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여태후가 왕권을 장악하던 전한(前漢)시대였다. 여태후는 양왕 자리에 오빠의 손자인 여산을 앉히고, 조왕 자리엔 흥민을 앉히게 된다. 새로이 조왕 자리에 앉은 흥민에게 여태후는 양왕자리에 앉은 여산의 딸을 부인으로 맞이하게 하려 했으나, 이미 흥민에게는 혼인을 약속한 정인이 있어 그의 딸과 혼인하지 않겠다 주장한다. 그러나 여태후의 횡포로 흥민은 여산의 딸인 혜제를 부인으로 맞이하게 된다.
"…폐하 일어나서 밖을…!"
이른 아침부터 왕실 밖은 귀가 간지러울 정도로 시끄러웠다. 그의 옆엔 곤히 잠든 혜제가 있었고 소란스러움에 잠에서 깨어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그는 왕실 앞에서 털썩 쓰러졌다. 눈 앞엔 입 속 가득 검붉은 피를 물고 죽어가는 그의 정인이 바들바들 기어 주저앉은 흥민의 무릎 앞에 쓰러져 있기 때문이었다. 당황한 흥민은 손을 바들바들 떨며 죽어가는 그녀의 가녀린 어깨를 붙잡았다.
"낭자…!"
"…"
"눈을 떠보시오, 이게 어찌된 일인가…"
"…사…랑해…ㅇ"
참으로 원통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빠른 속도로 그녀를 삼키는 맹독 때문에 마지막 말도 채 못한채로 흥민의 무릎팍에서 힘없이 쓰러졌다. 그리고 여전히 그녀의 입에선 검붉은 피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흥민은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삼키며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눈 앞에서 목격했다. 눈도 감지 못한채 차갑게 식어가는 그녀의 가녀린 어깨를 붙잡은 채로 그는 생각했다. 이토록 원통하게 죽은 그녀를 위해 여태후에게 반드시 복수하겠다고.
"…폐하, 이렇게 아무것도 드시지 않으시면…"
"나가라"
"그래도…"
"나가라 하지 않았느냐…!"
흥민은 이미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그는 사람과 아무런 말도 섞지 않았다. 그렇게 석 달을 꼬박 목이 쉬도록 울기만 하던 흥민은 어느날부턴가 울음을 그치고 웃기만 해댔다. 쉴 대로 쉬어버린 목에서 피가 터지도록 웃어댔다. 그의 신하들은 그런 흥민을 안타깝게 지켜만 보았고 흥민은 그렇게 또 석 달을 꼬박 웃어댔다.
석 달이 좀 지난 어느날 밤, 유난히도 달빛이 밝고 아름다웠다. 흥민은 어스름한 한밤 중 조용히 밖을 나가 달을 올려다보며 비단결 같은 그녀의 살결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는 생각했다. 어쩌면 저 달빛위에서 그녀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거라고. 그 뒤 흥민은 발 밑 깊은 연못과 고운 달빛을 번갈아 쳐다봤다.
*****
혜제는 밖에서 들려오는 소름끼치도록 찢어지는 비명소리에 놀라 잠에서 깼다. 그리고 옆에 흥민이 없는것을 확인하고 불안한 마음에 황급히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녀는 연 못 앞에 털썩 주저앉았다. 연못 위에는 이미 죽어있는 흥민과, 그의 곁을 헤엄치는 비단잉어만 존재했다.
십팔사략을 아시나요? 중국 남송 말부터 원나라까지의 역사를 기록한 책입니다. 그 중 조왕인 유희의 슬픈 사랑이야기가 있는데 이것을 흥민이로 바꾸어 글로 풀어보았습니다. 사극은 처음이라 이것저것 조사하고 알아보느라 두시간을 고민하고 고민하며 써재꼈네요. 고우영 작가의 십팔사략 만화를 보시면 쉽게 설명이 되어있으니 꼭 한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참고로 여태후는 중국 3대 악녀라 불리울 정도로 잔인했던 인물입니다. 그리고 마지막과 처음에 등장하는 '혜제'는 여태후의 오빠의 손자인 '여산'의 딸로, 이 글에선 흥민(유희)과 억지로 결혼한 인물입니다.
마지막으로, 진짜 너무 허접해서 사극 못해먹겠네여.. 제가 지식이 짧아 너무 힘들었어요ㅠㅇㅠ
예전에 독자분들 중 한분이 사극으로 한번 써주셨은 좋겠다고 했는데 작년 1월쯤에 말씀해주셨던거라 기억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ㅠㅠ
역사를 좋아해서 이런 슬픈 사랑얘기도 잘 알고 잇는데 막상 쓰려니 너무 힘드네요ㅠㅠ 그래도 혹시 좋으시다면 생각해둔게 있으니 원하시면 열심히 알아보고 공부해서 써볼게요! 그럼.. 주무세요(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