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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활짝 웃고있는 남자 모습이 보였다.
언제 어디서 들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귀신을 봤을 때
모르는 척을 하면 귀신도 넘어간다더라.
"하하.. 오늘은 날씨가.. ㅊ.. 참 좋다!"
분명히 사람이였다.
아니다. 귀신이다.
살살 웃으면서 안 보이는 척 방문을 열었다.
"지갑이 어딨더ㄹ.."
-쇼파 위에
자꾸 남자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끝까지 안 들리는 척 안 보이는 척을 했고
그 남자는 나를 졸졸 쫓아오면서
'쇼파에 있다고. 쇼파에.'
'아.. 쇼파에 있다니까..'
라며 답답해 했다.
"아..아! 맞다! 쇼파에 뒀었지 참...! 아하하.. 내 정신 좀 봐"
지갑을 들고 뒤를 도니 남자가 보였다.
씨발, 그냥 존나 밀치고 나가?
고개를 숙이고 콧노래를 부르며 남자를 살짝 비켜갔다.
그래. 탄소야.. 자연스럽게.. 응 좋아 좋아
다리에 힘 빡 주고 뛰어 나가는 거야.
강의에 늦은 척 하면서 뛰어 나가는 거야.
셋 세면 뛰자.
하나, 둘, ㅅ...
탁!
-야, 너 나 보이는 거 다 알거든?
들리는 거도 다 안다고.
존나 개무시하네.
팔목을 잡혔다.
뭐야 이거.. 사람이야?
그럼 씨발.. 남자귀신이 아니라 남자 사람...
세상에...
"꺄아아악!!"
-아 좀 닥쳐 진짜 시끄럽게.
남자는 진심으로 짜증난다는 듯이
조용이 하라고 나에게 말했다.
"살려주세요!! 돈 있는 거 다 드릴게요
못 본 척 할게요 제발 이 집에서 나가게만 해 주세요
네? 죽이지만 말아주세요.. 제발요...."
무릎을 꿇고 남자에게 싹싹 빌었다.
너무 소름이 돋았다.
남자 귀신이 아니라 남자 사람이고
이 집에서 이주일 가량을 함께 살았다.
씨발 그냥 제발
저 사람이 날 죽이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흐으.. 죄송해요... 제발.. 죽이지만.. 말아주세요..."
끅끅 거리면서 남자를 올려다 보자 남자는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 년 존나 웃긴 년이네.
내가 언제 죽인다고 했어?
야, 됐고
너 오늘 이 집 뻴 거야?
"네.. 뺄 거에요... 집 빼서 조용하게 살테니까...
저 좀 살려주세요.. 네..?"
-아오 진짜!
죽은 사람이 산 사람을 어떻게 죽여!
와 씨 골때리네
나 너 안 죽인다고요.
예?
"ㄱ.. 그럼 왜..."
-여기서 계속 살라고.
괜히 뺐다가 귀찮은 년들 또 들어와.
이 무슨 얼토당토 않는 소리야 미친..
죽은 사람이라니 딱 봐도 사람인데
그리고 이딴 곳에서 어떻게 살아..
저 새끼 미친 거 아니야?
괜히 집 소개시켜 달라고 해서 이게 무슨 봉변이야..
-..야야, 그만 좀 울어..
누가 보면 때린 줄 알겠네...
남자를 바라봤다.
그냥 울면서 계속 바라봤다.
아무 생각도 안 든다.
-뚝. 그만 울어.
지금 현재 상황을 말하자면 이렇다.
나와 남자는 쇼파에 앉아있고
각자의 앞에 커피가 놓여져있다.
남자는 손을 휘휘 저으면서 손 장난을 쳤다.
남자의 손이 커피를 통과한다.
-야, 신기하지?
아무 대답도 않고 남자를 바라보니
남자는 해맑은 미소를 띄고 나를 바라본다.
"저.. 그 쪽이 그.. 귀신..."
-어.
"....."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다 말해줄까?
너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될지 모르겠지?
먼저 내 이름은 민윤기고 지금 내가 살아있다면 23살인가 24살인가 그럴 거다.
이 남자의 말을 요약하면 이랬다.
남자는 5개월 전에 이 집 근처 도로에서 사고를 당해서 죽었다고 했다.
자신의 기억으론 누가 민 거 같다던데 잘 모르겠단다.
죽은 후 왠지 모를 억울함에 이 곳을 떠나지 못하고 이 집에서 박혀있었다.
이 집에서 있는 동안 자신의 엄마가 울면서 짐을 빼고
친구들도 자신의 엄마를 도우면서 우는 모습도 보고
많은 광경을 봤단다.
그 광경을 회상하며 하루 하루를 보내는 중
한 여자가 이 집에서 살게 됐다고 했다.
남자는 자신의 추억을 방해 받는 거 같다는 생각에
여자를 미친듯이 괴롭혔고 여자는 일주일도 되지 않아 집을 뺐다.
이런 여자가 2명이 더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 다음 여자가 바로 나였다.
남자는 늘 그래왔듯 나를 괴롭혔지만
다른 여자들과는 다르게 이주일을 버텨서 골 때리는 년이라고 생각했단다.
더 괴롭히기도 귀찮아서
정중히 모습을 들어내어 이 집을 나가달라고 말을 하려고 했단다.
-그런데 생각 해 보니까 너 나가면 또 딴 새끼들이 들어 올 거 잖아
근데 니가 계속 여기서 살면 안 올 거 아니야.
그리고 너 괴롭힌 거 미안하기도 하고.
너 전에 있던 그 년들은 지인들도 데리고 오고
씨발, 여기가 뭐 시장 바닥인가 아무나 막 데리고 오니까 존나 짜증났어.
그니까 그냥 여기서 살라고.
"그럼.. 그 쪽이랑.. 단 둘이...?"
-어. 둘이.
야, 씨발 죽은 놈인데 널 따 먹기야 하겠어?
내가 사람이면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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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씨 사진 잘려서 나오네요.
기분이 상당히 안 좋습니다.
저 사진 저가 참 아끼는 사진인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