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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타엑스 이준혁 김남길 엑소 샤이니 강동원 온앤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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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usa







012.



"짐 어디다 놓으면 돼?"


갑작스레 찾아온 종현은 기범의 얼굴을 보자마자 그렇게 물었다. 밑도 끝도 없는 말에 기범이 당황하기도 잠시, 제 어깨를 밀치며 집 안으로 꾸역꾸역 들어온 종현과 커다란 캐리어는 그렇게 준비되지 않은 기범의 세계에 항상 있었던 것 처럼 자리를 잡고 턱 주저앉아 버렸다. 마치 제 집인 양 펼친 캐리어 안에서 제 옷을 꺼내 기범의 옷장에 함께 걸고, 기범의 칫솔통에 자신의 칫솔을 꽂아두고, 갖가지 짐들을 보기좋게 정리한 종현은 거실 소파 위에 길게 드러누웠다. 기범은 그 모습을 쭉 지켜보면서 제지하지 않았다. 


"나 배고파."

"…아, 안그래도 나 점심 준비하고 있었어. 잠시만."


얼른 부엌으로 들어가 제 몫으로 준비하고 있던 간단한 김치볶음에 물을 더 붓고 정리하려 했던 김치통 뚜껑을 도로 열어 새 김치를 꺼내 팬 위에 올려두었다. 


"형, 거기 참치 통조림 좀."


종현이 식탁 구석에 놓여 있는 뚜껑이 따인 참치캔을 집어 기범에게 건넸다. 고마워, 하고 그것을 건네받은 기범이 젓가락으로 내용물을 팬 위에 털어넣는다. 불을 한칸 줄이고 텅 빈 캔을 내려놓자 종현이 그 캔을 헹궈 놓았다. 항상 그래왔던 것 처럼 너무 자연스러워 문득 웃음이 났다.


"올 줄 알았으면 제대로 된 걸 했을텐데."


김이 모락모락 나는 김치참치볶음을 식탁 위에 올려놓으며 기범이 말했다. 눈치를 보며 찬장에서 햇반을 꺼내는 모습을 빤히 보던 종현이 웃으며 변했네, 하고 중얼댔다. 기범은 그 소리를 못들은 건지, 아니면 못들은 척 하는 건지 아무 말 없이 전자렌지에 그것들을 쑤셔 넣고 조작 버튼을 눌렀다.


"그 앞에 있으면 키 안 자라."

"형은 매일 전자렌지 앞에서 살았나 봐."

"어쭈, 이 여우같은 게."


가벼운 농담도 주고 받는다. 띵, 시간이 지나고 다 데워진 햇반을 기범이 꺼내 식탁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뭔가 다른 반찬거리가 없을까 하고 냉장고를 뒤적거린다. 


"딴 거 없어도 돼. 자취하는 놈한테 반찬 기대 안한다."

"아."


다행이네. 슬쩍 웃으며 텅 빈 냉장고 문을 닫는다. 종현이 앉아있는 자리의 맞은편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젓가락을 들었다. 기계적으로 음식물을 입 안에 넣고 씹는다. 종현도 별 다를 바 없이 밥을 먹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반 쯤 비운 일회용 그릇을 바라보던 기범이 눈물을 터뜨렸다. 소리 없이 뚜뚝 떨어지는 눈물을 소매로 아무렇게나 닦으며 기범은 계속 밥을 먹었다. 종현은 그 모습을 보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물을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야, 나 씻어도 되냐?"


종현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인다. 욕실 문을 열고 쓱 들어간 종현의 뒷모습을 보며 기범은 애써 얼굴을 닦아내던 손을 멈추고 그대로 눈물을 쏟았다. 꽤나 멋스러운 홈웨어 바지에 눈물이 떨어져 까만 점을 만든다. 

종현은 꽉 닫힌 욕실 문 너머에서 울고있는 기범의 흐느낌 소리를 들으며 찬 물로 세수를 했다. 몽롱했던 정신이 번쩍 나는 것 같았다. 젖은 상의를 대충 털며 종현은 수건으로 얼굴을 비볐다. 문 너머는 이제 잠잠하다. 종현은 주먹을 꽉 쥐고 괜히 제 허벅지를 한 대 쳤다. 나는 아무렇지 않아. 최면을 걸 듯 자신에게 속삭인다.


"야."


욕실을 나오자 마자 저를 부르는 종현을 기범은 눈을 깜빡이며 쳐다보았다. 


"앞으로 잘 부탁해."


뜬금없는 말에 기범이 웃음을 떠뜨린다. 하하, 뭐야아… 여전히 맺혀있는 눈물이 웃음과 함께 흘러내렸다. 기범은 나도, 하며 눈물을 닦아내었다. 우린 아무렇지 않아. 그렇지? 입밖으로 내지 않은 물음임에도 뭔가를 들은 것 마냥 종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뒤로 그들은 계속 함께 시간을 흘려보냈다. 상처입은 자들은 생각보다 서로의 비어버린 곳에 잘 맞물려, 꽤나 괜찮은 날들이 계속됐다. 종현이 가끔 기범을 진기라 부르거나, 기범이 악몽에 잠을 이루지 못하거나, 또 종현이 기범의 웃는 얼굴에서 진기를 발견하고 입을 맞췄다가 뺨을 얻어맞는 등의 경우가 있었지만 역시 그것은 항상 말했듯이 업보였다. 우리가 우리의 죄로 인해 지어야 할 십자가라고, 종현은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기범은 그 말에 환하게 웃었다. 다행이다. 죄책감 가지지 않아도 돼서. 

일그러진 날들은 그대로도 생각보다 괜찮았노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고3의 시간은 마하의 속도로 지나가는 듯 했다. 종현은 이제 할인 쿠폰 정도의 역할로나 쓰일 제 수험표를 내려다보며 한숨을 쉬었다. 망했다, 망했어. 마지막 사회탐구 영역은 대체 무슨 정신으로 풀었는지 모르겠다. 내가 왜 세계사를 선택했지? 문제지를 내려보자마자 종현이 한 생각이었다. 세계사는 인간의 영역이 아니야. 흰것은 종이요 검은것은 글자이니라 라는 말을 온몸으로 느낀 종현은 반 쯤 찍다시피 한 OMR카드를 내며 머리를 쥐어뜯었다. 1학기땐 놀았어도 2학기땐 꽤 열심히 했는데… 투덜대지만 결국 자신이 그동안 너무 놀아 생긴 결과임에 무릎을 꿇고야 말았다. 종현은 고사장 앞에 줄 지어 서있는 사람들을 쭉 살펴보았다. 그럼 그렇지, 제 부모님은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쩝 입맛을 다신 종현은 교문을 통과해 완전히 고사장을 빠져나왔다. 터덜터덜 길을 걸어가는데 뒤에서 클락션 소리가 들려온다.


"종현아!"

"어어?"


까만 씨클의 창문이 내려가고 제 어머니의 얼굴이 보였다. 종현은 혹시 잘못봤나 싶어 눈을 부비고 다시 그 얼굴을 쳐다보았다. 엄마? 그의 말에 그녀가 웃는다. 


"뒤에 타렴. 외식이라도 하러 가자."


얼떨떨하게 차에 올라탄 종현은 자리에 앉아 운전석에 있는 아버지에게 꾸벅 인사를 했다. 오랜만이네요, 어린 자식이 아버지에게 할 인사로는 약간 부적절했지만 그것이 사실이기에 종현의 아버지는 슬핏 웃었다. 그래. 오랜만이구나. 그 목소리에 울컥 차오르는 어떠한 감정을 종현은 꾹 눌러삼켰다. 씨, 왜 눈물이 나려고 하는거야. 쪽팔리게.


"엄마 일 그만 뒀다."

"네?"

"엄마도 이제 나이도 좀 있고, 집에서 우리 아들이랑 오손도손 지내려고."


종현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기분에 사로잡혀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앞 좌석에서 제 손을 불편하게 잡아오는 그녀의 주름진 손을 종현은 조심스레 맞잡았다. 


"지금 같이 산다는 친구는?"

"아, 기범이는 고2라서, 오늘 학교 쉬는 날이라고 아마 집에서 놀고 있을거에요."


그렇게 대답하며 종현은 핸드폰을 꺼냈다. 엄마, 기범이도 불러도 돼요? 종현의 물음에 그녀가 고개를 끄덕인다. 종현은 기범의 번호를 누르고 통화버튼을 눌렀다. 


"어…"


통화연결음이 몇번 울리다가 픽 꺼져버렸다. 핸드폰을 보니 배터리가 없어 꺼진 듯 액정이 새까맸다. 뭐, 기범이도 괜히 우리 가족이랑 있으면 불편하겠지. 종현은 꺼져버린 핸드폰을 제 주머니에 도로 쑤셔놓고 연락이 안되네요, 하고 웃어버렸다. 달리는 차는 속도를 더해간다.


"와, 대박."


고급스런 일식집의 인테리어에 놀란 종현이 탄성을 지르자 그의 어머니가 웃는다. 코스로 나오는 메뉴에 감탄을 하며 열심히 주워먹는 종현이 아직 평범한 십대 소년의 모습이라 그의 부모님은 안도했다. 항상 일이 바빠 제대로 챙겨주지 못해 미안했다. 아들이라고는 하나밖에 없는데 가족끼리 외식 한 번 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의 어머니가 어찌나 죄책감을 가졌는지 수능이라는 명분이 생기는 이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음은 물론이다.


"많이 먹고, 오늘은 집에서 가족끼리 보내자."

"응, 나 이따 기범이한테 잠깐 들리구요."


생각보다 괜찮은 분위기로 흘러가는 식사에 종현은 어느새 많이 풀어져 딱 그 나이 또래처럼 웃고 있었다. 


"금방 오지?"'

"네. 얼굴만 보구 나올게요."


외식을 마치고 기범의 아파트로 온 종현은 차에서 내려 문을 탁 닫고 얼른 현관으로 쏙 들어갔다. 가볍게 층계를 오르며 기범에게 주기 위해 중간에 사온 쿠키를 꼭 쥐고 마른 입술을 축였다. 익숙한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을 연다.


"기범아?"


이상하게 집 안이 온통 깜깜했다. 손을 뻗어 스위치를 눌러 불을 켜고 안으로 들어간다. 기범의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종현은 쿠키를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온 방의 문을 열었다. 기범아, 불러보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다. 그는 불안한 마음을 죽이며 옷장 문을 열었다. 그 안에는 기범이 아끼던 옷가지들이 사라져 있었다. 얼른 거실로 다시 나와 주변을 살핀 종현은 식탁위에 올려진 흰 종이를 발견하고 떨리는 손으로 그것을 집어들었다. To. 종현이 형. 우리가 함께한 시간은 지옥이 아니었을까. 그렇게 시작한 편지를 쥔 종현의 손이 더욱 떨려왔다. 










* * *
기밤! 어디로 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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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류ㅠㅠㅠㅠㅠ설마기범이까지..앙대ㅠㅠㅠㅠㅠㅜㅜㅜㅜㅜㅜ기범이까지가버리면우쯔케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2
레몬입니당! 기범이도 떠나버린 건가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개인적인 바램으로는 기범이가 민호를 찾으러 런던으로 떠난거면 싶은데...ㅠㅠ기범아 너까지 가버리본 우즈켕ㅠㅠㅠㅠㅠ종현이는 어찌 살라구ㅠㅠㅠㅠㅠ너무 궁금한데서 끊으셨어요..다음편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겠습니당
10년 전
독자3
기범아ㅠㅜㅜㅜㅜㅜㅜㅜㅠ ㅠㅜㅜ제ㅂ라ㅜㅜㅜㅜㅠㅠㅜ그냥 민호 찾아갓어라ㅠㅜㅜ응? 징기랑 같은길 걸으면 안대ㅠㅠ
10년 전
독자4
이럴수가ㅜㅜㅜㅡ기범아 어디간거야ㅜㅜㅜ어디갔어ㅜㅜㅜ둘이 행복하길 바랬는데ㅜㅜ종현이와 기범이가 행복해지는 길을 어서 찾길ㅜㅜ
10년 전
독자5
작가님 기범이 보내놓고 너무 해맑으신거 아니에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기범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다음화도 기대할게요ㅠㅠㅠㅠ
10년 전
독자6
김키ㅠㅠㅠㅠㅠ어딨어ㅠㅠㅠ이제 둘이 행복아게 살면 되는데...ㅠㅠ
10년 전
독자7
종현이랑 기범이는 행복해져야되는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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