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릿하게 셔츠를 벗는 지호의 움직임에 따라 지훈의 시선이 진득하게 따라붙었다. 남자치고 흰 살결과 유려한 허리곡선을 천천히 눈에 담은 지훈이 입꼬리를 올렸다. "누워요." 두 사람 밖에 없는 조용한 공간에 지훈의 낮은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지호가 익숙한 듯 셔츠를 지훈에게 맡기고 엎드렸다. 자연스럽게 셔츠를 받아들어 근처 의자에 걸어둔 지훈이 손을 뻗어 지호의 흰 등을 천천히 어루만졌다. "어디라고 그랬죠? 여기, 날개뼈? 아니면 허리?" 길고 하얀 손가락이 툭 튀어나온 날개뼈를 톡톡 건드리다가 느릿한 움직임으로 척추를 타고 내려갔다. 매끈한 허리 위에서 일순간 야릇한 움직임이 멈추었다. "오른쪽 날개뼈." "...아하." 의미없는 감탄사를 뱉으면서도 지훈의 시선은 지호의 왼쪽 허리에 새겨진 작은 타투에 머물러있었다. 저번에 왔을 때는 없었는데. 분명 머릿속에 없는 도안이니 자신이 새긴 것일리는 없다. 그렇다면, 생각나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지훈의 표정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작작 만져, 표지훈. 허튼 수작 부리지 말고. 오늘은 진짜 타투만 받으러 온 거니까." "그럼 그 새끼랑은 타투도 받고 다른 것도 했어요?" "...뭐?" 지훈이 작게 웃음을 흘렸다. 하지만 목소리는 소름끼치게 낮아서 지훈의 기분이 무척 가라앉았음을 예상하게 했다. "모르는 척 하는 거 재미없다, 지호 형. 송민호 그 새끼 얘기하는 거잖아요." "...네가 없어서 부탁 좀 한 거야." 지훈은 마치 지호의 말이 들리지 않는 것처럼 지호의 허리 위의 타투만 계속해서 어루만졌다. "여기를 만졌어요? 우리 지호 형 아플 때 소리내는 거 진짜 섹시한데. 그 새끼한테도 그거 들려줬어요?" "...하, 새끼야. 모든 사람들이 다 너처럼 생각하는 줄 알아?" 지호가 짜증난 얼굴로 몸을 일으켰다. 습관처럼 지호의 움직임을 따라 지훈의 시선이 이동했다. 지훈이 투덜거리듯 말했다. "예민한 사람이 이런 데는 왜 이렇게 둔해빠졌지? 송민호는 나보다 더하면 더 했지, 덜 할 놈은 아니에요. 그 새끼 믿을 바엔 날 믿는 게 나을 걸요." 지훈의 불만어린 눈빛을 마주하던 지호가 중얼거렸다. "퍽이나." ------------ 독방에 올렸다가 욕설때문에 옮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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