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st Fantasy
승관은 한동안 넋이 나가있었다. 며칠 전 밤에 본 그 남자가 자꾸만 눈앞에 아른거려서 교과서를 펼쳐도 축구를 해도 자꾸만 그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서 반쯤 미쳐버릴것만 같았다. 불빛사이로 아른거리며 비추던 그남자의 얼굴은 가히 미남이였다.
그냥 딱 봐도 잘생긴 사람, 그래 그런 느낌이였지.
"부승관, 뭐하냐"
"아.. 그냥"
"요새 왜그래 안어울리게 조용하고"
"민규야"
"왜 갑자기 그렇게 불러 징그럽게"
"아니, 그게 아니라.."
왜, 뭔데 말해. 자신을 보며 물어오는 민규를 보다 승관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아무것도. 싱겁긴. 어깨를 으쓱하며 다시 코트로 들어가는
민규를 보다 물끄러미 제손을 내려다본 승관이 생각했다.
한가지 이상한 점은, 그사람의 손이 너무 차가웠다는거.
* * *
"최한솔"
"뭐냐"
"너 요근래에 밖에 나간적있냐?"
"요근래?"
가만있어보자. 한솔이 작업하던 손을 멈추고 의자에 기대앉아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밤에 잠깐 바람쐬러 갔다왔다. 한솔의 말에 지훈이 거기서 어떤 남자애를 만났고? 하자 그걸 어떻게 알았냐는 표정으로 지훈을 바라보는 한솔이였다.
그런 한솔의 표정에 한숨을 푹 쉰 지훈이 옆 의자에 앉았고 김민규가 지친구한테서 니냄새 난다더라. 하는 말에 한솔이 미간을 찌푸렸다.
뭐야, 걔 김민규 친구야?
"그래, 친구"
"와 걔 냄새 장난아니던데. 김민규는 어떻게 참는데?"
"걔야 워낙 인내심이 끈질기니까"
"대단하네"
"그러는 너도"
"나 왜?"
"냄새난다면서 그냥 멀쩡히 보냈다며, 니 얼굴을 봤을텐데도 불구하고"
"...."
"뭔데 최한솔"
몰라, 묻지마. 지훈의 말에 괜히 툭하고 말을 던지고 시선을 돌린 한솔이 다시금 헤드폰을 쓰자 한숨을 내쉰 지훈이 방을 빠져나갔다.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욕을 중얼거린 한솔이 괜히 머리를 헝클였다. 저도 그게 이해가 가지 않았던 부분인데 그걸 저렇게 콕 집어 말해주다니.
혼자 생각하며 책상에 엎어진 한솔이 눈을 감았다. 어차피 오지 않을 잠이지만 그래도 왠지 모르게 자고싶은 밤이였다.
* * *
"....지나가기 싫다 진짜"
한솔을 마주했던 그 골목앞에 또 멈춰선 승관이 중얼거렸다.
벌써 일주일도 더 된 일인데도 너무 선명해서 어디선가 그남자가 튀어나올것만 같았다.
한동안 멈춰 서 있던 승관이 고개를 두어번 젓고는 다시 골목길로 걸음을 옮겼고 담벼락 몇개를 지나자 쭈그려 앉아있는 사람들의 형체가 보였다.
뭐지, 누구야. 승관이 미처 생각하기도 전에 자리에서 일어난 사람들은 승관에게로 걸어왔다. 껄렁껄렁한 걸음을 보니 옆학교 양아치겠구나 생각한 승관이
그들을 피해 돌아가려하자 단체로 골목을 막고는 승관에게 말을 걸었다.
"이밤에, 여기는 무슨일로 지나가냐"
"그야, 당연히 집가려고.."
"아아 큰길 두고 여기로?"
"여기가 가까우니까...요"
"교복 보아하니 그 범생이 많기로 유명한 학교네"
"...."
"너도 범생이냐 그럼?"
지네끼리 낄낄거리며 승관을 놀리는 말에 승관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채 가방끈만 꽉 잡고있자 하나가 앞으로 걸어와 승관의 어깨를 잡았다.
아가, 돈있냐? 그 말에 고개를 젓는 승관의 모습에 바람빠진 웃음을 지은 남자가 야 뒤져하며 말하자 뒤에 서있던 남자들 모두
승관에게로 다가왔고 겁에 질려 아무말도 하지 못하던 승관이 눈을 꽉 감았다. 제발, 살려주세요.
"얘넨, 밤중에 뭐하냐"
익숙한 목소리였다. 승관이 놀라 살짝 눈을 뜨자 모자를 눌러쓴 남자가 걸어왔고 그 남자가 저번에 봤던 남자란걸 깨달은 승관이
자리에 주저앉자 한솔은 픽 웃음을 터뜨렸다. 참 여러모로 손 많이 가는 인간이네.
그렇게 생각한 한솔이 가볍게 자신에게로 달려드는 남자아이들을 밀쳐냈고 바닥에 엎어지는 남자아이들을 보며 어깨를 으쓱하곤
승관을 일으켜 그때처럼 손목을 잡고 골목을 유유히 빠져나왔다.
"...감사합니다"
잔뜩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해오는 승관을 내려다보던 한솔이 고개를 끄덕이곤 걸음을 돌리자 잠시만요! 하는 목소리가 울렸다.
걸음을 멈추고 돌아본 한솔이 고갤 갸웃해보이자 승관이 조심스레 물었다.
그때, 한번 더 보면 이름 알려주신다고.. 승관의 말에 아 하며 박터지는 소리를 낸 한솔이 말했다.
"최한솔"
한솔.. 최한솔.. 제 이름을 중얼거리며 웃어보이는 승관을 보던 한솔이 다시금 빠르게 승관의 시야에서 사라지자
승관은 괜히 머리를 긁적였다. 뭔가, 조금 더 같이 있고 싶었는데. 웅얼거리다 집안으로 승관이 사라지자 근처 담벼락에 기대 서있던 한솔이
승관의 집을 올려다보며 웃음을 지었다.
멈춰버린 심장인걸 아는데도 웬일인지 쿵쿵거리면서 뛰고있는 것 같았다.
솔부영업할거에요 솔부팝시다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