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연애
스물여섯번째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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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내내 무슨 정신으로 보냈는지 힘겹게 눈을뜨니 월요일 새벽이였다. 몸을 일으켜 출근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서는 순간.. 아무것도 달라진게 없었다. 분명 많은 일들이 있었음에도 평소와 다를바없는 하루 시작이 오히려 낯설게 느껴졌다. 회사에 들어섰을땐 여전히 시끌벅적하게 일주일의 시작을 알리는 사람들의 바쁜 발걸음이 내 눈을 사로잡았다.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고 내 자리에 앉았다. 여전히 다를게 없었다.
" 아미씨, 오늘 우리 팀 신입들어온다는데,
이제 아미씨 막내 아니네? "
" 네? "
앞자리에 앉은 선임이 먼저 말을 걸어왔다. 그러고보니 옆자리가 비었네, 신입이라.. 딱히 신경쓰진 않았지만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신입이 들어온다면 잘해줘야지.. 많은 걸 알려줘야지.. 적어도 내가 겪어 온 선임들처럼 대하지는 말아야지..
" 근데 어째.. 신입이 하필 회장님 손자라던데.. "
" ... "
선임의 비꼬는 듯한 말투가 신경이 쓰였지만, 가장 신경이 쓰이는 건 그 신입의 존재를 내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선임의 말은 곧 신입이 들어와서 너가 막내는 아니지만 회장님 손자니까 여전히 너가 막내야 라고 말하고 있었다. 잠시 잊고 있을 줄 알았던 갑자기 달라진 정국이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 아미씨랑 같은 대학다니지 않았어? 친해? "
" ... "
" 아미씨! 친하냐구~ "
" ..아니요. 잘 모르는 사이에요. "
거짓말을 했다. 예전같았으면 제가 정말 좋아하는 동생이에요. 라고 말했겠지만, 지금 상황에선 차마 그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이기적이게도 어느순간 나에게 방어막을 치고 있었다.
***
'띵동'
- 아미야
생각이 많은 머리를 붙잡고 한참을 자리에 앉아 생각을 정리하려 애썻다. 하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 순간 짧은 알람음을 내며 울리는 핸드폰에 시선이 갔다. 언제봐도 떨리고 설레는 이름, 태형이였다.
응, 태형아 -
- 안바빠?
지금은 괜찮아 -
- 오늘.. 일 끝나고 잠깐 볼 수 있어?
- 바쁘면 억지로 시간 안내도 돼.
보자 -
일끝나고 보자 태형아. -
- 바쁜데 내가 괜한 약속 잡은 거 아니지?
무슨 소리야.. 괜한 약속이라니 -
- 아니야. 보고싶다 아미야
나도 -
- 끝나는 시간 맞춰서 회사 앞에서 기다릴게.
응. 좀 있다 봐 -
나름 오랫만의 태형이와 연락이였다. 우리 둘 사이를 보고 누가 연인이라고 하겠는가.. 그냥, 오늘은 그랬다. 괜히 보고싶은 마음이 더해가 꼭 만나고 싶었다. 연락 한통, 한글자.. 느낄 수 있었다. 태형이는 항상 날 배려하고, 기다리고 있다. 오늘 만나면 꼭 안아주어야 겠다.
***
" 안녕하세요.
A팀 신입사원 전정국 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박수와 함성이 쏟아졌다. 낙하산이여도 처음부터 배우고 싶다며 농담식으로 던진 정국이의 말에 우리팀 전체가 웃음바다가 되었다. 물론 가식이 듬뿍 묻은 웃음들이였다. 인사를 하는 내내 전정국와 눈이 마주쳤다. 알 수 없는 소름이 돋았다. 몇일 전 있던 일들이 다 꿈 같았다. 전정국은 아무렇지 않은데, 괜히 나 혼자 신경쓰나 싶기도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꿈이 될 수 없는 일들이였다.
" 선배, 잘부탁해요. "
" ... "
비어 있던 옆자리는 아니나다를까 전정국의 것이 되었다. 나에게 아무것도 모른다는듯이 인사를 하는 정국에 아무대답도 하지 못했다. 주위에서는 부럽다는 눈길이 쏟아지고 막내 탈출해서 좋겠다는 둥.. 잘 지내보라며 한 마디씩 건냈다. 다들 진심이 아닌것쯤은 알 수 있었다.
전정국이 옆에 앉은 순간부터 무슨 일이라도 자꾸 터질까 조마조마했다. 이젠 예전의 정국이와 내 사이가 아닌 것 같은 느낌에 말 한마디 조차 건낼 수 없었다. 정국이도 딱히 말을 걸어오지 않았다. 괜히 내가 죄를 짓고 있는 기분에 능숙하지 못한 일에 더 집중하지 못해 자리를 벗어나 휴게실로 향했다. 갑갑한 감옥에서 벗어난 기분이 들어 한숨 편해졌다. 휴게실 의자에 앉아 차가운 음료수를 뽑아 꾹꾹 참고 눌렀던 한숨을 내쉬었다.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 생각은 해봤어요? "
갑작스런 정국의 등장에 놀라 손에 들고 있던 음료수를 쏟았다. 정국은 재빠른 손놀림으로 떨어지던 음료수를 잡았고,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나에게 건냈다. 손에 잡힌 손수건 조차 명품이였다. 갑자기 엄마의 말이 떠올랐다. 애초부터 전정국과 내 사이는 갑과 을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당연히 갑은 전정국이고 을은 나였다.
" 뭐가 그렇게 어려운 소원이라고.. "
" ... "
"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어요? "
" ... "
" 지금 누나 위치가 어딘지,
왜 여기 있는지,
그럴때마다 항상 옆에 누가 있었는지.. "
" ... "
처음이였다. 툭툭 내 뱉는 정국이의 말투, 소름끼치도록 다른사람 같았다. 분명 날 타이르는 말투인데 억양이 틀렸다. 정국이 말대로 그렇게 어려운 소원이 아니였다. 자신과 만나달라는 소원, 하지만 내 마음이 그러고 싶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는건 아니였다. 엄마에게서 직접적으로 들었다. 전회장님께서 우리집을 도와주셨다는거.. 물론, 너로 인해 도와주셨겠지만.. 지금 내 위치가 어디고, 왜 여기에 있고.. 그럴때마다 항상 옆에 누가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이제야 알았다. 문득, 내 옆에서 항상 밝은 표정으로 나에게 응원을해주고 기도해주겠다던 순수했던 그 날의 정국의 모습이 떠오르며 눈물이 났다.
" ..나한테..대체..왜이래.. "
" 그건 내가 묻고 싶은건데..
나한테 대체 왜 이래요? "
" ... "
" 이제야 안 것 같으니까 속시원하게 말할게.
생각만해도 좋다면서, 백마탄 왕자.
공모전에서 상 받고 싶다며, S디자인 들어가고 싶다며,
다 들어줬는데.. 왜! 대체 나한테 오는게 뭐가 그렇게 어렵다고!
사람 오기 생기게 만들어요. 누나.. "
소리를 지르는 모습도 처음이였다. 갑갑했는지 목에 두른 넥타이를 풀며 말 한마디 한마디에 힘을 주어 내뱉는 정국이를 도저히 쳐다볼 수 없어 고개를 떨구었다. 사실이 아니길 바랬다. 난 누구보다 내 실력을 잘 알고 있다.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여기까지 생각을 하진 못했다. 눈물이 쉴새없이 넘쳐 흘렀다. 떨구어진 고개는 올라올 생각을 안하고 내 앞에 한쪽 무릎을 굽히고 앉은 정국의 큰 손으로 내 고개는 올려졌다. 정국이 입에서 나온 애처로운 '누나..' 라는 소리가 휴게실 가득 내 울음소리와 함께 겹쳐 울렸다.
***
난 일하는 중이였다. 전정국도 마찬가지였고, 정국은 차갑도록 잔인했다. '진정하고 나와요.' 라는 말을 남기고 휴게실을 나갔다. 눈물이 멈추지 않아 화장실에 들어가 세수를 몇번이고 했다. 그토록 날 무시했던 사람들의 심정이 이해가 갔다. 내가 그저 싫어서 무시하는게 아닌.. 한 없이 부족한 내 실력을 무시하는거였다. 난 그것도 모르고.. 그동안 전정국은 날 얼마나 병신처럼 생각했을까, 진정하고 자리에 들어갔을때 전정국은 어디간지 보이지 않았다. 또 코끝이 찡해왔다.
/
점심시간. 입맛은 당연히 없었고.. 그냥 축쳐진 상태로 책상에 엎드려 있었다. 드르륵 거리며 울린 핸드폰 위에 '엄마' 라는 이름에 심장이 괜시리 쿵- 하고 떨어졌다. '여보세요' 하고 조심스럽게 받은 전화 반대편엔 마치 아까 휴게실에서의 내 모습이 떠오르며 엄마의 울음소리로 가득했다. 무슨일이냐며 큰소리를 내어 물었다. 다행히 주위에 아무도 없었다. '니 아빠 새로 시작한 사업. 또 말아먹게 생겼다 아미야, 우리 왜 이러니 진짜..' 깊은 한숨과 함께 엄마는 말을 힘겹게 내뱉으셨다. 전회장님의 도움으로 빚도 정리되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시려던 아빠는 갑작스럽게 중단된 투자로 모든일이 일시정지되었다고 했다. 하루아침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였다. 많이 놀라셨던 엄마는 전화할 곳이 없어 내게 먼저 연락을 했다고 하셨다. 머릿속에 떠오르는건.. 뭐가 그렇게 어려운 소원이냐며 대체 자신한테 왜 이러냐고 소리치던 전정국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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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지 않을 것 같던 시간은 잘도 흘러 막바지를 향해 갔다. 우리팀 분위기가 한껏 들떳다. 아마도 그 분위기를 주도하는건 당연 전정국이였다. 물론, 나 빼고.. 전정국은 점심이 끝나고 자리에 돌아와 하는 일 없이 그저 선임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무서워졌다. 분명 내가 알던 전정국과는 다른 모습이였다. 그때 대리님이 오늘 회식해야 하는거 아니냐며 말을 꺼냈다. 속으론 '안돼'를 수천수만번 외쳤다. 주위에는 벌써 회식장소를 정하고 있었고 팀장님이 정국에게 의견을 물었다. 우리팀의 가장 우두머리가 누구인지 순간 헷갈렸다.
" 팀 전체 참석하면 좋겠는데.. "
" 전체? 그건 당연하지~ "
" 이렇게 잘생긴 신입이 들어왔는데,
빠질 사람 누구있어? "
" 아! 아미씨는 오늘 약속있다 했는데, 그치? 아미씨. "
" ..네, 오늘.. "
정국이 하나로 너무나 달라진 분위기에 적응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오늘 오랫만에 태형이와 약속이 있었기에 어떻게든 빠져나가야 한다. 때마침 선임이 먼저 말을 꺼내주어 다행이라고 생각할 틈도 없이 주임님이 내 말을 딱 잘라. 평생 야근하기 싫으면 참석하라고 말씀하셨다. 난 언제나 을 입장이라 더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 모습이 우스꽝스러웠는지 팀 전체가 웃으며 '아미씨 야근은 싫구나?' 라며 농담을 던졌다. 다들 자리에 돌아가 짐을 챙기고 있을때 옆에서 따가운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돌리니 입꼬리를 살짝 올려 웃으며 날 빤히 쳐다보고 있는 정국이였다. 이젠 이렇게 그냥 쳐다보는 것 조차 어려워졌다. 저 입에서 나에게 무슨 말을 할지 도저히 감을 잡을 수 없었다.
***
회식분위기는 항상 똑같았다. 그저 사람이 한 명 추가되었을 뿐.. 난 여기도 저기도 끼지 못한채 그저 눈치를 안주로 먹고있었다. 쉽사리 취하지 않은 정국에 팀원들은 놀랐고, 벌써 취한 사람들도 몇몇 있었다. 너무 정신없는 하루다. 순간 드는 태형이 생각에 탄식이 나왔다. 서둘러 핸드폰을 꺼내 확인했다. 배터리는 언제 닳은건지 어두워진 화면에 배터리가 깜빡거리고 있었다. 분위기를 보니 자리가 정리가 될 분위기였다. 하나, 둘 자리에서 벗어났다. 정국이는 벌떡 일어나 팀장님, 대리님 등.. 챙겨 보내는 모습에 대학 초 동기들을 챙기는 정국이의 모습이 겹쳐보였다. 물론, 분위기는 달랐지만.. 어쩌다 우리 둘 사이가 이렇게 된건지 속상함에 또 눈물이 나올 뻔 했다.
/
그렇게 회식은 마무리가 되었고, 난 어디로 갈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태형이집으로 가야하나.. 아니면, 우리집으로 가봐야 하나.. 회식때문에 회사가 1시간이나 일찍 끝나 회사 앞 태형이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집에가서 핸드폰을 충전하고 연락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인사를 하고 빠른걸음으로 집으로 향해 걸었다.
" 천천히 좀 가요. "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봤다. 단정하게 입고 있던 정장은 어디간건지 넥타이는 풀려져 있고, 자켓은 손에 들려있었다. 표정을 보니 대학 신입생환영회때 오빠들과 술을 먹느라 힘들어하던 그 표정 그대로다. 기분이 묘해졌다.
" ... "
" 같이 좀 가요. 가는 방향도 똑같은데.. "
오늘 하루 전정국의 몇가지 모습을 보는건지 모르겠다. 술을 별로 먹지 않았는데도 정신이 없다. 전정국은 술에 조금 취했는지 느릇한 말투와 걸음으로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속으로는 태형이에게 연락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초조해져만 갔다.
" 소원.. 그렇게 어려워요? "
" ... "
" ..내가 그렇게 싫어요? "
" 정국아.. "
" 내가..그렇게..그렇게.. "
" ... "
" 기다리고 노력했는데..
더 기다려야 돼? "
/
'가만 보면 누나도 나를 싫어하는 거 같진 않단 말이야'
'누가 싫다고 했나..'
'그럼 좋아해요?'
'누가 좋아한다고 했나.'
'네.'
'뭐? 누가?'
'내가요. 누나를'
문득 불과 몇개월 전 정국이와 나의 대화가 떠올랐다. 상황은 비슷했지만 감정은 틀렸다. 이제는 정국이의 마음을 마냥 가볍게 생각 할 수 없었다. 정국이의 말을 끝으로 우리 둘 사이에는 아무 말도 오가지 않고 그저 나란히 걷고 있었다. 어쩌면 아무 말 오가지 않은 지금처럼 우리사이에도 오가는 것이 없었다면 이렇게까지 힘들진 않았겠지.. 라며 뒤늦은 후회를 해 본다.
" 정리하고 와요. 나 더이상은 못기다려. "
우리 집 근처에 다가오자 갑자기 멈춘 정국이의 차가운 시선 끝엔 우리 집 앞 고개를 푹 숙인채 날 기다리고 있는 김태형이 있었다. 정국이의 말은 충분히 이해 할 수 있었다. 등을 돌려 걸어온 길을 되돌아 가는 정국이의 뒷 모습을 바라보았다. 술에 취해 본가가 아닌 자취방에 간다며 거짓말을 하고 여기까지 데려다준 정국이를 생각하니 마음이 찡함도 잠시, 내 발걸음은 태형이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 ..왜 이제왔어.
얼마나.. 기다렸는데.. "
보통의 말
갈수록 산으로 가고..
질질끄는 것 같아 할말이 없는데영..
그냥 지금은 집착남이지만
본성은 순수하다!!를 보여주고 싶은 작가(정국아사랑해)
저 지금 너무 졸려서
25편 답댓만 달고 잘게요!!
오타수정은..혹시 있으면 알려주세여(민망)
내일 수정하도록 하겟슙;;;;
암튼 이번 한 주도 행복하시고
즐거운 날 보내시고!!
비 온다니까 다들 우산 꼭 챙기세여!!
감기도 조심하고!
내 생각도 매니매니 하고!
내가 좀 많이 사랑한데이~~~<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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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호닉 빠졌으면 꼭!! 말씀해주세요!!)
[ 사랑합니다/ 암호닉 ]
소금/현지/알비노포비/쿠야/쿠키/
낭자/윤아얌/설레임/목단/고구마/
계피/초딩입맛/예워아이니/알라/누나/
꾸꾸/민트/홍이/후니/꾹꾹이/
슙슙/가가멜/누텔라/무민이/뿌뿌/
소녀/도토리/민빠답없/보통의슈가/눈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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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이아웃/꺄룰/
내 사랑을 받으시요!!춉춉<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