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하라고 보채서 시작한 사이트 앱을 눌러서 실행, 자연스레 뜨는 누구의 어떤 사소한 이야기들, 그 사이에 끼인 니 일상에 좋아요 버튼 한번. 근데 그게 나 뿐만이 아니라 김힘찬까지. * 존나 웃긴다. 나랑 헤어진지 얼마나 되셨다고 김힘찬을 옆구리에 껴? 그건 니가 상관할 바 아니고, 병신아. 술 한병 마시고 형 호칭 사라진 것 쯤은 그냥 나도 취한 김에 넘어갔다만, 유영재랑 김힘찬 붙어다니는 꼴은 보기싫어 이렇게 술이랑 최준홍한테 분풀이하고 앉아있는 것이다. 페북 시작하라는것도 유영재고 좋아요고 나발이고 알려준것도 유영재고 그거 시작한 이유도 걔인데, 응? 내가 이걸 계속 해야하는건가 잠시 혼란스럽기도 했다. 물론 밤도 아닌 새벽 즈음 자기직전에 핸드폰 잠금을 풀고 앱 누르고 실행해서 보다가 잠드는건 일상이라 그 말은 그냥 한 거긴 하다만. 여하튼 이 기분은 옆구리 시린 것도 아니고 커플이 염장질러서 기분더러운것도 아니고 참 애매모호하다. 혹시 문종업이 그전에 그건 질투죠, 하고 단정지어버린게 진짜인건가. 그건 내 자존심부터가 허락을 않는다. 차라리 내가 페북을 탈퇴하고 말지. 좋아요 한 명. 그게 김힘찬이었다. 사진 오질라게도 못 찍는 유영재 사진에 좋아요 남기는 놈이. 처음엔 이 놈은 누군가 싶었다. 얼마 후에 안거다. 용국이 형이랑 친구라는 건. 유영재가 사진 올리는 것 마다 좋아요 남기는 게 참 지극정성으로 보였다. 나도 그런 적은 없는데. 니가 좋아요. 뭐 이딴 거 있으면 오글거려도 눌러는 줬겠지. 근데 니가 올리는 사진이 좋진 않단말야. 혹시 그것도 니가 나랑 헤어지고 싶었던 이유 100선 이딴거에 포함되냐. 그깟 좋아요가 뭐라고, 참 웃기기도 하시지. 그러면서 손은 지 알아서 좋아요 꾹. 이렇게 해서 유영재 못 찍은 셀카에 좋아요 두 개. 남정네 셋이서 참 잘 하는 꼴. 이게 딱 한 달 전이었다니까. 좋아요 서른 명. 야, 최주농. 니가 생각을...어? 한 번 해봐라. 너같으면 아이구~ 우리 영재 인기 마않~구나~ 이러면서 좋아하겠냐고. 뷰웅신. 영재형이 왜 니네 영재래요? 닥쳐. 이새끼야. 이 형 존나 진지한거...모르냐... 웃기고 자빠졌네. 이별도 존나 진지하게 하셨나봐요? 시발. 그건 걔가 일방적으로 나 차신 거고. 김힘찬이란 놈이.인맥이라도 넓으셨는지 그 못난 사진에 좋아요를 누르는 사람이 증폭했다. 여자도 몇 남자도 몇. 김힘찬은 연애하는 거 남한테 알리는 거 좋아하나보다. 난 그거 싫어서 일부러 꽁꽁 숨기고 다녔는데. 아, 이로써 유영재가 나 찬 이유 100선에 한가지 더 추가. 헤어지고 싶었던 이유인가? 그게 그거지 뭐. 소주를 또 한 잔 가득 채우고 쓴맛 다 나게 마셨다. 망할 페북. 어디 싫어요는 없냐? 익명만 보장된다면 유영재나 김힘찬이나 페북 올리는 것 마다 테러할 자신 있는데. 물론 지금 정신이라면 익명이 아니라 정대현 이름 세글자 까발려져도 존나 쿨한 척 찍을 순 있을거다. 후폭풍을 감당할 순 없겠지만. 형 질투야 그거~ 그래, 술 들어간 지금은 존나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겠다. 이거 질투 맞다. 그거 인정하면 좀 나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눈꼴시려서 더 보기 싫다. 페북 들어가서 싫어요 버튼이 있는지 찾아봤지만 당연히 없었다. 에이씨, 결국 좋아요 또 누른다. 유영재 참 대단한 놈. 문종업이 좋아요를 눌렀더라. 근데 최준홍도 눌렀네. 너네 짰냐? 아침에 일어나 혼자 쓸쓸하게 해장하다 본 페북은 속을 더 쓰리게 유도했다. 그 사진은 게다가 유영재 혼자가 아니고 김힘찬이랑 같이 찍은거였다. 인정하기 싫은데 생긴건 겁나 또 잘생겼네. 나도 너처럼 새 짝 찾아야 내가 좀 편하겠냐. 결혼하고 이혼한 것도 아니고 연애하고 헤어진 건데 난 무슨 니가 전 남편 아니면 아내라도 되는듯 옛날에 달렸던 싸구려 가격표처럼 자꾸 집요하게 너한테 달라붙는다. 그걸 자르는 건 당연히 너고. 유영재는 가차없는 걸론 짱 먹을거다. 근데 왜냐, 김힘찬이랑 같이 찍으니까 니 얼굴이 또 더 살아 보이는거다. 김힘찬은 너 예뻐보이는 법도 아냐? 에이 시발. 욕설 한 번 뱉고 핸드폰을 식탁 위에 소리나게 올려뒀다. 좋아요는 개뿔. 김힘찬 지나가다 나랑 마주치면 엿이나 먹일거야. 예전이나 지금이나 말만 번지르르한 나를 보고 코웃음이나 치지 않으면 다행이다. 결국 페이스북 삭제. 탈퇴해도 어떻게든 유영재 페북 찾아가서 볼 것 같아서 그냥 싹을 잘라먹었다. 이러면 좀 나아지려나. 유영재. 김힘찬이랑 알콩달콩 아주 잘 해 먹어라. * 대현이형, 페북 안해요? 어? 나 페북 삭제했어. 왜요? 그냥. 재미도 없고. 최준홍은 허만 찌른다. 그것도 딱 일주일만이었다. 그가 가자마자 핸드폰 잠금을 켜서 인터넷을 눌렀다. 앱이 없으면 직접 들어가면 되지. 역시 어떻게든 길을 찾을 줄 알았다. 잊어버린 줄 알았던 계정을 치고 들어가니 유영재가 올린 사진부터 보였다. 아, 진짜 돌겠네. 난 그냥저냥 살아가니까 괜찮은거라고 생각했는데 유영재는 그게 아니라 나랑 사귈때보다 잘 사는 거 같아서 또 기분이 이상했다. 그 위에 또 좋아요 반짝반짝. 그게 앨리스에 나오는 케이크처럼 '나를 먹어줘' 가 아닌 '나를 눌러줘' 로 보여서 한번 눌렀다. 이게 생존신고겠지. 유영재. 넌 참 잘 지내네. 난 이렇게 염탐한다. 좋아요 총 스물 하나. 의미 없는 숫자같아서 더 기분이 가라앉은 것 같기도 하고. 기분이 안 좋은 건 아닌데. 아 뭐라고 해야 해. 좋아요. 그래, 그냥 니가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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