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ove Song - 오지은
열 일곱살이 되던 해에 나는 그곳에서 첫 사랑을 만났다. 염색을 하지 않은 긴 생머리에 화장기도 하나 없는 얼굴이었지만 처음 눈이 마주친 그 순간부터 나는 알 수 없는 감정이 이끌려 그 애에게 다가갔고, 미친듯이 날 밀어내던 그 애도 몇년동안 일방적으로 사랑을 외치던 내게 마음을 열었다. 그렇게 우리는 생크림 케이크 한 조각처럼 달콤하고도 부드러운 연애를 거쳐 우리는 결혼을 하게 되었다.
*
결혼한지 벌써 50년이 지났다. 별처럼 햇빛에 반짝이던 그녀의 머릿결은 하얀 물감이 물들였고, 매끈했던 몸매는 뼈마디가 보일 정도로 말라갔다. 나이가 들면서 유독 잔병치레가 많던 내 부인은 결국 큰 병에 걸려 예전 풋풋했던 우리시절의 기억을 잃어갔고, 잃은만큼 병은 그녀를 야금야금 삼켜왔다. 불안했지만 아직은 기억하고 있었기에 그녀의 병을 부인했고, 오늘도 그렇게 아무렇지 않은듯 집 안에 걸어들어가 씻고, 외출 후 집에 오는길에 들려 사온 그녀가 좋아하는 레몬머랭파이를 건내주려 했다.
"여보, 내가 뭐 사왔는지 볼래?"
"…"
"여보…?"
"누구…세요?"
*****
심장이 산산조각 흔적도 없이 부서지는 기분이었다. 나를 보는 그녀의 눈빛은 어제까지와 달랐다. 두려움에 가득찬 눈빛,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을 쳐다보듯, 살인지 보듯 두려움에 떨고있는 눈빛으로 날 경계했다. 쨍그랑- 하고 소리가 났다. 바닥엔 한조각 잘라 건내주려던 파이가 점시와 함께 반짝대던 모습을 잃고 바닥에 망가져 있었다. 한뽁 벽 구석에 숨듯이 서있는 그녀에게 다가가려 하자 그녀는 나를 밀쳐냈다.
"…여보…"
"누…누구신데 날 그렇게 부르는 거예요…?"
"나야… 당신 남편, 모르겠어?"
"…허, 허튼수작 부리면 경찰을 부를거예요…! 더이상 다가오지 마세요"
"…여, 여보 당신…"
혼란했다. 이 모든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나는 기억하고 있었다. 우리의 달콤했던 순간은 잃었지만, 나라는 존재는 기억하고 있었다. 늘 그랬듯 힘없는 손을 내 손 위에 올려놨었고, 나는 그녀의 손을 잡으며 같은 소파에 앉아 하루의 끝을 마무리했다. 그런데… 오늘은 아니었다. 빌어먹을 그녀의 병이 몸속을 헤집고 들어오는 바람에, 나는 완전히 그녀의 머릿속에서 없어졌다. 한참을 그녀에게 차분히 설명했고 그제서야 안심하는듯 보였다. 소파 반대편에 멀찍이 앉아 나를 쳐다봤고, 나와 내 부인은 한참을 서로의 시선을 교환했다.
"…당신…"
"이제 기억이 나요?"
"…"
"기억이 안나도 상관없어요. 내일 또 잊어도…도망가지 않을거야. 나는 당신 남편이니까."
"…"
지친듯 보였다. 잃어버린 기억을 더듬고 있겠지. 그렇게 한참을 나에대해 묻다 힘없이 소파에 쓰러지듯 누워 잠에 들었고, 나는 작은 그녀를 안아들어 침실로 향했다. 내 옆에 누운 그녀와 마주보고, 잠에 든 그녀를 품속에 끌어안았다. 그제서야 눈물이 흘렀다. 그녀는 나를 잃었다. 이제 더이상 그녀의 기억속엔 내가 없다. 열일곱살 무모하게 따라다니며 사랑을 외쳤던 내가 없다.
*****
아침이 밝았고 힘없이 눈을 뜨자 내 품속에 눈을 꼭 감은채 굳어있는 그녀가 보였다. 오늘은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천둥번개가 쳐대고 하늘은 밤처럼 깜깜했지만 그녀는 편안히 잠들어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그녀는 더이상 눈을 뜨지 못했다. 나는 더이상 부인과 함께 아침을 밎이하지 못했다.
나는 혼자 남았다.
으아 어제 제 생일이에요.(열두시 땡 했으니 어제인걸로..)
영화 노트북을 보다 각색해서 쓰게 되었네요.
소재가 없어 그동안 글을 제대로 쓰지 못했어요. 덕분에 임시보관함에 그득히 쌓여있네요ㅠㅠ.
달달하고 행복한 썰로 찾아올게요. 물논 소재가 생긴다면..ㅋㅋㅋㅋ
어제 한일전은 보셨는지.. 개인적으로 저는 잘했다고 생각해요. 일록선수 골넣을때 완전히 반해서.. 미추어버려요 증말
아쉽게 졌지만 선수들 다 열심히 뛰어준 모습 봐서 그런가 미련이 없던 경기였네요^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