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졸업식,
사실은 어젯 밤 내내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고등학교 3년 내내 나는 계속 혼자서만 좋아했고, 혼자서 상처도 받았었고 그런데 너는 아무런 눈치도 못채고
졸업식 일주일 전부터 생각해왔던건데, 아니 널 봤던 그 순간부터 생각해 왔던건데 아직도 나는 왜 망설여 지는건지..
그래도... 그래도 오늘은 오늘만큼은 말하려고 해. 기다려
1. 기성용
그의 집 앞에서 기다리기로 마음 먹었는데 아직도 집에 돌아오지 않는 그.
왜 안오지..
시간은 자꾸 지나가고 갈수록 초조해지는 내 마음. 그리고 머릿속엔 온갖 상상이 다 들기 시작하고..
그러다 문득, 그가 나를 뻥 차버리면 어쩌나 생각하니 코끝이 찡해지면서 눈물이 핑 돈다.
그렇게 주저앉아 훌쩍훌쩍 울고 있는데 내 앞에서 들려오는 무뚝뚝한 목소리.
" 야 왜 여기있어"
그리고는 내 앞에 쭈그려 앉아 내 얼굴을 슬쩍 살피더니 내게 왜 우냐고 묻는.
그런 그를 보니 괜히 나만 마음 졸인것 같은 허탈함에 왈칵 쏟아져 나오는 눈물을 멈출수가 없어 엉엉 울며 그를 밀치고 도망가려는데 나를 붙잡더니 내게
"이러고 어디가려고. 또 혼자 울려고?"
"…"
"이제 내 옆에서 울어라"
"…뭐?"
"이제 내 옆에서 울라고. 혼자 울지말고."
아직도 어안이 벙벙한 내 얼굴을 살피더니 피식 웃고는 나를 포옥 안아주는 기성용
2. 구자철
터질것 같은 심장을 뒤로 하고 그의 교실을 찾아 들어가서는 친구들 속에서 환히 웃는 그를 찾는다.
"저…"
"야 구자철!"
천천히 다가가 조심스럽게 그를 부르려는데 옆에 있던 여자애가 크게 그를 부른다.
그리고 여자애 손에 들려있는 카드와 작은 선물. 아. 이 애도 그를 좋아하고 있었구나…. 결국 이대로 난 아무런 말도 못한채로 뒷걸음질 치는데
우당탕! 하고는 책상에 걸려 넘어진 나. 깜짝 놀라 그는 내게 다가와
" 괜찮아? 안다쳤어? 걸을 수 있겠어?"
하고 묻더니 내게 등을 내주며 업히라는 그
"…괜찮아."
하고 일어서는데 발목이 꺾이면서 넘어진건지 너무 아파 휘청대자 그는 나를 부축하며
"거 봐. 걷지도 못하면서. 빨리 업혀"
하더니 나를 등에 업고는 보건실로 향한다.
치료받고 침대에 기대어 쉬고 있는데 따뜻한 물은 내게 건네주는 그.
"…고마워"
" 이거 나한테 주려던 거지?"
언제 가져왔는지 넘어지면서 교실에 두고왔던 작은 편지를 내게 보여준다.
"…"
"고마워. 먼저 용기 내줘서"
그리고는 내게도 빨간 봉투의 카드를 건네는 구자철. 그리고 카드에 반듯한 글씨로 적혀있는 내 이름.
3. 홍정호
하교길. 그와 나는 늘 같은 방향이라 오늘도 둘이 같이 가려는데 건너편에 있는 그를 발견한 나.
그를 보니 고백할 생각에 웬지 간질간질 웃음도 나고 떨리기도 하고 긴장도 되고….
급한 마음에 그를 부르며 길을 건너려는데….
눈을 떠보니 병원 그리고 옆에서 초조한 표정으로 나를 보는 그.
" 일어났어? 괜찮아?"
다행이 다리만 다친거라 괜찮지만 고백을 위해 준비했던 꽃은 아마 그 차에 뭉개졌을거라 생각하니 괜히 우울해진다.
그리고 고개를 푹 숙이는데 그의 손에 들려진 빨간 장미꽃.
" 야 나 하얀색 장미 안좋아하는데. 기왕이면 빨간색으로 주지. 센스없긴."
하며 장난스럽게 말을 거는 그.
다시 고개를 올려 그를 보는데 나를 보며 진지하게
"이런건 남자가 줘야지."
하며 내손에 꽃을 쥐어주며 살짝 미소짓는 홍정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