. 너 미쳤니.... 왜 그래.."
머리를 감고 화장실을 나왔을 때 바로 보인 것은 민윤기였다.
민윤기는 항상 저 자세로 쇼파에 누워있었다.
"자?"
-아니.
"근데 입은 왜 벌리고 있어"
-심심해서.
민윤기는 좀 병신같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난 민윤기의 하나 하나를 관찰하고 있었다.
잘생긴 얼굴도 아닌데 묘하게 계속 보게되는 생김새에
태형선배 보다 작은키에 목소리가 딱히 좋은 것도 아닌데
뭔가 모르게 끌리는 매력이있다.
"민윤기."
-왜.
"너 살아 있었을 때 여자 많았지"
-당연하지. 왜, 반했냐."
"지나가던 귀신이 웃겠네"
-어 맞아. 지금 너 뒤에 귀신 한 명 웃고 있다.
오싹한 민윤기의 말에 난 살짝 뒤를 돌아봤고 내 뒤엔 아무도 없었다.
-그걸 또 믿고 뒤를 돌아본다.
아줌마, 우리 어제 약속했잖아요.
기억 안 나세요?
짓궂은 장난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방으로 들어갔다.
"어, 오늘 안 들어갈 거니까 집 문 잠궈라.
나 안 들어간다고 딴 남자 들여보내지말고.
야 너나 몸 좀 작작 굴려 걸레년아."
오늘도 여김없이 전정국과 학교를 가고 있었다.
"어? 저거 태형이 형 아니야?"
전정국이 가르킨 곳엔 태형 선배가 있었다
"태형이 형!!!"
전화를 하고 있어서 못 들은 것인지
우리 쪽으로 돌아보지 않았고
전정국은 다시 선배를 불렀다.
"태형이 형!!! 김태형!!!"
그제서야 태형 선배는 우릴 돌아봤다.
"야 끊어. 어쨌든 나 오늘 집 안 들어가니까
그렇게 알아라"
태형 선배는 전화를 급히 끊더니 우리에게 손을 흔들었다.
"형 저를 사랑하는 마음을 알겠는데
아침엔 그만 따라다니죠. 피곤합니다."
"와, 정국이는 오늘도 지랄맞네.
탄소야 안녕. 오늘도 아침에 우리 같이 학교 가겠네."
이틀 연속으로 태형 선배와 같이 학교를 가다니
하늘이 민윤기 때문에 고생 좀 한다고 내린 선물인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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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제목
3화 : miss right - 방탄소년단
4화 : umbrella - Marie Digby
5화 : 놀이(feat. San E) - 양다일 & 강민희(미스에스)
민윤기 누워 있는 사진 찾으면서 눈 호강 많이 했습니다(ㅇㅅㅁ)
아, 그리고
감히 저가 암호닉을 받습니다...(두근두근)
(두근)
(두근)
(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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