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자, 이게 어떻게 된일인지 말해 보거라." "..." "세자빈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회임한 사실을 숨기려 한것이야..!" "세자빈의 잘못이 아니옵니다... 모두 저의 잘못이오니..." "아직 언론에 발표하지 않았다지만 곧 알려질터... 세자빈의 스캔들이 아직 사그라 들지 않았는데 회임을 한 것이 알려진다면 의심을 살 것이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세자빈의 뱃속의 아이는 제 아이임이 틀림없습니다." "대중들이 어떻게 받아 들이냐는 장담할 수 없구나. 세자빈에게 정확한 사실을 밝혀내지 않는 이상 왕실에서도 입장을 밝힐 수 없어." 한 나라의 왕으로서 며느리와 아들의 안타까운 처지보다 왕실의 이미지와 대중들의 시선으로 인해 냉정해질 수 밖에 없었다. 부실장에게서 들려온 세자빈의 입원과 회임 소식에 주상 전하는 억장이 무너지는 듯 했다.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하여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그리 썩 좋은 관계가 아니라는 것, 세자가 다른 곳을 바라본다는 것 쯤은 알고 있었다. 그래도 싫다는 아이들을 강제로 혼례시킨 자신의 탓이고 업이겠거니 여기고 중전을 병원으로 보냈었다. 정무를 보던 중 중전에게서 전해 온 세자 내외의 소식을 듣고 착찹한 마음으로 왕실 대책위를 소집하여 언론자료를 검토했다. 자신의 아들이지만 참으로 어리석고 안타깝다는 생각을 하는 주상 전하였다. 찬열은 아바마마와의 대화를 마치고 바로 병원으로 향했다. 왕실 의원이 말하길 아이는 5개월 정도인데 백현의 영양 상태도 안 좋고, 외상이 있는지라 좋은 상황은 아니라고 했다. 그것은 아직까지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백현으로 인해 증명되고 있었다. 사고가 있은지 3일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의원의 말로는 체력이 부족한 것이지 뇌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니까 그저 그렇게 두는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죄책감과 미안함에 하루하루를 곁에서 지내니까 세자빈 처소의 나인들이 이만 들어가시라고 성화였다. 그러나 이렇게 고생하는 백현을 두고 편하게 있을 수가 없었다. "세자 전하, 오셨사옵니까." "다른 일은 없었습니까?" "예..." "상궁들은 이만 들어가 보세요. 오늘 밤은 제가 세자빈의 곁에 있겠습니다." 아니된다는 상궁들을 억지로 보내고 나니 병실에는 색색거리는 백현의 호흡기 소리만 가득찼다. 찬열은 아직까지 선명한 구타의 흔적을 쓰다듬었다. 백현을 폭행한 아이들을 모두 폭행죄로 고소를 할것이라고 다짐했지만 찬열 혼자서 진행할 수 있는 사건이 아니었다. 세자빈이 학교에서 따돌림과 학교 폭력을 당했다는 사실을 왕실은 알리길 거부할 것이었다. 어쩌면 시간이 가면 사라질 몸의 상처가 아닌 눈으로 보이지 않아서 더욱 아픈 마음의 상처를 낸 자신이 가장 큰 가해자였다. 찬열은 쓰다듬던 백현의 팔을 조심히 이불 안에 집어넣고 조심히 아랫배에 손을 올렸다. 다른 곳은 말라서 뼈 밖에 보이지 않지만 유난히 아랫배만 볼록하게 솟아 있었다. 희주가 임신이라고 거짓말을 할 때도 한번도 보지 못했던 초음파 사진과 아이의 심장소리를 어제 정밀검사를 통해 접했다. 이렇게 소중한 아이를 품어준 백현이 너무 고마웠다. "일어나... 일어나서 아기 심장 소리도 듣고, 밥도 먹자. 너 밥 못먹는거 내가 몰랐어. 입덧이 심했을 거라고 하더라... 먹고 싶은거 말하기만 해. 다 사줄게. 한 나라의 세자빈이 영양실조가 뭐냐." 정밀검사에서 악성 빈혈과 꽤 오랜기간 지속된 듯한 식도염이 발견되었다. 아마도 입덧 때문에 그런 듯하다는 의원의 진단이 내려졌다. 찬열은 할마마마의 퇴원 만찬에서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서 위액과 피를 토해내던 백현을 기억해 냈다. 조금의 관심만 있었더라면 알아챌 수 있었을까? 찬열은 손등에 연결된 링거에 연결된 영양제가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지는 것을 바라봤다. "세자 전하, 최기사라는 사람과 연락이 닿았습니다." "연결하세요." 김실장님이 병실에 조심스럽게 들어와 전하는 소식에 찬열은 전화를 들었다. 세자빈 스캔들의 주인공인 세자빈의 앞에 앉아있던 남자였다. "세자빈 사가의 기사로 있다고 들었습니다." -현재는... 아니지만 일주일 전까지는 그랬습니다. "둘러말하지 않겠습니다. 세자빈을 만난 이유가 뭡니까." -...알려 드릴 수 없습니다. "하... 아이를 가진 것과 관련이 있군요. 그렇죠?" -...그걸.. 어떻게...! "솔직하게 말해 주십시오. 그쪽이 사실대로 말해야 누명을 벗을 수가 있습니다." 찬열의 부탁에 전화기 넘어로 최기사님 머뭇거리며 이야기를 이었다. 임신테스트기와 복대를 부탁해서 따로 만난 것이고 아마 만났을 때도 임신을 확신했던 것 같다. 그리고 혼례 전부터 안쓰럽게 여겨서 삼촌같은 마음에 영양제를 가져다 주었는데 그 이후로는 연락이 없었다는 내용이었다. 찬열은 물건을 부탁하는 백현의 마음이 어땠을지 상상을 해보았다. 자신이 원망스러웠겠지... 찬열은 알겠다며 혹시나 기자들이 물어온다면 사실대로 말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고 전화를 끊었다. 일단 아바마마께 이 사실을 알리고 언론 보도를 해야했다. 백현을 이렇게 비난의 대상으로 방치할 수 없었다. 김실장을 통해 아바마마께 알리라고 전한 후 병실로 돌아온 찬열은 마침 의식이 돌아와 앉아 있는 백현과 눈이 마주쳤다. "...변백현.." "아이는... 어떻게 됐어?" "건강하...진 않아. 몸관리를 어떻게 했으면 쓰러져서 일어나질 못해!" "...다행이다. 살아있어서 다행이야." "그동안 왜 숨겼어. 내가 그렇게 쓰레기같은 새끼로 보였어?" "그런거 아니야.. 희주가 가진 아이가 사생아이길 바라지 않았어. 내 존재만으로도 너에게 민폐인데 아이까지 생기면 더 질려했을 거잖아." "그럼 네 아이는, 우리 아이는 아빠없이 커도 되? 네 이기적인 생각때문에 힘들어 할 거라는 생각은 왜 못해." "나는... 내가 아픔을 잘 아니까 보듬어 줄 수 있어. 걱정마 발목잡지 않을게. 대신 우리 이혼하고 아이 뺏어가지 말아줘. 나중에...커서... 왕위에 올리지 않아도 되니까. 부탁이야." 찬열은 누가 가슴을 답답하게 옥쬐어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백현은 희주가 무슨 일을 벌인지 다 알면서도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바보같이 모든 것을 자신이 떠안으려고 하고 있었다. "그렇게는 못해. 이혼도 안할거고 우리 아이는 왕위에 오를거야. 바보같은 소리하지 말고 몸조리나 잘해." 찬열은 답답함에 백현이 의식을 차리기 전 따뜻하게 대해주자는 다짐을 잊고 퉁명스러운 말투로 대답이 나왔다. 고개를 숙이는 백현을 보며 또 저 사람을 아프게 했구나 싶어서 아차했지만 계속 백현을 보고 있을 수가 없어서 병실을 나서서 휴게실로 갔다. "박찬열... 한심한 새끼.." 찬열은 휴게실에 홀로 앉아서 스스로를 자책했다. 갖 의식을 찾은 사람에게 사과는 커녕 신경질이나 부려버렸다. 처음 봤을 때보다 더 마르고 더 작은 사람이 되어있었는데...쓰러진 백현을 안아서 병원에 옮길 때, 너무 가벼워서 사라질 것 같았었다. 힘든 궁궐 생활에 지치고 사랑을 주지 않는 반려자에 지쳤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그 상처를 보듬어 주어야 하는데 철없는 자신은 또 이렇게 아프게만 하고 있었다. -띠링 찬열은 주머니에 있는 휴대폰을 확인했다. 희주에게서 온 문자이다. 삼일 동안 하루에 서른 통이 넘는 문자와 전화를 해왔지만 찬열은 정신이 없었을 뿐더러 희주와 만남을 피하고 싶어서 모든 답장을 하지 않았다. 어떻게... 자신에게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거짓말을 할 수가 있었는지 배신감이 들었다. 찬열은 일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희주에게 간단한 답장을 보냈다. [내일 학교에서 보자.] 희주에게서 또 한통의 전화가 왔지만 거절하고 백현에게 사과하자는 마음으로 병실로 향했다. 백현은 정신이 돌아오자 마자 아랫배를 만져보았다. 아직 아이가 살아있는 것인지 볼록하게 만져졌다. 마침 병실로 들어오는 찬열에게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해 물어봤지만 돌아오는건 몸관리를 어떻게 했냐는 소리였다. 일단 아직 아이가 숨 쉬고 있음에 안도하고 찬열에게 말했다. 이혼은 해줄테니까 아이는 제가 키우겠다고 했더니 이기적이라고 화를 냈다. 백현은 찬열의 변화한 듯한 태도에 어색해져서 어떤 것에 장단을 맞춰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우리 아이...라고 하는 찬열에 놀라서 쳐다보다가 찬열은 병실을 나가버렸다. "우리 아이라니..." 백현은 찬열이 나가는 것을 보며 희주의 이야기를 해야할지 고민을 했다. 쓰러지기 전에 알게 된 사실이니 찬열은 아직 모를터였다. 언젠가는 이혼할거라는 생각에 둘의 관계에 끼어들지 말자는 생각도 했지만 희주의 거짓말이 찬열에게 악영향을 끼칠까봐 두려웠다. 이래저래 생각을 하다가 갑자기 아랫배가 아파왔다. 의식을 차린지 얼마 안되어서 그렇다고 하기엔 너무 아팠다. 옆에 누구라도 있으면 도움을 요청할텐데 병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식은땀을 흘리면서 고통을 참기 위해 입술을 물었다. 점점 고통이 심해지자 앙 다문 입새에서 신음소리가 흘러 나왔다. 손도 덜덜 떨리고 체온이 낮아 지는 것인지 한기가 들었다. 아이가 잘못된 것 같아서 눈물이 나는데 침대 위에 널스콜 버튼이 보였다. 겨우겨우 일어나서 버튼을 누르고 기진맥진하여 누워있자 간호사들과 의원들이 급하게 달려왔다. 의원에게 너무 아프다는 말을 하고 백현은 정신을 잃었다. 찬열은 왠지 소란스러운 것 같은 병실에 의아해하며 병실 문을 열었다. 의사들이 여러가지 장비를 들고 와서 급하게 움직이고 있었고 찬열은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아서 지나가는 간호사를 붙잡고 물었다. "이게 지금 무슨일입니까." "세자빈 마마께서 상태가 악화되신 듯 합니다. 지금 바로 수술들어간다고 하시니 준비를.." "수술이라뇨..." "하혈이 있으셔서요. 잠시만요." 간호사가 급한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병실을 뛰어 나갔다. 찬열은 백현에게 다가가서 작은 손을 잡았다. 산소 호흡기를 달고 힘없이 누워있는 모습에 마음이 아렸다. 많이 아팠던 건지 입술을 깨물어서 피가 나고 있었고 병원복 바지에 핏자국이 선명했다. 뭐라 말하기도 전에 백현은 급하게 수술실로 옮겨졌다. 수술실의 전등이 켜지는 것을 보고 찬열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뭐가 그렇게 속상하다고 아픈 사람을 홀로 둔건지... 자신이 함께 있었더라면 일찍 발견해서 덜 힘들게 했을텐데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세자빈 처소의 상궁들이 병원으로 돌아와서 찬열과 함께 백현의 수술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4시간 가량이 흐른 후, 수술실 전등이 꺼지고 백현은 바로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함부로 면회를 할 수 없어서 얼굴도 보지 못했다. 찬열은 백현의 자세한 상태를 알기 위해 주치의원을 찾아갔다. "세자빈의 상태가 어떻습니까." "그게..병원에 올 당시에는 응급처치로 하혈을 멎게 했는데 이번에는 상태가 악화됐습니다. 뱃속의 아기씨의 상태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일단 정밀검사 후에 아기씨... 생사 여부를 알아야 하는데 상태가 호전되지 않는다면 그 조차도 힘듭니다." "뱃속의 아이... 살려야 합니다." "수술을 통해 급하게 하혈을 막았지만 앞으로 임신 기간동안 하혈이계속해서 이어진다면 조산이나 유산의 위험도 있습니다." 찬열은 이 모든게 자신 때문이라며 자책해도 백현은 일어나지 않았다. 상궁들이 중환자실은 면회가 불가능하다며 이만 처소로 들어가 쉬시라고 부탁했다. 내일부터 등교를 해야하기에 찬열은 궁궐로 들어갔다. 백현의 수술사실과 의원의 말을 웃전에 알렸다. 근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모두 잘 될것이다 하셨지만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것이었다. 내일 아침에 세자빈의 회임사실과 스캔들 반박기사가 발표될 것이라는 아바마마께 감사드린다고 인사하고 찬열은 처소로 돌아왔다. 돌아 오는 길에 찬열은 사람의 온기가 없이 냉랭한 세자빈 처소를 보고 조심스럽게 들어가 보았다. 혼례를 치룬지 5개월이 지났어도 겨우 두세번, 그것도 백현에게 이혼을 하라며 윽박지르는 것이 전부였다. 세자빈 처소는 의외로 소박했다. 침대 옆 협탁에는 사진이 한장 놓여 있었는데 늙은 여자와 백현이 다정스럽게 웃고 있었다. 가례를 치룰 때 보았던 백현의 어머니는 화려하고 강렬한 인상이었다. 그렇다면 어머니는 아닐텐데...라고 생각하던 찬열은 이전에 백현의 통화내용을 들은 것이 생각이 났다. '그냥 해본 말이었어요. 유모. 다음에 다시 전화할게요. 그동안 잘 있어요.. 엄마.' 그때, 이상함을 느껴서 김실장님께 세자빈의 가족관계를 알아보라고 했었다. 찬열은 김실장님께 지금 당장 자신의 처소로 와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니까.. 세자빈이 사생아라 이겁니까?" "예. 대외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사교계에서는 변종우 후보의 사생아라는 것이 잘 알려져 있다고 합니다. 친모는 저택의 유모로 재직 중이고 어릴 적부터 형제들과 사모님의 등쌀에 밀려 지내셨다고 합니다." "알겠습니다... 이만 들어가 보세요." 찬열은 온실 속의 화초같이 곱게 자란 백현이 여느 재벌가의 자제들과 같은 줄로만 알고 무시하고 안좋게 보았었다. 그런데 그것은 오해였다. 궁에서의 생활이 힘들고 지쳐도 위로해 줄 가족이나 친구도 없지 혼자 끙끙거렸을 것이다. 그렇게 눈치를 보고 자신보다는 남을 먼저 생각하는 습관이 어릴적 환경과 관련있다고 생각하니 찬열은 백현이 너무 안쓰러웠다. 희주의 아이도 자신과 같은 사생아가 될까봐 걱정했을 것이다. 찬열은 미련한 백현의 행동에 가슴이 답답했다. 다음날, 세자빈의 회임소식과 함께 최기사님의 인터뷰 기사가 발표되었다. 최기사님이 사가에서 보내온 회임 축하 선물을 전하려고 만났다는 것이 그 내용이었다. 대한민국은 세자빈의 스캔들은 모두 잊은 듯 새로운 생명이 생긴것을 축하하는 분위기로 가득 차 있었다. "오늘 일정 말해주시죠." "학교 수업을 마치시고 다른 일정은 없습니다." "간밤에 세자빈에게는 소식이 없습니까." "아침에 염상궁에게서 아직 별다른 일이 없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알겠습니다." 찬열은 홀로 하는 등교가 낯설었다. 잠시지만 백현의 존재가 익숙해져 버렸나 보다. 교실에 들어가자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백현을 폭행했던 무리였다. 그 중 우두머리 아이가 찬열은 보고 비웃음을 흘렸다. 찬열은 인상을 찡그리고 그 아이에게 다가갔다. "뭘 쳐다봐." "큭... 아닙니다. 세자전하. 세자빈마마가 회임을 하셨더라구요." "..." "누구 애새끼인지 알기는 한답니까? 개나 소나 세자빈하고 그 짓하면 왕도 되고 좋습니다? 아, 혹시 내 애는 아닌지 몰라. 저번에 별관 뒤뜰에서 그 새끼랑 하는데 꽉꽉 물ㄷ..." 찬열은 가만히 듣고 있다가 백현을 성적으로 희롱하자, 주먹으로 뺨을 때렸다. 나가 떨어진 새끼의 멱살을 잡고 벽으로 밀어버렸다. "다시 말해봐... 뭐라고?" "크윽... 왜 니 마누라가 다른 새끼 좇 박았다고 하니까 죽겠냐?" "개소리 하지마. 니가 임신한 사람을 그렇게 패고도 그 소리가 나와? 감옥에서 썩어봐야 정신을 차리지." "너 알고 있었잖아. 우리가 그새끼 괴롭히는거.. 크큭... 눈으로 다 보면서도 졸라 쌩까더라? 니가 제일 나쁜 새끼야." "뭐...?" "세자빈이라며, 혼례 치루고 나서도 바람핀다고 바쁘셨잖아요. 세자전하." 찬열은 정곡을 찔린 사람처럼 아무말 못했다. 제일 나쁜 놈은 자신이었다. 찬열은 멱살을 풀고 명찰을 확인한 후에 그 아이를 바라보고 읖조렸다. "너네 아버지가 왕실 재단 기부자시라며? 사업이 잘되시나 보다? 항상 고맙다고 전해드려. 그리고 처신잘해라. 클럽에서 어린 애들이랑 약하다가 걸리면 너네 아버지 사업 말아먹고 우리 왕실에 기부도 못하실거 아니야..." 찬열은 무표정하게 일갈하고 돌아서서 교실을 나가버렸다. 김실장이 잘 알고 지내는 기자가 있다고 들었다. 재벌가 자제들의 클럽파티는 워낙 문란하다고 잘 알려져 있기에 사진을 뿌린다면 기업은 물론 많은 사람들이 처벌을 당할 것이었다. 속 시원한 처사는 아니지만 이것이 최선이었다. 찬열은 희주가 기다리는 음악실로 향했다. 두번 다시 얼굴을 보고 싶지는 않았지만 해결할 것은 해야했다. 희주는 자신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모를것이다. 계속 해서 보내오는 문자의 내용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찬열이 음악실로 들어가자 희주가 달려와서 찬열의 품에 안겼다. 왜 이렇개 연락이 안되냐며 투정을 하는 희주를 품에서 떼어 놓고 찬열은 희주를 바로 바라보았다. "김희주. 네 뱃속의 아이 몇 개월이야." "갑자기 왜 그런걸 물어. 이제 오개월이야. 많이 지났지? 얼른 이혼하고 나랑 결혼해서 아이랑 같이 살아야 할텐데..." "병원은 갔다 왔어? 어느 병원인데?" "으응..? 우리집 주치의한테 진료 받고 있어. 그런 그렇고 걔는 뭐래? 기자회견... 이라던가 그런 소리안해?" "너네집 주치의한테 물었는데. 니 뱃속에 아무 것도 없어. 거짓말하지마. 그리고 변백현이 기자회견 하는 일 절대 없어. 니가 무슨 협박을 해도 그럴 일 없으니까. 그만해." "...어떻게 알았어... 걔가 그래?" "나흘 전에 음악실에서 변백현이랑 하는 얘기 다들었으니까 변명할 생각하지마. 이런 짓 하지 않았어도, 거짓말 하지 않았어도 나 절대 너 버리지 않았을거야. 이건 니가 자초한 일이야." "웃기지마. 박찬열. 너 걔랑 혼인하고 나서 나한테서 멀어졌잖아. 나 불안하게 했잖아!!" "내 탓 하지마. 한때 사랑했던 사람에 대한 마지막 예의야. 허위 사실 유포한거에 대해서 처벌하지 않을거야. 대신 변백현한테 가서 사과해." "걔가 니 아이 가졌다고 하니까 막 마음이 생겼어? 그래서 이러는거야? 어떻게 나한테 그래..." "치졸하다 희주야. 그만하자. 니가 진짜 반성하면 백현이한테 사과하고 떠나. 나도 니 얼굴보기 힘들다." 찬열은 냉정하게 뒤돌아섰다. 뒤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지만 사랑하는 연인에 대한 배신감은 찬열을 더욱 냉정하게 했다. 이제 정말 끝이었다. 왔어요. 다음 주말에 올게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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