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글씨 민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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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탄소! 오늘 알바 몇 시에 끝나냐"
"왜?"
"곱창 먹으러 가자"
"나 돈 없는데"
"거지년.. 오빠가 사줄게
형, 오늘 김탄소랑 알바 끝나고 곱창 먹으러 갑시다"
전정국은 이래서 내가 미워 할 수가 없다.
폰을 보다가 전정국의 '형'이라는 말에 귀를 쫑긋 세우고
태형 선배의 대답을 기다렸다.
"아, 미안 나 오늘 약속 있어서."
나름 아쉬웠지만 어제 같이 저녁을 먹었으니 참았다.
전정국은 앙탈을 피우며 약속을 취소하라고 했으나
선배는 칼 같이 거절을 했다.
"중요한 약속이에요?"
전정국이 시무룩 하게 다시 한 번 물어보자
태형 선배는 정국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미안하다고 했다.
"아, 탄소는 알바 끝나고 너 있는 곳까지 데려다 줄게."
난 또 그 한 마디에 기분이 좋아졌다.
전정국은 알겠다며 알바를 하러 갔고
나와 태형 선배도 가게로 향했다.
여느 때와 같이 일을 하고 있었다.
약간의 시간이 있어서 카운터에서 쉬고 있는데
태형선배의 폰이 보였다.
으.. 보고싶다....
홈 버튼 하나만 눌러볼까?
아니야
김탄소 참아라.. 이건 범죄야....
태형 선배의 폰을 보고 싶은 욕구를 꾹꾹 누르고 있는데
폰에 카톡이 떴다.
"...여자네"
'어디야?'
어디긴 알바하고 있다 이 년아.
괜한 질투심에 폰을 계속 보고있었다.
혹시나 톡이 또 올까 싶었기도 했다.
'출발하면 전화 해♡'
뭐야.. 하트는 왜 붙여..
그리고 선배가 자기 시다바리야?
웃겨 진짜
혹시 여자친군가?
..설마, 여자친구 없다고 그랬는데
"뭐 해?"
뒤에서 태형 선배의 목소리가 들려서
깜짝 놀란채로 뒤를 돌았다.
태형 선배의 눈이 폰이 있는 쪽으로 향하고
선배는 폰을 가져가며 카톡을 확인했다.
"카톡 봤어?"
태형 선배의 목소리가 약간 낮아졌다.
이런 모습은 처음이었다.
"아.. 네.. 저, 그 일부로 본 게 아니라.."
"괜찮아, 친구 동생이야. 중학생."
태형 선배는 다시 웃어보이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중학생이라는 말에 안심이 됐다.
그래, 선배가 날 속일 리가 없지.
내가 선배를 의심하다니....
"근데 중요한 약속이 뭐에요?"
"유학 가서 몇 일 전에 온 친구랑 친구 동생이랑 밥 먹기로 했거든"
선배의 표정이 약간 굳어진 것 같았다.
기분 탓이겠지.
민윤기가 한 말 때문에 선배의 표정, 말투 하나 하나 신경 쓰게 됐다.
하여간 민윤기 진짜....
"아.. 그렇구나"
난 살짝 웃어 준 뒤 주방 쪽으로 갔다.
중간 중간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보통 때와 달리 줄어든 대화를 했다.
"저희 가 볼게요."
"내일 봬요."
알바를 마친 후 태형 선배와 함께 전정국과 약속 한 곳으로 갔다.
그나저나 왜 그 여자애한테 전화 안 하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집착 하는 거 같아 질문을 삼켰다.
"어? 선배 전화 왔어요"
"응?"
전화 온 사람은 아까 그 여자애 였다.
선배는 몇 초간 고민하더니 전화를 거절했다.
"왜 안 받아요?"
"너랑 있는데 다른 사람 전화 받는 거 실례잖아"
태형 선배의 세심한 배려에 정말 감동을 받았고
가게에서 의심을 했던 사실이 너무 미안해졌다.
하지만 이 상황에도 의심이 끝나진 않았다.
태형 선배는 전정국이 있는 곳까지 날 데려다 준 뒤
우리와 헤어졌다.
"치즈 곱창 먹을거지?"
전정국의 말에 짧에 끄덕이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야, 기분 왜이래, 형이랑 뭔 일 있었냐?"
"일은 무슨.."
전정국은 꼬치꼬치 캐물었고 난 결국 고민을 털어놨다.
"야 그게 무슨 말도 안되는 말이야
그냥 형 피곤해서 그렇겠지"
역시 전정국은 아무 것도 모른다.
"네가 그럼 그렇지..
곱창이나 먹자."
다운 됐던 분위기는 술을 먹음으로 인해 업 되었고
태형 선배와의 일은 잠시 접어뒀다.
"야 정국아!"
"왜 내 새끼!"
"누나랑은 잘 사귀고 있냐!"
"아무렴! 우리 손까지 잡았어 임마!"
"오구오구 기특하다 우리 꾹이!"
"헤헤..."
"꾹아!"
"왜 내 새끼!"
"너 만약에.. 너가 지금 사는 집에 말이야..
존나 예쁜 여자 귀신이 있으면 어쩔래?"
"미친... 야 존나 소름 돋아.."
"아니이.. 그냥... 사람 모습인데 존나 예뻐."
"그럼.. 흐흐...."
"미친새끼ㅋㅋㅋ 니가 그럼 그렇지..
그러엄.. 너 누나 조오오온나 좋아하잖아"
"당연하지!"
"근데 자꾸 다른 여자한테 눈이 가면 어쩔거냐..."
"어쩌긴... 야, 그럴 일도 없는데 뭐하러 고민하냐!
김탄소 혹시..."
"아 그냥 만약에!! 만약에.. 메이비..."
"흐음.. 난.. 난.... 난....
눈이 가는 여자를 더 좋아 할 건데..
왜냐하면... 내가 좋아 하는 여자보다
그 여자가 더 나으니까 눈이 가는 걸 거니까.."
"그렇구나..."
"...김탄소... 다른 남자가 눈에 들어오냐.."
"아니야아ㅏ.."
"그럼.. ㅇ.. 여자?"
"미쳤냐!!!"
"하긴..."
나와 정국이는 서로 헤실헤실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섰고 가게를 나왔다.
"으으... 너 집에 혼자 갈 수 있겠어?"
"응... 나 걱정말고 너나 걱정해
가다가 노상방뇨 하지 말고.."
"난 택시타고 갈 거다!"
"난 술도 깰 겸 걸어 가련다"
조금 어지러웠지만 전혀 비틀 거리지도 않았고 해서
천천히 밤 공기를 마시며 걸어갔다.
5분 쯤 걸었을까 조금 멀리에서 태형 선배의 모습이 보였다.
아니, 태형 선배와 비슷한 모습이 보였다.
천천히 걷던 내 걸음이 점점 빨라졌다.
그 사람의 옆엔 여자가 있었다.
가슴이 푹 파인 옷과 짧은 치마를 입은 여자가.
여자의 모습을 보니 술이 확 깼고 다시 정신을 차리고 그 곳을 봤을 땐
그들은 저 멀리 가버리고 없었다.
탄소야.. 잘못 본 거야....
오해하지 말자.. 친구 보러 간댔잖아..
그 여자애도 중학생이고..
불안한 느낌이 계속 들었지만 애써 의심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비밀번호를 치는 소리가 들린다.
김탄소는 여자면서 뭐 이렇게 늦게다녀
큰일을 당해봐야 후회하지.
-많이 늦었다?
"민윤기"
-뭐
"너 태형 선배 알지."
순간 멍 해졌다.
쟤가 어떻게 아는 지
김태형이 내 얘기를 했을 리도 없고
스스로 날 기억해낼 리도 없는데.
-네가 좋아하는 놈이잖아.
"아니, 너 죽기 전부터 태형 선배 알고 있었지"
-오자마자 무슨 뭣 같은 소리야
"내가 집 오면서 생각 해 봤는데
너가 태형 선배 좋아하지 말라고 했을 때
내 눈 보면서 말했잖아."
-그거랑 내가 김태형 아는 거랑 무슨 상관인데.
"그 때 너 눈빛 이상했어.
태형 선배 아는 거 같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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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디어(d.ear) - you make me feel good
독자님들 댓글 왜 이렇게 귀여워요ㅋㅋ
씹덕사 할 뻔..(윽)
혹시 일던 도중에 시다바리라는 말 궁금하신 분들 있을까봐 알려드려요
시다바리는 심부름꾼이라는 말과 비슷한 말입니당..
저가 지방사람이라 자꾸 사투리가 나오네요 허허
그리고 암호닉 와... 정말...
해 봤자 한 두명? 신청 해 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자꾸 이렇게 감동주시면
진짜 사랑합니다....
댓댓글?
이제 그거 꼬박꼬박 달겠습니다..♡
(참고로 암호닉은 계속 받아요!)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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